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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의 추억을 찾아 떠나는 길이
설레임 반인 이유는...
그 시절의 아름다움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을것이란 기대 때문이고
걱정이 반인 이유는...
긴 세월이 그 장소를 그대로 두지 않았을 것이란 우려 때문일 겁니다.
이번엔 팀버님댁이 동행을 하기에
또 다른 설레임이 더해지고
혹시 기대치에 못미쳐 실망을 드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더해지고...
하지만, 여행을 한다는 그 자체가 떠나는 마음을 들뜨게 했습니다.
우리를 싣고갈 배가 대천항에 들어오니, 섬으로 간다는 게 실감 납니다.
접안시설은 훌륭해지고, 배는 변하지 않았더군요.
저쪽 구석에 주차하고...
팀버님 애마가 후진해서 들어오는 것을 지켜봅니다.
역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이렇게 두 가족의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팀버님하고는 온오프로 만나면서 형제같은 느낌을 갖는 사이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처음인데다, 다소 나이 차이도 있고 해서
서먹하지 않을까 했는데
안지기들은 선실에서 진을 치고 만나자 마자 얘기를 시작하더니
배가 섬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쉬지를 않더군요...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걱정이 기우로 변했버렸고.......ㅎ
이때까지만 해도 카메라를 들고 몇 컷 찍었습니다.
팀버님은 예상대로 자상한 아빠였습니다.
캠핑 내내 카메라를 놓지 않고 아이들을 열심히 담아주셨고
성가실만한 질문도 재치있게 잘 받아주시고...역쉬...^^.
큰 고생을 하고 떠나는 여행이라 생각없이 즐거운 듯...
오랜만에 배를 타는 시원함을 만끽하면서
갈매기들과 같이 장고도에 도착했습니다...
그 뒤 팀버님이 가실 때까지 딱 한 번 카메라를 들었습니다...ㅠㅠ
중복해서 찍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한 켠에 있었지만
쉴 새없이 이벤트가 이어진 캠핑이라
들 시간도 별로 없었다는.......변명 아닌 변명을.....ㅋ
첫날은
도착해서 싸이트를 꾸미고 저녁식사를 한 뒤 간단히 한 잔하고
그대로 쓰러져 잤습니다.
전날 어쩌다가 네식구 모두 새벽 4시 넘게
밀린 준비며,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그리 되고
6시 반에 일어나서 먼길을 달려오니 잠이 쏟아지더군요...
둘째날,
오전에
맛조개 잡이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잘 못잡다가, 익숙해지니까
팀버님댁 인성이 윤빈이도 제법 찾아내면서 속도가 붙더니
먹을만큼 충분히 잡게 되더군요.
나중엔 윤빈이가 언니들을 이끌고 다니며 잡는 수준까지...ㅎ
안지기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갯바위에 붙어
고동, 말 새순, 박하지 몇 마리, 해삼 한마리, 나중엔 성게까지...주워내는데
늘 그렇듯 저는 할 말이 없고...ㅋ
점심은 매운탕
오후엔 물놀이
밤에는 '끌이'를 세번이나 한 대장정(?) 끝에 하루를 마감하고...
인성어머니의 맛조개 훈제구이와 더불어
새벽까 이어진 이바구들....^^.
팀버님 후기 그대로입니다....
팀버님이 빈대모드로 동행을 할거라 표현을 했었는데
웬걸 입장이 완전히 역전되어
이렇게 후기도 빈대모드가 되고...ㅋ
각종 맛있는 먹거리를 내주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우리 식구들 모두 행복한 빈대가 되어 버렸네요...ㅠㅠ
가는 날까지 이어져...
전날 그물에 걸린 잡어로 팀버님이 매운탕까지 끓이시고, 더운데 옆에서 정성껏 부침개까지...
두 분이 혹시 부담을 갖고 준비해오신 건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팀버님의 소시지 만들기를 떠올리니
즐겨하시는 것으로 편하게(?) 단정해버리고....ㅋ
내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두 분의 배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팀버님댁 아이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네요.
나이에 비해 의젓한 장남 인성이는 사춘기에 들어선 태가 나지만
아는 것도 많고 논리적이고...팀버님 냄새가 듬뿍...개인적인 느낌인가요? ㅎ
둘째 윤빈이는 얼마나 야무진지 상황판단도 잘하는 똑똑이더군요.
우리 큰 애가 대학생이라고 적당히 존대말까지 해가며 따를줄 알고
놀 때는 나이차 나는 언니들을 리드하기까지 하더라는...ㅋ
막내 태빈이는 사진에서 가끔 보이는 뚝뚝함과 달리
은근히 애교도 만점이고, 힘도 좋고...막내 역할을 단단히 하더군요.
다른 개성이 잘 조화를 이룬 형제들이었습니다.
캠핑 내내, 아이들 때문에 신경을 쓴 일이 없었으니
두 분의 가정교육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팀버님댁의 일요일 일정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고
출발 준비를 시작한 것이 점심 먹고였는데...
쉽게 마치나보다 했더니
팀버님 차가 방전되었고, 눈치없이 제가 점프케이블을 꺼냈을 뿐이고....ㅎㅎ
상태가 심했는지
오랫동안 안 걸려서 정말로 일정취소하고 하루 더 있어야 되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뱃시간 얼마 안 남은 막판에 시동이 걸려서
황급히 팀버님댁이 떠나갔습니다...
그거이, 생각보다 공백이 심하더군요..........ㅠㅠ
든 자리는 표 안 나도, 난 자리는 쉽게 표가 난다는 말이 실감되었습니다.
신나게 놀거 다 놀아서인지, 아니면 휑한 허전함때문인지 무엇을 할 의욕도 없어
한동안 멍때리기 모드로 빠져 들었다가...
뒤에 보이는 논을 보더니 그제서야 아이들이 움직입니다.
논 바로 옆에서 캠핑해보기는 또 처음이네요...
벌써 벼가 익어가는 걸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서나 봅니다.
잘 다듬어진 논길을 걷는가 싶더니...
장난기 발동...으로 마감...
같이 자리했던 젊은 친구들이 첫날 기세로 보면 꽤 시끄러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우리가 새벽까지 잠 못자게 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조용하게 캠핑을 하더군요.
돔텐트 두 개를 이어친 솜씨가 캠퍼로서의 기질이 다분했던 팀이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이었지만,
바닷바람이 환풍기를 잘 돌려주는 지 냄새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았고...
앉은뱅이 모드의 개수대에 샤워장이초라했지만,
말만 하면 따뜻한 샤워 물도 틀어주고...전에 없던 시설 덕에 견딜만 했습니다.
학기 내내 떨어져 있으니 만나면 늘 즐겁고...
안지기는 수확물을 다듬어서 저녁 준비 중이네요. 오른쪽을 비워서 대충 구도를 잡고...
대충 가족사진을 찍어봅니다.
다듬지 못하고 간 지저분한 머리...오늘 깎았는데...미용실 아줌마가 너무 팍 쳐버렸네요...ㅠㅠ
서해안 어디서나 그렇듯, 이곳 낙조도 기가 막힙니다...
두 애들 손잡고 석양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뒤에 앉아서 조용히 바라만 봤습니다.
충만한 느낌...
시동이 안 걸렸으면, 같이 보는 건데...하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다음 날은 햇볕이 너무 강해서 꼼짝할 수 없더군요.
팀버님댁 운 좋았습니다...ㅎ
차 타고 당너머 해수욕장을 둘러보니 민박집이 높이 자리잡고 있고...
앞 바다는 우리가 있던 명장섬 해수욕장과 달리 갯바위들이 섞인 곳이더군요.
나름 운치 있지만, 아이들 놀고 조개 잡기는 명장섬이 훨씬 좋아서 민박집들이 그곳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이후에도 사진이 없네요...ㅠㅠ
오후엔 아이들 해수욕을 하다가 새빨갛게 익어버리니
밤에 움직이기 싫다하고...
쥔장이 무인도에서 따다준 홍합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안주 삼아 일찌감치 한 잔 하고나니... 천국이 따로 없더군요...
밤에 산책삼아 나갔다가 큼직한 골뱅이를 대여섯 마리 주웠는데
못줍고 쩔쩔매는 젊은 부부를 보니 안타까워서 줘버리고...줍는 방법도 알려주고..........하루 마감....
마지막날,
역시 햇볕이 강한 날이어서 오후에 시작했다가는 녹초가 될 것 같아
아침 일찍부터 쉬엄쉬엄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진 차량, 어구, 산소통, 가스통에다 물탱크까지 어수선하게 널려 있기는 했지만,
제법 햇빛을 막아주는 소나무 숲이어서 캠핑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던 보금자리였습니다.
차를 타고 나오면서 둘째가 물이 찬 명장섬을 찍었네요.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풍경에 감사를 느끼며 돌아섰습니다...
배 타는 곳까지 미리 나와서 다시 한가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13년 전에 박하지 흉내를 내던 꼬마들이...
많이 변한 모습으로 마지막 포즈를 취하고도...
아쉬움이 남는지..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 보더군요.
그리곤 갈 때 동행했던 갈매기들과 함께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보셨듯이,
팀버님댁과 함께했던 다이내믹한 캠핑과
조용히 가족만의 휴식을 만끽했던 캠핑이 잘 조화를 이룬...
나름 완벽한 여행이었습니다.
예전과 달리 민박집도 조금 늘고
피서철 보호차원에서 명장섬 주변의 접근이 금지되었지만,
비슷한 환경이었던 인근 안면도가 초토화된 것과는 달리
갯벌이 아직 살아있고
풍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안도와 감사를 느꼈고...
더우기 팀버님댁과 동행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캠핑을 할 수 있었기에
더없이 풍족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팀버님 부부의 따뜻한 배려와 즐겁게 해준 아이들에게
깊이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허...참....팀버님 후기 보면서 그렇더니만....ㅋ...
그나저나 바다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