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해의 절반에 해당하는 6월 末입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몰라도 점점 여름철
무더위는 일찍 다가오는 듯하여, 심장에도
무리한 부담을 주는 나날이 계속 되고 있다.
이때, 친구 부부 동반모임이 일요일 오후 2
시 명동역에서 잡혔다.
꼬옥 맞는 운동화를 새로 사서 처음 신고 오
르는 명동길은, 조용히 순간 이동을 하고 싶을
정도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두리번거리며 걸음걸음 내디딜수록 볼거리,
즐길 거리 가득한 명동의 매력에 푹 빠져 20여
분 올라가니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온다.
일행 9명의 표를 끊어 조금 기다리다가 곧
바로 케이블카에 올랐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바깥 풍경이 낱낱이
보이는데 초록빛 신록이 어서 오라며 반갑게
손짓한다.
서울 시내가 온통 빌딩으로 구름 꽃이구나.
남산 타워에 여러 번 올랐지만 케이블카로
는 이번까지 세 번째다.
밤하늘의 불빛을 관망하면서 한 번, 色色의
단풍을 가까이 마주하며 또 한 번, 그리고 나
머지는 걸어서 올랐었다.
남산 종착지에 도착해 팥빙수와 인절미 빙수
로 더위를 식히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빌딩숲 너머 왼쪽으로
는 인왕산이요, 오른쪽으로는 북한산 그 아래
청와대도 보인다.
그 시각,
팔각정에서는 사물놀이패가 벌써 관광객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내어 묘기 시험을 체험
해 주는 대목에서는, 박장대소가 메아리가 되
어 남산하늘에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사랑의 자물쇠〉
아직 사랑의 자물쇠 한번 안 걸어본 연인들이
있을까요?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고 서로의
사랑을 자물쇠로 걸어 굳게 잠그는 이 마법의
자물쇠는 MBC‘우리 결혼 했어요’의 알레스&
신애, 닉쿤&빅토리아 커플이 다녀간 후 많은
스타 커플들이 찾으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수 만개의 사랑의 자물쇠가 모여 만들어진 사
랑의 트리는 그야말로 장관이랍니다.
‘사랑의 자물쇠’라는 설명을 적어놓은 것인
데, 저 같이 무감각한 사람은 자물쇠 하나 걸
어 보는 낭만 없이 그냥 살았습니다.
모자 쓴 사람이 필자고,그 옆에 아내
저명한 커플이 다녀간 후 더욱 유명해졌다는
소린데, 수 만개의 자물쇠가 걸려 있는 것은
장관 맞습니다.
아이고, 예쁘네.
남산타워 주변에는 꽃들의 향연장입니다.
탐스럽게 맺힌 꽃에 시선이 절로 가는데, 향
기로움에 취해 디카 누르는 소리가 적지 않습
니다.
나리꽃, 용설담, 유도화 등 꽃 이름을 일러
주더만, 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고
만다.
낮에 번 돈으로 밤에 학원에서 졸음과 사투
하며 공부하던 그 어렵던 시절(1975년)에 만난
친우들이, 자식들 결혼 시키고 조금은 가벼운
어깨로 지금 막 꽃의 유혹 그 생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인생의 절반을 함께 보낸 ‘친구’ 부부가 아니
라면, 삶이 얼마나 심심하고 무료하겠는가.
자기를 없애고,
자기를 내려놓아서
친구의 의리를 살리겠다고
홀연한 각오를 가진 동지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