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에는 운전 연습을 해야겠어.”
아내가 중얼거립니다. 혼잣말인지, 아니면 저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헷갈립니다.
아내는 10년 넘게 장롱 면허입니다.
“내가 시켜 주지.”
그래서 아내 주행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이것저것 물어 봅니다.
“오토는 오른발만 쓴다고? 왼 발은?”
어제 대답해 준 건데 또 물어 봅니다. 발을 갖다 대고 직접 설명을 해 줍니다.
“기어는 어디에 놓고 출발해?”
이것도 한두 번 얘기해 준 게 아닙니다. 이제 말이 소용없습니다.
“여기, D 에다 놓고 출발해요.”
“그럼 그냥 나가?”
하! 슬슬 열불이 올라옵니다.
그래도 명색이 목사입니다. 아내 운전연습 시키다가 부부싸움 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어서 꾸욱 참았습니다.
차량이 좀 뜸한 교외로 나갔습니다.
“자, 기어를 넣고 출발해 봐.”
조마조마합니다. 차츰 언성이 높아집니다.
“앞에서 차가 오잖아. 그럼 속력을 줄여야지. 차선을 지키고, 중앙으로 가지 말아야지. 저 앞을 내다보고. 방지 턱 나오잖아. 브레이크!”
아내는 그럭저럭 한참을 운전을 했습니다.
이제 옆에 세울 때가 됐습니다.
“자, 옆에다 세워요.”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모래 더미로 차가 불불 기어 올라가는 겁니다.
“브레이크, 브레이크 밟아야지. 얼른!”
그리고 다음 월요일,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나, 운전연습 신청했어. 30만원 주고.”
몇몇 분에게 들은 모양입니다. 운전연습은 저랟로 남편에게 해 달라는 게 아니라고, 남편에게 운전 배우다가 좋은 꼴 본 사람이 없다고. 그래서 자기도 신청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괜찮았다고 해야지. 그래도 친절하게 해 줬잖아.”
아내가 피식 웃습니다. 어쭈!
그리고 주행연습을 하고 돌아옵니다.
“나, 운전 잘한대. 칭찬 받았어.”
주행연습 시키는 차는 조수석에 브레이크가 달려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여기 저기 남편에게 운전 배우다가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뒤져 보았습니다. 어떤 남편!
“그래 잘 하고 있어. 옳지, 그렇게 핸들 감각을 익혀야지,”
그때 부인이 몰던 차가 남의 집 마당으로 돌진하더랍니다.
“야, 브레이크 밟아, 빨리.”
“끼이익, 덜컹”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죽을 려고 환장했냐? 정말 너처럼 둔한 사람은 처음 본다.”
“에이, 나 운전 안 배워.”
부인은 울고 남편은 얼굴이 벌개 지고.
어느 남자 분은 부인에게 운전연습 시키는 거, 자신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차에 오르면서 부인이 질문합니다.
“어느 게 브레이크야?”
“아니? 아직도 그걸 몰라?”
“어느 게 깜빡이지?” 후유!
열쇠를 넣고 계속 돌립니다. 시동이 걸렸는데 계속 돌리니 엔진 찢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열쇠를 돌렸으면 놔줘야지.”
음성이 높아집니다. 사거리에 왔습니다.
“어느 신호등을 쳐다 봐야해?”으윽!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혼자 차를 몰고 가게 놔뒀습니다. 좀 불안한데, 결국 전화가 왔습니다. 차가 빠진 모양입니다. 렉카 차를 불렀는데도 견인이 안 된답니다. 경운기가 가길 래 그냥 슬슬 따라갔답니다. 거기가 밭이었습니다.
“야, 너 미쳤어? 돌대가리야?”
“그래. 돌대가리하고 사는 너는 무슨 돌인데?”
하이고, 왜 그럴까요? 이게 왜 어려울까요?
결론은 오직 하나, 그가 아내이고 나는 남편이기 때문입니다?! ㅋㅋ
더운 여름날 우리 사이좋게 지냅시다. ^ ^
첫댓글 우리남편도 운전연습 시키면서 아무 얘기를 않고 얼굴만 울그락 불그락 하기에 그래도 잘 참는다고 했는데 나중에 부부모임에서 어떤 분이 남편한데 운전 연습 받다가 열받아 죽는 줄 알았다고 하니까 남편 왈 벽에다 헤딩을 몇번했다고 하더라구여 말은 못하구 ㅎㅎㅎ 가장 소중한 사람이기에 염려가 몇배로 커져서 그런가 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