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식의 산’ <제95회>
오대산 노인봉(老人峯ㆍ1,338m)ㆍ소금강(小金剛)
오대산 노인봉은 오대산 국립공원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청학동 소금강계곡을 끼고 있는 명산입니다. 봄이면 야생화와 신록이.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사람들은 즐겁게 해주며. 가을이면 형형 색깔의 단풍들로 새 단장 하고. 겨울이 되면 하얀 눈꽃과 설경이 아름다워, 사계절마다 그 아름다움을 달리하는 명산입니다.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은 진고개를 지나는 6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평창의 월정사 지구와 노인봉을 중심으로 하는 강릉의 소금강 지구로 나뉩니다. 오대산 비로봉에서 동대산-진고개-노인봉-소금강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도 가능합니다.
진고개
산행들머리인 진고개는 비가 오면 질퍽거릴 정도로 땅이 질었던 곳이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진고개(960m) 휴게소에서 노인봉 정상까지 3.9km 산행로 중 처음 10분간 걷게 되는 900m 거리의 평탄한 등산로는 대관령 목장길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돌계단이 나타나면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되고 곧 목제 데크 계단을 10분여 올라야 합니다. 노인봉 코스에서 가장 힘든 이 구간만 지나면 큰 어려움 없이 정상까지 갈 수 있습니다. 계단이 끝나면 완만한 비탈길이 시작되면서 피나무,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붉게 물든 잡목숲길을 걷게 됩니다. 노인봉 1.8km 전방 지점부터는 평탄한 숲길이 시작되어 ‘노인봉 삼거리’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노인봉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250m만 오르면 노인봉 정상입니다. 정상에 서면 왼쪽으로는 백마봉(1,094m), 오른쪽으론 소황병산(1,328m)-매봉(1,173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뻗어 있고 정면으로는 강릉과 주문진항 그리고 그 너머로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노인봉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솟은 화강암 봉우리의 모습이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 같이 보인다 하여 붙여졌습니다. 노인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습니다. 세조가 상원사에 머물 때, 어느 날 꿈에 하얀 옷을 입은 백발노인이 나타나 말했습니다. “오대산 동대에서 50리쯤 떨어진 곳에 청학사라는 절이 있소. 나는 그곳에서 중생들을 제도하고 있는데 절이 너무 오래 되어서 다 쓸어가고 있어 큰 걱정이오. 왕은 절을 다시 일으켜 불법을 널리 전하는데 도움을 주시오.” 다음날 세조가 사람을 보내 찾아보니 청학산에 퇴락한 암자가 하나 있어 크게 중창하고 청학사라 명명했습니다. 그 후 청학사는 많은 수행자들이 찾아와 머물렀으나 정조 7년에 원인 모를 불이 나 폐허가 됐다고 합니다. 노인봉의 산명도 세조 꿈속의 백발노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바위봉우리인 노인봉 정상은 조망이 뛰어나 해맞이 장소로 일품입니다. 진고개에서 노인봉 정상까지는 겨울이라도 산길이 비교적 완만해 폭설이 내린 직후만 아니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노인봉대피소에서 1박을 한다면 여유 있는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대피소 이용료는 1인당만 5천원. 담요가 준비되어 있으나 동계용 침낭과 매트리스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장에서는 컵라면, 커피, 토속주 정도만 판매하니 음식은 각자 준비해야 합니다.(대피소 011-354-5579 오대산 관리사무소 033-332-6417 소금강분소 033-661-4161)
정상에서 8분쯤 내려와 만나는 무인대피소부터 10분여 평평한 길이 이어지다가 백마봉(1261m) 입구부터 목제 가드레일 시설이 되어 있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20여 분 후 목제 데크 계단으로 내려서면 내리막길이 다소 완만해지면서 단풍 숲이 나타납니다. 주변 곳곳이 모두 아름다운 풍경들이어서 아무 곳에나 카메라를 갖다 대도 멋진 작품 사진이 되어 나올 그런 곳입니다. 이름 그대로 금강산을 방불케 하는 뛰어난 풍광이랍니다.
오대산 소금강(小金剛)
이곳 소금강(小金剛)은 오대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지만, 오대산 분위기와는 아주 다릅니다. 설악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맛은 더 뛰어납니다. 황병산(1,470m)을 주봉으로 하여 좌우의 매봉, 노인봉이 학의 날개를 펴는 듯한 산세를 이룬다 하여 옛날엔 청학산이라 했고, 골짜기는 ‘청학동’이라 불렀습니다. ‘소금강’이란 이름은 이율곡이 청학동을 탐방하고 쓴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노인봉에서 강릉시 연곡면 내곡마을까지 장장 30리(11.2km)를 흘러내리는 소금강계곡은 1970년 우리나라 최초로 명승(제1호)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종종걸음 치는 탐방객들이 많습니다.
낙영폭포 – 광폭포 - 삼폭포
‘낙영폭포 언덕’의 계단을 내려서면 소금강의 계곡 풍경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10분 후 낙영폭포에 이릅니다. 낙영폭포에서 1.5km 거리에 있는 사문다지(658m)에서 비탈진 자연석 계단을 내려오면 쇠다리가 계곡 옆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광폭포, 삼폭포는 그 앞을 지나는 쇠다리 위에서 폭포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삼폭포에서 300m를 내려오면 아주 너른 너럭바위 위에 작은 돌들이 네모진 큰 바위(일명 고인돌바위) 하나를 받치고 있는 백운대에 이릅니다.
백운대- 만물상(萬物相)
여기에서 만물상까지 600m를 내려가면서부터 동양화 같은 소금강의 절경들이 시작됩니다. 전체가 통바위로 이뤄져 있는 백운대 지역에서 내려서면 오른쪽, 왼쪽 차례로 기암절벽들이 둘러 서 있습니다. 잠시 후 소금강 최고의 절경지대인 만물상에 도착합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많은 기암절벽들이 여러 가지 형태를 나타내고 있어 만물상(萬物相)입니다. 귀면암(鬼面巖), 촛대봉, 거인봉, 일월암(日月巖), 향로암(香爐巖), 탄금대(彈琴臺) 등 각각의 기암들은 그 형태에 따라 제각기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유대(鶴遊臺) - 구룡폭포
만물상 지역을 통과하는 데에만 15분이 소요됩니다. 예전에 학이 노닐었다는 학유대(鶴遊臺)에서 500m를 더 가면 구룡폭포(해발 360m)에 이릅니다. 아홉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연이어져 하나를 이루는 모습이 꿈틀거리는 용의 모습과 같다는 금강산의 구룡폭포를 빼닮아 ‘소금강’이란 이름으로 불리도록 만든 주인공입니다. 상단으로 올라서야 구룡폭포의 위용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6폭포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장엄하다 하여 군자(君子)폭포라 불립니다. 제9폭포 아래의 소를 상팔담이라 하고, 폭포 위의 구멍바위는 마의태자가 군율을 어긴 군사들을 처형했던 곳으로 전해지는 사형대입니다.
식당암(食堂巖) - 연화담(蓮花潭)
구룡폭포에서 800m 아래에 자리 잡은 식당암은 마의태자가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군사들을 훈련시키다가 밥을 먹고, 율곡 이이 선생이 생가인 강릉에서 이곳에 들어와 공부를 할 때면 식사를 했다는 곳입니다. 식당암을 지나면 소금강의 유일한 사찰이자 비구니 도량인 금강사에 이릅니다. 금강사에서 4분 후면 7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 후 오른편 화장대(일명 明鏡臺)에서 화장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연화담에 이릅니다. 작은 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의 일렁임이 연꽃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연화담(蓮花潭)입니다.
십자소(十字沼) - 무릉계
다시 6분 후 화강암 절벽이 十자형으로 깊게 갈라져 동서남북 사방에서 물이 흘러들어 폭포의 못을 형성한 십자소(十字沼)에는 단풍나무, 박달나무 등이 물속에 수를 놓듯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합니다. 십자소에서 12분이면 무릉계로 내려옵니다. 무릉계 아래쪽도 외소금강이라 하여 금강문, 취선암, 비봉폭 등 많은 명소들이 있습니다. 이곳부터 형성돼 있는 상가를 따라 500m 더 내려와 소금강 분소에 이르면 산행이 끝납니다.
<최종답사일: 2007년 10월 17일 12:40 진고개-12:55 나무계단-13;52 노인봉 정상(20분)-14:20 무인대피소-14:35 백마봉 입구-15:05 낙영폭포 언덕-15:15 낙영폭포(5분)-15;42 사문다지-15:56 광폭포-16:06 삼폭포-16:12 백운대-16:20 만물상-16:50 학유대-16:55 구룡폭포(6분)-17:10 삼선암-17:16 금강사-17:20 연화담-17:26 십자소-17:38 무릉계-17:45 오대산 국립공원 소금강 분소(033-661-4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