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은 성가정? 성가정!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 가까워지면, 어떤 신부님의 어린이 미사 강론이 생각납니다.
신부님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은 성가정인 것 같나요?”
그 질문을 들은 아이들은 “네-아니요”로 나뉘었습니다.
“네”라고 답한 친구들은 가족들이 모두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아니요”라고 답한 친구들은 가족들이 자주 싸우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를 들은 순간에는 피식했지만,
그 뒤에 ‘나는 우리 집이 성가정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과 함께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성가정을 이루고 계십니까?
성스러울 성(聖)이 붙여진 성가정은 왠지 다른 가정보다 확연히 달라야 할 듯해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분이 성가정 하면,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아 열심히 성당에 다니고,
자녀들은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보다 순종하고,
부모님도 아이들을 들볶기보다 기를 살려주고(콜로 3,20-21 참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등 세상의 좋은 것 들이 넘쳐나는 가정을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본받고자 하는 예수, 마리아, 요셉이 꾸려가는 성가정의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예수님의 가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성가정의 모습과 달랐습니다.
우리 가정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불행한 일들을 매 순간 겪은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장인 요셉은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인 목수이기에
이 가정은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살아가지는 못했습니다.
또 혼인 전에 임신한 사실 때문에 혼인하기 전부터 부부간에 오해와 갈등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외아들 예수님이 “반대를 받는 표징”(루카 2,34)으로 살아가는 것을 멀리서 바라봐야 했고,
절정으로 요셉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하시기 전에 생을 마감하고,
자식인 예수님도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겪었습니다.
분명 성가정 상(像)을 보면 사랑이 넘쳐나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교회는 모든 가정이 예수님의 성가정을 본받길 바랍니다.
그 이유는 이 성가정의 중심에 바로 하느님께서 자리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성가정은 분명 인간적인 불행을 여러 번 겪었어도 그 중심에는 하느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이 성가정의 구성원 모두는 중요한 선택과 결단의 순간에
항상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물어보았습니다.
그 결과 세상 사람들 눈에 이 가정은 불행해 보이겠지만,
이 성가정은 영원한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 봅니다.
‘여러분은 성가정을 이루고 계십니까?’
만약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지금부터 예수님의 가정처럼 성가정을 이루고자 힘쓰면 됩니다.
물론 경제적인 안정감, 화목함도 중요합니다.
그래도 신앙하는 우리이기에 주님께서 함께하셨을 때,
비로소 우리는 더 거룩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시는데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
비록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쁘고 복잡해서 머리로는 알면서도,
우리의 중심에 주님이 아니라 다른 것을 자주 놓습니다.
그래도 지금 중심에 주님을 모시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그 자리에 주님을 모시면 됩니다.
이번 한 주간, 가정의 중심에 주님을 둘 수 있는 우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김동완 니콜라오 신부 김포 본당 보좌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가정 성화 주간) 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