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러 가신다더니
덕산서 비우고 오셨군요.
석시장님과 함께...
이젠 비운것보다도 더 많이 채우시길...
우리 동창중에 선고2구 김순난이 있었는데 울산살다 작년에
작고했고, 우리가 아는 이름의 윤순남인 서초구청에 있고,
성내 살던 김순남은 일산 살고 있답니다.
--------------------- [원본 메세지] ---------------------
아래에 삼척동굴엑스포니 태백이니 하는 걸 보니 적잖이 약이 오릅니다.
하긴 나도 이번에 환선굴을 다시 한 번 가려다
비가 억수로 오는 바람에 중도포기하고 말았기에
아쉬움이 더 크군요.
전날에 이어 8월 6일에도 비가 많이 온다기에
그 좋은 용하계곡 같은 데에 퍼질러 있을 수도 없어
자동차 여행이나 해야겠다고 나섰습니다.
덕산 → 영춘 구인사 → 태백 → 오십천을 따라 삼척으로 가다가
덕항산 환선굴을 보고는
삼척을 거쳐 울진까지 내려오면서 동해 바다 구경까지 하고는
덕산으로 돌아오려고
빗속을 출발했지요.
구인사에서 억수비를 쫄딱 맞고는 강원도 행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자동차 여행을 하기엔
엄청난 폭우가 계속되어 너무도 위험할 뿐더러
나 혼자만이 아니고
부모님과 여동생네 가족까지 축구팀 한 팀이 같이 갔으니.
이번 여행은
전날 안동 하회마을과 영주 부석사, 풍기 소수서원,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단양팔경 중 상선암에서의 삼겹살로 만족해야 했죠.
참, 하회마을은 예정에 없었고
부석사와 상선암으로만 거쳐오려
시골집을 나서서는
성내 장터에서 잠깐 볼일을 보는 중에
홍화가 말하는 서울시장님(나는 이를 '석가'라 함)에게서
전화가 오더군요.
'석가'와는 우리의 '달돌멩이 카페'를 통해서
이미 휴가 일정에 대해 교감이 있던 터였죠.
석가 왈, "고추밭에 가 있는 거여?"
"고추가 아직 붉지도 않았어!"
"어디야?"
"응, 어디 좀 가려고 나왔어."
"어디?"
"영주 부석사에 다녀오려고."
"어? 나도 거기 가는데. 우린 안동 하회마을로 해서 올라오는 길에 부석사에 들르려고."
"지금 어딘데?"
"조금 전에 출발해서 지금 막 찻골 지나는 중이야."
이렇게 해서 우리는 생각지도 않은 하회마을까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폭염 속이긴 하였지만...
석가네 가족은 올라오는 길에 부석사 오르막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만났고...
어찌되었든 간에
나도 2년 반쯤 전에 삼척의 덕항산 환선굴을 다녀와서
적었던 걸 읽어보며
이번에 가지 못한 아쉬움 달래면서
그 글을 여기에 옮겨드리니
졸필이나마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나이다.
덕항산 환선굴을 다녀와서
그놈의 IMF가 내게도 닥쳐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 산행을 시작한지 어느덧 한해 반이 된다.
2000년 2월 13일,
그날도 말로만 듣던 환선굴도 보게 된다는 화홍 소식지를 보고는
산엔 못 가더라도 동굴만이라도 꼭 구경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이번 산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출발 예정시간을 넘겨서 집결지 88공원에 나오니
산행대장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가까운데 사는 사람이 왜이리 늦는 거요? 여러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소?"
" "
늦었으니 할 말이 없다.
43명의 회원들로 좌석이 거의 다 채워진 뒤에야 얻은 자리가
늦게 온 내게는 제법 괜찮은 것으로
조금 전에 혼난 대가치고는 꽤나 훌륭한 자리였다.
우연히도 내 옆자리에 아름다운 여성회원이
같이 앉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저으기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꽤나 조심스러운 것이
전에 어느 통속적인 잡지에선가 본 에피소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떤 사내가 장거리 기차여행을 하던 중
한 시골 역에서 탄 아가씨가 옆자리에 같이 앉아 가게 되었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던 중
장거리 여행의 피곤함을 못 이겨
둘은 잠도 자면서 종착역까지 왔다.
이 사내가 서울역 출구를 막 빠져 나오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
"아저씨, 아저씨"
뒤 돌아보니 같이 앉아 온 여자가 그 사내를 소리쳐 부른다.
"아저씨, 어딜 도망가요? 날 책임져야지유."
"아니 뭘 책임지라는 거요?"
서울역 광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이 여자 왈,
"나랑 같이 잤잖어유. 나 책임지란 말여유."
세림관광 1억4천 짜리 새 버스는 대관령을 넘어 동해안으로 간다.
수원에서 덕항산까지 네시간 반이나 걸리는 버스 속에서
무척이나 지루한 탓에,
산행대장의 제안으로
필자가 마이크를 잡고 재담이라고 어설프게 늘어놓는 것이
오히려 자장가로 들리는지
버스 손님들은 모두들 귀찮은 듯 자는 듯 눈을 감고 있다.
겨울아침 출근길에 따뜻한 아파트를 나서면
얼굴에 맞는 찬 공기가 오히려 시원하고 기분까지 무척 상쾌해진다.
지루하게 온 버스에서 내려서 맞는 산바람도 무척이나 상큼하다.
여기가 어딘가.
동해안하고도 삼척, 삼척하고도 환선굴이 있는
강원도 산골짜기 덕항산이 아닌가.
도시의 아파트 공기와 비교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시간이 모자라 덕항산 정상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그 덕분에 본 환선굴의 비경은
자연의 신비함을 새로이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찌 이 덕항산 지하에 이렇게 크고 작은 동굴이 생겼으며
오밀조밀 꼬불꼬불 기기묘묘 변화무쌍한 모양을 만들어 내었을까?
그 웅대함을 보니 과연 동양최대의 동굴이라는 게 실감난다.
땅속 어디서부터 흐르는지
맑은 물은 그리도 많이 흘러 계곡을 이루고
아름다운 호수들을 만들어 내어
보는 이에게 갈증을 유발시키며
청정수에 몸을 담그고 싶은 욕망까지 일게 할까?
누가 거기서 염치 불구하고 목욕이라도 한다 치면
그건 순전히 환선(幻仙)이 되고픈 욕망의 빌미를 제공한
동굴 속 맑은 물과 아름다운 호수에 그 죄가 있다 할 것이다.
갖가지 기이한 모양의 돌고드름은
5억 3천만년 숱한 세월이 빚어낸 시간의 예술이라 해도 좋을지?
그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움을
나는 지금 여기에 만분의 일도 표현해내지 못하거니와
다만 '환상의 동굴'이랄 밖에는
도무지 다른 표현을 해낼 도리가 없음이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다.
그 표현은 다 해내지 못함에도
동굴여행을 동행한 나이 지긋한 선배 회원님의
'어허! 어허!' 연발하는 감탄사만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한 달에 한 두 번 하는 산행은
내게 한 가지라도 감동을 꼭 선사해 주곤 한다.
이날 산행이 내게 준 감동을 단 한 가지만 꼽으라 하면
단연 환선굴에 대한 감흥일진대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그 감동의 제 1순위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난
몇 가지 또 다른 감동이 너무도 찡했던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