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띠(sati), 명상의 키워드 / 일중 스님
사띠, 마음에 환한 불 켜는 힘
사띠, 수행자에게 가장 중요해
대상 정확하게 알고 있는 마음
일상서 수시로 수행·정진해야
번뇌 차단하는 힘 기를 수 있어
명상수행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은 무엇일까?
어떤 마음이 명상의 마음이며, 수행하는 마음일까?
‘수행하고 있는가?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를
판단할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근거와 잣대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띠(sati, 마음챙김 알아차림, 念)’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수행자에게 사띠가 있으면 수행을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반듯하게 앉아있어도 사띠가 없다면 수행한다고 말할 수 없다.
사실 수행자에게 사띠가 없으면 명상수행 자체가 시작되지를 않는다.
사띠가 있어야만 집중(삼매)도 일어날 수 있고,
사띠가 있어야만 분명한 앎과 지혜가 생겨날 수 있다.
혹자는 사띠가 위빠사나 수행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사띠는 사마타 수행을 하든 위빠사나 수행을 하든
어느 수행을 하든지 간에 수행자의 마음에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마음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기불교명상의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인
‘사띠’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사띠란 무엇인가? 팔리 영어사전은
‘사띠’를 두 가지 측면으로 번역했다.
하나는 ‘기억(인식, 의식)’으로,
또 하나는 ‘마음의 의도(주시), 주의집중, 깨어있음,
마음챙김, 정신차리고 있음(憶念)’ 등으로 번역했다.
그러니까 ‘사띠’는 1차적으로 ‘기억’이라는 의미로
경전에서 몇 번 사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명상수행의 입장에서 ‘사띠’는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한다는 의미라기 보다 ‘현재 이 순간에 명료하게 깨어있는 마음’
‘정신을 세워 대상에 온전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
그래서 대상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마음’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런 마음이 바로
‘명상하는 마음이고 수행하는 마음’이다.
반면 사띠가 없거나 놓쳐버린 마음,
무의식에 빠져있는 마음을 ‘아사띠(asati)’라고 한다.
아사띠는 마음챙김, 알아차림이 없는 무기의 마음이고
무지의 마음이며 무명의 마음이다.
이런 아사띠의 마음은 일상의 경험 속에서
늘 무의식적인 자동반응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새로운 상카라를 계속 일으키는 마음이며
부정적인 업의 원인을 만들어가면서 업의 바퀴를 굴리는 마음이다.
그래서 미얀마의 우 조티카 사야도는 ‘사띠를 놓치는 것이
가장 무섭고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며칠 전 명상수업을 마쳤는데 한 학생이
“마음챙김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분명히 한국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인 의미에 있어서 선명하게 와닿지 않는가 보다.
그래서 비유를 들었다. 학교를 가면서 학생이 책을 챙기고,
주부가 시장에 갈 때는 지갑이나 카드를 잊지 않고 챙긴다.
직장인은 자신의 업무를 챙긴다.
그런 것처럼 수행자는 자신의 마음을 챙겨야 한다.
어떻게?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호흡이나 발걸음,
느낌이나 마음이라는 명상 대상에 온전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
또한 대상을 놓치지 않으면서 대상이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상태, 그것이 사띠, 마음챙김, 알아차림이다.
예를 들면 파란 하늘을 파란 하늘이라고 알고,
가슴에 통증이 있을 땐 통증이 있다고 알며,
짜증이나 불쾌감, 화가 있을 땐 그 화의 불길 속에 빠지지 않고
화를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있는 것, 이런 것이 사띠의 기능이다.
초심자에게 일어나는 약한 단계의 사띠부터
예리하게 향상되어 확립되는 단계까지 수행자는 계속 닦아가야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사띠를 수시로 챙기면서 살아간다면
그것이 명상적인 삶, 수행자의 삶이라 할 수 있겠다.
어두운 밤에 전등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것은
전기가 계속 제공되기 때문이다.
전기의 흐름이 끊기면 불은 바로 꺼져버린다.
마찬가지로 마음에도 환한 불을 켜는 것이 바로 사띠이다.
사띠가 마음속에서 계속 작용하며 현전할 때,
그런 상태가 깨어있는 마음이다.
깨어있는 마음은 지혜가 있는 마음이라
새로운 상카라는 일으키지 않고 번뇌를 차단함과 동시에 제거하며, 궁극적으로는 성자를 만들고 붓다는 만드는 힘이다.
명상수행의 키워드 중의 키워드,
이게 바로 사띠(마음챙김, 알아차림)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2022년 9월 28일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