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상사와 통하라
- [(주)코이나 커뮤니케이션] 철저한 시장분석으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에 있는 코이나커뮤니케이션(대표 정원규)에 들어서면 맛있는 제품들이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딸기맛 아몬드, 멜론맛 아몬드를 비롯하여 조미김, 과일음료 등이다. 한쪽 칸에는 진미춘장이 보인다.
종업원 5명의 소기업인 이 회사는 뜻밖에도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업체다. 작지만 강한 기업인 셈이다. 이 회사는 중국 바이어들이 종종 찾아온다. 식품류를 사가기 위한 것이다. 그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이 회사의 진미춘장은 중국으로 수출되어 중국 내에서 자장면 재료로 히트를 치고 있다. 중국식 자장면과는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중국에 특화해서 무역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집중적으로
중국을 다녔습니다. 회사를 구로동에 두고 있는 것도 인근에 차이나타운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코니아커뮤니케이션의 2016년 수출액은 70만 달러(추정치)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정원규(54) 사장은 “때로는 너무 많은 중국 바이어들이 몰려와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 정도”라고 밝힌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인력 충원과 사무실 확장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알차게 일정한 규모를 수출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자칫 무턱대고 물량을 늘릴 경우 충원 등으로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바이어 쇄도 식품수출 전문화
정 사장이 이 분야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일구어낸데는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충남 대천 출신으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원래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었으나 인생항로가 화장품영업 쪽으로 바뀌었다. 화장품업체에 근무하면서 내수영업을 담당했고 조금씩 수출을 하면서 무역에 눈을 떴다.
처음 창업한 뒤 정한 수출 아이템도 화장품이었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을 개척했다. 하지만 점차 한국 식품을 찾는 손길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국내 업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경우도 있지만 그는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국내 제조업체에 의뢰해 개발해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현지 시장의 취향 파악이 급선무였다.
정 사장은 “여러 나라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중국에 특화해서 무역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집중적으로 중국을 다녔다”고 말했다. 이는 코니아커뮤니케이션의 본사 위치가 구로동에 있다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길 건너 대림동은 간판 대부분이 중국어로 쓰여 있을 정도로 중국인 거리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이곳을 다녀가는 바이어들이 자연스레 회사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광저우에서 치치하얼까지 누비다
그렇다고 앉아서 무역을 한 것은 아니다. 정 사장은 100회 이상 중국을 방문하며 남쪽으로는 광저우에서 상하이, 칭다오, 베이징, 지린, 창춘을 거쳐 하얼빈까지 두루 다녔다. 중동 사람들처럼 생긴 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도 찾아갔다. 중국 영토의 약 10%를 차지하는 광활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이슬람국가로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의 성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어 동서 길이 약 2,000킬로미터, 남북의 폭이 무려 1,600킬로미터에 이른다.
중국 북쪽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치치하얼도 가봤다. 치치하얼은 20세기 초에 철도 개설과 더불어 공업화가 시작됐는데 기계·전력 등의 중공업 이외에도 부근의 생산물을 원료로 하는 방적·목재·식품공업 등이 활발한 곳이다.
내몽골 자치구의 광활한 대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은 말이 하나의 나라이지 사실은 수십 개의 나라가 뭉친 것이나 다름없다. 대륙의 크기도 거대하지만 인종도 다양했다.
하루 10위안 여인숙 돌며 중국 취향 파악
정 사장은 영어와 중국어로 소통할 수 있지만 지방으로 가면 베이징어로는 의사소통이 힘든 곳도 많았다. 그는 “하루에 10위안짜리 여인숙에서 잔 적도 있고 매트리스가 지저분해 도저히 누울 수 없는 곳에서 앉아 잠을 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어떤 제품을 취급해야 인기를 끌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인을 친구로 삼기 위해 그들이 대접하는 식사는 입에 맞든 안 맞든 즐겁게 먹었다. “한번은 북쪽 지방을 다니는데 커다란 접시에 헝겊으로 덮은 요리가 나와 이를 조심스레 들추자 데친 왕개구리 30마리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기겁을 했다. 살아 있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개구리를 마지못해 입에 넣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초대한 사람의 정성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조미김, 간식용 아몬드, 진미춘장 잇달아 히트
정 사장은 고향 부근인 보령 광천의 조미김을 중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2006년경 조미김을 들고 중국시장을 다녔는데 중국인들이 맛있다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고 그는 말했다. 처음에는 조선족을 겨냥했지만 한족이 더 좋아했다. 그는 “조선족들은 김을 반찬으로 먹지만 한족은 간식으로 먹었다”며 “이런 취향을 파악해 짜지 않은 조미김을 만들어줄 것을 의뢰해 공급하자 히트를 쳤다”고 말했다
그다음엔 간식용 아몬드였다. 하지만 단순한 아몬드가 아니라 딸기맛, 멜론맛 등으로 중국에 소개하자 또다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진미춘장은 최대 히트상품 중 하나다. 정 사장은 “중국 춘장으로 만든 요리를 먹던 중국인들이 한국의 진미춘장을 넣은 요리인 자장면을 맛본 후 열광적으로 팬이 됐다”며 “주요 도시에 한국풍 자장면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진미식품은 오랜 역사를 지닌 장류 전문업체로 여러 장류업체들이 대기업에 인수합병됐지만 여전히 고유의 장류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생산해 중국인들을 사로 잡고 있다. 정 사장은 진미식품의 대중국 수출에 큰 몫을 해내고 있다.
머거본, 아워홈 등 식품업체와도 수출 협업
정 사장이 국내 제조업체에 개발을 의뢰하거나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식품은 수천종에 이른다. 아몬드만 해도 맛에 따라 여러 종류이고 소스 역시 마찬가지다. 취급하는 브랜드는 머거본, 진미식품, 아워홈 등 수십 개 업체에 이른다. 그는 다품종 소량을 취급한다.
정 사장은 “대기업은 다품종 소량 수출이 번거로워 이들 제품을 전문무역상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우리가 해당된다”고 말했다. 때로는 개별 제품별로 위생허가를 받아야 하고 지역별로 선호하는 맛이나 제품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무역상사는 중소기업의 수출대행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장 사장의 경영철학은 오랫동안 거래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거래선은 10년 이상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오랜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으면 그다음엔 저절로 오더가 오고 국내업체에서 소싱을 하기도 편해진다”고 말했다. 무작정 사업을 늘리기보다는 ‘거북이 전략’으로 한 걸음씩 탄탄하게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과의 비즈니스가 중요해지면서 회사 이름도 저절로 ‘코리아-차이나’의 의미로 굳어졌다. 정 사장은 “당초 회사명을 정할 때는 다른 의미가 있었으나 어느 순간 한국과 중국 간의 거래에 집중하는 무역업체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대중국 비즈니스의 세 가지 원칙
정 사장은 그렇다고 중국 비즈니스가 쉬운 것은 결코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초보기업, 소기업은 중국과 비즈니스를 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외상거래’를 주의하라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 중국 바이어들은 현지에 소개해야 한다며 외상으로 물건을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경우 나중에 대금회수가 어렵다”고 했다. 그 역시 초기에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반드시 선금을 받거나 신용장을 바탕으로 거래해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물론 소액의 샘플을 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금액이 부담이 될 정도면 외상거래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비관세장벽에 유의하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비관세장벽을 쌓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움직임을 늘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사드 문제가 좋은 예다. 이와는 전혀 관계없다면서도 그동안 잘되던 통관이 어렵다거나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국산 화장품을 중국인들이 좋아하지만 위생허가를 받는 것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무턱대고 화장품 교역에 뛰어들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셋째, 중국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인들은 대국기질이 있고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국민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하대하는 일이 있어선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비록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요리가 나와도 웃으면서 즐겁게 식사하는 것도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유망한 중국 식품시장 ‘시장분석’이 관건
정 사장은 “식품은 적어도 10년간은 중국에서 무척 유망한 품목”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위생적인 한국 제품을 좋아하는데다 역사적으로 갈등관계에 있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 식품에 대해선 거부감도 없고 가격도 일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류가 중국을 휩쓸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한국 식품을 사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식품도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고 부지런히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자유무역협정(FTA) 효과에만 기댈 경우 자칫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분석과 고객을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만히 앉아 수출할 수 있을 만큼 쉬운 품목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