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7. 부산 기장군.
하얀 뺨에 검은 무늬가 있어서 섬참새와 집참새와 유럽참새와 쉽게 구별되는 참새는 보조개처럼 생긴 검은 무늬 때문에 더 귀엽게 보입니다.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정겨운 새라서 그런지 이름도 딱 한 글자, 그것도 '진짜, 원조, 최고, (품질이) 좋다' 를 뜻하는 접두사인 '참'이 붙어 있습니다. 참새 관련 속담도 많고 1980년대의 참새 시리즈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친숙한 새죠.
하지만, 흔하면 천해 보이고, 드물면 귀해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참새를 보고도 웬만한 사람들은 심드렁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가을에 나락이 익으면 참새들이 떼를 지어 쪼아먹으니 농부들에게는 미운 털이 단단히 박이고, 그런 것에 대한 미움까지 더해서 점점 더 사람들에게서 멀어진 것이 참새인가 봅니다. 옛 글에도 참새는 고마운 존재라기보다는 얄밉고 어리석은 존재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 참새는 마냥 해를 끼치는 새가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버찌를 마구 먹어치우는 참새에 화가 난 프리드리히 대왕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요. 참새를 잡으라고 명령한 뒤로 벌레가 들끓어 오히려 버찌가 폭망했고 그 뒤로 참새를 보호했다는...
그 외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요즈음 동북공정(평양까지 만리장성이 이어져 있었다. 코로나 빼고 다 자기들 거다.... 백두산, 김치, 한복, 사물놀이, 태권도, 심지어 손흥민까지 자기들 거라고.... 에휴...)으로 요즘 단단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운 털이 박인 중국의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중국의 유명한 지도자 모택동(마오쩌뚱)이 생전에 (정확히는 1955년이라고 하네요.)참새를 가리켜 해로운 새라고 칭하자, 전 중국 인민이 참새 잡기에 돌입한 적이 있답니다. 당시는 못 먹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던 시기인데 수확기의 곡식 10%를 결딴 내는 참새가 원수처럼 보였던 거지요. 그해 2억 마리 이상의 참새가 그렇게 속절없이 죽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일이 생깁니다. 참새가 줄자 메뚜기떼가 창궐하고 해충도 폭발적으로 늘어 오히려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여기에 더해서 해충의 증가로 질병이 창궐하여 병으로 죽는 사람도 속출.
참새는 곡식이 익기 전에는 벌레를 잡아먹고 잡초의 씨앗을 먹는 등 사실상 곡식과 인간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데 그걸 모르고 근시안적으로 수확기에 나락 좀 먹는다고 잡아죽이는 극단적인 방법을 썼으니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진 거지요. 거기다가 북한의 천리마 운동, 새벽별 보기 운동의 원조인 중국의 대약진 운동 실패까지 겹치자 굶어죽는 사람이 수천만 명이 생기는 참사(제2차 세계대전 사망자수 3천만~5천만 명과 비슷한 수치였다는... ㅠㅠ)가 발생했으니 결국 마오쩌뚱은 힘을 잃고 실각... 사회의 발전 방향이 어느 한 가지로 귀결되는 일이 별로 없지만 보잘것없이 보이는 참새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점은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요즘의 우리나라는 먹을 거 없어서 굶어죽는 일이 드문 일이라서(오히려 쌀이 남아돌아서 걱정인 시대. ^^;;) 참새에 대한 미움을 덜하지요. 저처럼 새를 쫓아다니는 사람은 새들이 수십 수백 마리 모여 있으면 장관이라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말 시끄러울 겁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짹짹거리는 그 소리는 평안한 마음일 때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지만 피곤하거나 잠을 자야 할 때는 정말 고역이거든요. 오죽하면 듣기 싫은 소리를 자꾸만 해대는 사람을 '참새주둥이'라고 부를 정도니까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인공 이름이 '캡틴 잭 스패로우'죠. 처음 영화를 접했을 때, '선장이라는 놈이 뭔 주둥이가 저리 가벼워? 잠시도 쉬지 않고 참새처럼 조잘거리네. 경망스럽게.' 이런 생각을 했었답니다.. 그런데 스패로우(Sparrow)가 바로 참새인 것은 한참 후에 알았답니다. 제 맘대로 우리 말로 의역해 보면 '참새처럼 쉬지 않고 조잘대는 수다쟁이 잭 선장' 정도? ^^;; 정말 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