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껏 생을 살아오면서 얼마나의 사람들을 알아 왔을까?
먼지 낀 유리창을 헹구어내듯 부어지는 빗줄기를 원 없이 바라보던 나는 태고 적의 신비를 알아내려는 듯이 내 손끝에서부터 잡혀진 줄을 따라 마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의 기억을 골고루 꼼꼼하게 펼치다보면 별의별 얼굴들이 다 스치겠으나 그들은 내게 확연하게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들도 있겠지만 다시금 기억을 조아리면 끝내 기억의 끝에서 새겨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과의 인연이란 그리 어렵사리 파내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서술해 가고자하는 것은 이름자만으로 알게 된 이들이다.
인연이라 하였으나 범상(凡常)한 것이 아니고 사이버 상의 인연에 대하여 한 번 기억을 모아봐야 하겠다.
내 집에 컴퓨터가 들여진 것은 지지난해 말경이었다.
아이들이 어린 탓도 있었겠으나 컴퓨터를 큰돈 들여서 들일 만큼 필요성을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실질적인 성격의 남편이 나의 방통대 입학을 필두(筆頭)로 내게 보여준 내 글에 관한 한 관심이기도 했었다.
“이제 당신 시간나면 글을 한번 써봐!”
남편은 내가 컴 앞에 앉아 있을 때마다 자신에게서는 약간 벗어나지만 나만의 세상을 열어나가는 것에 그래도 만족한 표정이었다.
한 가지 일에 집착을 하면 광적이었던 여자.
주변에 일이 없으면 널브러져서 삶을 방관하기만 하는 여자.
남편의 관점에서 나는 반드시 항상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이버와의 인연이 그 즈음에 시작된 셈이었다.
그러고부터 숨은 인연을 깨닫게 된 것은 아마도 지난해 이맘때쯤 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의 봉사자들 회식 자리에서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를 했던 한 이가 아줌마들의 천연스런 관심사를 풀어놓는 한 카페 얘기를 했었다.
그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날 밤에 망설이다가 그 카페를 클릭해서 한 번 들어갔던 것 같다.
푸짐한 입심들이 널려있던 그 카페에서 나도 금방 동(同)해진 마음에 아마도 남편의 악취미(컴퓨터 고스톱)를 사투리로 재밌게 묘사해 낸 글을 올렸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내가 경험한 카페라고는 학우들 백여 명 모여진 학과카페가 전부였었다.
반항적이고 도전적이었던 성격은 이십대에 젊던 날의 객기로 담아낸 이후에 지금은 그저 보기에도 가시는 전혀 없고 꽃잎만 헤프게 웃고 있는 형태의 사람으로 변해져 있으니 지금의 생김새마냥 모르는 일에 내미는 도전장 같은 삶은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러한 내가 표현해 내었던 글.
짧았지만 요점만 퍼내어서 뭉친 글이었다.
아마도 사 오백 명이 읽었던 것 같다.
그 글을 읽었던 우리카페의 그 당시 운영자가 내게 초대장을 보냈던 것 같다.
메일 확인도 변변히 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그 초대장은 한참이나 내 메일함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시즌이 요즘처럼 시험에 다다랐거나 육박해 가는 즈음이었으니 바쁘기도 하였을 게다.
방학이 시작되고 도서관에서 읽고프던 책을 몰아 읽던 그 한가한 즈음에 정리하게 된 메일 함에서 발견한 『작가하루비』카페에서 보낸 초대장을 확인하고 『작가』라는 단어에 몹시 호기심을 느끼며 달려 들어왔었다.
그 당시에는 수필 방을 지금의 운영자이신 ‘물개’님께서 채우고 계실 때였다.
고루고루 삶의 내음이 진동하던 글들.
조금만 야(?)한 글을 올려도 닦달 대던 학교 카페와는 비교가 되었다.
글 속에는 철학 같은 모양의 삶도 녹아날 수 있고 사랑도 이별도 아픔도 성(性)도 다 들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바로 이런 카페야!’
나의 마음을 탁 치던 생각.
그때부터 시간이 나면 내내 들어와서 글을 읽고 지난해 10월 7일부터는 드디어 과감하게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는 황송하게도 급기야 나는 우리카페의 운영자란 녹색모자까지 쓰게 되었다.
한 가지만 몰두하는 성향이 짙은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점점 학교카페에는 등한시 되었고 내 색깔을 형편대로 칠할 수 있는 이곳카페에다가 마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글을 올리면서 조회 수에 마음을 버릴 수는 없다.
과연 몇 분이 내 글을 읽으시는가?
어떠한 분이 내 글에 부족함을 꼬집으시는가?
이러한 원초적인 생각은 이미 학교 카페에서 버리고 온지 오래이다.
유머러스하게 사투리 써가면서 올렸던 글에 얼마나 많은 할큄을 당했던가...고 기억을 되돌려보면 끔찍하다.
물려가면서도 내내 버리지 못하던 글 올림.
내 글에 관한 집착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물렸었기에 어쩌면 내 글이 회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빙그르르 이곳 『작가하루비』카페까지.
너무도 글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모임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이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읽으시고 다녀가시는 분들.
읽으신 소감을 꼼꼼히 정리하시는 분들.
어느 분에게도 무게를 더 달 수 없음이다.
중요한 건 모든 분들이 다 함께 같은 배를 타고 항해를 하고 있음이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 저 만치에 보이는 낙원과도 같은 글 섬이다.
글로 채워진 섬.
나무도 물도 바람도 햇빛의 형태도 다 글로 이뤄진 글 섬이다.
질펀한 글이면 어떠랴?
향긋한 글이면 어떠랴?
삶은 조화로운 것을.....
이곳의 운영자임을 늘 부끄럽게 생각한다.
나보다 더 나은 분들이 아주 많은 곳인데 그저 단지 표현해 내는 것이 수다스러워서 나서진 것에 양 볼이 늘 붉어진다.
특이한 것에 편중되어진 층의 나눔이 아니기에 열의가 있으신 분들은 언제라도 운영진에 합류 하셨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주인님께서 쪼차내지 않는 날까지 머물 생각이다.
『하루비』님의 강하면서도 화려한 필체의 글이 내 가슴에 살아 다니고
조목조목 올려주시는 분들의 살아 움직이는 글 모양들이 내 눈과 마음을 휘저을 때마다 삶의 이유를 깨닫고 글을 향한 집착을 버릴 수 없다.
언젠가는 열린 공간에서 얼굴 몰랐던 숨겨진 인연(因緣)의 끝을 맞겠지만 그 전에는 늘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만나게 되는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모두모두 건필(健筆) 하십시다!
첫댓글아..님, 이 글에 대한 덧글은 답글로 써 드리고 싶은데,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듯하여 이렇게 간단히....사이버에도 인연의 줄기가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 많은 분들이 경험을 하셨을겁니다. 보이지 않는 염력의 힘에 대해서는 제가 누차 글로 표현을 했었습니다만....
수검프님이 이 카페를 만드신 것은 물론, 당시 수검프님 얼굴조차 몰랐던 저는 큰 인연의 줄기에 대해 새삼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물며 어떤 모임이든 그 모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고 활기를 불러 넣어주시는 분이 분명 계신데... 낱낱이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말없이 지켜봐 주셨듯이 저역시 그리 하려고
노력합니다. 글 잘쓰고 못쓰고 뭐에 그리 별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저 글에 대한 열성이 좀 더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인데.. 문제는 어떤 시각으로 사람을 봐 주냐는 것입니다. 항상 따스한 시선.. 숨겨진 인연은 분명있습니다. 그 인연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며 진정 행복합니다. 다운 될까바 얼른 쓰려니
첫댓글 아..님, 이 글에 대한 덧글은 답글로 써 드리고 싶은데,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듯하여 이렇게 간단히....사이버에도 인연의 줄기가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 많은 분들이 경험을 하셨을겁니다. 보이지 않는 염력의 힘에 대해서는 제가 누차 글로 표현을 했었습니다만....
수검프님이 이 카페를 만드신 것은 물론, 당시 수검프님 얼굴조차 몰랐던 저는 큰 인연의 줄기에 대해 새삼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물며 어떤 모임이든 그 모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고 활기를 불러 넣어주시는 분이 분명 계신데... 낱낱이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말없이 지켜봐 주셨듯이 저역시 그리 하려고
노력합니다. 글 잘쓰고 못쓰고 뭐에 그리 별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저 글에 대한 열성이 좀 더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인데.. 문제는 어떤 시각으로 사람을 봐 주냐는 것입니다. 항상 따스한 시선.. 숨겨진 인연은 분명있습니다. 그 인연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며 진정 행복합니다. 다운 될까바 얼른 쓰려니
하루비님, 다 타고나신 복(福)이 아니신가...생각해 봅니다. 명줄의 길이처럼 살듯이 타고난 복은 제 크기를 늘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큰 복 타고 나셨으니 큰 일 하소서!
님이라 부르오면 님은 참 진솔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례가 아닌지......
요즘 너무 좋아요. 어느덧 제가 님의 펜이 되고 말았네요.
운영자 하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특별회원이면 특별회원답게 님처럼 열심히 해야 할터인데 ....부족해서 죄송허구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