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매일묵상| 22.11.25(금)
창조
창세기 1장 1~3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직역하면 “처음에 하나님이 그 하늘과 그 땅을 창조하셨다”입니다. ‘창조하다’는 히브리어로 ‘바라’입니다. 『‘바라’라는 동사의 피상적이며 거친 의미는 ‘(빵과 고기의 쓸 데 없는 부위를) 칼로 잘라내다’입니다. 이 의미로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요리사나 사제가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제물의 쓸데없는 것을 과감히 제거해 신이 원하는 제물을 만드는 것처럼, 창조란 자신의 삶에 있어서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자신의 삶의 깊은 관조를 통해 부수적인 것, 쓸데 없는 것, 남의 눈치, 체면을 제거하는 거룩한 행위입니다.』(배철현, 심연, p109)
창조의 주체, 창조주 ‘하나님’은 히브리어로 ‘엘로힘’인데 아카드어 ‘엘루’에서 온 말로 그 뜻은 ‘거룩’입니다. 거룩한 분이 만드신 거룩한 천지, 모든 피조물입니다. 그런데 하늘이 아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었습니다. 땅의 현실입니다. 이 구절의 역사적 배경은 이스라엘이 바벨론 포로로 잡혀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 포로 촌에 있을 때입니다. 『고대근동의 제국들의 경전으로 기록된 ‘에누마 엘리쉬’를 보면 천지 창조는 제국의 신들의 전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폭력이 창조의 원동력이라는 세계관은 제국의 도성민들이 신봉하는 우상숭배의 세속적 사상입니다.』(이영재, 토라서론, p34) 오늘날과 다를 바 없는 제국들의 힘 자랑으로 인한 전쟁의 혼돈 공허 어둠입니다. 힘을 자랑하는 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창조라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성서는 창조를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성서의 창조는 제국의 신들의 전쟁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폭력창조론은 제국의 지배자들이 신봉하는 사상이었습니다. 바벨론 제국의 치하에서 억압당하던 유대 공동체는 제국의 신이 만든 세상이 어떠했는가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문자화된 성서의 창조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요메르 엘로힘)이 창세기 1장에서만 아홉 차례 반복됩니다(1:3, 6, 9, 11, 14, 20, 24, 26, 29). 하나님의 말씀은 그 분의 꿈이며 약속입니다. 생각과 꿈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만듭니다. 예컨대 비행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요? 비행기가 만들어지는 첫 시작은 무엇입니까? 보이는 물질이 아닙니다. 보다 빨리, 높이 날고자 하는 인간의 꿈이 만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무로부터의 창조는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에 드러난 그 뜻을 찾아 창조의 사역에 쓰임 받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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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행동 47주_ 생태도서관을 방문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