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주杭州 대자산大慈山 환중寰中 선사
그는 포판蒲阪 사람으로서 성은 노盧씨이다.
정수리의 뼈가 봉우리같이 솟았고 음성이 종소리 같았는데,
어릴 때에 부모를 잃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상복을 입은 채
망극한 은혜에 보답하려고 하였다.
그 후 병주幷州의 동자사童子寺에서 출가하였고,
숭악嵩嶽에서 계를 받고 온갖 율학律學을 익혔다.
나중에 백장을 뵙고서 심인心印을 받았으며,
그곳을 떠나 남악의 상락사常樂寺로 가서는 산봉우리에다
띠집을 짓고 살았다.어느 날 남전南泉이 와서 물었다.
“어떤 것이 암자庵子 안의 주인인가?”
대사가 대답했다.
“아이고, 아이고.”
“통곡하는 것은 그만두고, 어떤 것이 암자 안의 주인인가?”
“알기야 알겠지만 거만하게 굴지 마시오.”
남전이 옷소매를 떨치고 나가 버렸다.
나중에 절강성浙江省의 대자산大慈山에 머물렀는데, 상당하여 말했다.
“산승山僧은 답은 풀 줄 모른다. 다만 병은 능히 알아챌 수 있다.”
이때에 어떤 스님이 대사(환중)의 앞으로 나와서 서니,
대사가 문득 법좌에서 내려와 방장으로 돌아갔다.
[법안法眼이 말하기를
“대중 가운데서 병이 눈앞에 있다 하여도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현각玄覺이 말하기를 “말해 보라. 대자大慈가 병을 아는가,
알지 못하는가? 이 스님이 나온 것이 병인가, 병이 아닌가?
병이라면 매일 다니고 서는 것을 모두 병이라 하지 못할 것이요,
병이 아니라면 나와서 무엇 하리오?”라고 하였다.]
조주趙州가 물었다.
“반야般若의 본체는 무엇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반야의 본체는 무엇인가?”
조주가 껄껄 웃으면서 나갔는데,
대사는 이튿날 조주가 마당 쓰는 것을 보고 물었다.
“반야의 본체는 무엇인가?”
조주가 비를 놓고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자,
대사는 문득 방장으로 돌아가 버렸다.
어떤 스님이 하직하니,
대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강서江西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한 가지 수고를 끼쳐야겠는데, 되겠는가?”
“화상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노승老僧 한 분을 구해서 모시고 오라.”
“화상을 능가하는 사람은 또한 얻을 수 없습니다.”
대사가 문득 그만두었다.
그 스님이 나중에 동산洞山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동산이 말했다.
“그대가 어찌 이러한 말에 응대를 할 수 있었겠는가?”
“화상이시라면 이러한 말에 어찌 응대하시겠습니까?”
“이미 구했다.”
[법안法眼이 따로 말하기를“화상께서 가시면 제가 삿갓을 들고 가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동산이 또 그 스님에게 물었다.
“대자大慈께서는 그밖에 다른 말씀이 있던가?”
“어느 때 대중에게 말씀하기를
‘한 길[丈]을 말하는 것이한 자[尺] 걷는 것만 못하고,
한 자를 말하는 것이 한 치[寸]를 걷는 것만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나 같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어떻게 말씀하겠습니까?”
“말하면 행할 수가 없고, 행하면 말할 수가 없다.
”[운거雲居가 말하기를 “행할 때에는 말이 없고 말할 때에는 행이 없다고 하였으니,
말하지도 행하지도 않을 때에는 어느 길로 가야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낙보樂普가 말하기를 “행과 말이 함께 이르면 본래의 일이 없고 행과 말이
이르지 않으면 본래의 일이 있지 않다”라고 하였다.]
나중에 당나라 무종武宗이 불교를 폐지하자, 대사는 천민의 복장[短褐]을 하고 은둔하다가,
대중大中 임신년壬申年에 다시 머리를 깎고 종지宗旨를 크게 선양했다.
함통咸通 3년 2월 15일에 병 없이 임종하니,
수명은 83세이고 법랍은 54세였다. 희종僖宗이 성공性空 대사라 시호를 내렸고, 탑호를 정혜定慧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