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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Gallery Boris
2026. 8. 20. 목
집을 천으로 다시 지어, 기억을 들고 이동한 작가
집을 떠난 뒤에도 그 집을 가지고 갈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 방문을 열던 감각, 문고리를 잡았던 손의 기억, 복도를 지나던 몸의 움직임, 계단을 오르내리던 시간까지 다른 도시로 가져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한 작가는 이 문제를 아주 독특하게 해결했습니다.
자신이 살았던 집과 방, 복도, 계단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반투명한 천으로 실물 크기에 가깝게 다시 만들었습니다.
무거운 건축물이 어느 순간 접어서 이동할 수 있는 가벼운 기억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추천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미국·런던을 오가며 집, 기억, 이동,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건축적 설치로 탐구해 온 세계적인 한국 현대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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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작가
서도호 徐道濩 | Do Ho Suh
본명: 서도호
출생: 1962년
출생지: 대한민국 서울
주요 활동 기반: 런던
주요 분야: 설치 · 조각 · 드로잉 · 영상 · 섬유 기반 건축 설치
주요 주제: 집 · 기억 · 이주 · 정체성 · 개인과 집단 · 공간과 신체
서도호는 자신이 실제로 살았던 집과 계단, 복도, 문과 창문 등을 반투명 섬유로 재현하면서 건축적 공간을 개인의 기억과 이동 가능한 조각으로 바꾼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집을 만드는 설치미술’이 아닙니다.
사람이 공간에 사는 것인지, 공간이 사람의 기억 속에 사는 것인지를 묻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ㅡ한줄 소개
“떠나온 집을 기억 속에서 다시 짓고, 무거운 건축을 접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기억의 조각으로 만든 작가입니다.”
ㅡ 추천 이유
오늘 서도호를 추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작가에게 개인적인 경험이 어떻게 세계적인 주제가 되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거대한 사회문제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살았던 집,
사용했던 문고리,
매일 지나갔던 복도,
낯선 나라로 이주했을 때 느꼈던 공간의 차이.
이런 매우 사적인 경험에서도 중요한 예술적 질문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서도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몸이 공간을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달라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서울에서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에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감각 자체가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작가적 방법을 발견합니다.
경험 → 관찰 → 질문 → 조형언어
경험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 속에서 반복되는 질문을 발견하고 그것을 작품의 구조로 변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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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 생애
서도호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당시 교육에서는 한지에 먹을 사용하고 붓과 선을 오랫동안 훈련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중요했습니다.
서도호 자신도 초기 대학 교육에서 좋은 선을 만들기 위해 먹을 갈고 붓을 다루는 반복적인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군복무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미국에서 다시 회화를 공부했고 이후 조각으로 전공을 확장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회화에서 조각으로,
평면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집, 개인의 공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자신이 살았던 집과 건축적 공간을 반투명 천으로 재현하는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그에게 집은 더 이상 부동산이나 건축물만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몸과 기억이 축적된 일종의 피부가 되었습니다.
ㅡ 학력
서도호의 학력은 그의 작업 변화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여 1985년 BFA, 1987년 MFA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미국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회화를 공부해 1994년 BFA를 받았습니다.
다시 Yale University School of Art에서 조각을 공부하여 1997년 MFA를 취득했습니다.
이 경로를 자세히 보면,
동양화 → 회화 → 조각 → 설치 → 건축적 공간
으로 확장됩니다.
그런데 이전 전공을 버린 것은 아닙니다.
동양화에서 배운 선과 섬세함,
회화에서 배운 색과 평면,
조각에서 배운 공간과 물질,
그리고 건축에 가까운 구조가 한 작품 안에서 다시 만납니다.
이것이 융합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ㅡ 수상 · 주요경력
서도호는 국제 현대미술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습니다.
2001년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참여하며 국제적으로 더욱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후 테이트 모던,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모리미술관, LACMA,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 MCA Australia 등 세계 주요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2024년에는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Speculations》가 열렸고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Tracing Time》이 개최되었습니다.
2025년에는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개인전 《Do Ho Suh: Walk the House》가 개최되었습니다. 최근 작가 이력에서도 주요 활동지는 런던으로 명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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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풍.
첫째, 집입니다.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사람의 삶이 축적된 기억의 장소입니다.
둘째, 이동입니다.
그의 집은 천으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접을 수 있습니다.
상자에 넣을 수 있고 다른 나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고정되어 있어야 할 건축물이 이동 가능한 조각이 됩니다.
셋째, 투명성입니다.
반투명한 천을 사용하기 때문에 벽 너머가 보입니다.
공간이 있으면서 동시에 없습니다.
실재와 기억 사이에 있는 집처럼 느껴집니다.
넷째, 신체입니다.
문과 복도, 계단은 모두 사람의 몸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통과하고,
손으로 잡고,
발로 오르고,
몸을 움직이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건축은 거대한 신체의 기억이 됩니다.
다섯째, 개인과 집단입니다.
서도호의 작업에는 집뿐 아니라 수많은 작은 인간들이 반복되는 작품도 있습니다.
개인은 하나의 존재이지만 수천 명이 모이면 바닥이나 벽, 거대한 구조를 지탱합니다.
그는 이를 통해 개인은 집단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질문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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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 주요평가
《Seoul Home/L.A. Home/New York Home/Baltimore Home/London Home/Seattle Home》
서도호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울에 있는 부모님의 전통 한옥 내부를 측정하고 반투명한 천으로 실물 크기에 가깝게 다시 만들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 제목입니다.
서울의 집이 LA가 되고,
뉴욕이 되고,
볼티모어가 되고,
런던과 시애틀이 됩니다.
작품이 이동할 때마다 제목 속 장소도 늘어납니다.
집의 주소는 하나이지만 기억의 집은 세계 여러 곳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Home within Home》
집 안에 또 하나의 집이 들어갑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장소에서 살았던 경험이 하나의 건축구조 안에서 중첩됩니다.
이 작품에서 집은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여러 장소의 경험이 겹쳐 만들어진 존재가 됩니다.
《Staircase》
자신이 실제 사용했던 계단을 반투명한 붉은 섬유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계단은 어딘가로 이동하는 통로입니다.
그러나 천으로 만들어진 계단은 실제로 오를 수 없습니다.
기억 속에서는 존재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장소처럼 느껴집니다.
《Rubbing/Loving》
서도호는 뉴욕에서 18년 동안 생활했던 집을 떠나면서 공간 전체를 흰 종이로 감싼 뒤 색연필로 문질러 벽과 문, 전등 스위치, 문고리 등의 흔적을 떠냈습니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그 공간에 축적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록하려 했습니다.
이 작품은 매우 중요합니다.
집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집의 피부를 떠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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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 주요평가
서도호가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이유는 한국적인 집을 서양미술에 소개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의 핵심은 훨씬 보편적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살지 않습니다.
유학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이민하고,
여러 도시를 이동합니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고향’과 ‘집’은 어디일까요.
출생지일까요.
현재 사는 집일까요.
가족이 있는 장소일까요.
아니면 기억이 가장 많이 축적된 공간일까요.
서도호의 작품은 이 질문을 건축적 설치로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한국인의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이동과 이주가 일상화된 현대인의 보편적인 정체성 문제로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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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서도호의 작업에서 제가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습니다.
그는 기억을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오히려 측정을 매우 정확하게 합니다.
천으로 만든 집은 몽환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제작 과정은 감성적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 공간을 세밀하게 측정하고,
구조를 분석하고,
패턴을 만들고,
봉제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 결과 아주 가볍고 시적인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즉 작품의 결과는 부드럽지만 제작 과정에는 상당한 기술과 구조, 계산과 협업이 존재합니다.
서울 집 프로젝트에서도 섬유 제작자와 재봉 기술자, 디자인 분야의 협업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작가에게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성적인 작품일수록 그 감성을 지탱하는 구조는 정확해야 합니다.
ㅡ 보리작가 생각
서도호의 작품을 보면서 저는 작가의 정체성은 장르에 있는가?
질문에 있는가?
를 다시 생각합니다.
그는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다시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조각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서도호를 동양화가라고만 부르지도 않고, 회화작가나 전통적인 의미의 조각가라고만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 먼저
‘서도호의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여러 재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정체성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재료가 달라져도 같은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질문이 작가의 정체성이 될 수 있습니다.
서도호에게는 계속해서 집과 기억, 공간과 이동, 개인과 집단이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천으로 집을 만들든,
종이에 프로타주를 하든,
수많은 작은 인물을 만들든,
영상작업을 하든,
결국 하나의 작가 세계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저는 그의 작업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세계적인 이야기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태어난 집,
어머니가 사용했던 물건,
어린 시절 걸었던 길,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풍경,
떠난 뒤에도 계속 기억나는 공간.
이런 개인적인 기억을 아주 깊게 파고들면 오히려 다른 사람도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개인적인 것이 충분히 깊어졌을 때 보편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집은 무겁습니다.
그러나 서도호는 집에서 물질의 무게를 제거했습니다.
천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집은 접힐 수 있게 되었고 여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한 재료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의 개념과 재료가 정확하게 일치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동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실제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기억을 이야기하는 집이 실제 건축처럼 단단하지 않고 반투명합니다.
부재를 이야기하는 공간이 비어 있습니다.
이것이 좋은 재료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반드시 그 재료여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서도호에게서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장르를 넘는다는 것은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질문을 가지고 회화에서 조각으로, 조각에서 공간으로, 공간에서 건축으로 이동하더라도 그 중심의 질문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작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그 작가를 어느 장르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름을 말합니다.
“이것은 서도호의 작품이다.”
저는 작가가 자신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처럼 읽히는 지점까지 가는 것이 매우 높은 단계의 작가적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