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 선발은 전면드래프트에서 2014년부터 다시 1차 지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팀마다 매년 입장이 엇갈린다. 후보가 많으면 많아 고민, 없으면 없어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롯데는 2018 1차 지명 선수로 경남고 내야수 한동희를 선택했다.
대부분 1차 후보 리스트에 투수를 포함시키지만 마땅치 않다 싶을 땐 똘똘한 야수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 한동희가 이에 해당된다.

송주은-윤성빈
* 거인 군단 유망주들의 더딘 행보
지난해 신인왕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외야수)였다. 구단의 믿음 하에 기회를 잡은 이정후는 풀시즌 출장하는 기염을 토하며 KBO리그 역대 35번째 신인왕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롯데는 1992년 염종석 이후 25년 째 신인왕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물론 타이틀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대호를 비롯해 장원준,손아섭,손민한,강민호 등 리그를 쥐락펴락하는 거물급 스타들을 배출했다.
단지 신인왕 수상자가 나오지 않을 뿐이라며 가볍게 넘길 만 하지만 무려 4반세기 동안 이 부문의 구경꾼이었다는 점은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상위 순번 유망주의 더딘 성장세도 한 번 쯤 되짚어 봐야 한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롯데가 선택한 첫 번째 신인들을 년도 별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이 가운데 김원중, 김유영이 1군 전력의 가담이 됐을 뿐 나머지는 아직 예열 상태다. 이중 박종무는 지난 12월 말 조용히 현역 입대했다.
* 부산고 출신 파이어볼러 송주은-윤성빈
지난 주말 부산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부산고 야구부원들이 훈련이 한창 이었다. 우렁찬 함성과 날렵한 움직임이 기대감을 자아냈다.
운동장 한 쪽엔 가볍게 몸을 푸는 투수들이 보였다. 그 중에 롯데 유니폼의 키다리 2명이 눈에 띄었다.
송주은(23.우완)- 윤성빈(18.우완) 부산고 출신 선후배 사이기도 한 이 둘은 작년 말부터 부산고 모교에서 개인 연습을 하고 있다.
송주은의 키는 189cm이다. 평균 이하의 기자의 입장에선 고목나무. 그런데 그런 송주은도 윤성빈 옆에 서니 작게 느껴졌다.
윤성빈은 최근 신장을 측정했는데 2cm가 더 자라 197cm이 찍혔다고 했다.
지금은 주춤한 상태라 해도 절대적인 하드웨어와 스피드를 지닌 이들에게 거는 기대감은 클 수 밖 엔 없다.

부산고 시절 송주은
송주은은 7년 전 윤형배(북일고.현재 윤호솔로 개명), 조상우(대전고)와 함께 '빅3‘로 불렸다.
이후 윤형배는 NC우선지명을 받았고 조상우는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넥센행이 결정됐다.
반면 송주은은 조지훈(장충고.우완)-강승호(북일고.내야수)-김인태(북일고.외야수)-손동욱(단국대.좌완)에 이어 지명됐다.
NC 우선지명(윤형배.이성민)을 포함하면 전체 여덟 번째. 순번만큼 계약금도 차이가 컸다.
윤형배(6억), 조상우(2억 5천 만 원)에 비해 송주은은 1억 6천 만 원에 불과했다.
피지컬 대비 개인 기록이 평범했고 제구도 들쭉날쭉 했다. 롯데는 당장이 아닌 시간이 제법 걸릴 것으로 판단하며 그를 뽑았다.

윤성빈
송주은에 비하면 윤성빈은 ‘슈퍼루키’라 불릴 만하다.
우수한 신체 조건의 150대의 빠른 볼을 던지는 고졸 투수. 부산고 1학년 때 이미 스카우트들은 해외진출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들은 그를 주목했으나 윤성빈은 스스로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부산 지역 내 경쟁자 손주영.이승호(이상 경남고좌완), 최지광(부산고.우완)을 물리치고 당당히 롯데 1차 지명 자리를 꿰찼다. 계약금 4억 5천 만 원. 2017년 신인 최고 몸값이었다.
또래 동기보다 한 살 일찍 학교에 들어간 1999년 생으로 FA취득이나 해외 진출 시에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 KBO리그에서 우선 경험을 쌓은 후 도전을 해도 늦지 않을 거라 판단했던 것이다.
부산고 선후배 송주은-윤성빈은 나이 차이도 제법 있고 처해 있는 상황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거나 우위를 가릴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2018시즌을 향한 뜨거운 각오다.

* 송주은 *
1군, 기회가 한 번은 오지 않겠습니까?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쓰는 송주은은 올해로 프로 6년 차. 그는 ‘한 것 없이 나이만 먹었다’ 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상무를 거쳐 당당히 군필 대열에 합류 했다는 것이 위안꺼리다.
“입단 첫 해와 이듬해 모두 1군에 등록이 되긴 했는데 던지지 않아 기록이 없다. 다들 기록이 없으니 가본 적 없는 걸로 알더라(웃음). 2년 차 땐 거의 한 달을 1군에서 보냈는데 한 번도 던지지 못했다. 한창 구위가 좋아 콜업 된 건데 덕아웃에서 몸만 풀다 (2군에) 돌아오니 페이스도 떨어지고 감도 잃고. 지는 게임에 1이닝이라도 던지고 싶었는데....”
2군 투수들의 1군 입성 과정은 패턴이 정해져 있다. 승패 상관없이 꾸준히 선발로 나가고 안정감을 보이면 거론된다. 그러다 기존 선수의 부상 혹은 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기회가 주어진다. 송주은도 그랬다.
2013년 10월 정태승(좌완)과 나란히 옥스프링과 김사율을 대신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2014년엔 9월 에릭과 송승준을 대신해 이성민과 함께 다시 콜업 됐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1군 덕아웃 견학에 그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 해엔 긴장이 풀린 상태로 쉬엄쉬엄 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운동을 했다. 고졸인데 천천히 하면 되겠지 차근차근(웃음) 확실히 지명 앞둔 고3때와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같다. 그게 문제였다. 내일이 없다는 절박함이 없었던 것 같다. 2년 차 땐 나름 괜찮게 출발했다. 선발로 몇 게임 계속 던져 1군 올라갔는데 그냥 내려오니까 무기력해지고 허탈해지고(웃음) 그렇게 2년을 보내고 상무에 입대했다.”
2014년엔 퓨처스리그 규정투구이닝(72이닝)을 넘기며 18경기(93.1이닝)등판 5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4를 기록했다.
상무 입대 당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나 만의 것을 찾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설계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첫 시즌엔 이용찬,김상수,강윤구,김용주, 정영일 등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36경기(36이닝)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25에 그쳤고 2016시즌에도 26경기(38이닝) 1승 1홀드 8.05라는 평범한 방어율에 그쳤다.
“워낙 투수들이 다 좋다 보니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당연히 못하니까 기회가 적었다. 좋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경험 많은 선배 형들과 함께 하면서 멘탈이나 기술적인 것을 많이 보고 배웠다. 그래도 전역하면서 잘 풀릴 거라 생각했는데 마무리캠프에서 너무 오버 페이스를 했는지 팔꿈치 이상이 발견됐다.”
우측 팔꿈치 후방 충돌 증후군. 재활 훈련과 휴식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을 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수술로 해결할 병이 아니었던 것이다.
“쉬다가 다시 던져보고 다시 아프면 멈추고 그걸 계속 반복했다. 작년에 2군 대만 캠프도 재활군으로 간 것이다. 나름 전역 첫 해라 꿈이 많았는데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그때는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중학교 때 MCL 수술 이후 특별히 아픈 적이 없었던 터라 이 절묘한 타이밍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5월 말에야 게임에 나섰고 총 7경기 5.2이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중간에 선발 권유가 있었는데 내가 못하겠다고 했다. 다시 재발하면 다음 시즌까지 망칠 거 같았다. 다행히 지금은 불편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조심 또 조심 예후를 지켜보며 훈련하고 있다.”

지명 순번이 높은 만큼 기대치도 높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보여준 것이 없다.
“나도 내가 이 정도 일 줄 몰랐다. 부산고 동기 (정)현이나 (조)상우가 1군에서 뛰는 모습 보면 많이 부럽다. 내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 올해 1군까지는 아니라도 2군에서 많이 던지고 싶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겠나?”
송주은은 시간이 흐를수록 꿈이 소박해지고 작아지고 있다고 했다. 신인왕에서 1군 선수가 되는 것이 과거 목표였다면 그저 아프지 않고 많이 던지는 것이 현재의 바람이다.
1994년 개띠인 그는 2018년 무술년이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길 희망했다.
“이제 얼추 프로가 어떤 곳인지도 알고 군대문제도 해결했다. 년 차수는 제법 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리다. 개띠 해인만큼 제대로 한 번 사고 치겠다. 물론 그라운드에서 야구로 (웃음).”

2013년 부산고는 송주은(롯데), 이경재(SK), 정현(삼성) 3명의 1라운드 선수를 배출했다. 그 중 정현은 kt 에 이적했고 이경재는 현역을 다녀 온 뒤 SK에서 나와 새 팀을 찾고 있는 중. 송주은 만이 여전히 롯데 소속이다.
* 윤성빈 *
재활로 마감한 첫 시즌,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1군,2군 상관없이 그냥 야구가 하고 싶었어요. 홈런 맞고 안타를 내줘도 좋으니까. 이제 던 질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마치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설레고 그래요.”
풋풋했던 외모가 겨우 1년이 흘렀을 뿐인데 많이 달라졌다. 삶의 찌든 영락없는 2군 선수의 느낌이 절로 들었다.
“맘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좋은 대우 받고 들어왔으니 빨리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치고 나가고 싶은데 상황이 받쳐주질 않으니(웃음) 겉으론 실실 웃으며 다녔지만 속은 완전 썩었죠. 거울 보면 저도 깜짝 놀라요(웃음).”

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롯데는 윤성빈의 어깨 부상을 세상에 알렸다.
팔꿈치와 달리 어깨 수술은 회복 기간도 많이 필요로 하고 자칫 투수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어 ‘기약 없는’ 재활로 치료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고 3때부터 어깨가 말썽이었죠. 그래서 청소년 대표도 반납했고 피로누적이라고 해서 무리 하지 않았죠. 그런데 개막 앞두고 ‘윤성빈 시즌 아웃’ 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떴어요.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금방 나을 수 도 있는데 그냥 끝이라는 말에 욕 엄청 먹었어요. 먹튀라고(웃음)”
말이 씨가 된 걸까? 지난해 윤성빈은 단 한 게임 등판 없이 오롯이 재활 군에서만 생활했다.
“구단에서 급할 거 없으니까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라고 했어요. 저도 그게 맞다 싶었죠. 그런데 기간이 길어지고 경과가 더뎌지면서 불안해졌어요. 그래서 고민하다 제광성 트레이너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감사하게도 개인 시간을 쪼개 1대 1 관리를 해주셨어요. 지금은 강민호 선배님 개인 트레이너로 가셨어요. 참 공부도 많이 하시고 훌륭한 트레이너님이신데....그 분 덕분에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윤성빈은 다른 신인들에 비해 특별 관리를 받고있다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구단에서 많이 챙겨주시죠. 가끔 이 만큼의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을 만큼(웃음) 저로썬 고마운 일이죠. 받은 만큼 꼭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처음에 저를 경계하시는 사람도 있었죠. 쟤가 4억 5천이라고? 그런 눈초리도 받았죠.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선배님들 프론트 관계자님 코치님들께 다가갔어요.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다 사회 생활이잖아요(웃음)”

<#>사진제공 :롯데 자이언츠
작년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윤성빈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불펜 투구를 하면서 150km의 빠른 볼을 선보였고 제구도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
“모두 칭찬을 해 주셨지만 전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내 볼에 대한 컨트롤에 아직 자신감이 없고 많이 부족했죠. 그래도 아프지 않은 거에 희망을 겁니다.”
롯데는 1군 스프링캠프를 대만 가오슝으로 간다. 그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만이라 좀 아쉬워요. 미국으로 가면 좋을 텐데(웃음). 미국에서 훈련하면 뭔가 이국적이라 새롭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미국행을 포기한 것을 후회하는 건 아닙니다. 전 롯데가 너무 좋아요.”
갑자기 소속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꿈에 그리던 사직구장을 사용하는 구단이잖아요. 들어와 생활해 보니 훨씬 더 좋습니다.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 주시고 분위기도 좋고 앞으로 제 야구만 잘하면 됩니다. 미국행 포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전 단 1%도 후회 하지 않아요. 여기서도 이러고 있는데(웃음) 앞으로 1군 올라가고 인정도 받아야 하고 할 일 많아요.”

작년 1월 2군 대만캠프출국 당시 윤성빈- 박종무
이정후,고우석 동갑내기 친구들 뿐 만 아니라 고교 2학년 당시 대표팀 한솥밥을 먹은 최충현,이영하, 김대현등 형들의 활약을 보며 많이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잘 할 줄 알았던 친구들이고 형들이라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내 처지가 한심했죠. 야구가 보기 싫을 때도 있었죠. 그래도 이제 다 나았으니 슬슬 시동을 걸어야죠. 늘 함께 붙어 지내던 (박)종무형이 군대를 가서 요즘 많이 외로워요. 그 외로움을 야구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윤성빈은 이도 저도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군대를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빨리 갔다 오는 것도 좋죠. 물론 구단에서 정해주시겠지만 일찍 학교를 들어가서 올해 신인들과 나이가 같거든요. 1년을 허비 했지만 늦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몸 관리의 중요성, 프로에 대한 적응 등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목표는 1군 마운드에 서는 겁니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