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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시니어들도 문화 체험도 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본다. 젊어서는 먹고살기 바빠 그럴 여유가 없었고, 노후대책은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 그들의 주머니는 넉넉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근년에 실버영화관이 생겨 적은 돈으로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하루를 즐길 수 있어 남편과 함께 찾아갔다. 바로, 낙원상가 4층, 한때는 일반 영화관으로 호황을 누리던 허리우드극장이다.
영화관 입구에 들어서자 극장 대표 김익환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김익환 씨는 그 극장을 따님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작년에 안산시에다 새로 실버극장을 설립했단다.
<영화관 로비에서 영화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시니어들, 푸른 조끼를 입은 극장 주인>
그가 실버영화관 설립을 고집하는 것은, 고생만 하고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이 이제라도 영화도 보며 마음 편히 여생을 아름답게 살도록 베풀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처음엔 반응이 너무 없어서 실망도 하고 무엇보다 관객이 적으니 오신 분들에게 주인 입장에서 오히려 미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과자도 드리고 귤도 대접했는데, 어르신들은 오히려 그런 극장주인을 위로하며 사탕을 호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했단다. 그런 실버 손님들의 힘을 얻어서 빚을 내면서까지 열심히 운영하다 보니 이제는 서울시에서도 지원을 해주고 관객들도 많아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또 영화가 시작되기 전 자리를 메운 시니어들에게 비교적 싸게 진료하는 병원이나 건강에 좋은 약품과 식품 등 좋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또 어르신들에게 주변 식당이나 이발소에서 관람권을 보여주면 시가보다 저렴한 3,000원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도 밝혔다.
55세 이상 시니어들이라면, 365일 누구나 단돈 2천 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한 번 볼 때마다 500원짜리 티켓을 한 장 주는데 넉 장이 모이면 공짜 영화도 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하루 4회 상영하는데 노인들이 늦게 귀가하면 안 좋을 것 같아 오전 10시 30분에 첫 회 방영을 하고 오후 5시 30분에 마지막 상영이 끝난다. 하루 찾아오는 실버들은 대략 천여 명 되는데 300석의 좌석이 모자라 통로마다 보조의자까지 놓고 관람을 하고 있다.
<추억 더하기 카페식당>
<추억의 도시락(3,000원)>
영화 관람이 끝나면 극장 근처 탑골공원 후문에 ‘추억 더하기’란 카페 식당에 가서 저렴한 식사도 할 수 있다. 메뉴는 간단했다. 추억의 도시락(3,000원), 잔치국수(3,000원)에 커피(2,000원), 빙수(2,000원)가 전부다. 한쪽에 음악방도 있는데 식사를 할 때 디스크자키에게 듣고 싶은 흘러간 노래를 청해 들으며 함께 온 분들과 친교를 나눈다.
식당은 영화관 운영자가 관여하는 것 같았고, 일하는 분들도 모두가 고령자였다. 서빙을 맡고 있는 75세 남궁예자 씨와 인터뷰를 해 봤다. 매일 일을 하니까 아픈 데도 없고 보람도 느낀다고 했고, 72세의 이영일 씨는 왕년엔 공직의 간부로 일했지만, 이제는 낮은 자세로 일하니 겸손해지고 삶의 활력이 되며 규칙적인 생활에 잡념 가질 시간이 없어 좋고, 무엇보다도 건강에 좋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실버영화관은 지하철을 이용하니 차비가 들지 않고, 영화 값도 싸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춥지 않아 시니어들이 이용하기 좋은 곳이었다. 영화는 1950년대 영화 ‘슬픔은 그대 가슴에’가 상영되어 감명 깊게 봤다. 데이트도 하고 추억의 영화도 보고 학창시절에 먹던 소박한 양은 도시락 점심을 먹으며 우리 내외는 추억에 추억 더하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