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그동안 살면서 수많은 사회 문제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수많은 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문제를 해결했던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정리되지 않고 피상적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긴 인류사에서 이런 고민을 한 것이 제가 처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뮤니스트」를 읽었습니다. 그동안 정리되지 않던 생각들이 명쾌히 정리되며 수많은 공감을 하였습니다. 한국의, 세계의 인민들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어쩌면 「코뮤니스트」가 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독자 GH
2024년 노동절을 기념하여 몇 자 적습니다.
19세기 유럽에서 태동한 맑스의 사유 체계가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을 인식하고 나니, 그의 분석력과 해석력, 사고의 깊이, 예측력, 그리고 그것을 문자화된 언어로 구체화할 수 있는 언어력, 논리력 등은 실로 놀랍기만 하다. 그의 존재 이후로, 이 시대를 이해하고 살아감에 거대한 마일스톤 같은 존재인 듯싶다. 현재의 사상가들, 활동가들, 그리고 문인들을 비롯한 여러 예술가뿐 아니라, 평범한 개인에 이르기까지, 맑스에 기대어, 아니, 시대의 유산인 그의 사상에 기대어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둥지를 틀고, 사유의 영역은 확장되고 가지를 뻗어나가, 문화는 꽃을 피웠다.
나는 맑스주의 활동가 아버지 슬하의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이로써 그의 사유는 내게 친숙한 것이었고, 당연한 거였다. 그런데도, 체제 교육에 훈련된 나는 성인기가 되어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함을 이해하려고 다시, 공부해야만 했다. 나의 지난 청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체득(?)하고, 이를 이론화한 맑스 행적을 쫓는 데 있었다. 물론, 현재도 그 연장선에 있다. 10여 년 전 감행한 멕시코행에서 내가 인식한 것은, 거대한 자본, 즉 국가 자본과 세계화된 자본의 큰 흐름과 현재 내재하는 모순이었다. 겉으로는 풍요로워 보이는 현실 하부에, 얼마나 많은 노동이 집약되어 있으며, 피지배계급 고통의 눈물이 응고되어 있는가를 가슴에 담았다. 때문에, 나는 더는 그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뜻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 있는 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한국 현실을 돌아본다. 우리는 유럽과는 다르게, 식민 시대를 겪었고, 부르주아 혁명조차 겪어보지 못했으며, 분단된 국토와, 거대 자본주의 국가들의 힘의 논리에 파묻혀있다. 자존심 상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해방을 맛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체제 굴레의 최전선에 놓여있다. 노동자이건, 자본가이건, 정치인이건, 학생이건, 수감자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자본주의 논리 아래 숨을 쉬고, 일상을 살아간다. 최악이지 않은가? 우리 미래가, 일촉즉발, 예측불가인 것은 당연하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도록 훈련된 생명체에 불과하다. 현대 사회에서 ‘나’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것은, 곧 내가 얼마나 자본화된 존재인가를 인식한다는 것과 같다. 자본 없이는 이제, 인간은 살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한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 지점에 갈림길이 있는 것이다. 문제 의식을 느끼고, 더 바람직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그들이 바로 우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사실, 세상 대부분은 우리를 알아주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낙오자, 문제자로 낙인을 찍으려 한다. 당연하다.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 자본화된 이데올로기에서 살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너무도 외롭다. 인간적으로 외롭고, 의기소침해지기도 쉽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명심해야만 한다. 역사 속에 우리 같은 이들이 있었음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인류가 이만큼이라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서로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물질이 자본화되었다. 그리고 인류조차 물질화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개인주의, 파편화된 세계, 전쟁, 혐오 범죄 등 기이한 사회적 현상이 그 방증이다. 인간이 언제부터 물질만능주의이었던가.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피조물이 아니었던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물질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 오히려 인간을 옥죄고 있다. 자본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잉여가치의 부산물이기 때문이고, 인간은 거기에 끊임없이 봉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그 사슬을 끊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달걀로 바위를 깨뜨리는 것만큼,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까다롭고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우리는 해야 한다. 애정을 갖고,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연대해야 한다. 노동자는 연대해야 살 수 있다. 체제 전복에 노동자의 단결은 필수다. 우리는 뭉쳐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는 이 지독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얻는 것이다.
- 독자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