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중국영화 전용관 등 문화수출 단계로
◆ 중국 콘텐츠, 2위 일본을 잡고 1위 미국 추격
‘중국의 굴기(崛起·우뚝 일어섬)’ 하면 경제 및 군사 분야의 굴기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출판 게임 음악 만화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분야에서의 ‘문화 굴기’ 역시 최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특히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연간 평균 성장률이 15%에 가깝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따라잡을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시장 규모에서는 이미 한국을 추월한지 오래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분석한 세계콘텐츠시장 변화전망(표 1참조)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일본의 시장규모를 앞지른다. 지난해까지는 일본이 부동의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들어 중국이 2위로 올라섰다. 2012년부터 8위로 한 계단 올라선 한국은 2018년엔 도로 8위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 3년 뒤 한국과 중국의 시장규모는 4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예상한다.
<표1. 2011〜2019 주요국 콘텐츠시장 규모 순위>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해외콘텐츠시장 동향조사, PWC, ICV2,MDR 등 자료 활용
◆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만화 빼고 모두 성장세
만화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다. 출판과 음악도 시장규모가 그리 크게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방송과 캐릭터 시장이 3%대, 영화와 광고가 4%대, 게임시장은 5%대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식정보는 7%대, 애니메이션 시장은 8%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2011년 1조6530억 달러였던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은 2019년 2조4260억 달러로 연평균 5%의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037억 달러 규모였던 중국의 콘텐츠 시장은 2019년엔 2475억 달러로 1.5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아직은 미성숙 시장으로 분류되는 중동 및 아프리카의 성장률이 9.5%로 가장 높게 전망됐다. 다음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5.9%로 미주 5.3%, 유럽 3.1% 등보다 높았다.
<표2 분야별 콘텐츠시장 규모>
*자료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각국 내수시장 매출 추정액으로 수출‧ 투자 등은 제외
◆ 한국 문화콘텐츠 세계시장 점유율, 지난해 정점 찍고 내리막길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섰다. 2011년 420억 달러로 세계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했던 한국은 2015년 2.8%로 정점을 찍은 후 하향세로 돌아섰다(표 3참조). 원인은 중국시장의 빠른 성장세와 함께 브라질 등 또 다른 신흥시장의 급격한 신장이다.
<표 3 한국시장의 세계시장 점유율>
◆ ‘짝퉁 제품’ 없어지듯 ‘짝퉁 문화 콘텐츠’ 오명 벗어나
중국 문화콘텐츠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중국이 더 이상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짝퉁’을 만드는 시대에서 벗어나 자국 자체의 문화콘텐츠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영화산업, 공연산업, 방송산업, 춡판산업, 지식정보산업 등이 어려움 속에서도 최소한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자국시장의 역량 때문이다. 지금까지 짝퉁 시장의 오명 속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중국의 문화콘텐츠 시장의 병폐는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영화산업도 1980년대 후반 대기업 참여로 시장규모가 커지고 시스템이 정상화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주 중국 예술품 시장에서 역할이 큰 바오상(包商)은행, 야저우(亞洲)금융합작연맹 등의 고위관계자들이 방한하여 국내 전문가들과 연쇄접촉을 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 콘텐츠 분야 관련 종사자는 이미 세계 1위
올 4월 중국 문화부가 발표한 ‘2015년 문화발전통계공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만9100여 개의 문화기관에 229만44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종사자는 전년 대비 25만4200여 명이 늘었다. 예술창작 단체는 지난해 1만787개가 210만7800여 회의 공연(전년 대비 21.2% 증가)을 했다. 단체 당 연간 195회의 공연을 한 셈이다. 관객도 9억5799만여 명을 동원해 257억6483만 위안(한화 약 4조3068억 원)을 벌어들였다.
문화콘텐츠 업체와 종사자로 보면 이미 세계 1위다. 문화시장에 뛰어든 업체만 27만1700여 개로 종사자는 156만4700여 명이다(영업수입은 2965억6346만 위안).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에 1조8000억 위안을 투입, 10개 국가급 문화산업 시범원구, 10개 국가급 문화산업 시험원구, 335개 국가 문화산업 시범기지를 구축했다.
◆ 제조업 이어 문화콘텐츠도 자기 완결형 추구
최근 중국 제조업이 외부로부터의 부품이나 기술 도입이 필요 없는 자기완결형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대단히 높았던 만큼 걱정이 크다. 중국 콘텐츠시장의 급격한 신장을 보면 콘텐츠산업도 유사한 경로를 따라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치밀하고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국의 사회적 속성상 창의성 발휘에 문제가 있어서 아직은 걱정이 없다고 말하는 일부 전문가들이 있으나 이는 실상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현존하는 55개 소수민족의 문화는 물론 동북공정과 서남공정 등을 통해 고대 고구려 문화, 강족(羌族)의 금사(金沙) 문화까지 자국의 문화로 편입시켰거나 편입시키려고 노력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문화대혁명 때 무너진 공자를 부활시키고 노자와 장자를 되살려내고 있는 게 최근 중국의 모습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인해 퇴보한 창의력을 회복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대비의 시간은 길지 않다.
◆ 국내 최초 중국영화전용관, 장이머우의 BIG CONTENTS!
중국 문화콘텐츠는 이미 자국 시장 수호 단계를 넘어 인접국으로 수출단계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일어난 2가지 일은 이런 중국의 문화콘텐츠 변화의 상징적 사건이다.
하나는 올해 한국에 설치된 중국영화전용관이다. 올 4월에 종로 동양예술극장에 중국영화전용관이 설립되고, 6월에 류치바오(劉奇葆)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장이 다녀갔다. 올 8월에는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 중국영화 전용상영관 『실크로드시어터』가 문을 열었다. 동양예술극장측은 종로구, 주한중국문화원과 협력하여 성사시켰고, 롯데시네마는 한국의 한 문화센터가 중국 광전총국과 MOU를 체결한 뒤 1년간 무료 영화 판권을 제공받았다. 물론 우리도 북경문화원과 상해문화원에서 .한국영화를 소개한다. 그럼에도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극장이 시장을 통해서 판권을 확보하지 않고 중국정부를 통해, 무료판권으로 최초의 외국영화전용관을 운영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또 다른 하나는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BIG CONTENTS에 관한 것이다.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현장에서 장 감독의 연출을 처음 접했다. 대단한 규모와 과감한 연출에 놀랐다. 이후 귀주에서의 연출,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의 연출을 보면서 중국의 BIG CONTENTS 선호와 함께 지나친 중화주의가 앞으로 발전해 나갈 방향이 걱정된다.
*종로 동양예술극장 중국영화전용관을 찾은 류치바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장
◆ CONTENTS KOREA의 순항을 위한 제언
중국이 문화영역인 콘텐츠산업에서는 패권주의적 태도를 취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반대로 갈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앞서 가야 한다. 창작인의 창의성이 앞서야 하고 제작시스템의 효율성이 앞서야 하며 시장의 자율성과 건전성이 앞서야 한다. 무언가 배울 것이 있는 한 실용중의 정신에 투철한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콘텐츠산업의 문을 닫아 걸 일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앞서 나갈 수 있을까?
우선 창작은 창작인들에게 맡겨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기업이나 정부도 그 자체의 능력으로는 세계인이 공감할 단 하나의 창작물도 만들어 낼 재주가 없다. 어느 기업이나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이 대중의 감동을 이끌어 내거나, 비용의 효율성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다. 문화예술의 특성과 지금까지의 각종 통계를 보면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대부분 혼자서, 또는 소수의 인력이 모여서 자기만의 독특한 감성과 언어와 사고를 최고 수준까지 가동해야만 타인의 감동과 감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창작의 길이 마침내 열린다. 문화콘텐츠 상품으로 세상에 나가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창작의 자유와 여건을 최대한 확보해주면 된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예술지원의 원칙은 아무리 잘 지켜도 지나치지 않다.
두 번째로는 경쟁력 있는 인력의 양성이다. 문학과 예술에 인생을 거는 젊은이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콘텐츠산업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문화예술인력 양성에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 인력의 양성도 시급하다. 미래의 콘텐츠는 첨단기술과 바로 연결된다. 첨단 기술 인력과 창작인들 간의 유연하고 효율적인 연계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 한다면 우리의 콘텐츠산업은 상당기간 경쟁력을 갖게 된다. 문화콘텐츠 아카데미를 만들어 매년 일정수의 젊은이들에게 공부하며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건물을 세워 유형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쉽다. 정신적인 공간, 삶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해 줄 수 있는 무형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 어려운 일을 정부가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경제 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창조적 역할을 해야 한다.
◆ 세계시장 점유율 떨어지지 않게 정부 지원을….
우리 콘텐츠시장의 자율성 제고와 건전한 발전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특히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류는 우리가 이러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좋은 디딤돌이다. 지역별, 국가별 맞춤형 콘텐츠 제작도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