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어느날 회사동료인 도솔님의 꾀임에 정말 어색한 모습으로 정기산행에 따라갔다.
선자령 산행을 마치고 뒷풀이에서 지가이버님의 백두대간 종주 축하행사가 있었다.
참~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저 아저씨는 왜 저래? 미친 거 아냐? 아마 가정에는 엉망일거야~~ 라는 생각도 했다.
어렴풋 다음과 같은 소감을 얘기했던 것으로 알고 기억한다.
'대간을 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마음 맞는 몇 명과 대간을 했고, 코스를 잘 몰라 헤멘적도 많았고, 소수가 움직이다보니 돈도 많이 들었다는 얘기를 했다.....
스템님과 도솔님 등이 그 자리에서 우리도 백두대간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고, 지가이버님도 기꺼이 대장을 맡아 주겠다고 했다고한다.
며칠 후 도솔님이 내게 백두대간을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나는 좋은 코스가 나오면 몇 번 정도 따라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차례 망설임 끝에 첫번째 구간은 참여하기로 했고, 2010년 2월 19일 긴장하는 마음이 가득한 상태로 첫 대간길을 떠났다.
그날 탑승했던 지가이버님, 스템님, 파란마음님, 작은걸음님, 아이티님, 도솔님, 동현님, 아더님, 오색향기님, 킬리표님, 보드카님, 동글샘님 그리고 지가이버님 친구 6분 총 19명이 여원재~복성이재 구간을 떠났다.
새벽 세시 반 도착한 여원재....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 무수히 많은 별들... 매요리에서의 대간꾼들이 걸어놓은 수많은 리본들... 새벽녁 밀려드는 졸음... 산행중간쯤 나타나는 피로와 무릎 통증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나와 수도권남부의 백두대간 1기이다.
그날을 시작으로 매월 셋째주 금요일 밤 11시면 어김없이 떠났고, 총 734km의 긴 여정에 연인원 545명이 참여했던 대간길이었다.
복성이재~무령고개, 무령고개~육십령, 신풍령~부항령, 지리산종주, 성삼재~여원재, 버리미기재~이화령, 늘재~버리미기재, 갈령~늘재, 화방재~피재, 덕유산 종주, 부항령~우두령, 추풍령~큰재, 큰재~신의터재, 신의터재~갈령, 백봉령~삽답령, 삽답령~대관련, 이화령~조령, 하늘재~찻갓재, 댓재~청옥산, 찻갓재~저수령, 우두령~추풍령, 무릉계곡~백봉령, 죽령~어의곡, 저수령~죽령, 피재~댓재, 어의곡~마구령, 조령~하늘재, 마구령~도래기재, 진고개~구룡령, 도래기재~화방재, 미시령~마등령, 한계령~마등령, 미시령~진부령 구간 등 총 36차를 했으며,
그 중 네 차례의 1박 2일 코스과 세 차례는 월 2회를 추진했다.
단 6명이 움직였던 찻갓재~저수령 구간도 있었고, 산방식구들 44명이 함께한 무령고개~육십령 구간도 있었다.
대형버스를 빌려서 간 경우도 있었지만 12인승 차량을 렌트해서 피곤을 무릎쓰고 교대로 운전하기도 했고, 승용차 2대로 나눠타서 진행한 구간도 있었다.
그 36회 중에서 어느 구간도 만만한 구간은 없었고, 긴장하지 아니한 구간은 단 한구간도 없었다.
지리산, 덕유산, 설악산 종주도 뜻깊었고 훌륭했으며, 소백산 칼바람도 기억에 많이 남고, 희양산의 멋진 광경 등 수없이 많은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구간도 있지만 멤버들이 말하는 가장 힘들었던 구간은 이구동성 대야산....
내년 봄에는 기념산행으로 꼭 추진해봐야겠다.
봄에는 동토를 뚫고 움터오는 새싹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고,
여름에는 작렬하는 태양, 주룩주룩 퍼붓는 비 그리고 푸르디 푸른 잎새들이 주는 청량감 그리고 알탕하는 맛이 좋았고,
가을에는 높고 맑은 하늘과 햇살 그리고 알록달록 단풍과 낙엽을 감상하기에 충분했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보이지 않는 등산로를 헤쳐가던 추억과 함께 설원의 산하와 상고대를 선물받았다.
늘 비슷한 길인 것 같고, 항상 같은 풍경을 보는 것 같은 착각도 했지만 똑같은 길과 풍경은 단 한번도 없었다.
산행을 마치면 날머리쪽에 있어 찾아간 맛집들...
식육점, 횟집, 산채나물밥집, 어죽집, 매운탕집, 순대집 그리고 수원의 뒷고기집 등 곳곳을 누비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그날 산행의 피로를 잊게 했던 공간들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그 무엇보다 그 시간들을 함께 했던 가족과도 같은 멤버들을 떠올려본다.
일년에 부모, 형제를 몇번이나 만났을까? 다섯번? 여섯번? 하룻밤을 함께 지새운 날은 며칠이 될까? 두번? 세번?
우리는 지난 3년동안 서른 여섯번을 최소 열다섯시간 이상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호흡을 한 가족이었다.
대장의 대간길을 축하해주고 동행해 준 빽가님, 엔케이님, 노티플님, 소나이님...
저질체력으로 늘 고전했지만 지금은 백두대간을 벌써 다 끝내고 다시 백두대간과 정맥구간에 한창인 아이티님...
대간을 참여하겠다고 멀리 충남 태안에서 두시간 이상 운전해서 올라오고 늘 후미쪽을 책임진 석양의 노을님...
처음 참가한 이화령~하늘재 구간에서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뻔 했던 오지오님...
산행스피드가 단연 으뜸이어서 항상 선두에서 뛰듯이 산행했던 방울이님[송이님]...
항상 밝고 즐거운 에너지를 줬고, 뇌출혈로 아직도 병원에 있어 닉네임을 불러도 마음아픈 캔디님...
고향인 삽답령이 눈에 띄어 참여하기 시작해 늘 아름다운 사진을 선사해 준 최고의 작가 언덕님 그리고 울타리님 부부...
만화 주인공처럼 어느날 뿅 나타난 웃긴 닉네임의 소유자 그러나 너무나 젠틀한 도라에몽님...
수줍게 아낙의 모습으로 대야산구간을 시작으로 빠짐없이 참여해 어느새 대간녀로 변해버린 큰애기님...
지리산 종주부터 함께하며 언제나 옳고 치명적인 온화한 미소의 소유자 큰누나 지수정님...
한마디 던지는 유머에 자빠지게 하고, 어깨에 금 간 환자임에도 산행을 마친 의지의 사나이, 사진작가 작은걸음님...
열 두시간짜리 산행도 항상 일곱시간이라고 진지하게 뻥치고, 빅 히트 '여기를 보세요'하며 늘 큰 웃음주신 동현님...
삼년동안 어찌 셋째주에 약속이 없었을까? 매번 지겹다고 하면서도 한 차례도 빠지지 않은 단 한명의 완주자 도솔님...
어려운 여건에도 처음부터 살림을 맡아 음식준비, 산행코스정보 등 꼼꼼한 준비로 팀원들을 챙겼던 동글샘님...
산악회를 태동시킨 주역이며 대간팀에 엄청난 애정을 쏟았던 백두대간 팀장, 지금은 캐나다 빅토리아 걸프아일랜드란 곳에 계신 스템님 그리고 오색향기님 부부...
처음에는 땀을 뻘뻘... 후반에 가서는 일취월장... 후반기 살림살이를 맞아 최종구간까지 큰 봉사하신 파란마음님...
이 분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대간을 끝낼 수 있었을까? 이 분이 아니었으면 이런 멤버들과 오랜시간 호흡할 수 있었을까? 말이 필요없는 대장 지가이버님...
그리고, 시간이 날때마다 대간에 참여해주고 늘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남부인들...
그 삼년의 시간을 우린 이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한반도의 대동맥인 백두대간을 뚜벅뚜벅 밟았다.
그 구간들, 그 시간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이젠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2012.11.5 궁수
첫댓글 아...그랬지요
참 많은 추억들을 만들었지요
이제는 뒤안길이 되었지만 오랫토록 추억할랍니다
행복했고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시간들 그리고 멤버들이지요.....
궁수님의 후기글 읽으며 지난 대간길을 그려봅니다
처음 시작 할때의 걱정, 산행 후의 만족감 성취감 ㅎ
멋진 풍광에 대한 감사, 시원한 바람에 대한 고마움
참말로 많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군요
함께한 시간 정말로 즐거웠고 행복 했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빠졌던 마술에 홀린 시간을 이제 뭘로 때울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처음에는 긴장감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산하를 디디는 감동과
소중해지기만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후기글읽다보니 짧게한 시간이지만 가슴에 영원히 남을껍니다...
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늘 웃으며 즐거워했던 시간들이 너무 좋았어요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져버렸네요
혼자서 종주했을때와 함께한종주의 의미가 너무나 다르게 느껴집니다 함께해서 많이배웠고 영원히 잊지못할
느낌을 얻었습니다 가끔 멋지고 듬뿍 땀흘릴수있는 산행지로 초대하겠습니다
궁수님 후기글 어깨가 움추리겠끔 너무생생합니다
엄지팀 화~이팅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리딩해야할 부담스러운 대장역할을 정말 끝까지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2년이라는 백두대간 완주 고생 했습니다.후기글 즐감하고 갑니다. 아자! 아자!
또다시 한다면 할 수 있을까 싶네요 아자아자
좋은 분들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즐겁고 재미있었던 시간들이었어요
기념산행 한번 해야겠어요
백두대간 완주하심을 축하해요~스템님 초대로 무령고개~육십령 산행했던기억이 나네요~때론 힘들고 즐거웠던 산행후기글 잘보고갑니다.
힘든 기억은 이제 없어지고 즐거웠던 시간 고마운 사람만 떠오르네요
장문의 글 감사합니다^^ 대간주자 못지 않은 감동입니다 화이팅
인원이 적은 산방이지만 대간팀이 있다는 자부심이 누구라도 있었을 듯 합니다.
지휘하신 지가이버회장님,살림맡은 부회장님, 대원 한분한분 모두 소중한 인연입니다
항상 긴장되고 설레였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두모두 감사
대간이 도대체뭐길래 잠도안자고 갈까
아직도 의문이 들지만 후기글을 보니 완전감동 입니다..
그리고 다들 넘 멋지네요..
그냥 막~~~힘이 나는거같습니다..
빠~~샤
멀쩡한 사람들의 미친짓? 무슨 병에 걸린 듯~~~~
후기글 읽다보니 저도 같이 대간길 걸은것 마냥 뿌듯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군요
대간 종주자란 호칭!!
부럽습니다~~
좋은 산우님들을 만나게 해 준 길이었습니다.
그 사람과 산하가 제게 많은 교훈과 힘을 주었습니다.
대간길의 아름다운 추억이 가슴속깊은곳에서
다시금 느껴짐니다.
그 웅장했던 산하로
나는 무얼 비우려고 갔었는지?
아님 뭘 채우려 갔었는지?
이제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대간함께했던 모든분께 소중한시간
많은힘이되었습니다.
후이글 감동먹었네요^^궁수님~~
^^ 가끔 체증과 같은 살아가는 숙제들을 쉽게 풀어주기도 하고 감정의 찌꺼기 같은 것을 두고 온 것 같아 가벼운 몸과 마음이 된 듯 싶고 그랬습니다.
몸이 힘들어 잠시 쉬는휴일날 그냥있기모해서 오랜만에 씽크대 뒤집고 잠시 쉬는데 ..
궁수님에 후기를 봤어요.
긴 이야기가 실감나게 생생하게 그려지내요..
또 인생의 한쪽을 영화처럼 채웠구나..
멋있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