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미 해병대는 미합중국이 건국되기 이전인 1775년 11월 10일 창설 이후, 225년의 긴 역사를 통하여 미국 독립전쟁(AMERICAN REVOLUTION WAR)을 비롯하여 양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등에 참전하여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미국의 국가이익보호는 물론 대외정책도구로서 국가의지 표현의 중요한 수단이 되어 왔다. 현재 3개 사단(marine division)과 3개 항공단(marine air wing) 그리고 지원부대(force troop)로 구성된 약 17만 명의 병력을 가진 미 해병대는 육 해 공군과는 달리 유일하게 미 해병대만 국가 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에 그 규모가 명문화되어 있어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 이하로 감축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이는 국가가 미 해병대를 특별히 사랑하고 믿기 때문이다.
미 해병대의 생성 발전과정을 보면 허다한 난관과 존립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가장 인상적인 조직의 결집력을 보장하는 것은"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once a marine always a marine)"이란 좌우명아래 종전해병(ex-marine)이란 말을 용납하지 않는 전천후의 영원한 해병으로서 현역과 예비역의 차별이 없이 소속의식이 투철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전통이라고 하겠다. 이 정신이 조직의 도전적 창조력으로 작용해 오늘이 있게 한 것이다.
21세기의 새로운 웅비와 도약을 위해서 미 해병대도 군무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경험에 의존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이를 한 단계 뛰어넘어 새로운 世界像과 自畵像을 묘사하면서 조직의 사명을 구체화하려는 혁신적 창조 노력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단순한 학습이나 모방이 아닌 스스로의 변혁과 창조를 계속하는 조직을 자기 혁신적 조직(self-renewing organization)이라 부른다. 이러한 조직이 아니면, 결정론적 세계에서는 살아 남기 어려우며, 단속적 불안전성을 나타내고 생존과정에서 새로운 자기창조를 이루지 못한다.
비약적 대 진화로서 재창조와 연속적 소 진화를 축차적 또는 동시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라야 역동성 있는 자기 혁신적 조직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 해병대는 21세기에 살아남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6가지 자기 혁신적 요건을 갖추어 가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2. 조직의 존립가치와 생존영역의 진화
일반적으로 조직발전전략은 조직의 자원과 능력을 예견되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잠재해 있는 기회나 모험에 스스로가 창조적으로 적응해 나가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바, 전략형성의 제일요건은 자체 영역의 정의인 것이다. 조직의 생존영역(domain)이란 조직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독자적인 활동무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조직이 누구와 상대하여 어떠한 능력으로 무엇을 제공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구상을 제시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조직의 사명을 명확화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의 독자적 생존 영역은 논리적 분석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사색과 반성 그리고 경험을 거쳐서 어느 시점에 리더가 이를 명확히 개념화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미 해병대는 독립전쟁 중에 적국인 영국에 존재하고 있던 왕실해병대(Royal Marine)를 그대로 모방하여 창설한 조직이었다.
범선시대인 그 당시의 해병대의 사명, 구체적으로 말해 그 임무는 함상 경찰관이지만, 적함과 조우시의 저격병 또는 함상 근접전투병의 역할도 하였다. 그 후 증기 터빈이 개발됨으로써 강철함의 시대가 오자, 범선시대와 같은 해상사태가 없어짐에 따라 해병대의 함상근무 필요성이 감소되었다. 뿐만 아니라 해병대의 경찰기능적 함상근무는 해병대보다 지적 수준이 높은 해군에게 사기저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해병대의 함상근무 불필요론이 대두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제1차 세계 대전시에 미 해병대는 프랑스 북부 페루의 밀림전에서 용감한 전투행위를 통하여 명성을 떨친바 있으나 그 기본 임무가 육군을 지원하는데 불과했지 해병대가 아니면 안 되는 독자적인 기능을 부여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상황하에서 해병대를 육군에 흡수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만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어려운 처지에서 당시 미 해병대 참모장이던 에리스 소령의 획기적 창의력에 의해 해병대는 새로운 생존영역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서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군사적 불안정성의 증대와 대일전쟁의 불가피성을 예견하였다. 이를 전제로 상정한 미 해병대의 임무로서 전진기지의 방어가 전진기지의 탈취로 전략적인 변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수륙양용작전이란 독자적인 생존영역을 창출 개척해 나가게 된 것이다.
오늘날 미 해병대가 전매특허로 내세우고 있는 수륙양용작전 개념은 과거의 축적된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울어 나온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상개변으로부터 산출된 소진화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불연속적으로 비약한 대진화의 획기적인 산물인 것이다. 이같이 일단 개념이 정립되면 과거지식의 축적과는 관계없이 필요한 지식을 비약적으로 창조할 수 있게 된다. 소진화로서의 세련과 정교화는 경험적 요소를 중시하지만, 대진화로서의 재창조는 경험을 초월한 개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당시 해군의 입장이 이를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니었던 바, 만약 지휘관이 이를 올바르게 평가하여 정당화하고 합리화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그 개념이 빛을 보지 못 했을 것이다.
원론적인 생존영역이란 차원에서 볼 때, 조직이 주체적으로 환경과의 작용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환경의 변화를 예견하여 이에 합당한 스스로의 활동공간을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직후의 핵전쟁을 상정하는 상황아래서는 미 해병대가 애써 정립한 수륙양용작전개념이 하루아침에 무위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구심을 갖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거대한 함대를 전개했던 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수륙양용작전은 엄청난 해상세력의 집중이란 핵상황하의 취약점을 안고 있었던 바, 육군이 이에 대응하고자 5각 사단(PENTAMIC DIVISION)으로 개편하는 마당에 해병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거대한 집중적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의 위험하에서 생존 하려면, 새로운 시대의 수륙양용작전은 분산과 집중을 단시간 내에 전환 가능한 고도의 기동력개발이 요청되었다.
미 해병대는 이와 같은 도전에 대응하고자 세계최초로 타군에 앞서 헬리콥터를 도입하여 조직과 전술교리에 적응시키려는 노력이 한국전쟁시에 처음으로 성취됨으로써 실제로 헬리콥터에 의한 전장에서의 전사상자 후송과 보급품추진 그리고 통신선로가설 같은 획기적인 근접지원의 시험평가가 성공한 것이다.
이는 한국전쟁을 통하여 전통적인 수륙양용작전에 공지합동 작전개념을 도입적용하고 나아가서 후일 월남전쟁에서 함안이동과 내륙기동을 수평적 접근의 차원에서 수직적 포위란 차원으로 승화시킨 생존영역의 확대수정 및 전환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전쟁시에는 전통적인 대 인천 상륙작전을 다시 한번 역사의 무대에 등장시킨 바 있으며, 월남전쟁에서는 공격용 헬리콥터와 단거리이착륙기 개발로 해병공지기동부대(MAGTF)에 의한 대분란 작전을 주도했고, 세계도처의 국지제한전쟁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전개통합기동부대(RDJTF)로서 명실공히 국가의 최 정예 직응부대(FORCE IN READINESS)일 뿐만 아니라 공지합동작전 개념에 의한 전지구적 직응진화부대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쟁에서 도태 당하지 않기 위한 비영리 공익조직의 혁신자극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환경의 초래라고 하겠다. 역사학자 토인비가 말했듯이 역사발전이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란 것을 부정 못한다. 미 해병대가 겪어온 허다한 난관과 이를 극복하여 발전 변화한 역사는 한국해병대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 내지 위협은 예산의 삭감, 기능의 흡수 통합, 조직의 폐지 등 사활과 존망이 걸린 문제인데 군사조직도 하나의 유기체이고 법인격체인 바, 조직의 건전성만 확보되면 자생역량이 소멸될 수 없으며 외부적 동기부여가 이루어 지기 마련이다.
한 유명한 곤충학자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나비가 탄생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유충이 꼬치를 뚫고 나올 때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출구를 넓혀 주었더니 쉽게 세상에 나왔지만 제대로 날지 못하고 영롱한 날개의 색깔이 없어 졌다고 한다. 유충이 딱딱한 꼬치를 고통스럽게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나비의 어깨가 마찰을 일으켜 날개를 튼튼히 하고,색소분비를 자극하도록 조물주가 장치를 해둔 것을 인간이 미쳐 몰랐던 것이다. 자연분만에 어미 젖 먹고 자란 아기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고통과 연단 그리고 인내가 강군의 길이다.
오늘날의 미 해병대가 긴 역사 속의 시련과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세계최강의 강인한 군대로서 뿐만 아니라 "국방 911"의 역할을 담당하는 恒在戰場의 출전태세완비를 생활화한 군대로서 자리 매김을 하게 된 것은 바로 그들이 안팎의 적과 싸워서 이겨낸 역사와 전통의 산물임은 물론이고, 결코 현실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생존영역의 진화를 위한 끊임없는 창의적 노력이 가져온 결실인 것이다.
2. 유기적 집중의 독자능력을 가능케 하는 기능의 모색
조직의 생존영역에 필요한 독자적 능력이나 권능(competence or capability)을 개발하여 이의 타 조직과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전개하는 노력이 자기조직혁신전략의 요체이다. 독자적 능력을 구성하는 차원은 다양하지만 주어진 사명 내지 전략개념을 구체화시킴이 선결과제라고 하겠다. 전략이란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자원배분의 설계(design)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이 갖고 있는 인력, 물자, 자본, 지식, 정보 등과 같은 자원은 각각 기능별 자기 몫을 하고 있다. 조직의 독자능력의 기본은 이러한 제 기능의 안배(configuration)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하면 이들의 제 기능이 조직의 사명완수에 가장 적합하도록 상호 의존성과 관련성을 유기적으로 교호 배합함으로써 개방적인 통합체제를 이루도록 팀워크가 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요소 별 균형배분이 목적이 아니고 중심적 기능의 명확화를 통한 역동적 유기적으로 노력과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성과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제 기능이 동등한 역관계를 갖는 조직은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고로 전략의 본질은 힘의 집중으로 알려져 왔다. 근대전략의 대가 리델하트는 전략이 상황의존적이지 유일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보편적인 원리는 집중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전략의 성패는 어떤 특정 상황에 맞도록 여하히 적시적으로 힘을 투입하는가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미 해병대의 핵심적 기능은 수륙양용작전이며 이를 담당 수행하는 주력은 보병요원이다. 보병이 주력전투 부대이고 나머지는 전투지원 또는 전투근무지원 부대이다. 항공기, 헬리콥터, 전차, 수륙양용차, 야포, 미사일 등은 모두 보병을 전장에서 지원하는 수단이다. 비록 항공전력에 의해 전세가 승리로 굳어졌던 걸프전쟁에서도 최후의 지면확보는 보병이 맡아야 했다. 최후승리의 열쇠로서 전략적 요지를 점령하는 것은 역시 육군이나 해병대가 마찬가지로 보병의 몫이다. 미 해병대에서는 이들 보병을 일컬어 '땅을 짓밟는자' (ground-pounder) 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특히 미 해병대는 자족적인 항공지원능력을 갖고서 보병을 근접 밀착 지원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른바 공지기동편성부대를 형성하여 제대별로 보병을 핵심으로 한 유기적인 상호지원과 힘의 집중 운용체제로 협동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군사사학자 아치어 존스가 지은 '서방세계의 전쟁기예(The art of war in the western world)'에 의하면, 전통적인 서양군대의 전투조직은 중보병, 경보병, 중기병, 경기병의 4병종으로 고루 구성 배비하였으며, 이들의 공수양면 전법 구사가 승리의 관건이었다는 것이다. 이의 전형적인 본을 보인 군대가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의 군사조직이었다. 특히 이 군대는 방패와 장창 그리고 검을 지닌 중보병에 의한 밀집대형으로 적 주력을 파쇄하고 창과 경장갑으로 무장한 경보병으로 측방엄호나 예비대역할을 맡도록 하되 투창, 석궁, 투석기 등을 갖춘 경보병 집단은 투척부대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선발된 청년귀족으로 장갑, 장검, 단창을 가진 중기병 집단을 편성하여 밀집대형에 의해 타격을 받아 동요하고 있는 적 주력의 약점을 공격케 하고, 투창과 단검으로 만 무장한 경기병집단은 전초임무나 정찰, 비정규전 등에 사용하였다. 알렉산더 대왕이 지금의 그리스로부터 이집트, 파키스탄 등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와 같은 유기적인 기동편성과 전력배비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군사사적으로 볼 때, 이 같은 4개 병종이 균형을 유지한 경우는 대단히 드물었으며 각 병종에게 주어진 고유한 기능을 통한 상호작용에 따라 전투편성시 일부 기능에 대한 지배적 유기적 집중이 시대흐름의 변화에 적응해왔음을 본다. 이 변화에 바탕하여 이른바 군사기술혁신이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로마군대는 보병중심의 전투편성을 했으며, 기병은 어디까지나 중보병의 보조부대로서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한때 중기병 우위의 시대로 바뀌기도 하였으나, 권총의 개발로 경기병과 중기병의 구분이 없어졌다. 이 때 총검의 도입으로 경보병과 중보병의 융합이 이뤄진 것이다. 이어서 火繩銃과 rifle 소총의 도입에 따라 보병이 기병의 역할을 약화시키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경향아래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경보병과 중보병의 역할을 겸무한 소총병 중심의 보병이 지배적 병종으로 전장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18세기의 산업혁명에 의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무기체계에 혁신이 초래되었으니, 제1차 세계대전시엔 전차와 항공기 그리고 함선이 등장함으로써 보병을 근접 지원하기 위한 포병과 대공포병 그리고 대전차포도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제2차 세계대전시에는 이같은 기동장비가 전장을 지배하고 대항 무기체계의 개발도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오늘날 미 해병대가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공지기동편성에 의한 자족적 원정군인 MEU, MEB, MEF 등은 결국 전차와 포병의 지원을 받는 보병이 항공기와의 유기적인 기능 융합의 전투편성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수륙양용작전을 보장하기 위한 수평, 수직, 그리고 초수평 함안이동 및 내륙기동수단으로서 공격 헬리콥터, 단거리 수직이착륙항공기(OSPREY-22), 공기부양 상륙정(LCAC), 고등수륙양장갑차(AAAV) 같은 신예장비가 도입 배비되어 있지만, 중보병을 중핵으로 한 경보병, 경기병 그리고 중기병이 배합되었던 알렉산더 대왕 군대의 현대판으로서, 보병을 중심으로 이를 지원하는 항공, 기갑 그리고 포병의 4위1체적 유기체(ecosystem)라고 하겠다.
3. 분화와 통합의 극대화 조직
조직의 환경적응이론이 제시한 문제의 하나는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하려는 기업조직의 경우, 분화와 통합의 균형을 잘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기업조직에 있어서 분화는 조직내의 부문간에 다음과 같은 4가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즉 구성원의 목표 지향성, 구성원의 시간 지향성, 구성원의 대인 지향성, 조직구조의 공식성이 그것이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조직이 제조, 판매, 연구개발의 3가지로 크게 분화하여 각 부문 상호간에 치열한 경쟁과 견제의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군사조직의 부문간에도 크다란 분화현상을 볼 수 있다. 군사조직을 육 해 공군으로 대별한다면, 이들의 목표, 시간, 대인지향성 그리고 조직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저한 차이인 시간 지향성이란 차원에서 볼 때, 육군의 경우를 보면 보병은 시속 4km 정도를 기동성의 기준으로 삼지만 기갑 기계화부대는 시속 25km 정도가 그 기준이 된다. 이에 비하여 공군의 전투기는 적어도 시속 1000km 이상의 기동성을 발휘한다. 이와 같은 시간 지향성의 차이는 인간의 사물에 대한 인식과 의사결정 및 행동에 크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목표 지향성의 국면을 본다면, 전통적으로 해군은 함대결전을, 공군은 방공 요격전을 중점 목표로 삼아 왔으며, 상륙작전 지원이나 지상근접 지원은 이들의 부차적인 목표로 여겨져 왔다. 육 해 공군 그리고 해병대가 주작전공간이란 차원에서 그 정체성을 지상, 해상, 공중 그리고 수륙양면에서 표현하고 있음을 알만하다..
대인 지향성이란 면에서 본다면, 육군은 지상에서 정서적인 인관관계가 농도 깊게 표현되는데 비하여, 해군과 공군은 바다와 하늘에서 과학 기술의 성과에 의존하려는 기계적 직무중심형 임무수행 경향을 보이게 된다. 해 공군이 육군에 비하여 전문 기술분야의 장교비율이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조직구조에 있어서는 제1선 전투조직의 기동성과 화력을 중시하는 해 공군은 육군에 비하여 조직구조와 기능의 신축성과 융통성이 허용되는 기동편성이 더 절실하게 요청된다. 해 공군이 육군에 비하여 전투작전 수행에 있어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시 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해병대는 고도의 합동기동부대작전인 수륙양용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육해공군의 전력을 통합적으로 협동시키는 기능이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관료제나 기계적인 조직통합으로 환경적응이 어려운 경우에는 task force, network, matrix organization 등 유기적인 통합개념하에 분화와 통합의 상호모순을 극복하고 역학관계의 균형과 조화를 도모함으로써 양자의 동시적 극대화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해군 및 육군과의 기능상의 유사 중복성 때문에 자기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어온 미 해병대는 부문별 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기완결형 통합조직으로 개발한 것이 해병공지기동편성(MAGTF)이라고 하겠다. 이는 수륙양용작전이란 특수작전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통합적 관리 시스템에 의해 분화와 통합의 역동성을 확보함으로써 불확실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조직이기도 한 것이다..
4. 핵심기능의 습득과 공유
미 해병대가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본질적 체험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신병훈련소(boot camp)가 있다. 이 곳에서 미 해병대의 핵심가치(core value)와 핵심기능(core function)이 철저하게 주입되는 것이다.
11주간에 걸친 지옥과정의 교육훈련을 통하여, '훈련시에 땀을 많이 흘리면, 전장에서 피를 적게 흘린다'는 교훈에 따라 초인간적인 고통과 인내가 수반하는 엄한 육체적 정신적 연단이 기계적으로 계속된다. 이러한 타군에서 찾아 보기 어려운 어떻게 보면 원시적이고 비문명적인 환경하에서 최악의 전장상황을 상정한 인간개조과정을 함께 겪은 동기생은 언어를 초월하는 강한 전우애를 느끼게 된다.
이 신병훈련소에서 모든 훈련병에게 불어넣어주는 원초적인 기능은 소총병으로서의 기본이다. 하이테크 전쟁의 시대에 저음하여 왜 소총병 교육에 집착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미 해병대원의 자부심은 저격수로서의 소총병이다. 이는 범선시대의 선상 해병당시부터 내려온 일발필살(one shot, one kill)이란 전투철학이 몸에 배어 온 것이다. 전 소총병 특등사수화가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병훈련소를 마치고 실무에 배치된 다음에도 개인의 사격성적이 항상 따라 다니게 되고 특히 특등사수(expert)의 메달을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을 무쌍의 영광으로 여긴다. 실제로 미해병대원이 연방수사국(FBI)의 사격훈련을 전담하고 있으며, 백악관과 전세계의 미국대사관 경비는 미해병대의 전매특허처럼 되어 있다. 이는 가장 헌신적이고(dedicated) 가장 출전태세가 잘 갖추어진(ready) 해병대가 또한 가장 사격술에서 뛰어난 소총병의 자질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계승되어 온 전통과 문화인 것이다
미 육군은 베트남전쟁 중 M-14 소총을 M-16소총으로 교체한 바 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한 논리는 이렇다. 즉 통계상으로 현대 보병전투의 85%가 사격술에 있어서 아마추어에 가까운 병사로서 300m 이내의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하여 난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접전투시 스프레이(spray)기능을 갖는 연발 속사총인 M-16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발필살을 추구하는 미 해병대는 이를 채용하지 않고 M-16A2를 자체에서 개발하여 뒤늦게 장비하였던 것이다. 이는 단발 사격과 3연발사격이 가능한 변환장치를 부착한 것으로, 그 개발자인 윌리스 대령은 다음과 같은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즉 하이테크 속사능력을 가진 M-16자동소총은 풍속을 읽는 능력, 탄환의 비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위의 기온 측정능력, 등에 익숙해 있는 해병대의 집단적 명사수의 자존심을 상실케 하는 대량난사에 의한 탄약소모에 걸맞지 않은 저조한 전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技能은 지식의 일종이며, 지식에는 언어화와 도식화가 가능한 形式知와 이것이 곤란한 暗默知가 있는 것이다. 전자는 논리분석이나 두뇌활동으로 얻어진 이론적 지식으로서 교범이나 사양서 같은 것이고, 후자는 신체나 오감에 의해서 경험적으로 얻어지는 특수지식으로서 직관적 이미지, 숙련된 노하우 같은 것이다.
미 해병대는 이 두 가지를 고루 갖춘 소총병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 전투집단이다. 교범적 원칙과 조직적으로 공유 가능한 형식지가 중요하지만, 질 높은 암묵지가 없으면 조직의 통합된 능력발휘가 불가능해진다. 기술혁신(innovation)의 원천은 기계적 형식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적인 암묵지에 있는 것이다. 양자의 상호작용 이 지식의 조직적 창출을 가능케 하지만, 암묵지가 결정적 경쟁우위성을 확보 유지케 한다.
제29대 미 해병대 사령관 알프렛 그레이 2세는 이와 관련하여 흥미 있는 문제를 제시한바 있다. "미래의 전장은 예측 불가능 하다. 가능한 일은 전장에서 패배하지 않도록 자기와 자기부하를 단련시키는 것이다. 전투에서 살아남는 열쇠는 무엇인가에 집착하는데 있다. 이 선택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특별한 경우 외는 공군이니 해군의 항공지원을 받지 않고 자족적인 공지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는 미 해병대에 있어서 항공단(MAW)의 존재가치를 그들은 다음과 같이 변호한다. 이따금 해병항공단의 해군 또는 공군과의 통합 문제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왜 해병대에 항공단이 필요한가, 그리고 해병대는 수륙양용작전시 내륙기동간 공군의 항공지원을 받으면 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답하기 전에 해병조종사가 갖추지 않으면 안되는 특수조건을 먼저 지적한다. 타군과 달리 미 해병대만이 조종사 훈련과정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2년간 해병대 장교로서 육상에서 전투병과부대에 근무해야 한다. 해병대는 병과와 특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병의 자격을 얻어야 하는바, 보병이야 말로 전천후 공유의 핵심병과이다. 항공기 조종사가 육상근무 2년간의 경험을 갖지 않으면 항공지원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따라서 전해병대원은 기본적으로 보병의 자격을 지녀야 하며, 수륙양용작전에 문외한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규범가치가 살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항공기 조종사는 육상작전을 근접 지원함에 있어서 피지원부대의 상황을 알기 때문에 마음에서 울어나는 참 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해군이나 공군의 조종사라면 형식적이고 피동적인 지원밖에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미 해병대만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에 부대 규모를 3개 사단에 3개 항공단을 항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 해병대 조종사는 미국의 육해공군 조종사 중에 가장 특출한 엘리트 조종사로서 자격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공지 협동작전의 원조가 미 해병대이기 때문에 각군이 미 해병대의 공지협동작전 교리와 용어를 사용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이 같이 미해병대는 핵심기능의 공유와 학습에 역점을 두고 있는 특이한 조직으로서 그 성과는 전쟁에서 입증되었다.
태평양전쟁시의 카다라카날, 타라와, 이오지마, 그리고 오키나와 상륙작전에서 보여준 용맹성은 물론 한국전쟁시 낙동강 방어선의 서측방 돌파저지와 인천상륙작전에 이은 서울탈환작전은 말할 것도 없고, 장진호 철수 작전 시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혹한에 대응한 사투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포로의 탈출과 가장 적은 부역자를 낸 역사적 기록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핵심기능의 공유를 통해 성취된 영광의 기록이라고 하겠다.
기본을 지키고 확실히 하는 군의 기강은 곧 소진화의 지속적 수행을 뒷받침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조직 구성원의 형식지와 암묵지를 융합 극대화할 수 있는 토양과 조직문화를 마련하게 된다.
5. 인간. 기계 시스템에 의한 정보우위 지향
21세기는 정보사회이며 장차전은 정보. 전자전이 될 것이고, 현대군대의 당면과제는 정보우위 획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보는 간단히 정의한다면 적에 대한 선행지식이다. 군사작전을 수행함에 있어서 정보우위는 모험과 불확실성의 요소를 소멸시키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의미 있는 정보는 적에 관한 지식이 아방의 계획과 행동에 상호 비교하여 그 차이를 선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위협평가 시 피아의 의지와 능력 그리고 취약점을 비교 분석하여 판단에 이르게 된다. 적이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슨 약점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것을 사전에 알면, 아방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의 답이 나올 수 있다.
고대병법이나 현대전략을 막론하고, 정보우위에 의한 저비용과 저희생으로 고효율과 고성과를 추구함이 전쟁을 승리로 결정 짓는 원리 원칙으로 되어 왔다. 따라서 정보는 전투력의 승수(multiplier)로서의 기능을 발휘한다고 할만하다.
근자에 와서 정보 통신 기술의 혁명적인 발달로 대적정보가 실시간(real time)에 획득 전파 될 수 있게 되었다. 항공정찰, 레이더, 인공위성 등에 의하여 적의 위치 확인이 상시 행하여 질 수 있게 되었으며, 컴퓨터에 의하여 팽대한 정보를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영상정보중심의 기술적 기계적 수단에 의해 획득되는 형식정보가 물론 중요하지만, 인간정보로서 정보출처와 기관의 다면적 복합적 평가 해석 절차를 통해 창조되는 의미정보가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이는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 그리고 적시성을 증진시키는데 불가결한 요소이다.
야전에서의 전투정보 3요소는 적과 지형 그리고 기상이다. 이 3가지 주어진 여건에 맞도록 아방의 행동계획이 나와야 한다. 지휘관이 정보판단 없이는 상황판단이 불가능하고 또한 작전개념을 구상할 수 없는 것이다. 지휘관의 작전명령은 곧 이 작전개념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일 뿐이다. 이를 위해서 지휘관이 항상 유념해야 하는 4가지 요소인 METT란 금과옥조가 곧 임무(mission),적군(enemy),가용시간(time) 그리고 가용부대(troop)이다. 이는 맡은 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주어진 자원으로 적을 여하히 요리할 것인가를 의사 결정해야 할 요소인데, 여기에 지배적으로 영향을 미칠 변수가 곧 적군 즉 적에 관한 정보이다.
미 해병대 사령부에서 1994년에 펴낸 WAR FIGHTING 이란 단행본에 보면 대적정보공유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 있음을 본다.
"인간이 지닌 암묵적인 의사소통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해병대의 지휘철학이기도 하다. 각 제대별 조직간 그리고 각 개별 해병간에 주어진 시공간적 상황에 걸맞는 의사결정이 이심전심으로 이뤄지고, 상호간 이해와 융화가 저절로 가능해짐으로써 말하거나 명시적인 명령 지시를 하달하지 않더라도 일사천리로 공감대확대와 의사소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러한 특수한 분위기의 조직문화를 공유한 철학과 체험의 토대 위에 집을 짖게 되는바, 상호신뢰를 갖고서 부여된 임무를 차질 없이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미 해병대는 어떤 경우에도 전투시에 전우의 시체를 유기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계급과 직책을 초월한 사자에 대한 우선순위 1위의 후송특권이 부여된다. 한국전쟁시 사상최악의 장진호 후퇴작전에서도 태평양 전쟁시 타라와 상륙작전시에도 전사자의 영현 처리에 소홀함이 없었다. 이것이 암묵적인 공유가치로 합의되어 있는 바 전투군기의 확립과 일차집단적인 전우애의 발휘를 가능케 한다.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미 해병대의 팀워크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미 해병대는 자체에서 개발한 수색대에 의한 전투정보 획득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이들은 컴퓨터에 의한 형식정보에 만족하지 않고 전선에서 살아 있는 생정보로서 대면적(face to face) 의미정보를 더 중시한다. 걸프 전쟁시에도 정찰위성에 의해 확인된 이라크의 전차대수와 같은 하드웨어의 자료정보에 만 초점을 모우지 않고 적 전차승무원의 기량과 사기 등 소프트웨어의 정보획득에 노력을 경주한 것이다. 그리하여 인공위성이 추적하지 못한 지하의 거대한 기갑부대집단을 발견하여 항공폭격과 함포사격에 의한 조기격멸에 공헌했던 것이다. 인간. 기계 시스템에 의한 정보공유의 유용성을 입증하였다.
6. 조직의 존재적 가치 고양
미 해병대는 금후에도 존속 할 것인가? 다른 말로 미국은 앞으로도 해병대를 필요로 할 것인가 란 물음과 맥을 같이 한다. 전 미 해병대 사령관 빅터 쿨락 장군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한국 해병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 해병대의 존립 필요성과 당위성을 우수한 육군과 강력한 해군의 결합된 기능에 의한 수륙양용작전수행 기능보유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기능은 오늘날의 육군이나 해군이 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바 설득력이 없다.
단순히 기능적 능력만을 따진다면 해병대의 기능을 육군이나 해군도 대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병대가 없으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한 마디로 차가운 기계적 합리적 측면보다는 따뜻한 인간적 비합리적 측면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국민은 누구나 해병대가 이룩한 지난날의 다음과 같은 세가지 성과를 지금도 믿고 있다.
첫째, 국가안보 위급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해병대가 앞장서서 해결해 주었다.
둘째, 해병대는 항상 전투에서 극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셋째, 해병대는 사나이다운 미국시민의 상징이 되어 왔고, 지금도 미숙한 젊은이들을 자신에 찬 늠름하고 믿음직한 시민으로 연상시킨다.
미국이 해병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논리를 뛰어넘는 국민의 믿음과 사랑 때문이다, 만약 해병대가 소박한 프로의식(lean professional simplicity)과 실수 없는 준비태세(unfailing preparedness)를 갖추지 못한다면 해병대의 존재적 가치는 소멸하고 말 것이다,"
미 해병대는 수륙양용작전 기능만으로 자군의 정체성(identity)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아 정체성은 주어진 사명과 영역(domain)을 그 가치로 내세운다. 미해병대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조직의 존립가치를 고양하기 위하여 꾸준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함상경찰에서 전진기지방어부대로, 그리고는 전진기지방어부대에서 수륙양용작전능력을 개발하여 전진기지탈취부대로, 환경변화를 선취함으로써 주체적으로 사명과 영역을 혁신해 왔던 것이다. 한마디로 해병대는 공세적인 부대이다. 그 기능이 방어된 적 해안에 대한 해상공격인 바, 맡은 역할과 사명이 국가이익수호와 직결된다. 오늘날 미 해병대는 전지국적 소방관의 임무를 담당한다. 그 다음으로 대규모 해병대를 가진 대만의 경우 본토수복의 선봉군으로서, 한국의 경우도 한미연합사 작계에 의하면 제2한국전쟁시엔 한미연합으로 북한의 동해안에 상륙진공하여 국토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주력군이 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명과 영역을 바탕으로 한 기능적 가치만으로 생존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에 버금가는 조직문화로서의 보편적 핵심가치(core value)가 조직의 영원한 존재가치를 뒷받침하게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미 해병대의 핵심가치는 신병훈련소에서 주입시킨 의무에 대한 헌신, 다시 말하자면 충성(Semper Fidelis)으로 상징되는 하나님, 조국, 해병대 그리고 전우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기희생(self-sacrifice)이라고 하겠다. 이는 미 해병대의 군가(marine hymn)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We fight for right and freedom and to keep our honor clean, we are proud to claim the title of USMC.
(.........우리는 정의와 자유 그리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우리는 매 해병대의 칭호보존을 자부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충성과 자기희생은 조직내에서의 성실과 이타주의의 규범가치를 뜻한다. 특히 미 해병대의 경우, 이는 바로 전우애와 직결된다. 해병들은 전투에서 전우를 위해서 싸우고 전우를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면 해병이 아니라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조직엔 부여된 영역과 사명을 바탕으로 한 기능적 가치와 조직구성원의 전인적 관여와 존립근거가 되는 존재적 가치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변화를 지속하지 않으면 안되고, 후자는 그것을 상실하게 되면 조직의 소멸을 맞게 될지도 모르는 차원 높은 공유가치라고 하겠다. 조직의 존재적 가치가 확립 견지 되어 있어야 기능적 가치가 자기혁신을 도모 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쿨락 장군은 앞에서 지적한 바 있거니와 기능적 합리적 가치로서의 수륙양용작전은 타군종에 의해 대행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해병대의 존립 필요성과 당위성으로서의 존재적 가치는 국민의 사랑과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인바, 타군의 불가침 영역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병대의 자기혁신 전략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 살펴본다. 조직진화론은 진화를 학습의 과정으로 보는바, 이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의 학습을 뜻한다. 그래서 모든 조직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취사 선택함으로써 생존해 나간다. 그러나 조직의 자기혁신은 학습만으로 부적합하다. 학습은 과거의 성공체험에 과도 의존함으로써 과잉적응이란 위험이 수반하기 마련이며, 새로운 환경적응이 도외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혁신조직은 주체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함으로써, 기존의 지식을 부분적으로 폐기 또는 재 구축하여 스스로의 지식체계를 혁신해 나가는 것인 바, 신지식의 창조 없이는 조직의 자기 혁신이 불가능한 것이다.
조직적인 지식창조의 기본은 개념의 창조와 그 結晶化인 바, 조직변혁과 연관되는 상위개념의 지식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위개념과의 연계적 의미상관성을 도모할 수 있는 다의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미 해병대의 역사를 보면, 창설 당시 함상경찰로서 적국인 영국의 왕실해병대를 모방한다는 것 이외는 다른 주체적 조직개념의 창출이 없었다. 그 후 마한의 해상권력론이 미국의 국가전략을 풍미하게 되자, 비로소 해군의 전진기지방어란 개념이 창출되었고, 그 후 제1차 세계대전시엔 주로 육군의 지원부대로서의 개념이 통용되었으나 해병대의 독창적인 사명과 영역을 전제한 조직혁신을 이룩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과 더불어 전진기지탈취란 개념이 해병대역사상 처음으로 대두됨으로써 수륙양용작전이 해병대에게 전매특허로 주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함대해병대란 해군 해병기동편성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태평양제도의 상륙작전을 미해병대가 주도적으로 수행했던 것이다. 물론 이때 때로는 육군의 지휘하에서, 때로는 육군을 지휘하여 작전을 수행하였다.
한국전쟁시에는 미 해병대가 처음으로 헬리콥터를 전술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개념을 개발했고, 세기의 상륙작전인 인천 상륙작전을 통하여 핵시대에도 수륙양용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과시하였다. 특히 한국전쟁시 낙동강방어선 사수와 장진호철수 작전시의 용전분투는 해병대의 기능적 가치 이상의 존재적 가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이어서 베트남전쟁을 통하여 처음으로 헬리콥터에 의한 수직상륙작전개념이 정형화되고 또한 세계도처의 분쟁사태 발발시 해병대가 제일먼저 투입될 수 있도록 한 직응부대 (force in readiness)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된 것이다.
그후 1980년대에 와서는 공기부양정과 단거리 수직이착륙기에 의한 초수평상륙작전 개념이 도입됨과 동시에 해병공지기동편성(MAGTF)에 의한 자족적 원정군의 위상을 확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의 미 해병대의 기능적 가치와 존재적 가치는 최근의 걸프전쟁을 통하여 재확인되었다. 탈냉전시대에 와서 육 해 공군이 모두 근 25%나 되는 급격한 병력과 예산상의 삭감이 단행되는 가운데서도 미 해병대는 별로 큰 영향을 안 받고 건재해 있다.
7. 맺는 말
오늘날 세계 최강의 군대로 알려져 있는 미 해병대는 225년의 긴 역사를 가진 미국 유일의 전략적 기동력을 구사할 수 있는 직응부대이고 자족적 원정군으로 편성되어 있는 수륙양용작전부대이다. 법적으로 3개사단과 3개항공단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는 미국 유일의 국가보안보법에 조직과 규모를 명시해 놓은 국민이 믿고 사랑하는 군대이다.
그러나 미 해병대도 지난 2세기여의 긴 역사를 통해 볼 때 수많은 존폐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역전의 용사다운 군대중의 군대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 무수한 전쟁을 치렀으며 특히 20세기의 5대전쟁인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걸프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피를 흘렸다.
미국의 국가이익을 가장 잘 지키고 국가의지를 가장 잘 시현할 수 있는 엘리트 집단으로서 일당 백의 정예화된 공세적 해상투사 전력인 것이다.미국의 동서해안에 각 각 1개 사단씩 그리고 일본 오끼나와에 1개 사단이 자리잡고 있으며, 서태평양, 지중해 그리고 카리브해의 함상에 각각 1개 대대의 상륙강습부대가 출전대기태세를 취하고 있다.
미 해병대는 오늘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하여 自强不息의 자세로 조직의 자기혁신에 정진해 왔다. 전항에서 설명했듯이 생존영역의 진화, 독자능력의 유기적 집중발휘, 조직분화와 통합의 극대화, 핵심기능의 습득과 공유, 인간. 기계시스템의 정보화, 기능적 가치와 존재적 가치의 유기체화 등을 통한 자기혁신적 조직발전을 꾸준히 도모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미 해병대는 조직의 기능적 가치의 극대화 발휘는 물론, 조직의 존재적 가치의 국민적 승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타적 전우애를 상징하는 충성과 희생을 미국시민의 가슴에 와 닿도록 시범 보이고 있다. 신병훈련소의 지옥훈련과 청소년 교육을 위한 영마린(young marine)제도 같은 것은 미 해병대만 갖고 있는 유효한 프로그램이며, 국민교육도장으로서의 효용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가시밭길을 걸어온 지난 반세기동안의 한국해병대는 미 해병대를 모방하여 탄생하였으나, 우리의 안보환경과 군사문화, 국민의 의식구조 그리고 정치풍토가 해병대의 기능적 가치는 물론 존재적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해병대 자체의 창조적 자기혁신 노력도 부진하다.
2개 사단과 1개 여단의 대규모 해병대이지만, 미 해병대의 사명과 영역에 비추어 본다면, 전진기지 방어(서해6도 방어 와 수도권 서측방 방어), 전진기지 탈취(수륙양용작전) 또는 직응부대의 기능과 사명을 현실과 교리에 맞도록 합리화 및 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포항의 1개사단이 세력투사 내지 수륙양용작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송 및 함안이동 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이다.
이와 같이 한국해병대는 조직의 기능적 가치가 개념화 되지 못한 가운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참전 요원들이 조직구성원에서 대부분 도태됨으로써 전우애를 바탕한 결집력이 이완된 나머지 존재적 가치마저 상징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 두가지 가치가 상실되면 조직은 소멸하게 된다. 속히 특유한 해병대 조직의 이 두가지 가치를 재창출하여 극대화 발휘할 수 있는 결사적인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현역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고, 기왕에 몸담았던 예비역들도 필요한 형식정보와 의미정보를 제공해주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첫댓글 음... 길군. 그러니까 잘 해보잔 얘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