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생을 잘 살았는지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해 쓴 자전적 에세이! 「흙수저의 삶 이야기」 (안병일 저 / 보민출판사 펴냄)
회한이나 후회, 아쉬움이 많다고 한다면 나는 크게 잘못 산 것이 맞다. 경제적인 활동으로 나와 얽혀왔던 사람들을 기술하면서 덕담이 아닌 말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때의 사실을 지금의 관점과 사고로 정리한 것이기에 진실이 아닐 수도,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렇게 서술해야 했다. 나는 나의 몫을 쓰고 나니 홀가분하다. 나는 나의 변이 있어야 했다. 그 변의 상대는 듣기에 따라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나는 내 생각, 느낌, 의견을 분명히 말해야 했다. 좋고, 싫고, 아니다 하는 의견은 그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 전혀 다른 견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그거였구나 하고 되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다. 부족하거나 넘치기에 그것을 채우고 덜고 균형을 맞추어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살더라도 세상은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기에 강요할 일은 아니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나 또한 내가 상대에게 비난성으로 서술한 글보다 더 많은 느낌, 생각, 비난을 들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나는 평소에 내 앞에서 나를 칭찬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더 많은 글이나 말로 나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면 좋겠다.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었거나 가장 합리적이었다, 최선이었다, 이런 말이라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도 모르게 타인을 불행하게 했거나 해야 했던 패러다임이 자신에게 있다면, 그것은 고쳐야 하며, 옳고 좋게 살았던 것이 아닐 것이다. 가정 내가 그렇고, 직장의 조직이 그렇고, 나라 안이 그러하다. 나 또한 세상의 일반적인 패러다임으로 잘 살았는지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작가소개>
저자 안병일
1952년 전남 화순군 이양면 매정리에서 태어났다. 사춘기까지 태어난 곳에서 흙수저로 살았고, 정체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고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진학해야 흙을 벗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학교에 천착했고, 춘양중학교를 시작으로 광주상고, 경기대학교를 졸업했다.
대상㈜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IMF가 시작되던 해에 실직했다. 주식의 선물과 옵션으로 떼돈 벌어 금수저로 살려다 쫄딱 망했고, 지금은 모 고등학교에서 당직 일을 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누구일까? 흙수저의 운명만 타고난 것일까?
이 책은 기억을 더듬고 생각하여 기록했던 것을 정리하여 쓴 나의 삶의 이야기다. 이게 나인 것 같다. 힘이 들었지만 부끄럽지 않다. 언젠가 끝내는 날, 잘 살았다 하겠다. 그러려고 잘 살 것이다.
<이 책 본문 중에서>
“부모님 아래에서 나는 언제나 동심의 자식이어서 부모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고향에 왔다는 편안함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변화하는 내가 그대로 있는 시골과 대비되어 예전의 내가 아님을 돋보이게 하는 자부심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고향집에 가면 마냥 편안했다. 만나는 사람도 반갑고 정다웠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자 갑자기 고향이 없어졌다. 동심으로 추억할 수 있는 여러 곳이 있기는 하나 다른 산이나 다른 시골마을에서 느껴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고향 사람들조차 이들에게 나는 귀찮은 방문객일 거라는 자격지심이 먼저여서, 고향에 가면 어릴 적 동갑 친구들조차도 낯설고 어색하고 정감이 살아나지 않는다. 그들 역시 외지의 사람이 왔구나! 그렇게 여기는 것 같다.”
“성장하여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사춘기의 정서에 갇히는 일들이 많았다. 사춘기 시절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하지 못한 정서는 무의식 깊숙한 곳에 쌓여 진보된 환경에서 그 환경에 맞게 나를 이끌지 못했다. 결국 나는 나를 통제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렇게 하면 멋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멋있게 행동하고 싶다는 의욕이 있고, 욕망도 크며 작정하는데, 내가 왜 이러지? 통제되지 않은 나를 의식하여 절망할 때가 빈번했다. 서울생활을 하면서도 촌놈이라는 말을 오랫동안 간간이 들었다.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중학교 동창과 사귐에서 부족하고 못남을 여실히 드러냈고, 스스로 의식했으며, 이것은 촌놈의 결정판이라 할 것이다.”
“경영의 중심에서 해결사 역할에 자신을 갖게 된 나는 갑자기 지역 유지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착각은 하지 말자. 나를 지지하고 힘을 갖게 하는 배경은 회사다. 내 뒤에는 회사의 브랜딩이 있기에 이런 인간관계가 가능한 것이다. 간혹 이럴 때 자신에게 속는 경향이 있다.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만 된 줄 알고 자신을 능력자로 오버한다.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브랜딩에 잠재된 힘만큼 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자기의 능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처지에서도 이들이 나를 추종하고 믿는다고 오해하거나 자만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추천사>
후회와 반성으로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이지만 그는 그 당시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인생을 진심으로 살았으며, 성실하게 살았다. 이는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기도 하여 샌님 같은 표정이 드러난다. 또한 작가가 그려내는 그리움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것들이 많았다. 과거의 시간과 만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형태라 하겠다. 이만큼 세월이 지나서 되돌아보니 분명 과거의 시간에 용기 있게 존재했던 자신에게 연민이 어린다. 앳된 얼굴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모습을 대하니 반갑고 안쓰럽고 애틋하다.
이제 주름으로 남루해진 얼굴을 보며 그것을 연륜(年輪)이라고 규정한다. 연륜이라는 것은 일종의 지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살면서 쌓은 노하우가 바로 연륜이기 때문이다. 연륜은 이제 다시 보니 이는 또한 풍요이며, 향기이며, 추억이다. 달빛을 털어 자연과 더불어 ‘수고했다’고 거듭 토닥거리며 자신을 위로한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인생이 녹록지 않았다는 말이다. 힘들었던 시간은 지나고 이제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간 잘 살아왔다고,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속삭인다.
(안병일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392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