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대단하네요. 미자르가 그걸 만들었다는 말이죠?”
경진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가 차력사가 돌 깨는 놀라운 장면
을 보듯, 미자르를 호기심이 가득 찬 존경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후후! 그렇지 않아요. 아버지의 기술이 삼분의 이이고, 나머지
가 내 기술이에요. 우리는 무려 20년 이상을 연구해서 만들었어
요. 빛의 입자까지 분석하면서요. 그런데, 내가 아빠의 말을 안 들
었죠. 타임머신의 시간을 이동 시켜주는 주는 순간 집중부하 장치
의 접점부분이 약해서 보완해야만 한다고 아빠가 얘기한 것을, 나
는 빨리 타보고 싶어서 아빠 몰래 운행했다가 이렇게 됐어요.”
“아이고, 참 안됐습니다. 아버님께서 당신을 찾으시느라 노심초
사 하시겠군요?”
“글쎄요...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언제나 찾아오실 줄은 모르죠.
내 기술이 3분의 일 정도인데, 그 갭을 메우시려면...물론 자료는
있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미자르가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말했으나, 분위기는 무척 가라
앉아 있었다. 경진은 그런 그녀에게 마땅히 위로해 줄 말이 생각
나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대단하네요! 아마 곧 찾으러 오실 겁니다. 자료도 다 있으니까요.
그래도, 미자르 대단하네요. 이런 대단한 과학자와 내가 이렇게
점심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후후후!...훗! 뭐, 밥만 먹나요?...잠자리도 같이 했으면서...크크
크...‘
“하하하하! 그러고 보니까 그래요.”
경진은 아이들처럼 기뻐하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미자르가 그의 품에서 작은 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케켁! 아이고 숨 차라! 그렇게 목을 누르면 어떡해요?...하지만
지금은 안돼요. 자기가 조정에서 요주의 관심인물로 지목 받고 있
어서, 그들의 관심이 느슨해질 때, 그때 타임머신을 타고 놀러 다
녀도 늦지 않아요.”
“알았어요. 그날이 빨리 와야지 원! 여기에 갇혀서 숨이 막힐
지경이에요. 그게 언제쯤 될까?...”
“그건 다 자기가 할 탓이에요. 그 말은 세종대왕님께 스스럼 없
이 다가가서 경계심을 푸는 일이거든요.”
경진은 그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되자, 그녀를 향해 말을 이었
다.
“그럼 어떤 말을 해야 되죠?”
“음... 황희정승님 말씀대로 하세요. 역사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조작되어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세종대왕님의 둘째 왕자인
진양대군(晉陽大君 :후에 수양대군으로 책봉 받음, 세조)이
조카인 단종에게 왕위를 찬탈하기는 하지만, 그 전례가 없지 않았
죠. 조선을 세운 태조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이 2대왕인 정종 임금
에게 억지로 왕위를 선위를 받는 것을 보아도 우리가 용케 세종대
왕님의 마음을 움직여 세조가 7대왕이 아닌 5대 왕이 되게 한다고
해도, 그 이후가 순탄하리라는 법은 없어요. 그래서 역사의 논리
를 객관적으로 봐야 해요. 그냥 우리는 어진 세종대왕님의 문화적
측면이나 과학 상식 같은 것만 전달해 주면 될 것 같아요.”
“그래요. 그것이 좋겠어요.”
미자르의 명쾌한 답변에 경진은 만족했다.
경진은 미자르가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그
녀에게 기대는 마음 즉, 의존도가 커지는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젊은 모습도 그렇다고 할 수 있었지만, 자신
보다는 조선시대에서 명쾌할 정도로 사리 판별이 뚜렷했기 때문이
다. 게다가 자신에게 매사에 애인처럼 또는 누이처럼 알뜰살뜰
살갑게 챙겨주는 것이 더 고마웠다. 그래서 좋아지는 감정이 급히
커지는 것이라고 경진 자신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미자르 고마워요. 미자르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곤란한 처지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을 지도 몰라요”
“호호! 알기는 알아요? 실은 경진 씨의 그런 솔직하고 고지식
한 모습에 반했어요. 내가 살던 미래의 남자들은 너무 삭막했어
요. 자기본위의 이기심만이 팽배했거든요. 물론 나를 포함한 여자
들도 마찬가지지만요.”
“하하! 그래요. 우리시대도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핵
가족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인터넷의 출현과 발달로 코쿤족이
늘어나고 점차 저마다의 감정들이 사막화 되어가고 있어요.”
“그러겠죠. 그런데 코쿤 족은 뭐죠?”
“하하! 미자르도 모르는 단절된 언어인가 보네요. 코쿤족은 누
에 고치라는 말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나홀로 족 이라고도 해요.
집이나 차, 가상현실(사이버 공간) 등 자신만의 세계에서 모든 것
을 해결하지요. 그곳에서 수일간 칩거하고도 사회생활에 무리가
전혀 없어요. 컴퓨터로 업무와 생필품을 해결하는 등, 외부와의
단절을 즐기고 스스로를 보호받고 싶어 하는 공간이죠.
“어머! 내가 살던 미래의 사회상이 모두 그래요. 대인 교류가
거의 없고, 화상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서로 만나고, 의견을 나누
죠.”
“그럼 컴퓨터 인터넷으로만요? 삭막하겠어요.”
“호호! 컴퓨터요? 인터넷? 그런 것들 쓰는 사람들은 조금 밖에
없어요. 국가가 지원해주는 가난한 저소득층 사람들만 써요.”
“예? 그럼 어떤 걸 사용하죠?”
경진은 그녀의 입에서 뜻밖의 얘기가 나오자, 강한 호기심이 발
동했다.
“경진 씨, 홀로그램이라고 들어 봤어요?”
“예, 들어봤죠. 고급제품의 진품 확인이나 지폐의 위조방지를
위해서 입체적으로 반짝거리게 하는 것 아닌가요.”
“예, 어느 정도는 맞아요. 그럼 쉽게 설명할게요. 저마다의 빛
은 파동이 있어요. 그리고 빛의 세기가 다르고, 물체로부터 반사
를 받아 명암이 느껴지는 3차원상이 나타나죠. 그런 사진적인 개
념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각각의 빛을 정확하게 인지해서 저장하는
매체에 담아요. 그리고 그 매체를 통신체계에 접목하고, 재현되는
도구는 홀로그램을 형성하게 끔 해서 디스플레이를 하는 거예요."
“복잡하군요. 그렇다면 인터넷으로 비교한다면, 동영상으로 전
송된 상을 통신 매체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 홀로그램을 만들고,
서로가 대화한다는 얘기네요?”
“그런 셈이죠. 대화도 그렇고, 정보의 입출력도 그런 식으로
해요. 그러니까 조그만 장치하나만 있으면 걸어 다니면서도 아무
곳에서나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설치해서 화상대화나
정보를 탐색할 수 있어요.”
“와! 대단하군요. 그런 것 나오는 영화를 보긴 했는데, 실현이
되고 생활화 되었군요.”
“예, 맞아요.”
“그래서 가족관계의 정도 점점 멀어지는군요. 꼭 필요한 관계
만 유지하고요”
“그렇죠. 저도 여기 조선시대에 와서 많이 느낀 것인데, 인간
만이 자신들의 편리성에 합리화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
의 순수 법칙과는 전혀 상반되게 살고 있어요.”
“예, 그런 것 같아요.내가 보기에는 인간의 사고라는 것이 본
능이 아니라 인지에서 출발되면서, 불행히도 자연을 역행하며 사
는 것 같아요. 미자르 안 그래요?”
“호호! 경진씨도 그런 회의감이 드는 모양이죠?”
“그럼요. 인간은 경험에 의한 학습을 하고, 그 학습은 새로운
사고를 낳고, 또 그 사고는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지는 반복 속에
서 자꾸 지능화되어, 이제는 신의 존재까지도 규명하려 드니, 참
문제예요”
“아! 경진씨 이제 보니 사회 연구하는 사람이죠?
“하하! 아뇨! 조그만 오파상하는 장사치에 불과해요.”
경진이 미자르를 보며 작아지는 자신을 느낀 듯 머리를 긁적거
렸다.
“경진씨, 이따가 세종대왕님 알현하러 갈 때, 나도 따라 갈까
요?”
“그러세요. 혼자서 심심할 테니까. 그런데 나는 가마타고 가
고, 미자르는 걸어가면 미안한걸요?”
“호호! 에구 착한 내 남자!...”
미자르가 환한 얼굴로 경진의 목을 잡고서 가볍게 입을 맞추었
다.
“하하하! 틈만 있으면 뽀뽀하려 드는군요. 하하하하!”
경진이 흡족한 표정으로 호쾌하게 웃자, 미자르가 그의 입을 급
히 막으며 밖을 경계하라는 표정을 보냈다.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몇 번 울리는가 싶더니, 이내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리! 이제 궁으로 출타하실 채비하셔야 합니다.”
미자르가 경진에게 대답하라는 뜻으로 입모양을 뾰족하게 만들
고 투명인간으로 변신했다.
“그래요? 들어오시오!”
다방별감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방을 곁
눈질해서 훑어보았다.
“무엇이 잘못 됐소?”
“아니옵니다. 방에서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요.”
경진은 속으로 뜨끔했으나 짐짓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다.
“그래요? 나는 못 들었는데...”
경진이 일어서서 일부러 병풍 뒤를 젖혀, 자신도 보고 다방 별
감에게 보여 주었다.
“나리, 죄송합니다! 제 귀가 잘못되었나 봅니다.”
“하하! 미안할 것 까지 없소! 그럴 수도 있으니까...”
경진이 다방별감 몰래 안도의 숨을 쉬며 그를 안심시켰다.
“지금이 유정(酉正 오후 6시)이옵니다. 곧 대궐 가는 가마가
도착될 것입니다. 의관을 정제하고 가셔야합니다.”
“알았소! 다방별감도 갑니까?”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 있고, 궁에서 맞으러 나올 것입니다.
우선 의관을 정제하십시오!”
다방별감이 경진의 옆에 놓여있는 갓을 집어서 머리에 씌어 주
고는 옷매무새까지 고쳐 주었다.
“참고로 임금님께서는 모든 백성의 지아비시오니, 용안을 함부
로 마주치는 일이 없어야합니다. 그리고 어제 일러드린 대로 임금
님께만 쓰는 경어로 대화해야 합니다.”
“알겠소!”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다방별감이 급히 일어나며 경진에게 나가자는 시늉을 했다.
대문이 열리고, 옥교 뒤에 나이가 지긋하면서 구부정한 작은 키
의 남자를 본 다방별감이 황급히 그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조아렸
다.
경진이 우두커니 그 광경을 보다 그와 눈이 맞추어졌다. 그러자
그 사내가 다방별감을 보며 작은 몸짓을 했다.
“예! 맞습니다. 그분이옵니다. 상선어른!”
경진은 그들의 광경을 보고, 궁으로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며 막
연한 긴장감을 느꼈다.
“나리! 인사 올리시지요? 이분이 궁 안의 내인 중에서 가장 높
으신 상선어른이십니다. 임금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십니
다.”
경진이 다방별감의 얘기를 들으며 가벼운 목례를 갖추자, 상선
도 조금 깊은 목례를 갖추며 말을 이었다.
“이리 오르시지요?”
경진은 상선의 안내에 따라 옥교에 오르며 뒤를 힐끗 처다 보았
다. 미자르가 뒤에서 장난스럽게 그의 엉덩이를 살짝 받쳐 주었기
때문이다.
경진이 옥교에 들어간 것이 확인이 되자, 대문이 열리고 출발했
다.
경진은 옥교의 천을 약간 옆으로 제켜서, 밖을 내다보았다.
양반촌임을 말하듯, 길 양쪽으로 크고 작은 기와집들이 석양을
맞으며 경진의 시야를 천천히 지나갔다.
“상선어른! 여기서 궁궐까지는 얼마나 걸립니까?”
경진이 상선에게 어른이라 부르기가 내심 마뜩치는 않았으나 뒤
에 부르는 존칭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 그렇게 부르자, 상선도
약간 계면쩍은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예! 일각 안쪽만 가시면 됩니다.”
경진은 옥교에 몸을 맡긴 채 기와집의 형태와 현판들을 유심히
살폈다.
“경복궁으로 가는 겁니까?”
경진이 곁눈질로 상선을 보며 물었다.
“아닙니다. 창덕궁으로 갑니다. 왕께서 사시는 곳은 창덕궁입
니다. 경복궁은 태조왕께서만 사셨던 곳입니다.”
“아! 그런가요?”
“예! 선왕이신 태종 왕께서 창덕궁을 건립하시어 거하셨고, 현
왕께서도 계속 거하십니다. 거의 다 와갑니다.”
상선의 말이 끝나고, 곧바로 골목을 돌자 궁의 정문이 보였다.
그리고 현판이 보였다. 돈화문이었다.
‘아! 맞다! 어렸을 때 돈화문을 거쳐 창덕궁 안으로 들어간 기
억이 난다.’
경진은 혼자서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조용히 감회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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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샘터
콩다칸 팥다칸(장편소설) - 미래 후손들의 생활상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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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06 17:2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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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행님 몸 상하시면 안되는데...보약이라도 부쳐 드리고 싶네요.
세진나라님, 많은 관심에 감사합니다. 이 글은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2월에 끝낸 글입니다. 제가 이야기샘터에 글을 자주 올릴 수 없어, 대신에 올리는 글입니다. 세진나라님의 젊은 감성의 감수성 넘치고 목가적인 글 기대합니다.^^*
박카스 열병씩 드시면서 하시다가 아스피린 드시다가~~~ 나중엔 우황청심환 드삼(^&*)
ㅎㅎㅎ 저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어서, 저의 피로 회복제는 쐬줍니당. ^^*
시간여행님아 정말 오랜만이지


반가워요

정말 글쓴다고 수고가 많으시네요



몸생각좀 하면서 하지요

글도좋지만 건강해야 글이 있는거니까 건강을 챙기면서 수고해요......^^.
꽃등심 친구, 오랜만이지? 반가워요. 건강 염려해 줘서 고맙고, 친구도 항상 건강한 웃음과 좋은 일만 가득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