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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지세(死後之世) 원혼지란(寃魂之亂)
천단에서 명상수련과 채널링을 마치고 연구소 숙소로 돌아오니 마침 샤르비네가 학교에서 돌아와 인조인간 코미스의 도움을 받으며 짐을 풀고 있는 중이었다.
코미스가 샤르비네의 짐을 정리하는 사이 샤르비네와 나는 포옹을 했다. 샤르비네의 치렁한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몸에서 기분좋은 체향이 풍겼다.
“오늘도 샤르앙이 많이 보고 싶었어요."
“나도 샤르비네가 많이 생각났소."
둘은 이렇게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샤르비네와 나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옷을 벗고 목욕실로 들어갔다. 목욕실에는 항상 온천에서 솟아오른 물이 탕 안에 고여 있고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면 따스한 온천수의 기운이 기분 좋게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함께 옷을 벗을 채로 물 속에서 텀벙거리며 물장난을 치기도 하고 서로에게 물을 끼얹거나 포옹을 하기도 했다. 그때 마침 연구소 업무를 마친 저처도 옷을 벗고 들어와 우리들과 물장난에 합류했다.
샤르비네와 저처의 벗은 몸은 백옥처럼 곱고 피부가 부드러웠다. 적당한 온도의 온천수에서 셋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물장난을 치거나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가 자맥질을 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목욕을 마친 우리 셋은 서로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 주고 향수를 뿌려 주기도 했다.
그 사이 인조인간 코스미가 우리들이 마실 규시아 향료수를 준비해와 창가의 테이블에 놓아 주었다. 우리 셋은 규시아 향료수를 마시며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또 콩알 크기의 빨간 알로 만들어진 우스시어를 모두 한 알씩 입에 넣고 간편하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다른 간식이라든가 과일 같은 음식은 일체 입에 대지도 않고 그것으로 저녁식사는 마무리였다. 그래도 허기를 느끼거나 뱃속이 허전하지 않았다. 우스시어가 입속으로 들어가면 생명의 기운이 발생하여 몸 속으로 안개처럼 퍼지고 그러면 힘이 생기면서 기분도 좋아졌다.
그러한 우스시어 한 알 속에 충분한 영양소가 농축되어 있고 우스시어 한 알만 복용해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몸 속에서 음식을 소화 시킬 일도 없어지고 몸을 해치는 성분이 축적되지도 않으니 날마다 우스시어 한 알로 식사를 해결하는 몸은 가볍기만 했다. 먹지 않으니 몸 속에서 배설물이 발생하지도 않고 화장실을 다니며 생리현상을 겪을 일도 없으니 신선으로서의 품위는 온전하기만 했다.
숙소로 머물고 있는 침실에는 별다른 물건들이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를 즐길 수 있는 우주문명의 이기들이 몇 가지 준비되어 있는데, 편안한 수면프로그램이 작동되는 침대, 4차원 가상공간을 연출하는 포스머스 영상장치, 4차원 의료장치인 시스며, 4차원 화상통신의 가상공간 시스템 등이 전부였다. 그 외 간단한 몇 가지의 소품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이러한 우주문명의 이기들은 우리들 침실에만 마련되어 있지 않고 샤르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든 가정에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물건들이었다.
이러한 우주문명의 이기들은 방바닥에 놓여 있지 않고 모두 공중에 떠 있었다. 우주문명의 이기들은 크고 작은 물건을 막론하고 자체에 부양시스템의 바차시 기능이 부착되어 있어서 공중에 뜬 상태로 정지되어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물건을 무선신호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고, 필요할 때는 바닥으로 내려오게 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침대에서 잠을 잘 때도 바닥에서 자지 않고 공중에 뜬 상태로 수면을 취했다. 침대도 공중에서 이리저리 이동하고 침대에 누워 공중에 뜬상태로 잠을 자면 몸에 중력이 느껴지지 않고 편안했다. 침대 속에 저장된 숙면프로그램에 의해서 항상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고, 잠들기 전 꿈속의 내용까지 설정할 수 있어 꾸고 싶은 꿈을 꾸면서 단잠을 청할 수 있는 장치가 바차시 침대였다.
우스시어 한 알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창가에 앉아서 이런저런 화제를 쏟아낸 다음 우리 셋은 함께 옷을 벗은 후 알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샤르별 사람들은 잠들 때 옷을 입지 않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몸으로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었다.
우리 셋은 각자 꾸고 싶은 꿈을 숙면프로그램에 설정한 후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우면 저절로 몸이 푹신한 침대 속으로 가라앉으며 이불을 덮지 않아도 저절로 몸이 감춰졌다. 꿈속에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고 복잡한 줄거리의 꿈을 꾸면서도 단잠을 설치거나 수면방해를 받는 일이 없었다. 숙면프로그램의 기능은 잠과 꿈을 구분해서 숙면을 취하면서도 꿈을 꾸도록 작동했다. 그래서 아무리 복잡한 내용의 꿈을 꾸고 나도 충분한 숙면을 취한 기분처럼 몸이 가벼웠다.
우리 셋은 잠들 때 같은 꿈의 내용을 숙면프로그램에 설정했기 때문에 꿈속에서도 함께 만나 동화속의 세상을 거닐었다.
꿈속에 설정된 동화 속의 나라는 우리 셋이 꽃과 나비로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샤르비네와 저처는 꽃이었고 나는 나비였다. 나비가 된 나는 꽃이 된 샤르비네와 저처 사이를 오가며 두 여심들을 희롱했다.
두 여심의 꽃들은 나비를 서로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두 꽃은 서로 아름다운 색으로 꽃잎을 치장하기도 하고 더 맛있는 꿀과 더 진한 향기로 나비의 마음을 유혹하려고 애썼다.
나비가 된 나는 두 꽃 사이를 오가며 여심들을 애타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두 여심 모두를 화나게 만들었다. 화가 난 여심의 꽃들은 끝내 달콤한 꿀샘을 닫아 버렸고 나비의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의 문도 단단히 빗장을 걸고 말았다.
나비가 두 꽃을 향해 다가가 아무리 애원하고 간청을 해도 꿀샘을 열어주거나 향기의 문에서 빗장을 풀지 않았다. 꿀샘도 마르고 향기도 사라진 꽃은 아무리 아름다운 꽃잎을 자랑해도 나비의 마음을 붙들지 못했다. 꿀샘이 마른 향기 없는 꽃을 바라보는 나비의 마음은 슬펐고 달콤한 꿀과 꽃향기를 즐기던 봄날의 순간이 그립기만 했다.
그리던 순간을 못 잊어 꽃가지에 겨우 몸을 기대어 쉬고 있는 나비를 바라보는 두 여심의 꽃들은 마침내 스스로의 모성애에 속았고 닫았던 꿀샘을 열고 빗장을 걸어 잠근 향기의 문을 열어 주었다. 두 여심을 되찾은 나비는 다시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꽃을 찾아가 사랑 춤을 선물하고 개과천선의 약속까지 했다. 그러한 약속도 다시 잠깐이고 다른 꽃을 향해 한눈을 파는 나비의 마음을 향해 두 여심의 꽃들은 "웬수야!웬수야!"를 연발하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러한 우리 셋의 모습을 지켜보는 동화 속의 꽃과 나비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고 홍당무가 된 나비의 날개는 부끄러운 몸을 두 여심의 꽃잎 속에 숨기느라 바빴다. 나비의 난처한 표정이 안쓰러운 두 여심의 꽃은 다시 스스로의 모성애에 속으며 따뜻한 꽃잎의 품속에 나비를 안아 주며 동화 속의 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꿈에서 깬 우리 셋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쓴 웃음을 지었고, 샤르비네와 저처는 서로 내 몸을 꼬집고 “웬수야. 속 차려! 웬수야, 속 차려!" 하며 꿈속에서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잠에서 깬 우리는 저처를 수행하는 인조인간 후무디가 날라온 규시아 한 잔씩을 마시고 맑은 정신이 되자 천정에 떠 있는 포스머스 영상 장치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킨 후 채널을 찾아서 작동시켰다.
포스머스 채널은 인조인간 다미스가 찾아 주었고 다미스가 찾은 채널은 우주방송이었다. 우주타운에서 내보내고 있는 우주소식 채널이었다. 포스머스를 가동시키고 채널을 돌리자 거대한 우주공간이 눈 앞의 가상공간에 펼쳐졌다. 마치 손에 잡힐 듯한 우주의 천체들이 눈 앞에서 반짝거리기 시작하고, 낯선 외계문명의 영상들이 무한 확장된 가상공간 화면 속에 실물처럼 나타났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TV 영상장치는 모니터의 크기의 화면만 모니터 속에서 나타나지만, 포스머스 영상화면은 무한 확장된 화면이 눈 앞의 가상공간에 펼쳐지며 살아 있는 실물 영상이 가상공간에 나타났다.
가상공간에 나타난 포스모스 화면의 실물 영상들은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지 않고, 직접 화면의 영상물과 접근하여 손으로 만지거나 냄새를 맡거나 실제로 영상 속에 나타난 그 세상을 거니는 일도 가능했다. 가상공간의 영상물로 다가가 산이 있으면 산에 오를 수도 있고, 숲이 있으면 숲속을 거닐 수 있고, 물이 있으면 물로 뛰어들 수도 있었다.
영상 속에 나타난 인물들과 손을 잡거나 스킨십도 가능하고 말을 거는 일조차 가능했다.
잠에서 깬 우리 셋은 포스머스 채널의 가상공간 영상을 감상하면서 우주공간에 펼쳐진 천체들의 파노라마에 마음이 함몰되면서 시공을 초월한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포스머스 우주채널의 가상공간 화면에 좁쌀을 뿌려 놓은 장면처럼 천체와 은하수가 나타나고 점점 화면을 확대하여 멀리 떨어진 천체들을 눈 앞으로 가까이 끌어오자 어느새 우리들의 몸은 우주공간에 머무는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맨몸으로 우주공간을 이동하며 원하는 천체를 찾아가 우주여행을 즐기는 기분이었다.
포스머스 우주채널을 감상하고 우리 셋은 다시 4차원 의료캡슐인 시스며를 통해 건강검진을 받았다. 시스며 캡슐에 들어가 잠을 자는 모습으로 편하게 누우니 4차원 검진이 시작되고 몸 속의 오장육부가 눈앞의 가상공간에 펼쳐졌다.
몸 속의 내용들이 살아 있는 모습으로 가상공간 영상으로 나타나자 무한확대된 몸 속의 장기나 기관들의 움직임이 신비한 모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대된 혈관의 모습은 마치 붉은 시냇물이 흘러가는 모습이고, 심장이 팔딱거리는 모습은 거대한 기계장치가 돌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몸 속에서 움직이는 효소나 영양소의 움직임도 보이고 미생물들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무언가를 역할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호르몬이 분비되어 오장육부의 기능을 움직이는 모습이며 100조 개에 이르는 세포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이루며 활발하게 영양소를 흡수하거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장면들까지 생명의 파노라마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시스며 의료캡슐에서 작동되는 4차원 의료프로그램은 이런 몸 속의 기능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었다. 혈관 속에 떠다니는 작은 이물질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제거의 조치가 이뤄지고, 영양소의 성분 중에 작은 양이라도 체내에서 미달되면 즉시 조치를 취해 주곤 했다. 심지어 체내 유해산소의 작용으로 세포에 작은 염증만 생겨도 빛 수술로 회복시키고 몸 속 환경을 오염시키는 작은 독소만 발견되어도 빛으로 제거시키는 진료를 단행했다.
샤르별 사람들은 날마다 잠에서 깨면 시스며 캡슐로 들어가 건강검진을 받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작은 위해요소에도 생명이 노출되지 않으며 늙거나 병들지 않고 불로장생의 삶을 누리고 있었다.
시스며 건강검진을 마친 우리 셋의 표정은 모두 밝았다. 몸 속에서 건강을 망치는 작은 요소 하나 발견되지 않았고 앞으로 무병장수를 누리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징후라곤 몸 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스며 건강검진을 마치고 나서 우리 셋은 언제나의 습관처럼 화상통신을 시작했다. 화상통신은 주로 멀리 떨어져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이끼리 안부를 나눌 겸 시작할 때가 많았다.
화상통신은 개별적으로 따로 실시할 수도 있었고 여럿이 단체로 함께 연결해서 진행할 수도 있었다. 샤르비네나 저처나 내가 함께 있을 때는 주로 셋이 단체로 화상통신을 연결해서 시작했다.
내가 자주 화상통신을 나누는 사이는 저처의 동생인 추부스, 서도원 수석사제인 러우선녀, 츠므 산 정상에서 살고 있는 날개인간 구니, 우주타운에 머물고 있는 초시, 샤르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인 오시됴 성녀 등등 다수였다.
셋이서 화상통신을 할 때 항상 상대방 선택의 우선권은 나에게 주어지고 있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화상통신 연락처는 직통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호를 울리자마자 수신자의 답이 왔다.
"샤르앙인가?"
화상통신 장치의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구니였다.
"네. 구니 신선님. 저 샤르앙입니다.”
이런 말을 주고받자마자 화상통신의 가상공간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윽고 가상공간 중앙에 거울처럼 생긴 투명판이 나타나고 투명판을 통해 날개 달린 구니의 모습이 웃고 있었다.
나와 구니는 서로 투명판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손을 마주 대었다. 그러자 송신자와 수신자의 가상공간이 합공(空)되었다. 합공이란 양쪽의 화상통신 공간이 합해지는 현상이었다. 합공을 이룬 후 이쪽과 저쪽의 공간은 같은 공간에 머물며 나는 구니가 머물고 있는 츠므 산에 도착한 느낌이고, 구니는 우리들이 머물고 있는 연구소 숙소를 찾아온 느낌이 되었다. 곧 츠므 산의 정상과 츠나음이 연구소의 공간이한 공간이 되어 화상통신 양쪽에서는 서로 자유롭게 이쪽저쪽을 왕래하는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츠므 산은 츠나음이 연구소에서 북동쪽으로 항공거리 1만 5천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발 2천 7백m 고지의 바위투성이 험산이었다.
그렇게 멀리 떨어진 양쪽 공간이 합공을 이루며 동일한 공간에 머무는 현상 속에서 구니와 내가 가상공간의 화상통신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화상통신의 가상공간에서 만난 날개인간 구니는 등쪽 어깨부분에 황금빛의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고 달처럼 환한 얼굴의 눈은 호수처럼 맑고 별처럼 빛이 났다. 몸에 걸치고 있는 옷도 황금빛이어서 날개인간으로서 기풍과 위엄은 빛나 보였다.
샤르별에는 해발 2천 7백m의 험준한 고산에 날개인간의 무리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천상의 세계처럼 살고 있었고, 샤르비네와 나는 가끔씩 날개인간들을 방문하여 친분을 쌓고 있었다.
구니는 날개인간들의 지도자였다.
"샤르앙, 반갑구나!"
화상통신에서 만난 구니는 나를 품속에 안아 주며 이렇게 말했다. "네, 구니 신선님. 저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면서 구니의 품에 안겼을 때 전달되어 오는 기운이 따스하고 포근했다.
샤르비네와 저처도 함께 구니를 향해 인사했다.
"구니 신선님, 뵙게 되어 반가워요.”
"구니 신선님, 오랜만에 뵙게 되는군요."
구니는 나처럼 샤르비네와 저처를 품속에 안아주고 친밀감을 표시했다.
화상통신 가상공간의 츠므 산으로 이동하니 친분이 있는 다른 날개인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츠므 산 정상의 달콤한 산 공기도 호흡할 수 있었으며, 날개인간들이 멋지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도 구경할 수 있었다.
바위틈새로 신비롭게 피어 있는 기화요초들의 향기도 물씬 느낄 수 있었고, 날개인간의 식량인 우스시 열매도 절벽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마다 붉은 빛으로 꽃처럼 달려서 수없이 매달려 있었다.
날개인간들은 우스시 열매를 주식으로 삼아서 불로장생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천상의 신선들로 살아가고 있었다. 지구 인류들이 그려놓은 그림속의 천사들과 날개인간들은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화상통신을 마친 후 우리 셋은 각각 명상을 하면서 우주 채널링을 시작했다. 샤르비네와 저처 그리고 나 셋은 우주 채널링을 통해 각각 교류를 나누고 있는 우주의 존재들과 마음 울림의 대화를 시작했다. 채널링이란 멀리 떨어진 영계나 우주의 존재들과 마음 울림의 대화를 의미했다.
내가 채널링을 통해서 교류를 맺고 있는 우주의 존재들은 지존이나 예언의 신 또는 높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신명들이었다. 다른 문명세계에서 살고 있는 빛세상의 자옥 선녀를 비롯해서 미래세상의 신천지에서 살고 있는 거룩한 신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샤르별의 지상에서 살고 있는 오시됴 성녀같은 빛의 화신들도 채널링의 대상이었다.
우리 셋은 각각 명상을 하면서 우주 채널링을 시작했고 나는 채널링의 상대를 빛세상 자옥 선녀로 정했다. 마음속에서 자옥 선녀를 생각하는 파장을 만들어내면서 자옥 선녀의 이름을 부르자 마음 울림이 일어나며 맑고 신비로운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방의 별, 샤르앙. 제 이름을 부르셨나요?
'네, 자옥 선녀. 제 목소리가 잘 들립니까?
'잘 들려요. 목소리의 맑은 기운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요.'
'저도 자옥 선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옥 선녀의 고운 빛이 다가와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어 행복합니다.'
제 목소리의 파동과 함께 제 빛의 에너지도 파장으로 이동하여 샤르앙의 영혼을 채워 주고 있을 줄 믿습니다.'
'자옥 선녀의 체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제 몸이 빛구름에 뜬 것처럼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습니다.'
'우린 지금 서로 동기감응의 빛공간에 머물고 있어요. 저도 샤르앙의 기운을 느끼고 있어요. 동기감응은 한 몸과 같아요. 몸과 맘의 일치현상이지요.'
'육신의 몸을 입고 살면서 항상 그리워지는 건 빛 세상의 빛 몸으로 살아가는 빛 영혼들입니다. 육신의 몸을 입지 않고 살아가는 당신들빛 존재들은 그 행복을 깨닫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희들 세상의 빛 존재들이 육신의 몸을 체험하지 못해서 그 느낌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어요. 다만 본래는 빛의 성질로 존재해야 할 빛 성질의 돌연변이 현상을 물질로 이해하고 있어요. 모든 변화와 이동이 부자연스런 물질의 육신을 입고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존재들이 가엽게 느껴질 때는 있어요.'
'저희 육신의 몸도 언젠가는 빛 담금질의 변화를 이루어 돌연변이 육신을 빚 몸으로 화신할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샤르앙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기를 기원할게요.'
'자옥 선녀의 빛 기운이 항상 제 영혼 속에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제 마음은 항상 샤르앙의 영혼 속에 머물고 있어요. 제 마음이 머무는 곳에 제 영혼의 파장도 동기생동(同氣生動)하리라 믿어요.'
자옥 선녀와 채널링을 마친 내 기분도 좋았지만, 샤르비네와 저처의 표정도 상기되고 행복해 보였다. 설명을 들어보지 않더라도 그녀들도 다 같이 우주의 존재들과 행복한 채널링의 대화를 나누었으리란 짐작은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채널링을 마친 우리 셋은 하늘자동차 춘우셔시를 타고 하늘산책을 나섰다. 샤르별은 지구의 70배에 달하는 거대한 천체이지만 초광속으로 비행하는 춘우셔시를 타고 이동하면 아무리 먼 오지의 장소라도 눈깜짝할 사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춘우셔시를 타고 셋이서 샤르별의 상공을 향해 오르니 복사꽃 물결로 온통 뒤덮인 샤르별의 지상이 내려다보이고, 질펀하게 펼쳐진 초원과 초원 위에 활짝 핀 기화요초들과 그림처럼 지어진 집들이 고고한 달빛 속에서 신비지경의 요염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샤르별의 상공에는 우리들처럼 하늘산책을 나온 춘우셔시 물결로 장관을 이루고 형형색색의 춘우셔시 비행체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어디서도 소음하나 들리거나 작은 배기가스가 새어 나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가을하늘의 잠자리 떼처럼 조용하게 하늘을 날고 있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의 물결은 샤르별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하늘의 장관이었다.
초광속으로 비행하는 춘우셔시를 타고 샤르별의 상공을 비행하면 잠깐사이에 샤르별의 밤풍경도 나타나고, 낮풍경도 나타나며, 이른 새벽의 풍경이나 해질녁의 풍경도 나타났다.
츠나음이 연구소가 머물고 있는 지역은 아직 밤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녘의 풍경지만, 춘우셔시를 타고 하늘을 날아갈 때 잠깐 사이에 밝은 대낮의 샤르별 반대편 풍광이 전개되기도 했다.
샤르별의 지상은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 밤풍경과 낮풍경이 너무 달라보였다. 복사꽃 물결에 덮여 있는 지상의 모습이 낮에 바라보면 꿈속의 장면처럼 황홀하게 느껴지고, 밤에 바라보면 달빛과 여러 가지 조명들에 반사되어 신비한 또 다른 정경을 연출했다.
춘우셔시로 샤르별의 상공을 초광속 여행을 하면서 샤르별 지상의 낮 풍경과 밤 풍경을 동시에 구경하는 재미는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불과 1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춘우셔시를 타고 하늘산책을 마치고 샤르별의 전경을 모두 둘러본 후 우리는 다시 츠나음이 연구소로 돌아왔다. 연구소로 돌아왔을 때 아직 새벽녘의 달빛은 하늘에서 고고히 빛나고 있었다.
샤르비네와 저처는 달빛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옷을 훌훌 벗고 알몸이 되더니 밖으로 나가 달빛을 받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연구소 공원의 초원 위에서는 저처나 샤르비네뿐만 아니라 다른 선녀 여인네들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나와서 가야금 소리 같은 음악에 맞춰 월하선무를 즐기고 있었다.
샤르비네나 저처는 샤르별의 선녀 여인들 중에서 춤꾼으로 유명했고, 특히 샤르비네는 바기스라고 하는 신무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샤르비네나 저처가 추는 월하선무는 신선 남정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두 선녀가 춤추는 월하선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은 하늘에 뜬 구름처럼 무아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샤르비네와 저처는 날이 밝아 올 때까지 지치지 않고 월하 신선무를 추었고, 춤추고 난 두 여인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내 몸도 두 여인네와 춤 호흡을 맞추느라 서투른 춤을 추면서 비 오듯 한 땀으로 젖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춤을 끝낸 우리 셋은 다시 연구소 뒤편의 숲속에 위치한 야외 온천탕으로 향했다. 온천탕에는 이미 춤추고 나서 땀에 젖은 몸을 씻기 위해 도착한 신선과 선녀들이 온천수에 들어와서 몸을 씻고 있었다.
온천수는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시냇물처럼 흐르는 물이었으며, 그래서 땟물이 고이거나 몸의 땀을 씻어도 물이 흐려지지 않았다. 땀에 젖은 옷은 온천수에 넣고 몇 번 휘저어서 나뭇가지에 걸어두니 금세새 옷처럼 깨끗해지며 수분이 마르고 말았다.
알몸으로 온천수에 들어간 샤르비네 저처 나 셋은 따스한 물 속에 몸을 담그기도 하고 서로 물장난을 치기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아침을 맞이했다.
온천수에서 몸을 씻고 연구소 공원의 풀밭으로 걸어 내려오니 동녘하늘에 둥근 태양이 이제 막 붉은 빛을 토하며 대지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풀밭에 모인 신선과 선녀들은 일제히 태양을 향해 새날을 맞이했고 생명의 기운을 호흡하는 우주활력무를 추면서 몸 속에 천지 대기운을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우주활력무는 격렬한 운동은 아니며 물 속에서 수초가 물결에 흔들리는 모습처럼 서서히 몸을 풀면서 기운을 돌리는 부드러운 춤이었다. 샤르별 사람들은 아침마다 태양이 대지 위로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모두 공원의 풀밭으로 나와서 새날을 맞이하는 의식과 함께 우주활력무를 시작하는 습관이 있었다. 아침의 우주활력무는 곧 샤르별 사람들에게 하루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우주활력무를 마치고 우리 셋이 함께 침실로 돌아오니 인조인간들이 벌써 아침식사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우리 셋은 나란히 창가의 테이블로 다가가서 준비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아침식사라고 해야 콩알만한 우스시어 생단(丹)한 알과 규시아 향료수 한 잔이었다. 하얀 접시 위에 놓여 있는 붉은 색의 우스시어 생단이 생명의 핵이라도 되는 것처럼 빛이 나며 앙증맞게 느껴졌다.
우스시어를 입 안에 넣자 사르르 녹아 그 기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규시아 향료수를 마시자 위장을 거쳐 소장에 도달한 특별한 성분이 곧바로 혈관을 따라 온몸을 순환하면서 생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규시아 향료수의 성분이 혈관을 따라 온몸을 순환하자 몸 속의 세포들이 일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규시아 향료수 속에 세포들이 필요로 하는 대사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그 물질들이 우스시어 생단이 품어내는 기운의 기합성(氣合成)작용을 받아서 우주감각적 체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주감각으로 체질이 만들어지면 몸 속에 우주감각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우주적 교류가 가능해지고 온몸에 열려 있는 우주교류의 문을 통해 우주기운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그 결과 샤르별 사람들의 몸은 신선체질(神仙體質)을 유지하고 동물적 습성과 속된 감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스시어 식이요법은 결국 샤르별 사람들이 신선체질을 유지하게 하고 우주감각의 영성을 발휘하며 신선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비장의 무기이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셋은 다시 가까운 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문화회관은 각 도시마다 만들어져 있는 사원의 부속건물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샤르별의 모든 도시에는 10일마다 종교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사원이 만들어져 있고 그 숫자는 샤르별의 모든 신선과 선녀들을 일시에 수용할 만큼 많았다. 모든 사원들은 피라미드 형태로 지어져 있으며 일시에 14만 4천 명의 숫자가 입장할 수 있도록 규모가 동일했다.
사원의 부속건물에 시민들이 찾아와서 취미와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회관이 만들어져 있고, 문화회관에서는 춤, 노래, 악기 등을 비롯한 다양한 풍류와 문학과 취미 등을 익히거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이러한 문화회관에는 시민들이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전이나 후에 찾아와서 각자의 재능이나 취미를 살리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샤르별 사람들은 이러한 취미생활을 통해서 신선훈련을 받는 장으로도 활용했다. 지구의 교육제도는 인간을 만드는 내용이 중심이라면 샤르별의 교육문화는 신선을 만드는 훈련이 중점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샤르별 사람들이 사원의 문화회관에 찾아와서 각자의 재능과 취미를 살리며 열심히 문화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문화활동의 모든 중심적 사상에는 <풍류 신선>이라고 하는 주제가 핵심이었다.
아무튼 샤르별 사람들은 신선답게 살기 위해 문화활동을 하고 온갖 재능과 취미를 익혀 가고 있었다.
신선다운 말투와 행동과 마음가짐이 모두 <신선풍류>의 문화활동을 통해 숙련되고 다듬어진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샤르비네와 저처와 내가 인근 사원의 문화회관에 도착했을 때 몰려든 시민들로 북적거렸고, 시민들은 각자의 취미대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짓거나 이런저런 풍류에 심취해 있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취미나 풍류를 즐기면서도 시민들의 표정엔 흐트러진 모습이 없었고 속되거나 저속한 행동 가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멋과 아름다움, 고상한 품격 속에서 이뤄지는 신선다움의 문화활동은 샤르별 사람들의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샤르비네나 저처는 본래부터 춤꾼으로 알려져 있던 터라 대부분의 문화활동에는 춤꾼으로 참여했다. 나는 춤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샤르비네나 저처를 따라서 춤판의 문화활동에 끼어드는 일들이 잦았다. 그 때문에 춤을 좋아하는 춤꾼의 신선이나 선녀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문화활동으로 신선다움의 수련을 마친 샤르별 시민들은 각자 학교나 직장으로 출근해서 다섯 시간의 정해진 시간을 충실하게 시작한다. 샤르별 사람들은 누구나 3세에서 26세까지 신선학교 의무교육을 마치고 각자의 소양과 자질에 따라 전문학교에 진학한 후 56세까지 전문도통공부를 시작한다.
전문학교를 졸업하고도 학문성취가 부족할 경우 기간과 상관없이 연장교육도 가능하다. 전문학교를 수료한 후 각자의 전공대로 직장을 선택하여 250세가 될 때까지 사회에 봉사하며 의무봉사 시간은 매일 다섯 시간이었다. 직장에서 봉사한다고 하여 보수를 받거나 무언가의 대가가 지불되는 제도는 없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도 역시 매일 다섯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하여 지구처럼 자격증이 주어지거나 졸업장을 받는 제도도 없었다.
학교의 공부시간과 직장의 의무봉사 시간이 다섯 시간씩 정해져 있긴 했지만 학업이나 직장의 중요도에 따라서 시간과 상관없이 평생동안 연구와 학문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셋은 문화활동을 마치고 각자 정해진 장소로 이동했다. 저처는 츠나음이 연구소로 돌아가고, 샤르비네는 학교로, 나는 빛방으로 향했다.
빛방은 항상 특별한 기운이 증폭되는 4차원 공간으로써 우주 다차원의 세상을 방문하거나 여행할 수 있도록 포털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었다.
4차원 공간의 빛방에 입장하면 벽면의 사방에는 거울처럼 보이는 다차원세상의 모습들이 파노라마 현상으로 나타나고 다차원세상의 문을 향해 걸어가면 방문하고 싶은 세상이 나타났다.
다차원세상의 문은 빛방 중앙에 설치된 투명판이었으며, 투명판 앞으로 다가가 손바닥을 대면 방문하고 싶은 세상의 문이 열렸다.
빛방에는 과거를 찾아가는 문, 미래를 찾아가는 문을 비롯해서 특정한 우주 다차원계나 영계 등을 찾아가는 문이 다양했다. 신명계나 영계를 비롯해서 우주 다차원계는 모두 빛의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빛의 파장에 따라 찾아갈 수 있는 세상도 달랐다.
빛의 파장을 증폭시키거나 조절하는 기능이 빛방에 설치되어 있었고, 빛의 파장을 조절해서 가상공간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과거, 현재, 미래를 비롯한 우주 다차원계의 모습들이었다.
나는 이번에 다시 작심하고 방문하는 빛방의 가상공간이 있었다. 영혼계였다. 영혼계는 주로 두 형태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안식을 누리는 영혼과 그렇지 못한 영혼들이었다. 안식을 누리는 영혼들은 세상에서 자기수양을 통해 세상의 욕망으로부터 해탈한 상등영혼들이었고, 안식을 누리지 못한 영혼들은 아직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방황하는 원혼들이었다. 중간계층의 영혼들도 있었는데 무감각적으로 안착하는 곳이 없이 혼돈 속에 머물러 있는 하급영혼들이었다. 하급영혼들은 사람과 짐승의 중간쯤 정신세계를 보유한 미숙혼령들의 이름이었다.
인간세상의 안위와 직결되는 영혼들은 영계에서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원한을 품고 살아가는 원혼들이었다. 원혼들의 발동으로 영계와 인간계가 다 함께 혼란이 가중되고 태평성대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원혼들의 한풀이를 하늘과 땅이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서 장차지상에서 태평성대를 펼치기 위한 후천세상의 기초를 다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상공간의 영계를 방문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원혼들의 한풀이 발동이 하늘과 땅의 태평성대를 가로막는 단초였구나!>
이런 깨달음을 얻은 후 나는 원혼들의 해원과 신선봉안이란 주제를 가지고 앞으로 어떤 선업을 펼쳐야 할지 고심할 때가 많았다.
그러한 고심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다시 빛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영혼계의 원혼들이 머무는 어두운 공간으로 향했던 것이다.
원혼들의 공간에는 음침하고 살벌하며 어두운 기운이 감돌고 처처에서 원성과 욕설과 하소연이 어지럽게 들려와서 저절로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이미 경험했던 세상이지만 음산하고 살기가 가득한 공간은 저절로 마음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원혼들의 하소연을 듣노라면 저절로 몸에서 힘이 빠지고 마음은 우울해지며 세상을 자포자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마터면 괜히 찾아왔구나! 하는 자괴감에 빠져 뒤돌아서고 싶은 공간이 원혼들이 살아가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가상공간의 영혼계는 다양한 부류의 원혼들이 유유상종으로 어울리며 섞여 있었다. 원혼들의 이름은 복살령 병사(病死), 아, 사령, 전사령(戰死), 객사(客死靈)을 비롯해서 타살령, 급사령 등등 원혼들의 부류도 각양각색이었다.
나는 이미 가상공간에서 영혼계 수호신의 주선으로 원혼들을 만나 신선봉안과 해원을 주제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지구로 돌아가면 원혼들의 신선봉안식을 마련할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머릿속으로 궁리하던 중에 다시 원혼계를 찾았다. 다시 확인하고 좀 더 궁리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복살령이란 어머니 뱃속에 잉태되었다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어미의 뜻에 따라 참담하게 죽임을 당한 참담원혼의 이름이었다. 병사령이란 억울한 병에 걸려 세상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한창나이에 생명을 잃게 된 한탄원혼들의 이름이었다. 아사령은 흉년이나 가난 때문에 배고파서 굶어죽은 처절원혼들의 이름이었다. 전사령은 전쟁통에 의지와 상관없는 싸움에 가담하거나 적군에 붙들려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한 참혹원혼들의 이름이었다. 객사령은 집을 나갔다가 여러 재난이나 사고로 인해 억울하게 객사 당한 객사원혼들의 이름이었다. 타살령은 남에게 얻어맞고 졸지에 비명횡사한 억울한 원혼의 이름이었다. 그 외 이런저런 사건을 만나서 목숨을 잃은 비통원혼들의 이름도 섞여 있었다.
가상공간의 영혼계를 방문하고 원혼들의 참상을 처절하게 느끼며 가슴 아파하고 있을 때 가슴을 치며 한탄하는 신명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원혼지란
위기로다! 원혼지란寃魂亂)위기로다!"
나는 그 신명의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서 물었다.
“신명의 이름은 누구신데 원혼지란의 위기를 한탄하십니까?"
"지구 수호신이다. 지구의 땅과 지구의 하늘과 지구의 산과 물과 그 속에 터를 잡은 목숨들을 관리하는 수호신이다. 이제는 원혼지란의 먹구름이 지구의 온 세상을 뒤덮으니 수호신의 역할로도 위기를 막을 방법이 없구나!"
수호신은 독백을 쏟아 놓듯이 대답을 이어나갔다.
"지구를 지키는 신명이시라구요?"
“그렇다. 나는 수만년 동안 지구의 안녕을 지키고 관리해 왔으나 이제 그 위기의 극한점에 달하여 이 절망적인 사태를 수수방관할 도리밖에 없으니 한탄이 절로로구나."
“그렇게 원혼지란의 재앙이 지구의 운명을 위태롭게 할 만큼 상태가 심각합니까?"
"눈으로 보이지 않느냐? 지구를 뒤덮은 재앙의 먹구름을 보라! 저 재앙의 먹구름이 바로 지구의 온갖 재앙을 일으키는 암흑의 세력이다. 저 암흑의 먹구름으로 인하여 인간세상의 태평성대가 무너지고 처처에서 재난이 그치지 않으며 사람들의 마음이 짐승의 성정들로 사악함의 극치에 이르느니라.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위기는 수호신의 힘으로 막을 수 있으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납게 하는 원혼지란의 먹구름을 지구 하늘에서 벗겨 줄 힘은 막연하구나!"
"원혼지란의 먹구름이 그렇게 지구의 운명을 삼키고 남을 무서운 재앙의 뿌리입니까?"
“불 맞은 짐승처럼 날뛰는 원혼들의 광란을 보라. 저 험악한 얼굴마다 살기로 번득이는 원혼들의 광기를 바라보라. 원혼들의 광기 앞에 사람들의 성정(性情)은 수심지정(獸心之情)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세상이 소란스럽고 혼란의 극치로다. 원혼들의 광기를 잠재우지 못하면 지구의 위태한 운명은 회복이 불가하니 이를 두고 하늘과 땅의 신명들이 안절부절못하도다."
"원혼들의 광기를 잠재울 묘수를 아직 찾지 못해 하늘과 땅의 신명들이 안절부절못하십니까?"
“묘수는 한 가지나 신명의 힘으로는 불가하고 사람의 힘이라야 가하니라. 사람들이 그 묘수를 부릴 줄 모르니 신명들의 마음이 착잡함의 극치로다."
“신명의 힘으로 불가한 일을 사람의 힘이라야 가타함은 무슨 연고의 말씀입니까?"
"원혼들의 원한은 사람에게 비롯되었으니 사람들이 풀어야 원혼들의 한이 풀리리라."
"원혼들의 한을 달래 줄 묘수를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신선봉안하여 선경왕생을 서원하면 원혼들의 한을 풀 묘수가 열리리라."
"그 일을 제가 맡고자 하여 어두운 세상을 방문했습니다. 다시 원혼들을 만나 이런저런 일들을 상의하고자 합니다. 지난번에는 영혼계 수호신의 도움으로 원혼들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지구 수호신께서 도움을 주시면 원혼들을 만나 다시 좋은 의견들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원혼들은 사납고 살기가 충천해서 신명들이라도 다루기 어려운 혼령들이다. 그래도 만나 볼 의향이 있느냐?"
"저는 이미 사나운 원혼들을 만나 대면을 하고 신선봉안에 대한 계획을 들려준 사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염려 마시고 원혼들과 다시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백마선의 이름답게 용기와 담력이 가상하구나. 그럼 먼저 복살령을 만나 보아라. 원혼 중에 원혼이 복살령이니 곧 어미의 뱃속에 잉태하고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한 맺힌 참담원혼이라.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원혼의 이름이 복살령이요 복수심에 불타는 복살령의 광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세상천지의 재난을 자초하니라. 복살령과 대면하여 해원묘수를 찾으면 후천세상의 태평성대가 눈앞에 다가오리라. 복살령의 성정이 드세서 하늘의 대신명도 무례를 꾸짖지 못하니 굳센 결심이 아니면 그들과 대면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마음을 굳게 세웠으니 사나운 복살령과 대면할 기회를 주십시오. 복살령은 구면이라 모든 각오는 충분합니다.”
"네 뜻이 그러하면 말리지 않겠다."
수호신이 사라지고 잠시 후 사나운 모습의 복살령들이 눈 앞에 나타났다. 영혼의 형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온몸은 피범벅으로 처절하며 눈빛은 살기로만 가득해서 광기가 번득이는 끔찍한 형체의 참담원혼들이 내가 대면해야 할 복살령의 모습이었다. 낯익은 복살령의 모습이긴 하지만 바라만 보아도 살기충천하고 한편으로는 측은지심도 발동하는 건 인지상정이었을 것이다.
참담원혼의 복살령들은 내 앞에 나타나자마자 성난 목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맨 처음 복살령들을 만났을 때 들었던 억울한 하소연들이었지만 다시 듣게 되니 또 참담한 생각들이 밀려왔다.
"어미가 날 죽였어. 어미가 날 죽였어. 뱃속에 든 제 새끼를 무참하게 목숨줄을 끊어버렸어."
"복수할 거야. 복수할 거야. 세상을 엎어버릴 거야. 온 세상을 재앙으로 뒤덮고 세상이 파탄 날 때까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 거야."
“저주! 저주! 인간들을 저주해. 제 새끼를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게 생명을 난도질한 사람들이 미워!"
광기와 살기로 번득이는 참담 복살령들은 이렇게 험악한 분위기의 말들을 퍼부우며 인간들을 저주하고 분한 성정들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사나운 표정의 눈을 부라리면서 참담 복살령들이 나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사람 당신이 뭔데 우릴 보자 해! 사람은 우리의 적이요 철천지원수란 걸 몰라서 복살원혼들을 보자 한 거야? 우린 모두 어미 뱃속에 잉태되었으나 그 어미에게 죽임을 당해 세상의 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참담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도는 신세란 걸 당신 사람이 알아?"
“다 알고 왔으니 노여움과 분한 마음을 풀고 내 말을 들어주시오. 나는 복살령들의 불편한 심기를 건들려는 의도는 처음부터 없으니 차분한 마음으로 나를 상대해 주시오.”
복살령과 나는 첫 대면부터 이렇게 쉽지 않은 대화를 시작했다.
"수호신의 부탁으로 당신을 찾아 왔으니 할 말이 있으면 해봐. 그 대신 우리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말아."
"죽음을 불사하고 복살령을 만나는 것이니 어떤 험악한 말도 내겐 두렵지 않소. 다만 의논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요.”
"무슨 말인지 얼른 해봐!"
"복살령들의 해원을 다시 의논하고자 하오. 사람들이 무엇으로 복살령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겠소? 묘수를 말해 보시오. 나는 이미 당신들을 해원시킬 묘수를 짜놓고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소. 내 말을 믿어 보시오."
대화가 이쯤 진행되자 복살령의 성난 말투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정말 당신이 우리 복살령들 소원을 들어줄 거야?"
"당신들과 약속을 꼭 지켜 주겠소. 어서 소원을 말해 보시오."
"우리 복살령들의 최고 소원은 신선의 모습을 찾는 거야. 우린 모두 신선이 되고 싶어. 이 흉측한 모습을 벗고 신선의 모습을 찾아서 선경세상에서 풍류를 즐기며 살고 싶어.”
"복살령들이 살고 싶은 선경세상의 이름을 말해 보시오."
"도화선(仙)의 이름으로 도화선경에서 살고 싶어. 우린 본래 신선이 되려고 세상을 찾아왔어. 그런데 신선이 되기는커녕 세상의 빛도보지 못한 채 어미한테 사람의 형체도 못 갖춘 채 죽임을 당했어. 그 숫자는 1,000억에 이르러,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고 불쌍한 원혼들이 우리 복살령들이야. 그래서 다시 신선으로 태어나 선경세상에서 살 수만 있다면 우리 복살령들의 원한은 다 풀릴 수 있어."
“1,000억 복살령들의 원한을 내가 풀어 주겠소!"
"당신 사람에게서 큰 기운이 느껴져. 그래서 당신 사람의 약속이라면 우리가 믿을 수 있어. 정말 당신은 우리 복살령들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고 신선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도와줄 거야?"
"내 이름은 백마선이라 하오. 세상의 이름은 아니지만 하늘에서 본래 불렀던 이름이오. 신성한 하늘의 이름을 걸고 복살령들의 해원을 약속하오?"
"백마선? 들어 본 이름인데?"
“이미 나는 영혼들의 세상을 방문하여 당신들과 친분이 맺어져 있소. 당신들의 숫자가 1,000억에 이르니 내 이름을 기억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할 것이오. 아무튼 백마선의 이름을 기억하든 말든 중요한 일이 아니오. 분명한 건 난 이미 당신들의 원혼을 해원시킬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 있소. 나는 머지않아 지구로 돌아오면 가상공간의 영혼계를 방문할 기회가 없소. 그래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 복살령들의 깊은 속내를 확인하려 하는 것이오."
“그 방법을 알려줘. 그 기쁜 소식을 우리 모든 복살령들에게 전달할게."
“원혼으로 떠도는 복살령들을 모두 신선제에 초대하여 신선봉안을 올리고 이제부터 복살령의 이름대신 도화선의 이름을 붙이며 도화선경 왕생을 서원하겠소. 1,000억의 복살령이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도화선경 왕생을 이룰 때까지 서원을 멈추지 않겠소.”
"백마선의 말을 듣기만 해도 이 몸이 벌써 신선이 되어 선경에 머물고 있는 기분이 들어. 그 약속을 꼭 지켜 줘. 그러면 백마선은 큰 복을 받을 거야. 우리 1,000억에 이르는 복살령이 도화선이 되어 신선의 모습으로 살아갈 때 세상의 재앙은 다 물러나고 태평성대를 찾을 거야. 백마선, 그 날이 앞당겨지도록 노력을 부탁해."
"백마선은 하늘의 이름을 걸고 약속을 지키겠소. 신선제가 열릴 때 복살령을 가장 먼저 초대하여 신선봉안을 올릴 테니 잊지 말고 참석하여 도화 신선으로 다시 태어나시오."
복살령과의 대화가 잘 이뤄진 후 지구 수호신이 다시 나타났다.
"복살령과 좋은 대화 나눴느냐? 복살령의 눈에서 살기가 사라지고 평온해진 모습으로 웃으며 돌아가더구나.”
"네, 수호신명님. 복살령과 좋은 대화 나누고 사람들과 화해의 묘수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화해의 묘수를 나에게도 설명해 다오."
"복살령들은 도화선경의 신선으로 왕생하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복살령들의 한을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신선제를 열고 복살령들을 신선으로 봉안하여 사람들의 입으로 도화선으로 불러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복살령들이 모두 도화선경에 왕생하여 신선으로 살아가도록 서원하겠다고 하니 처음 표정과는 다르게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잘했구나. 사람들의 입으로 영광을 돌리면 하늘도 좋아하고 하늘의 신명들도 춤을 춘다. 이제 사람들의 입으로 복살령들을 도화선으로 불러 주면 그 원혼들이 해원하여 도화선경에서 태평성대를 누리며 잘 살 것이다. 그러면 온 세상을 먹구름으로 뒤덮었던 재앙은 사라지고 분란이 그치지 않던 인류세계는 평화를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백마선.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무슨 말씀인지 저에게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복살령의 원혼을 해원시키면 다른 원혼들도 눈물
지을 것이다."
"수호신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도 잘 압니다. 다른 원혼들의 해원을 위한 묘수도 찾아야 한단 말씀이지요?"
"그렇다. 어두운 영혼계에 머물고 있는 원혼들을 모두 해원시켜야지구의 평화가 찾아오고 태평성대를 맞이할 수 있다.”
"다른 원혼들의 해원묘수를 제가 찾을 테니 대화의 기회를 또 마련해 주십시오."
"그러면 이번엔 한탄원혼들인 병사령을 만나보아라. 세상의 꿈을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멀쩡한 나이에 병들어서 세상을 한탄만 하다가 억울한 목숨을 잃은 병사령들의 한을 들어보고 그들의 한을 풀어 해원시킬 수 있는 묘수를 찾아보아라.”
"수호신의 부탁에 따를 테니 어서 병사령을 불러 주십시오."
“잠시 후 병사령이 찾아올 것이다. 병사령은 복살령처럼 사납지는 않으나 깊은 한에 젖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성정으로 대화의 문이 쉽게 열리진 않을 것이다. 온화하고 따뜻한 기운으로 차가운 성정을 풀어주고 해원묘수를 찾도록 하여라.”
이런 부탁을 마치고 수호신은 또 눈 앞에서 사라졌다.
지구 수호신이 사라진 후 초췌한 모습의 병사(病死들이 나타났다. 야위고 초췌한 한탄원혼의 병사령들은 눈길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고 냉랭한 표정으로 힘없이 내 앞에 마주 앉았다.
한탄원혼인 병사령들의 입에서는 독백처럼 이런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세상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
“다른 사람은 멀쩡한데 왜 우리만 죽어야 해.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 저승사자들이 잡아가는 거야. 세상에는 몹쓸 짓을 하고 악하게 사는 인간들도 많은데 그들은 놔두고 죄 없는 목숨들만 병들어 죽게 만드는 거야."
"억울해! 억울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눈을 감으면 억울해서 어쩌란 말야."
"하늘도 무심하고 신명들도 무심하구나! 사람 목숨 하나가 천금보다 귀하거늘 병든 목숨 지켜 줄 약도 없고 비방도 없다는 말인가? 이럴바엔 하늘은 무엇 하러 우릴 세상에 내보냈고 신명들은 사람 목숨하나 못 지키고 신명 대접 받기를 원하는가?"
병사령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한탄을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이런저런 병으로 치료법이나 약을 몰라 억울하게 세상을 마감한 병사령들의 슬픈 성정을 뼈아프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탄을 쏟아 놓는 병사령들을 향해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억울하게 병들어서 세상을 마감한 한탄원혼들의 분함을 제가 잘 압니다. 그 아픔은 병사령 당신들만의 아픔이 아니라 당신들을 먼저 보낸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이 컸단 사실도 명심하길 바랍니다. 나도 소중한 혈육을 먼저 떠나보내고 당신들이 세상에 남겨두고 온 한만큼 슬픔을 견디며 살고 있소. 그러므로 우리 함께 억울한 한을 풀어 갈 해원묘수궁구하도록 합시다."를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병사령들이 질문했다.
"당신 사람은 어떤 혈육을 먼저 보내고 슬픔을 안고 사는지 말해 보시오."
"나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어린 남동생과 함께 고아처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소. 남동생은 영민하고 똑똑하여 항상 학교 선생님과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했지요. 우리 형제는 공부를 위해 아무도 의지할 데 없는 객지로 나와 굶주림과 추위를 참아가며 학업을 이어갔소. 그러던 중 나는 어린 동생을 홀로 남겨둔 채 군대에 입대했고 그 사이 동생은 영양실조와 불치병에 걸려 약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고 말았소.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던 젊은 나이의 동생이 세상과 작별을 고할 때 얼마나 많은 한을 안고 떠났겠소. 나도 마찬가지로 동생을 잃은 슬픔을 한 시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다오. 우리 그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해결하도록 합시다."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병사령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꺼이꺼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병사령들의 울음이 그치자 내가 다시 말했다.
“우리 함께 구천에 떠도는 모든 병사령들의 한탄원혼을 해원시킬 묘수를 찾아보도록 합시다. 당신들이 해원되어 좋은 모습으로 왕생하면 하늘과 땅이 모두 기뻐하며 태평성대가 이뤄질 것이오. 그래서 지구의 수호신께서 당신들과 대면의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오."
병사령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호기심이 많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람, 당신이 우리 한탄원혼들을 위해 어떤 해원묘수를 찾아줄 거요? 그렇게 되면 우리 한탄원혼들이 어떤 좋은 모습으로 왕생하는 길이 열리는지 말해 보시오.”
"신선봉안제를 열어서 당신 병사령들을 풍류신선으로 봉안하고 풍류선경에서 왕생할 수 있도록 해원묘수를 펼치겠소.”
병사령들은 내 말을 듣자 눈이 번쩍 떠지는지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 병사령들이 풍류선경에서 왕생하리라고?"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 사람들이 원혼들을 위해 신선봉안제를 열고 병사령들을 풍류신선으로 왕생할 수 있도록 하늘과 땅에 신고하겠소. 하늘의 순리는 땅에서 믿고 땅에서 부르는 이름대로 이뤄지니, 하느님도 사람들이 하느님이라고 불러야 그 자리에 앉게 되고 천지신명도 사람들이 천지신명이라고 받들어야 그 자리에 앉게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요. 사람들이 신선봉안제를 열어서 당신 병사령들을 풍류신선으로 봉안하여 부르면 그때부터 당신 병사령들은 풍류신선의 지위를 얻고 풍류선경에서 왕생하게 됩니다. 어떻습니까?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병사령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람, 당신의 말대로 우리 병사령들을 풍류신선으로 봉안하여 풍류선경에서 왕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구천에서 방황하는 우리 모든 병사령들은 이제 더 이상 사람세상을 향해 재앙의 먹구름을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오. 세상 사람들이 겪고 있는 모든 질환들은 병사들이 사람들 곁에 머물면서 만들어 내는 재앙의 씨앗들이오. 구천을 떠돌며 사람들 곁에 한풀이를 하던 병사령들이 모두 풍류신선으로 봉안되어 왕생하면 사람들이 겪게 되는 질환들도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오. 우리 병사령들이 바라던 참으로 감탄스런 해원묘수를 사람 당신이 찾아주었소. 참으로 고맙소. 사람 당신의 말을 쌍수 들어 환영하오. 당신의 약속을 꼭 지켜서 우리 억울한 병사령들의 원한을 풀어 주오. 그러면 당신은 큰 복을 누릴 것이오.”
"병사령, 당신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소. 하늘과 땅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오. 하늘이 원하고 땅이 원하며 하늘의 대신명들과 구천을 떠도는 모든 원혼들의 바램이니 사명을 가진 자가 어찌 이 일을 게을리 하겠소."
병사령들은 일제히 환호를 하며 손뼉을 쳤다. 처음에는 창백하고 핏기라고는 없어 보이던 병사령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병사령들과 헤어질 때 나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내 이름은 하늘에서 부를 때 백마선이라 합니다. 백마선은 사명자의 이름이며 하늘과 땅의 일을 맡아 궂은 일을 처리하는 머슴의 이름입니다. 앞으로도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고 제 이름으로 당신들을 부를 때 선의로써 화답해 주시오. 백마선은 원혼들의 친구가 되고 대변자가 되어 당신들의 슬픔을 씻어 주는 해결사가 되겠소."
병사령들이 기쁜 표정으로 돌아가자 지구의 수호신이 다시 나타났다. 수호신의 표정도 밝아보였다.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 수호신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과연 백마선은 하늘에 알려진 이름만큼 해원묘수의 해결사로다. 하늘의 대신명들이 설득해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원혼들이 백마선의 설득으로 성정을 변화시키다니 영혼계 유사이래 이런 경사가 어딨겠느냐?"
수호신의 말에 대꾸를 않고 내가 묵묵히 듣고만 있으려니 다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이번에 백마선이 대면하고 해원묘수를 논할 원혼은 아사령이로다. 아사령의 이름을 영혼계에서는 처절원혼이라 부른다. 사람들의 입으로 말하기를 무슨 설움 무슨 설움 크다 해도 배고픈 설움만큼 큰 설움은 없다 했다. 그만큼 배고파 굶주려 죽은 처절원혼들이 아사령들이다. 아사령들을 불러서 대면시킬 테니 그 처절원혼들의 해원묘수를 함께 의논하도록 하여라.”
이 말을 남기고 지구 수호신이 사라지자 초췌하고 거지같은 모습을 한 아사령들이 눈 앞에 흐느적거리며 나타났다.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먹을 것을 찾아 주위를 살피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배고파. 밥 줘! 배고파. 밥 줘!"
아사령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만 되풀이 되어 흘러나왔다. 거지같은 몰골, 비쩍 마른 몰골, 초췌한 몰골 등등 생전의 처절했던 모습 그대로 아사령들이 비틀비틀 흐느적거리며 나타나 입에서는 습관적으로 밥달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사람, 당신은 배고픈 설움이 뭔 줄 알아?"
아사령들이 나에게 경멸하듯 내뱉은 말
이었다.
"우린 생전에 부잣집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았어. 부잣집 개는 고깃국에 밥을 말아 줘도 잘 먹지 않는데 우린 개 밥그릇의 밥이라도 실컷 먹고 죽는 게 소원이었어."
이런 말을 쏟아 놓는 아사령도 있었다.
"우린 입에 풀칠도 못해 배고픈 설움을 겪고 있을 때 옆집에서는 고기를 굽고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는 냄새가 진동하며 흘러와서 미칠 것 같았어. 같은 시대 같은 인간들로 태어나서 누구는 굶어 죽어야 하고 누구는 배 터지게 산해진미를 즐겨야 하는 차별을 겪을 때 하늘이 원망스러웠어. 그래서 우린 하늘의 말도 무섭지 않아.”
“배고파 눈이 뒤집히면 자식도 고기로 보여 삶아 먹고 싶어져."
"아무리 고상 떠는 인간도 사흘 굶어서 천해지지 않는 영혼은 없어.”"영혼들 중에서 가장 처절한 꼴로 구천을 떠도는 몰골들이 우리 아사령들이야."
"우리 아사령들은 억울해서 눈을 감지 못해. 그래서 구천을 떠돌며 먹을 것 잔치가 벌어지는 사람들 곁에서 침을 흘리고 부러워하며 인간들을 저주하며 살고 있지."
구구절절 흘러나오는 아사령들의 말을 듣고 있을 때 같은 시대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처지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 순간에도 누구는 먹을 것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하고, 누구는 입에 넣을 빵 한 조각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는 비통한 현실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무슨 말로도 아사령들의 원한을 풀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굶어 죽은 설움의 넋두리를 쏟아 놓는 아사령들을 향해 이렇게 말을 꺼냈다.
"아사령들의 원한을 천 번 만 번 이해하며 같은 시대 인간으로 살아가는 처지가 죄스럽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당신은 몰라. 굶어 죽은 처절원혼들이 구천을 떠돌며 허기진 영혼으로 살아가는 처지가 뭔지 몰라."
“나도 한 때는 먹고 사는 날보다 굶고 사는 날들이 많았던 시간들이 있었소. 우리 형제가 낯선 도시에서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세 들어 살던 주인집에서는 언제나 밥이 남아돌아가 상해서 쓰레기통에 버릴 때가 많았소. 그 집의 개는 고깃국에 밥을 말아줘도 먹는 둥 마는 둥 했소. 그래서 어렵게 살고 있는 처지를 개 팔자보다 못하다고 넋두리하는 것이오. 아마도 아사령 당신들도 그러한 심정을 겪을 때가 많았을 것이오. 굶기를 밥 먹듯 했던 우리 형제는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밥이라도 주워 먹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소. 왠지 아시오? 아무리 고아처럼 살아가는 어려운 처지였지만 소중한 자아를 개보다 못하게 방치하고 싶지는 않았소. 처절원혼으로 살아가는 아사령 당신들도 아무리 영혼이라고는 하지만 소중한 자아는 존재할 것이오. 그 소중한 영혼의 자아를 언제까지 구천에 떠돌며 천한 꼴로 살아가게 방치할 것이오? 제발 부탁이니 이제 영혼들은 영혼의 좋은 세상으로 돌아가 편안한 안식을 누리도록 하시오. 그 해원묘수는 내가 하늘의 이름 백마선의 명예를 걸고 찾아 주겠소."
이어서 나는 어린 동생과 함께 고아처럼 지내며 서러웠던 일들과 거의 매일 굶다시피 생계를 유지하며 객지에서 학업에 이어갔던 처절했던 순간들을 더욱 생생한 증언을 담아 들려주었다. 내 말을 듣고 아사령들이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던지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초췌하고 굳은 표정으로 마음을 닫고 있던 영혼들은 나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무언가의 감상에 젖어가는 듯 했고, 심지어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구천에 떠돌며 인간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혼들이라고는 하지만 본래의 성정은 착하고 여리다는 증거였다.
아사령들의 심경변화를 눈치챈 나는 더욱 여린 감정에 호소하며 앞으로 영혼들과 펼칠 계획을 설득해 나갔다.
“나는 아사령들의 원한이 남의 일 같지 않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해원묘수를 찾고자 합니다. 지구 수호신도 당신들의 원한을 아파하며 해원묘수를 부탁하였소. 그러니 지금부터 서러운 성정을 풀고 앞으로는 아사령들이 구천에서 떠돌며 처절한 모습으로 방황하는 신세를 면하고 송학선경의 좋은 세상에 왕생하도록 합시다. 당신들을 송학선경에서 송학선(仙)의 이름으로 왕생할 수 있도록 해원시켜 드리겠습"니다.”
내가 설득하는 말을 끝까지 듣고 난 아사령들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하늘의 이름 백마선! 당신의 말이 사실이오? 정말 우리들 처절 원혼이 송학선경에 왕생하여 송학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묘수가 있소?"
"다시 한 번 하늘의 이름 백마선의 명예를 걸고 처절원혼 여러분께 약속합니다. 당신들은 앞으로 구천에 떠돌며 천한 영혼으로 살아가지 않고 향기롭고 늘 푸른 솔밭에서 학을 타고 구름을 타고 신선놀음을 즐기는 송학선경에 왕생하여 송학선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백마선, 그 방법이 무언지 얼른 설명해 주시오."
"하늘의 이름을 걸고 신선봉안제를 열어서 원혼들을 초대하겠소. 신선봉안제에 초대받은 원혼들은 누구나 신선의 이름으로 봉안되고 그때부터 눈물과 탄식과 한숨이 사라진 선경세상에서 신선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오. 어떻소? 이 백마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백마선의 제안은 우리 원혼들에게 복음이야! 백마선의 이름을 듣긴 들었어. 억울한 원혼들을 해원시켜 준다나 어쩐다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영혼들의 수군거림을 듣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렸는데, 지금 백마선의 입으로 나오는 말들을 들으니 원혼들의 억울함을 풀어 줄 해원묘수가 틀림없어. 우리 모든 아사령들은 백마선의 제안을 쌍수로 환영하며 받아들이겠소. 백마선은 우리 억울한 아사령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꼭 송학선경 왕생의 기쁨을 누리게 해 주시오. 그러면 우리 굶어 죽은 처절원혼들은 이제 다시는 구천을 떠돌고 방황하며 인간세상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을 것이오."
나는 아사령 원혼들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며 다시 다짐했다.
"하늘의 이름 백마선의 명예를 걸고 다시 한 번 아사령 당신들과 약속합니다. 제가 세상에서 주어진 생애를 다 마칠 때까지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을 위해 해마다 성대한 신선제를 열어서 천지원혼들을 신선으로 봉안해 드리고 극락선경에서 왕생하여 평안한 내세를 누릴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나의 다짐을 들으며 아사령들이 화답하여 말했다.
"땅에서 신선봉안제가 열리면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을 망라하여 하늘의 신명들과 조상의 신명들이 함께 기쁨을 참지 못해 열광할 것이오. 우리 원혼들은 날마다 하늘을 향해 신원(伸寃)을 호소했으나 기쁜답을 얻지 못했소. 이제 땅에서 신선봉안제가 열리는 날이 우리 억울한 원혼들의 신원이 해결되는 날이라 천 년이 하루처럼 기다릴 것이오. 하늘과 땅에 억울한 신원을 호소했으나 풀리지 않더니 이제 백마선의 입으로 그 답을 듣게 되어 우리 굶어 죽은 처절원혼들의 마음이 너무 가벼워지오."
나는 다시 아사령들을 향해 약속하고 다짐했다.
“그러면 앞으로 해마다 신선봉안제가 열리고 원혼들을 초대할 터이니 그때는 아사령 여러분도 만사를 제치고 신선잔치에 참여해 주십시오. 원혼들이 모두 신선잔치에 참여하여 신선봉안을 받고 저승에서 신선의 신분으로 거듭나면 인간세상을 뒤덮은 원혼의 먹구름이 사라지고 하늘과 땅에 태평성대 선경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내 말을 다 듣고 아사령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측은하게 처져 있던 표정들이 밝아지며 입을 닫고 있던 원혼들조차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나는 아사령들의 질문에 답해 주면서 앞으로 송학선이 되어 송학선경의 태평성대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가슴 부푼 복음을 길게 들려주었다. 아사령들의 마음을 풀어 주니 기분이 좋았다.
아사령들과 대면이 끝나자 이번에는 지구 수호신이 재난객사령(災難客死靈)들을 불러서 나와 대면시켰다. 재난객사령들은 집을 나섰다가 뜻하지 않는 재난과 사고를 당하여 억울하게 객사한 원혼들이었다.
객사원혼(客死寃魂)들은 내 앞에 나타나 온갖 억울한 사연들을 독백처럼 털어놓았다.
"난 배를 타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태풍을 만나 침몰되어 목숨을 잃고 말았어. 여행을 떠나지 않았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세상에 남겨둔 가족들을 생각하면 난 아직 눈도 감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방황하는 원혼이 되었어. 여행만 떠나지 않았어도 물에 빠져 죽을 일은 없었는데……. 아이고 억울해! 억울해!"
"난 높은 산에 올랐다가 발을 잘 못 헛디디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어. 산에만 오르지 않았어도 죽을 일은 없었는데....
아이고 억울해! 억울해!"
"난 차를 타고가다 엉겁결에 사고를 당해서 목숨을 잃었어. 그래서 내 몸이 진짜 죽었는지 살았는지 구분을 못하겠어. 가족들은 죽은 시체를 부여 않고 슬피 울며 난리인데 나는 엉겁결에 당한 일이라 아무 정신이 없어. 지금도 내 원혼은 가족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구천에 머물며 한탄만 하는 신세라네. 그때 차만 타지 않았어도 지금도 멀쩡했을 걸... 아이고 억울해! 억울해!"
"난 지진으로 땅이 꺼져 내려 죽었다네.”
"난 건물이 무너져서 압사를 당했다네."
"난 홍수 때문에 수몰되어 죽었다네.”
"난 산사태로 죽었다네."
"난 비행기를 타고 가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져 죽었어. 고장난 비행기가 내 목숨을 앗아간 원수야. 아이고 분해! 아이고 분해!"
이처럼 객사원혼들의 억울한 하소연을 듣고 있노라니 끝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객사원혼들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줄 수 없어 중간에서 멈추게 했다.
"저승에 머물고 있는 어떤 혼령을 붙들고 물어도 억울한 사연은 다 있을 것이오. 그러한 원한 때문에 여러분은 저승에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어두운 기운의 먹구름으로 세상을 덮고 있소. 원혼들의 어두운 기운이 세상을 덮고 있으니 이승의 태평성대가 찾아올 리 만무하오. 원혼들의 어두운 기운으로 이승에서는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재난의 세상으로 변하고 말았소. 이승이 편해야 저승도 편하고 저승이 편해야 이승도 편한 법이오. 그래서 이제 때가 되어 저승에서 편히 눈을 감지 못하는 모든 원혼들의 한을 풀어 이승과 저승의 태평성대를 도모하고자 하니 내 말을 잘 들어보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중에도 어떤 객사원혼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소란을 피우고, 어떤 객사원혼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며 경청하기도 했다.
이어서 나는 계속 객사원혼들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려고 설득하는 말을 이어갔다.
"저승의 혼령들이 다리 펴고 사는 곳이 이승이오. 하늘의 신명들도 땅이 있어야 설 자리가 생기고, 조상의 혼령들도 후손이 머무는 땅이 있어야 세세 영생을 누릴 것이오. 그러므로 이제 저승의 원혼들은 억울한 화풀이로 인간세상을 더 이상 혼란케 하지 말고 해원묘수를 찾아 저승과 이승이 함께 태평성대를 누릴 길을 찾읍시다.”
나의 설득을 다 듣고 난 객사원혼들은 그제야 분한 성정이 풀리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변한 객사원혼들은 이런저런 질문을 나에게 쏟아놓았다.
“이승의 몸으로 저승을 찾아온 당신 사람의 이름이 누구라고 밝혀보시오."
"난 이승의 이름은 따로 있고 하늘의 이름은 백마선이라 합니다.""당신이 백마선이라고?"
“그렇습니다. 제 이름이 백마선입니다.”
“그 이름은 저승 혼령들이 알고 있어. 아무튼 믿음이 가는 이름이어서 좋아. 이승의 몸으로 저승을 찾아와서 원혼들을 설득하는 용기도 대단하고, 성난 표정으로 대드는 원혼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는 담심도 대단해 보여. 그런 담심이라면 심지도 굳을 것이라 믿소. 그럼 백마선이 말하는 해원묘수가 뭔지 어서 말해 보시오."
나는 객사원혼들에게 신선봉안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앞으로 객사원혼들이 신선으로 봉안되면 연화선경(仙境)에 왕생하여 연화선蓮花)으로 살아가게 되리란 해원묘수(解寃妙手)를 들려주었다.
객사원혼의 해원묘수 풀이를 듣고 나더니 또 이런 질문이 쏟아졌다.
"연화선경이라면 끝없는 연꽃의 호수 위에 운무가 펼쳐지고 용이 날며 신선들이 용을 타고 구름 속에서 신선놀음을 즐기며 노니는 세상이 아니오?"
“그렇소. 연꽃밭이 넓고 맑은 호수 위에 끝없이 펼쳐진 연화선경에는 호수 위의 아름다운 배와 구름과 물 위에 뜬 정자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상이랍니다. 용을 타고 구름 속에서 노닐던 신선과 선녀들은 맑은 호수에서 벗은 몸을 담그고 신선 사랑 놀음에 심취하기도 하고 뱃놀이를 즐기며 신선들이 선녀들을 희롱하며 운우의 정을 나눌 때 잠깐의 시간이 천 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답니다."
“연화선경의 비경은 우리 원혼들이 동경하는 세상이야. 과연 백마선의 주장대로 우리 객사원혼들이 신선으로 봉안되면 연화선경에 왕생하여 연화선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까?"
"연화선경은 하늘이 객사원혼들의 신선왕생을 위해 준비해 둔 도통진경의 세상이오. 내 말을 들으면 객사원혼들은 모두 연화선으로 봉안되어 도통진경의 쾌락을 누릴 것이오. 어떻소? 이 백마선의 말을 믿고 객사원혼 여러분이 모두 해원묘수에 참여하겠소?"
내 말을 들은 재난객사령들은 일제히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백마선의 말을 믿겠소."
"우리 객사원혼들이 연화선경 신선으로 왕생하면 편히 눈을 감을 것이오.”
“신선봉안 해원묘수라면 우리 객사원혼들의 억울함은 다 신원될 것이오."
"우리 객사원혼들은 신선봉안제의 그날만을 기다리고 기다려 줄 것이오.”
재난객사령들과의 해원묘수(解寃妙手)를 위한 대면이 끝나고 이번에는 전사령의 무리들이 눈 앞에 나타났다.
“아이고 분해! 아이고 억울해!"
전사령들은 눈 앞에 나타나자마자 이렇게 하소연하며 분함을 참지 못했다.
전사령들의 억울한 하소연을 들어보니 기막힌 사연이 많았다. 전사령들은 전쟁통에 싸움을 하는 군인들에 강제로 끌려 나와서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창고에 갇히고 불을 질러 몰살당하거나, 땅에 구덩이를 판 후 생매장을 당하거나, 집단으로 총살을 당하거나 독가스를 마시고 죽임을 당하는 등,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천인공노할 이야기들을 줄줄이 쏟아놓기 시작했다.
억울하고 분한 사연을 줄줄이 쏟아 놓는 전사령들의 몰골은 보기만 해도 처참했다. 온 몸이 불에 그을리거나 총 맞은 모습으로 피를 흘리고 있거나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졌거나 팔다리가 잘려진 모습 등등 눈뜨고 볼 수 없는 몰골이 전사령들의 참혹한 모습이었다.
전사령들 중에는 어린이와 노약자와 젊은 여인들이 많이 섞여 있었다. 힘센 젊은이들은 모두 군인으로 끌려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야 힘없고 나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나 여성들이 희생의 재물이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적군의 군인들에 의해 아무 저항조차 못하고 끌려나와 살해되었을 원혼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억울한 전사령들이 아직도 눈을 감지 못하고 원혼이 되어 구천을 떠돌며 분함을 호소하는 사연은 하늘과 땅이라 해도 그 입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아주 긴 시간을 전사령들이 호소하는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사령들의 억울한 사연을 다 들어준 후 비로소 내가 입을 열었다.
“전쟁이라고 하면 아군과 적군의 군인들이 총칼로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살벌한 광경만 생각했는데, 아무 죄도 없이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해 보고 강제로 죽임을 당한 양민들의 억울함을 제대로 생각조차 못했던 제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이제 제가 앞장서서 전사령참혹원혼의 한을 씻어주고 싶습니다. 부디 제 뜻을 따라 참혹원혼의 한을 씻어 편히 눈을 감고 해원을 이룬 후 좋은 세상에서 왕생하기를 기원하고 기원하겠습니다. 하늘의 이름 백마선의 이름을 걸고 당신들의 원혼을 해원시켜 드리겠습니다."
내 말을 듣고 난 전사령들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반문했다.
"당신의 이름이 아무리 백마선이라 해도 무슨 대단한 힘으로 우리 참혹원혼들의 원한을 씻어 주겠다는 거야. 하늘도 땅도 아직 우리 원혼들의 신원伸寃을 들어주지 못했어."
나는 전사령들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기죽지 않고 차분한 말투로 설득했다.
"저승에서 살고 있는 원혼들의 한을 신원하는 건 하늘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땅이 풀어야 합니다. 원혼들의 한은 하늘이 만들지 않고 땅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승에서 살고 있는 원혼들이 아무리 하늘에 신원을 호소해도 풀지 못하는 건 신원의 빌미가 하늘에 있지 않고 땅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빌미는 하늘이 풀어야 하고 땅의 빌미는 땅이 풀어야 하니 이제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의 한은 땅에서 풀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 해원묘수의 비결이 제 손에 들려 있습니다.”"원혼들의 해원묘수
가 당신 백마선의 손에 들려 있다구?"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럼, 한 번 들어보자구.”
"원혼들의 해원묘수가 다름 아니라, 신선봉안제를 열어서 구천의 원혼들을 신선으로 봉안하여 해원시켜 드리고 극락선경에서 왕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합니다. 참혹원혼으로 살아가는 전사령들의 원한이 아무리 하늘에 사무친다 해도 언제까지 인간세상을 뒤덮은 먹구름으로만 살아가시렵니까?"
내 말을 끝까지 듣고 한 참을 생각하던 전사령들이 순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신선봉안제에 우리 전사령들을 모두 초대할거요?"
"구천을 맴도는 천지원혼들을 신선봉안제에 초대하려 합니다. 전사령들은 그날에 한 혼령이라도 빠지지 말고 신선봉안을 받아서 태평선경의 신선으로 왕생하도록 하십시오."
"그런 제안이라면 우리 전사령들이 거부할 이유가 없소.”
"그러면 우리 함께 저승과 이승이 힘을 모아 해원상생의 신천지를 열어가도록 합시다.”
이처럼 빛방의 가상공간에서 지구 수호신의 도움으로 영혼계의 원혼들과 대면을 나누며 해원묘수를 논할 때, 실제로 내 몸은 가상공간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보다 영혼들이 살아가는 저승을 찾아가 저승의 원혼들과 이런저런 하소연을 들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가상공간에서 만난 지구 수호신도 사이버존재라는 느낌보다는 실존하는 신명이라 느껴지고, 가상공간의 원혼들도 실존하는 저승세계의 영혼들 모습이란 느낌이 강했다.
아무튼 나는 가상공간의 영혼계를 방문하여 원혼들과 해원묘수를 논하기 위해 대면을 나누고 나서 다시 지구 수호신과 대화를 나누었다. 먼저 지구 수호신이 나에게 질문했다.
"원혼들과 만나서 해원묘수의 대화를 나눠보니 어떤 생각이 드느냐?"
"저승에서 머물고 있는 영혼들은 편히 눈감고 세상을 뜬 영혼들의 숫자보다 억울함과 분한 마음을 안고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저승을 찾아와서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의 숫자가 더 많을 것이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다른 생각은 들지 않더냐?"
"사는 일보다 죽는 일이 더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사는 일보다 죽는 일이 어렵다니?"
"죽으면 저승에서 세상의 일을 모두 잊고 영혼들이 안식을 누리며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저승의 영혼들이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안식을 누리지 못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뭐라고 느껴지더냐?"
"세상에 대한 원한이었습니다. 저승을 찾아온 영혼들이 평온한 모습으로 안식을 누리는 모습은 어디서도 쉽게 발견되지 못했습니다. 이승의 사람들은 저승으로 보낸 영혼들이 모두 편안하게 눈을 감고 안식을 누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저승의 원혼들은 아직까지 편안하게 눈을 감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한을 풀지 못해 슬피 울며 탄식하고 있으니 참으로 처절하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백마선은 저승세계의 진실을 보았다. 그렇다. 이승의 사람들이 사는 것이 힘들다고 아우성이지만 한을 품고 살아야 하는 저승의 삶보다는 힘들지 않다. 네 말처럼 저승의 삶이 이승의 삶보다 벅차다. 살아서는 육신의 짐이 있지만 죽어서는 원한의 짐이 있다. 육신의 짐보다 원한의 짐이 고통스럽다. 이제 원혼들의 짐을 덜어줄 때가 되었다. 이는 하늘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원혼들의 짐을 더는 일이 곧 해원이며 해원묘수가 신선봉안제일 것이다. 원혼들이 해원되고 신선으로 봉안되면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의 한풀이는 그칠 것이다. 원혼들의 한풀이가 멈춰야 하늘과 땅에서 세세영원토록 태평성대가 이뤄지고, 그리하여 모든 원혼들이 극락정토 왕생을 이루어 편히 눈을 감고 안식을 누릴 것이다."
“인간세상에서 날마다 시끄러운 일들이 그치지 않고 세상이 혼란스러운 것은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이 한풀이를 하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고 나서 마음이 매우 아팠습니다. 세상에 대한 억울함이 얼마나 컸으면 저승에서 편안한 안식을 누려야 할 영혼들이 구천을 방황하며 인간 세상을 어두운 먹구름으로 뒤덮고 있을까요? 그것은 이승의 사람들과 저승의 영혼들에게 모두 불행한 일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하늘과 땅이 원혼들의 한을 풀어 주지 않고 원혼들의 억울함을 신원하여 주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누굴 원망해야 합니까?"
"원혼들의 억울함은 하늘의 잘못도 아니요 땅의 잘못도 아니다. 선천세상의 어긋난 질서가 세상의 혼란스러움과 원혼들의 한을 만들었느니 이제 후천세상이 다가오면 해원상생의 시대가 열려 누구도 억울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리라. 하지만 후천세상이 열리기 전 반드시 먼저 결행되어야 할 일은 원혼들의 해원이니, 그 해원묘수가 신선봉안제이다. 신선봉안제로 저승의 원혼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열고 원혼들에게 신선의 이름을 봉안하여 극락선경에서 왕생하도록 도와주면 비로소 하늘과 땅이 태평성대를 누리며 극락선경의 영화로움이 펼쳐질 것이다."
"신선봉안제가 열리면 천지원혼들이 모두 찾아와서 신선의 이름으로 봉안 받게 될까요?"
"백마선이 원혼들을 만나서 해원묘수를 들려주었으니 그 소식이 장차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구천을 떠도는 마지막한 원혼이라도 신선봉안을 받아 극락선경에서 왕생하기 전에는 신선봉안제가 중단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샤르별에서 죽은 영혼을 위해 신선봉안제를 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 저승에서 찾아온 신명과 영혼들이 평온한 모습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신선제를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에서도 샤르별과 똑같은 모습으로 신선봉안제를 열게 될까요?"
"하늘과 땅, 세상의 이치는 모두 같다. 하늘에서 이뤄진 대로 땅에서도 이뤄지고 하늘에서 행한 대로 땅에서도 행해질 것이다. 네가 샤르별에서 신선봉안제를 보았으니 지구에서도 네가 본 바 대로 이뤄질 것이다.”
“하루빨리 지구에서 신선봉안제가 열리고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이 극락선경에 왕생하여 하늘과 땅의 태평성대가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장차 지구에서 큰 빛이 나타나 천주의 시대가 열리면 하늘의 이름으로 신선봉안제가 열릴 것이다. 신선봉안제가 열리면 비로소 선천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며 멸주들의 대항이 눈에 띄고 처처에서 사람들이 하늘의 이적을 체험할 것이다. 그날에 신선봉안제에 참여하는 영혼과 백성들이 복이 있고, 후천 극락선경의 기쁨을 하늘과 땅이 함께 누리리라."
지금까지 경험한 이야기는 빛방의 가상공간에 나타난 4차원 프로그램의 내용이었다. 이처럼 4차원 가상공간 프로그램을 경험하면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을 비롯해서 현실의 세계와 초현실의 세계, 육신의 세계와 영혼의 세계를 넘나들며 시공을 초월한 삶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빛방의 가상공간 프로그램 속에는 우주다차원의 현상들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 사람들은 어떤 초월적인 현상을 목격해도 놀라는 일이 없고, 신과 영이 함께 어울려 사람들과 신인조화를 이루어도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만큼 샤르별 사람들은 마음이 크고 정신적 수준이 성장되어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4차원 가상공간의 체험은 미리 설정된 프로그램의 내용대로 이뤄졌다. 설정된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이제까지 눈 앞에 보이던 현상들이 사라지고 눈 앞에는 투명한 거울 하나만 세워져 있었다. 거울 앞으로 다가가 손바닥을 대면 가상공간 현상은 완전히 종료되고 현실의 공간으로 몸을 이동할 수 있었다.
현실의 공간에서 단 한 시간 동안 가상공간에서 천 년의 시간도 체험할 수 있었다. 가상공간에서 백 년이나 천 년 동안 체험해야 하는 일을 현실의 공간에서 단 한 시간 동안에 체험하는 일이 가능했다.
샤르별의 사회에는 공공장소에 문화공간이 잘 만들어져 있고 문화공간마다 4차원 가상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빛방이 많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 사람들이 우주다차원의 현상과 초월적인 세상을 여행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빛방을 찾아가서 가상공간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이러한 가상공간 체험을 통해 샤르별 사람들의 영적성장이 크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내가 빛방을 찾아가 가상공간 여행을 떠날 때마다 지구 인류들이 생각났다. 지구 인류들이 빛방의 가상공간을 체험하면 얼마나 그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우주를 바라보는 눈과 초월적인 세상을 생각하는 정신세계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부풀기만 했다.
빛방의 가상공간 프로그램은 뇌파활성화에 바탕을 둔 무한이론공학의 결정판이라고 소개할 수 있었다. 샤르별 사람들은 사람의 두뇌 속에 우주창조의 슈퍼정보가 저장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슈퍼정보 속에 우주가 진화되어 온 과정과 결과가 프로그램화 되어 저장되어 있고, 프로그램 속에 저장된 내용들은 가상공간 프로그램으로 재현이 가능하며, 우주진화의 무한 미래예측도 가능하다고 했다.
곧 빛방의 가상공간프로그램은 뇌파를 활성화시킨 무한이론공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두뇌 속에 저장된 우주창조의 슈퍼정보를 재현시키는 초월적 광기술이었던 것이다.
빛방의 가상공간 여행을 통해서 만남이 불가능한 존재라든가 안되는 세상은 없었다. 물질의 이론이 지배하는 현실공간에서는 차원이 다른 세상을 방문하거나 차원이 다른 존재, 즉 신이라든가 영이라든가 초월적인 세상의 존재들을 만나는 건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무한창조의 뇌파가 활성화되는 가상공간에서는 몸이 움직이지 않고 생각이 움직이기 때문에 제약이 없었다.
다만 사람의 몸은 빛방의 가상공간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뇌파활성화로 만나는 초월적 세상을 여행하는 건 아니었다. 우리 몸이 특별한 기운이 증폭되는 공간에서 물질적 구조가 빛의 구조로 일시적 변화가 나타날 때 초월적 현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예로 내가 천단에 머물 때 육신의 무거운 몸이 빛처럼 가벼워지면서 마음과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지고 시공을 초월한 현상들을 체험하는 일이 가능했다. 그때 우주의 지배자인 지존을 만날 수 있었고, 지구의 미래를 지배하는 천주를 만날 수 있었으며, 하늘의 사명을 받고 활동하는 수호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샤르별에는 이처럼 초월적인 세상과 조우할 수 있는 통로가 잘 갖추어져 있는 관계로 초월적인 의식과 초월적인 문명을 구사하여 지구와 다른 문명 속에서 우주에서 앞서 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11 – 신과의 대화2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괜히 두 처자와 꿈을 같이 꿔서 웬수로 적락해 버리네요.^^
가상공간에서 백 년이나 천 년 동안 체험해야 하는 일을 현실의 공간에서 단 한 시간 동안에 체험하는 일이 가능했다.
한시간에 천년을 경험할수 있다는게 가능?
네 가상공간은 시간이 고무줄입니다
자유자재로 별화시킬수 있습니다
선녀들과 알몸으로 춤추는거 지구에도 도입이 시급합니다 ㅋㅋ 물론 저는 사회적쪽팔림땜시 빤쓰한장 걸치고 춤출랍니다.
문화가 달라서 어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하늘의 그어떤 대신명도 원혼들을 설득하지 못한것은 측은지심은 있되 동병상련이 없었으니, 하늘이 백마선에게 후천세상을 열게하려할때 가혹한 삶을 살게한건 원혼들을 설득시키기위해 동병상련을 만들어준거군여.
네 여러가지 복합적인 부분이 있는거 같습니다..
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신선봉안제 요즘도 열리고 있는지요?
열리고 있다면 몇 월달에 열리는 지요?
참석 할려면 누구나 가능한가요?
아넵 감사드립니다
저는 전달만 해드리고 있습니다
넵 2014년부터 지구에서 매달 한달에 한번씩 열리고 있습니다
@니디기오스 어디에서 열리는지요?
@황금빛이 쏟아지다 전남에서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