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에게 지난 9월은 잔인한 달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264주 연속으로 유지한 넘버1의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 우즈의 추락에 대해 추측이 많지만 가장 큰 원인은 ‘스윙 고장’. 특히 드라이버의 정확도가 문제였다. 올해 평균 301야드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보인 반면 정확도는 56.1%. 투어 선수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티 샷의 부정확성이 우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 신기에 가까운 어프로치와 퍼팅에 자신이 있는 우즈라고 해도 50%대의 페어웨이 안착률로는 험난한 길이 열려 있을 뿐. 그러나 그의 부활이 부정적이지는 않다. 올해 18개 대회에 출전에 14번 톱10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즈는 지난달 결혼을 하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상태. 20대 초반 황제 자리에 오르면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우즈. 그러나 내년에는 이런 부담을 털게 된 것이 그의 정상 탈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인고(忍苦)의 세월이 그에게 선물한 것은 넘버1의 자리였다. 시간당 10달러짜리 시간 강사, 변방 투어를 전전하던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 그의 집념이 결국은 넘버1 자리에 오르는 배경이 됐다. 싱의 가장 큰 장점은 불혹의 나이지만 여전히 생고무 같은 탄력을 유지하는 신체적 조건과 꾸준한 연습량. 싱은 집에 있을 때면 일주일에 한 번(월요일) 휴식을 취하고 하루에 약 300번 풀 스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보자면 1년에 10만 500번 정도 연습 샷을 하고 투어에서 23년 동안 231만 1,500번의 풀 스윙을 연습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볼 한 개를 칠 때의 가격을 25센트라고 가정한다면 총 57만 7,875달러(6억 6천만 원)를 들인 상황. 이런 연습량과 집념이 올해 9승과 상금 1천만 달러 돌파, 세계랭킹 1위라는 결과를 가져다 준 것이다.
골프팬들의 관심사는 단연 장타. 존 델리가 여전히 골프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기이한 행동이 아니라 그의 장타 쇼 때문. 하지만 지난해부터 델리보다 더 멀리 치는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행크 퀴니. 퀴니는 지난해 321야드로 델리를 밀어내고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위에 등극한 가운데 올해도 314.4야드로 이 부분 1위를 지켰다. 델리는 306야드로 3위로 또 한 계단 내려갔다. 퀴니는 지난해 PGA투어에 합류한 신인. 우승도 없고 올해 톱10에 단 두 번 진입했지만 파워풀한 드라이버 샷을 바탕으로 정상을 넘보고 있다. 한편 평균 거리말고 공식 대회에서 단 한 번의 샷을 가장 멀리 날린 선수는 데이비스 러브 3세. 거리는 476야드. 로리 사바티니는 448야드, 대런 클라크는 445야드를 날렸다.
여자 프로 중에서는 더 이상 경쟁자가 없을 듯싶다. 올해 소렌스탐은 총 17개 대회에 출전, 7승 포함 15번 톱10에 진입했다. 상금은 2백23만 9천 달러로 1위. 지난 1994년 LPGA 무대에 데뷔한 이후 54승, 올해의 선수상과 베어 트로피 등 15번 수상, 유럽과 미국의 대항전인 솔하임컵 6번 출전, 18홀 최저타수(59타)를 기록했다. 경쟁자가 없는 ‘절대 지존’. 그녀가 남자 대회를 기웃거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고 우즈보다 더욱 견고한 성을 쌓고 있다. 당분간은 소렘스탐이라는 거대한 성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
명예의 전당 입성 이후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렌스탐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사실. ‘슬럼프’라고 하지만 단기적인 스윙 고장 정도가 현재 그녀에게 맞는 설명. 그녀는 올해 총 19개 대회에 출전 1승 포함 5번의 톱10 진입과 상금 68만 2천 달러를 획득하며 랭킹 9위에 머물렀다. 그녀가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한 해를 보낸 것은 지난 2000년. 그 당시 우승 없이 12번의 톱10 진입과 상금랭킹 12위(55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박세리는 2001년 5승을 거두면서 부활했고 2002년 5승, 지난해는 3승을 거두면서 3년 동안 13승을 챙기는 폭발력을 과시. 올해 동계훈련 기간 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드라이버 정확도(60.2%, 155위)만 치유한다면 소렌스탐의 독주가 쉽지는 않을 일.
신인상도 놓치고, 2위 징크스에 울었던 박지은. 하지만 골프를 즐기고 있는 박지은이 롱런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한 해였다. 박지은은 올해 총 22개 대회에 출전해 2승 포함 12번 톱10에 진입하고 상금 1백49만 8천 달러를 획득하면서 랭킹 2위에 올랐다. 지난 2000년 첫 승을 거둔 후 매년 1승씩은 챙겼지만 그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2승을 올리면서 징크스를 깼다. ‘즐기는 골프’가 서서히 위력을 찾아가고 있다는 방증. 특히 그녀는 올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박세리와 함께 소렌스탐을 양쪽에서 압박하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만약 내년에도 박세리가 주춤한다면 확실한 넘버2 자리는 박지은이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신인상은 어렵다고 봤다. 송아리보다 모든 면에서 뒤졌기 때문. 송아리는 미국LPGA투어 사무국이 예외 규정을 적용해 프로 전향을 도운 케이스. 무게감이 달랐다. 하지만 안시현은 올해 총 23개 대회에 출전 8번 톱10에 진출하면서 61만 1천 달러(상금랭킹 16위)를 획득했다. 신인상 포인트도 843점을 획득해 송아리(623점)를 220점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안시현이 올해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탄탄한 기본기에 있다. 드라이버 정확도 73.9%(공동 43위), 그린 안착률 69.3%(23위) 등 안정된 기량 아래 과감한 공략으로 버디 292개(16위), 이글 13개(12위) 등을 뽑아내고 특히 라운드당 1.77개의 평균 퍼팅 수(7위)를 기록한 것이 원인. 다만 코치와 결별한 이후 개인적으로 스윙을 가다듬고 있다는 것이 문제. 1년은 버텼지만 그 이상은 자가진단이 어렵다는 평가가 팽배.
올해 한국 여자프로계는 송보배라는 ‘보배’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아마추어 자격으로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해 돌풍을 일으켰던 송보배는 올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여자프로협회 대상, 신인상, 상금여왕 자리를 모두 차지하며 프로계마저 완전 정복했다. 올해 한국여자오픈,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고 6번 톱10에 진입하는 등 화려한 루키 시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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