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재 벌깨덩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은 오월 중순 수요일 아침이다. 지난주 산채를 다녀온 ‘여항산 서덜취’를 소재로 시조를 한 수 남겨 지기들에 안부를 전했다 “취나물 갈래 중에 참취가 흔하지만 / 곰취를 맛본 이는 그 향을 못 잊어도 / 깊은 산 그늘진 숲속 서덜취도 자랐다 // 잎사귀 처진 모습 곤드레 닮았다만 / 국화과 취나물속 산나물 맞는지라 / 손 뻗쳐 잎을 따 모아 봉지 채워 왔다네”
아침 식후에는 엊그제 이어 올해로는 막바지 산채 산행을 나섰다. 비록 쇠어가긴 해도 숲을 찾아가면 아직 뜯어올 산나물이 있을 듯해 빈 배낭에는 뭔가를 가득 채워 오지 싶다. 우리 집에서는 묵나물까지 말려둘 여건이 되지 못해 밀린 산나물로도 한 주 정도 찬거리가 확보되어 더 필요하지 않다. 그 산나물은 하산 후 귀로에 인연 닿는 이들에게 건네고 빈 배낭으로 올 요량이다.
이른 아침 동정동으로 가려고 아파트단지를 벗어난 정류소에서 월영동으로 가는 102번을 타고 명곡교차로로 드니 간선 급행버스 운행 첫날이었다. 버스는 가음정사거리에서 도계광장까지 개통된 전용 차선으로 운행해서 승객에게 편리성과 속도감이 예전보다 나아질 듯했다. 동정동에서 북면 마금산 온천장으로 가는 22번 버스로 갈아타 굴현고개를 넘어간 외감삼거리에서 내렸다.
휴일을 맞아 천주산을 찾을 이들이 차를 몰아오기 이전이라 달천계곡 입구는 한산했다. 남해고속도로 창원터널 곁 단감농장에 이르니 들머리 높이 자란 물앵두 한 그루에는 선홍색 열매가 달려 눈길을 끌었다. 벚꽃을 닮은 꽃이 벚꽃보다 며칠 앞서 화사하게 피던 물앵두나무였다. 버찌보다 굵은 열매는 물이 많은 앵두처럼 생겼는데 직박구리들이 날아와 쪼아먹은 씨앗이 보였다.
과수원에서 숲으로 드니 자잘한 꽃송이를 초롱꽃처럼 드리워 꽃을 피운 때죽꽃이 저무는 때였다. 아까시꽃과 약간의 시차를 두고 피는 꽃이라 아까시꽃이 저물었으니 때죽꽃이 지는 차례였다. 올봄은 비가 잦아 평소는 마른 계곡이던 숲으로 드는 들머리 개울에는 맑은 물이 졸졸 흘렀다. 우거진 활엽수림 가랑잎이 삭아 부엽토가 되어 쌓인 숲길을 걸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듯했다.
양미재 못 미친 너럭바위를 쉼터 삼아 숲으로 들기까지 남긴 풍경 사진을 지기에게 보내며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 초등학교 동기를 비롯한 몇 친구는 즉각 회신이 날아왔다. 전날 대산 국도변 보리개떡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에서 사둔 술빵을 꺼내 먹었다. 김밥 대용으로 산행 중에 간식 삼아 먹으려고 준비했더랬다. 1년 전만도 으레 곡차까지 마셨으나 이제 일적불음이라 마음이 없다.
너럭바위에서 일어나 등산로를 벗어 숲을 뒤져 참취와 바디나물을 찾아 뜯었는데 끄트머리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 땄다. 양미재로 올라 작대산 트레킹 길 구간 천주산 방향으로 가면서 더 바디나물 군락지를 찾아냈다. 유독식물 은방울꽃 무더기도 봤다. 산나물로 삼기는 철이 지나긴 해도 바디나물 이파리를 주섬주섬 뜯었다. 바디나물은 고라니도 좋아해 뜯어 먹은 흔적이 보였다.
덤불을 헤쳐 다래나무가 넝쿨로 뻗어 돌너덜을 덮은 비탈을 거쳐 상봉 꼭뒤로 갔다. 찔레 가시에 바짓단이 찢기고 다리가 긁혀 아파도 참으면서 벌깨덩굴 군락지를 찾아냈다. 응달 숲 그늘이라 벌깨덩굴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아 잎줄기가 부드러워 산나물로 삼기 좋을 듯했다. 배낭을 벗어두고 벌깨덩굴 잎을 한 자리에서 넉넉하게 땄더니 손에 든 보조 가방까지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숲을 빠져나와 구고사로 내려서자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자들이 많이 찾아왔다. 차례를 기다려 나물 비빔밥으로 점심 공양을 잘하고 범종루에 올라 원근 신록과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배낭과 가방을 챙겨 양미재 숲을 빠져나와 도민의 집 근처 사는 선배부터 산나물 봉지를 분배했다. 이어 제과점 주인에게 보내고 꽃대감과는 커피잔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다 마지막으로 건넸다. 2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