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7.金. 맑음
오늘의 이름은 06월12일 日요일.
이야기 둘.
서산시 읍내동에 있는 부춘산富春山은 원래 지명이 부춘초적夫春樵笛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부춘산은 봄날 나무꾼의 피리소리가 골짜기마다 흐르던 평화롭고 아늑한 산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부춘산을 중심으로 빙 둘러가면서 많은 사찰들이 숨어있는데 옥녀봉 아래 있는 옥천암玉泉庵도 그 중 하나이다.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들은 여기에서 가까운 옥천암 무구스님을 찾아뵙고 차 한 잔을 얻어 마시면서 간소한 대화라도 나누자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음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참배를 올린 뒤에 관음전 앞 커다란 평상에 모여앉아 주지스님께서 준비해놓으신 수박을 달고 시원하게 먹었다. 그리고 키 큰 나무와 줄줄이 늘어선 해미공군부대 가로등 사이로 보이는 환히 불 밝힌 서산 야경夜景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명 찬란한 도시의 야경이고, 또 하나는 밤하늘에 쏘아대는 불꽃놀이다. 언젠가 무등산無等山 산정에 올라가 본 보름달빛 아래의 야경夜景은 은은하고 부드럽게 출렁이는 기운의 충만감充滿感을 무한한 허공에 드리워 정말이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런 경험을 한 뒤로는 백만 불짜리라는 홍콩의 야경이나 남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에 시큰둥해졌다. 아니, 오히려 밤을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불 밝히는 조명이 자연과 도시의 피로감을 더하는 것 같아서 어떤 때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 대표적인 예例가 한강을 건너는 다리들에다 붉고 푸른 조명을 밝혀놓은 것을 보고 아름다운 것과 자연스러운 것의 조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어설픈 예술가들과 크고 화려한 것을 따라 하기 좋아하는 맹목적인 행정가들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여인女人에게 화장化粧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미적美的 감각이자 상대방에 대한 에티켓이지만 지나친 화장은 스스로의 품위品位와 격조格調를 허물어뜨리는 난감難堪한 행동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일 년이면 몇 차례인가 규모가 큰 불꽃놀이 행사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진다. 그 대표적인 행사로는 봄날 여의도 불꽃놀이 축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가을날 야구시즌이 끝날 무렵 해서 우리 집 부근인 잠실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는 그 소리와 광경을 듣고 본 적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밤하늘에 펼쳐지는 불꽃 폭발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나는 그 광경들이 아름답다거나 멋이 있다기보다는 사람은 왜 저렇게 해야만 할까? 하고 생각을 한다. 하늘이 맑고, 웅숭깊고, 공활空豁하기를 바라는 나와는 다르게 하늘에 무언가 색칠을 하여 번잡하게 만들거나 그런 하늘을 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이상한 괴리감乖離感을 느낄 때가 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하늘의 실존實存이랄까 무궁한 효용적가치效用的價値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침묵沈默보다는 대화對話를 더 선호한다. 아마 공동체가 갖는 일체감 때문일 것이다. 침묵보다는 대화 속에서 끈끈한 일체감一體感이나 가슴 흐뭇한 호감好感을 찾아내기가 쉬워서일 수도 있다. 온화한 분위기속에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잠시 흐르는 침묵까지도 진지하게 들어준다면 그것은 성공한 대화이고 이상적인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도 그런 모임이나 대화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
(- 이야기 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