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산 종주기
2008년 9월 30일(화요일)
계양산역-연무정-계양산 정상-징뱅이 고개-중구봉-천마산-원적산-철마산
-호봉산-부평도서관-백운역-부개산-만월산-인천대공원-소래산-성주산-부천역
오늘 산행은 당초에 없었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인천의 “ㅍ” 산악회 따라 소백능선을 종주하였을
것이고 산행 후 영주에서 하룻밤 묵고 부석사를 들려 무량수전을 보고 올 요량이었다.
그러나 산행에 나설 인원이 충족치 못하였다는 이유로 산행이 취소되어 아쉬움안고
잠들었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자다가 모기에 물리는 봉변을 당했다.
모기를 박멸치 않고는 단잠들 수 없을 것 같아 비몽사몽간에 추살하느라 잠 설쳐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매일 즐기는 조깅도 못하였기에 꾸려둔 배낭을 메고 계양에서
백운역까지 걸을 예정으로 출발하게 된 것이다.
계양산역에서 하차 연무정을 거쳐 정상을 지나 징뱅이 고개로 내려서는 구간은
전형적인 가을 기온에 아침바람이 불어와 상쾌하게 지나왔고 중구봉에 오른 후
천마구간을 지나는 동안은 능선 양편부대에서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두고도 열심히
훈련 중인 병사들에 사격소리로 시종 요란하였다.
하나아파트로 내려서니 할인마트가 있어 음료를 보충하고 경인고속도로 위로 난
육교를 지나 한신아파트를 가로질러 원적산 들머리에 섰고 원적산 구간은 비교적
평탄하여 가벼이 지났으며 삼삼오오 무리지어 산책하는 동네 분들이 많았다.
새사미아파트 내 슈퍼에서 계란과 음료를 추가로 구입하여 철마산엘 올라 호명산
인근에서 그늘진 곳을 찾아 허기를 달래며 볼 것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하늘은 높고 푸르나 하늘아래 동네는 옅은 연무가 서려있어 시정은 좋지 못하였던
관계로 시선이 머무는 곳이 없었다.
백운역으로 향하며 시계를 보니 집으로 가기엔 이른 시간이었고 산행은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4시간30분여로 첵크되었다. 몸 상태도 좋기에 소래산까지 걸어보기로
작정하고 백운역을 지나쳤다.
내 어릴 적 가끔씩 놀러 다녔던 삼능으로 향하여 근래에 부개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곳으로 올라 능선에 서니 공동묘지 전경이 눈에 확하고 들어왔다.
보여 질 풍경이 어떻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공연한 호기로 오른 것이란
생각이 일순 스쳐지나갔다.
내가 죽으면 이곳에 묻혀질까!
잠시 생각하다가 화장하여 강이나 산에 흩뿌려지기로 다짐하였다.
죽어서도 바람에 흘러 떠다니고 싶은 자유인에 욕망이다.
정신 차려 부모님께서 영면하고 계신 곳을 찾아 먼발치서 목례하고 묘지 일주도로를
따라 걷는데 공터가 너른 곳에서는 반드시 버스를 개조하여 만든 목로주점이 많은
손님들을 맞아들이고 있었으며 대부분 노년층에 계신 분들이 많으셨고 중년 아베크
족들도 적잖아 많이 보였다.
산 자들이 죽은 자들이 머무는 곳에까지 찾아와 음주에 고성으로 희희낙락 하는
세태가 참으로 요상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내 정서로는 고인들에 대한 불경한
짓으로 여겨졌다.
하기사 유렵에는 동네 한가운데에 공동묘지가 있기는 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현수막이 있어 가슴 오싹하였으니...
9월 10일 이른 아침에 이곳 인근에서 살인사건이 있었고,
목격자를 찾는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만월산에서 거마산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군부대로 내려가 다시 올라오는 알바를
하고난 후에야 제 길을 찾아 만수동으로 내려서 인천대공으로는 지하 통로를 지나
진입하였는데 지하통로에는 자전거 수백 대가 나란히 있어 살폈더니 대여를 목적으로
준비된 것으로 보였다.
생태공원 공사장을 지나 거마산으로 향하려하였으나 인부들에 제지로 진입하지 못하고
빙 돌아 대공원 큰길을 가로질러 소래산으로 오르기 시작하였고 내가 찾지 않은
동안 나무계단이 새로이 조성되어 있는 등 많이 가꾸어진 느낌으로 좋았다.
소래산 정상에 다다라 등산용 시계 로그기록을 보니 산행시작 7시간 42분 만에
당도하였다고 시계는 알려주었고, 뉘엿뉘엿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발아래 풍경을
바라보며 만월산에서 우연히 만나 소래산까지 동행한 임**씨와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 후 나는 성주산을 거쳐 부천역으로 내려서 다시 시계를 보았더니 이때까지의
총산행시간은 8시간 30분으로 기록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리라 여겨지지만, 사실 일상이라는 게 반드시 즐겁지만은
아닌 것이다. 심지어 숨 막히는 것이 일상일 수도 있다.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행위들 속에 때론 지치기도 하며 이런저런 근심과 보다나은 생활을 위해 하루하루
무던히도 애쓰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끔씩은 몽롱한 꿈과 신비적인 황홀감을 갈망하기도 하면서 여러
유혹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 나태하거나 가벼이 생각하여 다른
것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때론 위험이기도 하다.
지루하지 않은 것은 경이적인 것으로 대부분 금지되어 있다.
일상생활이 의미와 가치가 있도록 우리는 현재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나는 산행과 여행을 하며 현재의 소중함을 알아챈다.
-자유인-
첫댓글 우리 동네를 지나 가셨군요....혹시 호봉산이 아닌지요 저는 산행과 여행을 하면서 현실을 잠시 떠나지요. 이상하지요 마치 현실속의 비현실 같으니...다녀 오면 꼭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입니다....신혼여행 갔다오며 신혼방에 가방 내려 놓았을 때 처럼...
호봉산이 맞겠죠? 동네분이시니...수정하겠습니다. 데자뷔 안에 머무르고 계시는 듯!!!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 아니라면 현실이던 비현실이던 몽환적 상태에 머무르고 계심도 나쁘지는 않죠? 저는 신혼여행 추억이 없어 가방 내려놓을 때의 기분을 알지 못하네요! 구체적인 설명을 구해도 되겠습니까?
저도 예전에 걸어본 길이지만 만만치 않은 산행이었습니다. 높은 산은 없지만 계속되는 오르내림과 여러군데 도로를 건너야 하고, 주변 경치도 그리 좋은 것이 없는 듯 하고......근교 산행치곤 꽤 걷는 길이지요.
주변경치 좋은 것 하나 없는데, 사실 산행 길이 차도로 연신 꾾겨 종주라는 개념도 없는데...저는 호기로 걸어보았다 고백합니다. 여적 산행이라는 명분으로 나선 중 가장 많은 슈퍼를 들려서 아이스케키와 음료를 마음껏 사 먹었던, 산행이 아닌 도보 나들이 였다고 정의하려 합니다.
저 역시 인천의주 산이라고 하고픈데 총무가 함께하지를 않네요 볼 경치가 없다고...산이 어디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몰라 망설이고 지금껏 못하고 있는데 참으로 대단하시네요 홀로 걷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겠지요
볼 것도 종주의 의미도 사실상 없는 코스가 맞습니다. 그냥 먼길을 걸어냈다는 성과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계양에서 호봉까지는 산행할만 하고요...수원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을 들머리로 하여 양재동 화물터미날까지 걸어 보셨는지요? 그러셨을 거라 판단되지만 혹시 아직 경험치 않으셨다면 한번쯤 찾아 보시라 권유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