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과 임진강 도보(첫 번째-4)
(철원 정자연∼포천 화적연, 2022년 7월 16일∼17일)
瓦也 정유순
순담계곡(蓴潭溪谷)은 한탄강 래프팅의 출발지이다. 노(패들) 저어 물살 가르는 소리와 노군들의 함성이 어우러지는 래프팅은 한탄강 주상절리 계곡을 진동한다. 래프팅은 고무보트에 여러 명이 탑승하여 물살이 빠른 계곡을 헤쳐 나가는 레포츠다. 조타수의 구령에 맞추어 일사분란하게 물살에 맞서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팀워크라 할 수 있다. 계곡이나 물살이 빠른 소규모 강에서 주로 행해진다. 래프팅은 원시시대 사람들이 뗏목을 물위에 띄워 타고 다니며 수렵과 이동을 하던 것이 효시다.
<한탄강 래프팅>
오늘날 사용하는 보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된 군용 고무보트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1960~70년대에 미국 그랜드캐년 여행사들이 여행상품으로 개발하면서 래프팅 붐이 일기 시작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초 군용 고무보트가 보급되면서 소개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서야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들어 전문 동호인 클럽들을 중심으로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레저전문 업체들이 레저 스포츠 종목으로 개발, 각종 행사를 개최하면서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래프팅 장비>
한탄강 래프팅 코스는 대부분 2시간 30분에서 7시간 정도 소요되는 6개 로 구분되어있으며, 4월에서 10월까지 실시된다. 그러나 가뭄이 심하여 물의 양이 줄어들거나 폭우가 내려 강물이 너무 많이 불어나면 래프팅을 할 수가 없으며, 간혹 중간에 물속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국내 주요 래프팅 장소로는 한탄강을 비롯하여 인제의 내린천, 영월의 동강, 무주의 금강, 산청의 경호강, 단양의 한강 등 10여 곳이 넘는다.
<한탄강 래프팅>
오후의 시작은 삼부연폭포 답사다.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에 있는 삼부연폭포(三釜淵瀑布)는 높이 20m로 폭포수가 높은 절벽에서 세 번 꺾여 떨어지고, 세 군데의 가마솥 같이 생긴 곳에 떨어진다 해서 삼부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할 때 이무기 4마리가 도를 닦고 살다가 그 중 3마리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생긴 3개의 바위구멍에 물이 고여 노귀탕·솥탕·가마탕이 되었다고 전한다.
<삼부연폭포>
삼부연폭포의 물 공급원인 용화천(龍華川)은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의 명성산의 각흘봉에서 발원하여 용화저수지를 지나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에서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방하천이다. ‘용화’란 이름은 ‘이무기가 용이 되었다’는 의미라고 하며, 마을 이름도 이런 의미로 용화동(龍華洞)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용화저수지는 삼부연폭포의 수량을 조절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것 같다.
<삼부연폭포 물 공급원인 용화천>
철원팔경의 하나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이 폭포 옆에 부연사라는 절이 있고, 폭포와 부연사 사이에는 오룡굴이라는 터널이 있다. 이 터널을 지나면 용화천이 힘차게 흐르며, 용화저수지와 한국전쟁도 피해 갔다는 용화동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謙齋 鄭敾)은 철원8경 가운데 하나이며 경치가 빼어나 이곳을 지나다가 진경산수화를 그렸다.
<겸재 정선의 삼부연폭포>
다시 발길은 삼부연폭포의 물을 따라 용화천이 합류하는 한탄강 서안(西岸)으로 향하는데, ‘울음산’으로도 불리는 명성산(鳴聲山)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왕건에게 쫓기다가 이 산에서 궁예가 죽었을 때 궁예와 그 백성들이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고도 하고, 궁예의 죽음으로 주인을 잃은 백성과 말이 산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 후 가끔 날이 흐리면 산중에서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울음산으로 불리게 된 것을 한자로 옮긴 것이다.
<명성산>
우리가 도착한 곳은 한탄강 동안(東岸)의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냉정리 군탄교 부근이다. 관인면(官仁面)은 포천시 북부에 있으며 한탄강을 경계로 동쪽은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이다. ‘관인(官仁)’이라는 이름은 궁예를 싫어하는 관리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어 왔다 하여 얻은 이름이며, 냉정리(冷井里)는 마을에 찬 우물이 있어 부르는 이름이다. 금학산 줄기가 뻗어 내리고 한탄강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찬 우물이 많다고 한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산지로 주요 산은 지장봉(地藏峰)과 향로봉(香爐峰) 등이 있다.
<한탄강주상절리길>
포천시(抱川市)는 삼국시대에 마한 및 백제에 속했다가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이후 고구려의 마홀군(馬忽郡)이었다. 후기신라 이후에는 견성군(堅城郡)이 되었으며, 고려 성종 때 포주군(抱州郡)이 되었다. 그러다 1413년(태종 13) 주(州)자를 가진 도호부 미만의 군·현 명칭의 끝 글자를 산(山) 또는 천(川) 두 글자 중 하나로 개정하도록 하여 포천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이른다. 포천은 시 승격 기준인 인구 5만 명이 되지 않았음에도 2003년 10월 시로 승격된 특이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포천시지도-네이버두산백과>
군탄교는 포천시 관인면 냉정리와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를 연결하는 일반적인 교량이지만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탄강주상절리길이다. 한탄강이 2015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조성해 총 5개 코스를 개통했다. 벼룻길은 ‘아래가 강가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이라는 순우리말이다. 이름처럼 다각형 기둥 모양 주상절리를 좌우에 거느린 깊고 거대한 협곡을 따라 걷는다.
<군탄교>
한탄강지질공원(漢灘江地質公園)은 경기도 포천시와 연천군을 흐르는 한탄강 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화산지대를 보존하기 위해 지정한 국내최초의 지질공원이다. 한탄강은 국내 유일의 화산강으로 이 일대는 신생대 때 대규모 화산이 분출했던 곳이며 현무암과 주상절리, 용암대지, 하식(河蝕)동굴 등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지형과 토양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탄강지질공원에는 뜨거운 용암이 분출되면서 흘러내린 흔적과 침식으로 발생한 지형이 곳곳에 남아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한탄강 하식동굴>
오늘의 목표는 화적연(禾積淵)까지 잡았는데 관인면 냉정리 데크길 이정표에는 5㎞ 이상으로 표시된다. 계곡을 건널 수 있게 구름다리도 설치해 놓아 걷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 협곡을 씻고 흘러내리는 한탄강물의 힘과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을 한없이 경탄(敬歎)케 한다. 과연 누구의 솜씨련가? 자연스럽게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놓은 형상들은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아∼! 소리 외에는 무슨 할 말이 있을까.
<한탄강 협곡>
열심히 걸어 근홍교를 건너면 화적연까지는 약 2㎞ 남짓이다. 포천시 관인면 사정리에 있는 근홍교(根弘橋)는 한국전쟁 중 산화한 고근홍(高根弘) 대령의 이름을 딴 다리로 육군 공병부대에 의해 1958년 12월 개통됐다. 그 후 폭 6.3m, 길이 120m 규모로 1979년 8월 재 건립 되었으나 한탄강댐 건설로 인한 수몰 등으로 흔적만 남았다가, 2014년 인근에 새 교량을 세우면서 근홍교라는 이름을 계승했다. 근홍교를 건넜더니 화적연이 더 가까워진다.
<근홍교-국방일보>
https://blog.naver.com/waya555/222827429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