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토욜 성곡미술관 전시를 보고 인사동을 쭉 훑으면서
올라오는데 선갤러리 입구에 큰 포스터가 걸려 있는 걸 봤
습니다.
스페인의 현대미술의 거장이라는 분의 전시소식이더군요.
인사동에 들르시면 꼭 들르러보세요~ ^^ 저도 물론...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ungallery.co.kr%2Fimages%2Furculo.jpg)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ungallery.co.kr%2Fbbs%2Fdata%2FUrculo%2FLR_11.JPG)
지난 20세기 현대미술에 미친 스페인 출신 작가들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였다.
피카소를 필두로 하여 호안 미로, 살바토르 달리, 후안 그리스, 곤잘레
스, 가르가요, 아로요, 따피에스......
이 이름들만으로도 스페인의 미술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을 할
수 있다.
대체로 스페인 출신 작가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가공할 에너지와 무한
한 상상력, 풍부한 감수성 등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
그러한 스페인 현대미술의 전통을 따라 내려가면서 만나는 또 하나의
거봉이 있으니 그가 바로 에두아르도 우르쿨로(1938-2003)이다.
우르쿨로는 지금 언급한 가장 스페인 현대미술의 특징을 가장 전형적
으로 보여주는 재능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스페인 정부가 직접 나서
서 순회전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로 스페인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국
보급 예술가이다. (안타깝게도 작가는 동아시아 순회전 도중 불과 몇
달 전에 타계하였다.)
우르쿨로는 여행자를 테마로 하여 많은 작품을 해 온 작가이다.
작가 스스로가 여행을 아주 좋아하며 스스로 여행자 혹은 방랑자로
부르고 있다.
그의 작품엔 여행용 가방, 구두, 자켓, 모자 등의 용품들을 재현시키고
있다.
작가는 여행이라는 테마에서 여행 소품들만 드러낼 뿐 주인공을 부재
상태로 처리하고 있다.
없음을 통해 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반전 혹은 아이러니의 의도가
비쳐지고 있다.
대상의 이미지들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재현됨으로써 대상의 또 다른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없음을 통한 있음의 표현은 그의 작품이 동양적 사유 방식에 익숙해
있거나 깊은 이해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는 여러 차례 여행을 통해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많
은 문화적 체험을 했으며, 또한 아시아에서 중요한 예술적 영감을 많
이 얻었던 터이다.
작가는 여행은 또 다른 정착이며, 정착은 영원한 여행이라는 역설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중략......................
한편 작가는 형태의 절제 대신 색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채로운 색의
흐름을 구사하고 있다. 색채감각은 스페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낭만
주의적 특성의 일면이기도 하다.
그의 색감은 진폭이 대단히 넓다. 화려하고 강한 원색이 선명하거나
혹은 원색들의 유려한 흐름이나 변조를 즐겨 구사한다.
대상에 따라 무채색(특히 말기의 네오큐비즘 작품에서 발견되는)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도 그는 감각이 풍부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우르쿨로는 미술사적으로 팝아트 양식에 근접해 있다.
그의 작품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대상으로 많
이 그리며, 또한 현대문명의 욕망적 단층을 아주 세련된 화면으로 그
려내고 있다. 물론 말기에는 큐비즘에 경도되어 팝아트와 큐비즘을
결합하는 양식을 보임으로써 ‘네오 큐비즘’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보다 큰 맥락에서 팝아트 작가들의 미의식을 거의 공
유하고 있다.
이 재 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