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 (Juies Verne, 1828-1905)
1828년 2월 8일, 프랑스의 항구 도시, 낭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쥘 베른은 어린 시절부터 모험심이 강했다. 열두 살 때 탐험 여행을 위해 배를 타려다 변호사였던 아버지에게 붙들려올 정도였다. 쥘 베른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미지로의 여행을 꿈꾸며 고향인 낭트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쥘 베른은 이후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고 희곡과 시를 쓰며 보내던 중 1863년 ‘5주간의 풍선 여행’ 이란 소설을 발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첫 번째 소설이 인기를 얻자 그는 이후 10여 년 동안 ‘해저 2만리’를 비롯한 여러 소설을 발표 했다. 그리고 1873년 마침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발표하면서 공상 과학 소설(SF)이라는 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연 작가로 우뚝섰다.
쥘베른의 소설이 인기를 누린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해박한 과학 지식 덕분이었다. 쥘 베른은 과학과 발명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으며, 다양한 과학 기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당시 최첨단 발명품이던 열기구가 그의 소설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도 무척 낙관적이었고, 그 예측 또한 비교적 정확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잠수함이나 달나라 탐사가 오늘날 현실이 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쥘 베른은 소설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안목을 지닌 과학자였던 셈이다.
또 다른 인기의 비결은 소설의 극적인 전개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묘사하고자 하는 세계 각지의 문화와 풍습을 잘 이해했고, 덕분에 각각의 상황에 맞는 극적인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독자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한껏 돋울 수 있었다.
■ 내기
때는 1872년, 영국 런던에서 사는 필리어스 포그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그는 마치 기계처럼 똑같은 일과를 보낸다. 매일 같은 시간에 리폼 클럽에 가서 항상 같은 자리에서 점심을 먹고, 신문을 본 뒤에 다시 같은 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에, 밤 12시까지 카드놀이를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이다. 심지어 그는 면도할 물의 온도가 평소와 1도만 달라도 하인을 해고할 정도로 정확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클럽 사람들과 내기를 하고는, 새로 들어온 하인 파스파르투와 함께 느닷없이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난다. 신문에서 인도에 전 구간 철도가 개통되어서 80일이면 세계를 일주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본 포그가 세계를 정확히 80일 만에 한 바퀴 돌아올수 있다고 장담한 것이다. 그래서 포그는 전 재산의 절반인 2만 파운드를 내기에 걸고, 나머지 절반인 2만 파운드를 여행 경비로 하여 떠난다.
포그가 계획한 세계 일주는 영국의 런던을 출발하여 프랑스의 파리, 이집트의 수에즈, 예멘의 아덴, 인도의 뭄바이와 콜카타를 거치고,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의 요코하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영국의 리버풀을 지나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긴 여로이다. 포그는 이 긴 여로에서 그들이 사용할 모든 교통수단의 출발과 도착 시각을 기록해서, 그들이 사용하는 가장 짧은 시간을 계산해 두었다. 80일이라는 것도 이 계산의 결과이다.
■ 여행
∙ 인도 여행
하지만 그들의 여행에는 초기부터 뜻밖의 요소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맨 먼저 나타난 뜻밖의 변수는 포그를 은행 절도범으로 오해한 픽스 형사이다. 픽스는 수에즈에서부터 포그 일행에게 접근하여 여행의 거의 전 구간을 함께 다니게 된다. 그는 파스파르투에게 아편 을 피우게 하여 요코하마로 가는 배를 놓치게 하기도 하고, 포그를 절도범으로 체포하여 리버풀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놓치게 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일어난 뜻밖의 사태는 인도 횡단 철도가 아직 완공 전이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 여행의 발단이 되었던 신문 기사는 잘못 보도되었던 것이었다. 이 때문에 현지 안내인이 모는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지나게 된 포그 일행은 남편이었던 늙은 추장의 장례에서 산 채로 함께 화장을 당하게 된 여인 아우다를 구해 준다.[근대 인도에서는 남편이 죽으면 그 아내도 산 채로 화장하는 악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위험한 인도 땅을 벗어나기 위해 포그 일행을 따라가게 된다.
∙ 미국 여행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미국횡단 중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국정부의 대륙횡단철도 건설[2]에 저항하기 위해 기차를 습격해서 파스파르투가 잡혀 간다. 포그가 기병대와 함께 파스파르투를 구출하지만, 그 사이에 기차가 떠나 버렸기 때문에 돛 달린 썰매를 타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한다. 또 그들은 리버풀로 가는 배를 놓쳐서 화물선에 타고, 화물선 선장을 감금하고 행선지를 바꾸었으며, 배를 통째로 사서 나무로 된 부분을 모두 석탄 대신 때면서 겨우 아일랜드의 항구인 퀸스타운에 도착한다.
∙ 영국 도착
이런 우여곡절 끝에 리버풀에 도착하지만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 할 때 픽스 형사가 포그를 은행강도 혐의로 체포함한다. 잠시 후 진범 은행강도가 3일 전에 이미 잡힌 것으로 밝혀져으로써 결국 포그가 풀려나지만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런던에 5분 늦게 도착한다. 포그는 이것으로 모든 전 재산을 거의 다 잃게 되었다.
한편 아우다는 포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하고 포그와 아우다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파스파르투가 목사에게 포그와 아우다의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갔을 때, 목사는 다음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주례를 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파스파르투는 자신들이 동쪽으로 날짜 변경선을 넘어오는 바람에 하루를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포그는 약속 시간을 3초 남겨 놓고 겨우 리폼 클럽으로 돌아간다. 그는 80일간의 세계 일주 덕분에 은행에 있던 재산과 여행 경비를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까지 얻게 되었다.
■ 포그의 여행 경로
∙ 여행 스케줄
런던에서 수에즈 기차와 기선 7일
수에즈에서 뭄바이 기선 13일
뭄바이에서 콜카타 기차 3일
콜카타에서 홍콩 기선 13일
홍콩에서 요코하마 기선 6일
요코하마에서 샌프란시스코 기선 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 기차 7일
뉴욕에서 런던 기선과 기차 9일
계 80일
■ 참고 사항
이 책에서는 포그가 80일 만에 세계를 일주하는 것을 두고 리폼 클럽의 사람들은 내기를 하는데, 실제 사람들도 이 책이 발간되기 전 필리어스 포그가 정말로 책에서 세계 일주를 하는지 내기를 하기도 했다. 만약 필리어스 포그가 인도 대륙을 통과하지 않았다면 80일이 아닌 78일에 도착할 수도 있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성룡이 필리어스 포그의 하인으로 출연한 액션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와 동물들을 의인화한 만화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은 저널리스트 넬리 블라이(Nellie Bly)가 1889년 11월 14일에 뉴욕을 출발하여 다음 해 1월 25일에 뉴욕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했다. 걸린 시간은 72일 6시간 7분 14초였고, 블라이는 프랑스를 지날때 아미엥에서 쥘 베른을 만나기도 했다.
블라이의 기록은 얼마 후에 깨졌는데, 조지 프랜시스 트래인(George Francis Train)이 67일로 여행을 마쳤다.
발간 전이란 르떵(Le temps)지에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연재되었을 당시인데, 이 소설 덕분에 신문의 발행 부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프랑스에 있는 미국 언론사 특파원들은 날마다 새로운 내용을 뉴욕으로 전보를 쳐서 알렸다.
당시 선박 회사 사장들은 자기네 선박 덕에 필리어스 포그가 내기에 이기도록 해달라고 작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일화가 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머리가 확장되는 느낌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