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이색 성황제 배순을 동신(洞神)으로 모신 배점마을 동제(洞祭)
온 마을 사람들이 받들어 모시는 신(神)이 된 배순 배점은 배순의 이름에서 따 온 이름 실존인물을 성황신으로 모신 특이한 사례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우리나라 여러 마을에서 성황제를 지낸다. 성황제는 전통민속 중의 하나로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날을 전후하여 마을을 지켜준다는 성황신(서낭신)께 드리는 대동제(大同祭)이다. 유서 깊은 순흥에는 18개 마을에 18개 서낭당이 있으며 예외 없이 두레 풍습의 일환으로 성황제를 지낸다. 순흥에서 초암사로 가는 길목에 배점(裵店)이라는 산골마을이 있다. 배점은 원래 평장동이라 불렀는데 배순(1548-1610 행적기록이 있는 기간)의 학문과 충·효·덕행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정려각을 세우면서부터 배순(裵純)의 배(裵)자와 점방(店房, 대장간)이란 점(店)자를 따서 배점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배순을 동신(洞神)으로 모시고 매년 음력 1월 14일 밤 자정에 배순의 정려각에서 동제(洞祭)를 지내고 있는데 그 역사가 400년에 이르고 있다.
동제의 준비 배점리(이장 권순표1·김진환2)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 초팔일 경에 동제 준비를 위해 동회(洞會)를 연다. 올해는 지난 음력 8일(이하 음력) 마을회관에 모여 도가(都家, 제수준비)를 정하고 헌관과 축관을 선정하는 등 제반 사항을 의논하여 결정했다. 2014년 집사분정은 초헌관에 김영구(배점2, 75), 아헌관에 배백현(경주배씨 영주종친회장), 종헌관에 배영탁(배씨종친회 부회장), 첨작례에 김희석(배점2, 69), 축관에 황태섭(배점1, 67), 집례자에 이진우(배점2, 71), 집사에 김창수(배점리1) 씨로 정했다. 제관으로 선정되면 출입을 삼가하고 경건하고 청결한 마음으로 제례준비를 한다. 음력 10일이 되면 정려각을 청소하고 잡신의 근접을 막기 위해 금줄을 친다. 12일이 되면 도가에도 금줄을 치고 외인의 출입을 금한 가운데 제수 준비를 한다. 14일은 헌관부인들이 도가에 모여 제수를 장만하고 헌관들은 제기 챙긴다. 오후가 되면 정려각을 점검하고 배순의 묘역와 비석 등을 둘러보고 옛 배순의 대장간 터도 살펴본다. 도가 주인인 김희석 씨는 “오랜 옛날부터 마을사람들이 벌초와 성묘 및 가토를 하면서 배순의 묘를 보살펴 왔고 묘 위쪽 10여 m 지점에 배순의 손자 묘가 있고 배순의 대장간은 묘에서 100여 m 떨어진 계곡 도랑가(현재 과수원)에 있다”고 설명했다. 며칠째 제수를 준비하고 있는 박명자(도가주인 김희석 씨의 부인 68)는 “오래 전부터부터 배충신의 덕행과 효행에 감읍하여 온 마을이 정성을 다해 제를 올리고 있으며 우리 마을에서 배충신을 닮은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수를 장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신이 된 배순에 제사를 드리고 소지를 올리다 14일 밤 10시 경 제관들은 목욕재계하고 의관정제하여 도가로 모인다. 11시가 되면 제관들이 제수를 제물함에 담아 정려각으로 운반한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집사가 진설을 한 다음 촛불을 밝히고 제사 지낼 것을 청한다. 이진우 집례관이 “지금부터 충신백성 배순의 동제를 올리겠습니다”라고 제례의 시작을 알리면 모두 취위(자리에 서다)하고 초헌관이 신위 앞에 꿇어앉아 삼상향과 강신례를 드린다. 제례의 순서는 순흥지방 기제사와 같다. 삼상향, 강신례, 초헌례, 독축, 아헌례, 종헌례, 첨작례, 유식례(삽시정저), 진다례, 소지례, 음복례 순으로 진행됐다. 황태석 축관은 독축에서 “배순 선생은 부모에 효성이 지극했고, 퇴계선생의 제자로서 유학에 정진하였으며 나라에 충성을 다해 정문을 받으셨다.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숭모의 제를 올린다. 마을의 산과 토지와 사람들을 보살펴 주시고 더 잘 사는 배점마을이 되게 해 달라”고 축원했다. 경주배씨를 대표해서 참제한 배백현(아헌관, 풍기 우백인견코리아 대표) 회장은 “배점마을에서 우리 선조 배순 할아버지의 제를 올려주셔서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우리 배순 할아버님의 유학의 높은 정신은 물질이 정신보다 승한 현대사회에 오히려 그 빛을 더욱 발하고 있다. 후손들은 할아버님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 널리 순흥땅의 배점마을을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소지(소원지)는 초헌관이 각 헌관들 가정의 소원을 빌어주고 마을의 태평성대와 풍년농사, 농기계 무사고, 풍수해 예방, 송이풍년 등을 기원했다. 소지는 정려각 기둥을 타고 지붕 위로 높이높이 올라갔다. 제례가 끝나자 그 자리에서 모두 음복을 하는데 막걸리를 한잔 씩 돌린다.
정월대보름날은 마을 대동제 정려각에서 동제를 지내고 제관과 참례자들은 도가로 가서 음복을 한다. 음복은 제물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 순배 돌리고 산채나물밥을 먹는다. 권순표 이장은 “올해도 많은 제관들이 참여해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지난해부터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있고 경주배씨 영주종친회에서도 참제와 지원이 있어 푸짐한 제수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 이장은 또 “날이 밝으면 동민들이 모두 회관에 모여 음복을 함께 나누며 배충신의 공덕을 기리고 마을 화합 축제를 연다”고 했다. 배점 1,2리에는 120여 호가 살고 있다. 15일 대보름날 오전 동민 100여명이 회관에 모여 음복을 나누며 마을의 단결과 화합을 위한 축제를 열고 오후에는 윷놀이 한마당으로 지신밟기를 하고 대동제를 마루리 한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3대왕 석탈해는 대장장이(철을 다루는 기술자)에서 왕이 됐으며, 죽은 뒤에는 토함산을 수호하는 신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후 이런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어 배순이 마을 수호신이 된 것은 특이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배순동제/도가를 정하고 금줄을 친다
배순동제/도가(제수를 준비하는 집) 에서 제례 음식 준비
배순의 묘소 가는 길
배순의 묘소
배순의 묘비
배순의 손자 묘비 배순의 묘에서 10여 m 위에 있음
멀리서 본 배순의 묘
배순의 대장간 터/왼쪽 사과밭
이 과수원이 배순의 대장간 터 라고 마을 사람들이 알려 줌
배순의 정려각에 금줄이 쳐져있응 모습
삼괴정과 배순의 정려각
취위/동제를 지내기 위해 제관들이 자리에 섬
진설
삼상향
초헌례
독축 축문
아헌례
종헌례
첨작례
제관
유식례
소지례
잠시! 기념촬영
도가에 와서 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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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초암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초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