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설기현을 필두로 이영표, 이천수, 이호가 이미 중동 리그를 경험했거나 현재까지 활동중이다.
최근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인 송종국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밥으로의 이적을 확정지으며 한국선수 중 다섯번째로 중동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중동의 클럽들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한국선수 영입에 나서고 있다. 비단 한국 선수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호주 선수들도 중동의 여러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2010 남아공월드컵 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 중동행에 몸을 싣는 축구 스타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인 설기현은 유럽 리그에서 본격적인 축구 인생을 시작하며 잉
K리그로 복귀한 설기현/사진=포항스틸러스
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까지 진출했지만 소속팀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에서 6개월간 임대로 활약 후 K-리그로 복귀했다.
이영표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을 거쳐 EPL 무대에서 활약한 이영표는 현재 설기현이 뛰었던 알 힐랄 소속으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송종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밥으로의 이적을 확정지었다. 수원에서 약 6년간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송종국은 자신의 마지막 은퇴 무대로 중동을 택했다. 이천수(알 나르스)도 중동리그를 경험했고 이영표(알 힐랄)와 이호(알 아인)가 현재 중동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해외 축구스타로는 '바티골'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카타르의 알 아라비에서 선수생활을 마쳤으며 브라질 호마리우와 베베토 역시 각각 카타르의 알 사드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에서 뛴 경험이 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조기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긴 이탈리아의 카나바로도 아랍에미리드(UAE) 리그의 알 알리와 2년 계약에 합의하면서 축구스타들의 중동리그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2. 현금으로 유혹하는 중동 리그
중동리그는 축구스타들에게 현금이라는 무기로 자국리그로 불러들이고 있다. 축구선수라도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 중동리그로 진출하는 축구스타들의 대부분은 폭발적인 '오일 머니'로 은퇴를 앞둔 축구스타들의 마지막 무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소득세 자체가 없어 세금을 징수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는 기존의 연봉에서 3~4배는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축구스타에 가장 열을 올리는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확대 개편되면서 실질적인 전력 상승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즉시 전력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아시아쿼터제의 시행은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은 한국이나 일본 선수들을 영입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중동의 축구 클럽들에게 금전적 부담이란 애초부터 없었지만 유럽, 남미, 아프리카 선수가 아닌 아시아 선수 영입에 1장의 외국인 쿼터를 써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3명의 외국인 선수 외에도 아시아권 선수를 따로 한 명 더 영입할 수 있는 ‘3+1’의 아시아 쿼터제가 한국 선수들의 영입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없앴다.
월드컵이 종료된 시점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태극전사들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클럽팀에게 매력적인 존재다.
3. 중동리그 진출 '득과 실'
알 샤밥으로 이적을 확정한 송종국
해외 축구스타들에겐 중동리그는 전성기때의 활약을 뒤로 하고 은퇴 무대로서는 제격이다. 하지만 요즘 중동리그는 해외 유명스타들 뿐만이 아니라 유망주 및 젊은 선수들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추세다.
은퇴를 앞둔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리그라고 볼 수 있지만 젊은선수들의 중동리그 진출은 자칫 리그의 전력을 약화할 수 있다.
중동리그는 상대적으로 K리그나 J리그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중동국가들의 몰락이 이를 반증한다. 중동이 '오일 머니'에 휩싸여 제자리걸음 내지 퇴보를 하는 동안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 원정 16강에 진출하며 축구 경험치와 경쟁력을 증가시켰다.
비단 A매치에서뿐 아니라 클럽 축구에서도 중동은 동북아에 밀리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알 이티하드를 필두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초강세를 드러내온 중동 축구는 2006년 전북, 2007년 우라와 레즈, 2008년 감바오사카에 이어 2009년에는 포항에 우승 트로피를 내줌으로써 역대 우승 팀 명단에서 사라져버렸다.
이런 중동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향상 시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문화적 종교적 차이로 적응에 실패할 수도 있다. 중동 클럽팀 특성상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즉시전력감으로 쓰기 위한 것이고 만약 해당 선수가 부진이나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할 시에는 가차없이 방출시켜버린다.
단순히 돈을 위해서 중동의 클럽으로의 진출은 선수에게도 좋지 않고 팀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퇴무대로 단순히 돈만을 쫓기보다는 자국리그에서 자신을 성원하는 팬들과 함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기엔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