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코인은 비즈니스호텔 체인이지만 숙박 요금은 기차역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텔과 비슷한 수준이다. 직장인들이 출장 시 주로 선택하는 싱글룸의 경우 1박에 5만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텔과 달리 무선랜, 동전 세탁기, 바지전용다리미 등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김밥과 된장국 같은 간단한 아침식사까지 제공된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토요코인은 공격적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12월 31일까지 인터넷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1일 숙박비(5만5000원)를 2만원 할인해주는 판촉 행사를 펴고 있다. 직장인뿐 아니라 잠재고객이 될 학생(중학생부터 30세 미만까지)과 임산부(산후 1년 이내의 여성고객도 포함), 60세 이상의 노년층 고객을 대상으로도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KTX 부산역 인근의 영세 모텔들은 토요코인의 등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개관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숙박률이 50~6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본인 관광객만 찾을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고객구성도 한국인 50%, 일본인 45% 등으로 고르다고 한다.
토요코인 코리아 홍보팀의 김은혜씨는 “토요코인은 일본 현지의 토요코인과 동일한 브랜드와 운영시스템으로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고객들에게 내집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며 “현지인을 직원으로 우선 채용하고 주변에 개설되는 편의점 등 지역상권과 같이 커가자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토요코인은 새해 8월에는 서울 동대문점(3호점), 2010년에는 부산 서면점(4호점)과 대전 정부청사점(5호점) 등을 오픈할 예정이다.
프랑스계 이비스
소피텔·노보텔 소유한 세계적 호텔 브랜드
한국에 이미 3개점… 명동점은 한 달분 예약 끝
일본계뿐만 아니다. 소피텔, 노보텔 등 다수의 호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아코르그룹의 이비스(ibis)호텔도 한국 공략을 시작했다.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을 표방하는 이비스는 전세계 37개국 750개의 호텔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3개(서울 2, 수원 1) 호텔을 개관한 상태다.
이비스의 전략은 토요코인과 조금 다르다. 토요코인이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로 북상하는 형태라면 이비스는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으로 확산하는 형태다. 지난 2003년 말 1호점인 서울점(객실 317실)을 강남구 대치동에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서울 명동에 2호점(객실 280실)을 오픈했고 지난 5월에는 경기도 수원에 3호점(객실 240실)을 개설하며 남진(南進)을 거듭하고 있다.
지대가 비싼 서울에서 시작한 만큼 숙박비는 10만원대로 토요코인에 비해서는 비싸다. 하지만 공식 숙박비가 40만~50만원을 호가하는 서울 시내 특급호텔 숙박비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이비스호텔 홍보팀의 이정화 주임은 “객실 구조와 인테리어를 단순화해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영장, 주차대행(발레파킹), 벨맨, 도어맨, 룸서비스 등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없애 운영비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맞추고 있다”며 “이비스 명동의 경우 2009년 1월까지 100% 예약이 끝나 현재는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특히 이 호텔 명동점은 원화 약세로 일본·중국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계 베스트웨스턴
80개국에 4000여곳… 세계 최대 비즈니스호텔
저렴한 로열티로 서울·인천 등 수도권 평정
미국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도 국내 시장을 공략한 지 오래다. 이전까지 미국계 특급 호텔 체인인 하얏트, 힐튼, 메리어트, 웨스틴, 쉐라톤 같은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미국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의 한국 공략 첨병은 베스트웨스턴이다.
전 세계 80개 국가에 4000여개 호텔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 비즈니스 호텔 체인이다. 국내에서는 ‘베스트웨스턴’과 상대적으로 고급인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두 가지 브랜드를 동시에 사용 중이다. 이미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8곳의 ‘베스트웨스턴’이 영업 중이다.
베스트웨스턴의 급성장 비결로는 다른 호텔 체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저렴한 브랜드 사용료(로열티)와 회원 호텔의 특색과 경영권을 인정한다는 점이 꼽힌다. 예컨대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국도’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호텔’처럼 베스트웨스턴 글로벌 브랜드와 기존 호텔 고유명칭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이 호텔은 인천공항을 비롯, 서울 강남과 강북의 교통 요지에 골고루 자리잡았다. 숙박비는 상대적으로 편차가 심하지만 여전히 국내 특급호텔에 비해서는 저렴한 수준인 10만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다.
베스트웨스턴 코리아의 정재형 과장은 “베스트웨스턴은 다른 호텔 체인에 비해 저렴한 로열티가 급성장한 원인”이라며 “비품과 객실설비 점검 같은 최소한의 기준만 통과하면 기존 호텔주들의 경영권을 보장하면서도 우리 로고와 글로벌 예약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비즈니스호텔
2006년 정부가 나서 ‘베니키아’ 체인 만들어
30여개 호텔 가입만 해놓은 상태로 유명무실
- ▲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 photo 베스트웨스턴
외국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체인이 국내 숙박시장을 잠식하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도 한국형 비즈니스호텔 체인을 설립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 같은 입장에는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유치’라는 정책 목표를 내건 서울시도 동조하고 있다.
토종 비즈니스호텔 체인의 육성은 외화를 아끼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다. 국내에서 외국계 호텔체인에 내주는 브랜드 사용료만 해도 상당한 금액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비즈니스 호텔에 주는 브랜드 사용료는 호텔 영업비밀이라 공개를 안 하지만 업계 관계자로부터 전해듣기로는 한 호텔당 연간 8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당국에서도 지난 2006년 관광호텔 체인화 사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 관광호텔 체인화를 통해서 서비스 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시 ‘한국형 비즈니스호텔’을 기치로 내걸고 관광공사가 인증하고 문광부와 서울시가 후원하는 ‘베니키아(BENIKEA)’라는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체인이 탄생하기도 했다. 베니키아는 ‘한국 최고의 밤(Best Night in Korea)’이라는 뜻으로 문광부 관계자는 “베니키아는 베스트웨스턴, 이비스 같은 외국계 브랜드 호텔과 달리 브랜드 사용료(로열티)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베니키아는 이후 홍보 부족과 초기 안착 실패로 점점 잊혀져 가는 분위기다. 현재 서울 이태원 크라운호텔 등 모두 36개 호텔이 베니키아 체인에 가맹했지만 해당 호텔을 방문해도 ‘베니키아’라는 브랜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을 육성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서울 프레지던트호텔(특2급)과 같은 특급호텔도 상당수 가맹돼 있는 상태다. 가입률이 저조해 특급호텔까지 마구잡이로 받아들인 결과다.
문광부의 한 관계자는 “오는 7월에 인천 송도 신도시에 베니키아 브랜드를 사용하는 호텔이 처음으로 나온다”며 “업계에서 아직 정착이 안 된 베니키아 브랜드를 사용하기보다 자체 브랜드를 고집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 숙박시설 |
관광호텔 628개, 모텔은 3만개 넘어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은 설자리 없어
외국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이 국내 호텔시장을 야금야금 공략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 비즈니스호텔은 설 자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호텔시장이 특급호텔과 모텔로 완전히 양극화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관광호텔로 등록된 호텔은 모두 628개, 객실 수로는 6만5000개다.
하지만 관광호텔 중 하룻밤 숙박비만 40만~50만원에 달하는 특1·2급 호텔이 공급하는 객실 수가 전체의 50%에 육박하는 3만개를 넘는다. 모텔은 더 많다. 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전국 모텔 수는 모두 3만1777개로 모텔당 20개실 정도로 추산해도 60만개가 넘는 객실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숙박시장이 특급호텔과 모텔로 양극화된 원인으로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들고 있다. 호텔을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산업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사행심을 부추기는 사행산업으로 볼 것이냐가 그 핵심이다.
실제 호텔과 모텔은 같은 숙박업이지만 관장하는 부서는 각각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로 나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모텔은 지자체에 등록하고 공중위생법으로 관리돼 보건복지가족부가 관장한다”고 했다.
경희사이버대 호텔경영학과 김혜영 교수는 “모텔의 경우 보건복지가족부의 위생검사만 통과하면 되지만 호텔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중삼중 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결국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은 특1급 호텔을 세워 숙박비를 높이 매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비즈니스호텔보다는 모텔을 세워 객실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일부 모텔의 경우 객실당 회전율이 하루 3~4회에서 최대 7회까지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