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집에 있는 뱅갈고무나무에 대한 얘기입니다.
한달전쯤 주말에 출근했던 남편이,, 퇴근하면서 낮잠 즐기고 있던 저를 전화로 깨웠습니다.
빨랑 옷 갈아 입고 나오라구요. 예전 같았으면, 낮잠 깨우면 3박4일 혼날일이었지만,, 이젠 과거사가 되었네요.
눈꼽만 간신히 뗀 저를 보고는, 행운목이 어찌 생겼냐며,,
화원에 잠시 들렀는데, 행운목이란 녀석을 찾아보다가 못찾고, 또한 묻지 못하고 구경만하고 왔다네요.
그러니 같이 화원에 같이 가야겠답니다.
뻔한거죠. 저는 대뜸 "또 회사사람이 행운목에 대해 뭐라했구먼!"
어찌알았냐며, 회사동료 백아무개가,, 행운목에 꽃이 피었는데,, 그 향이 온 집안에 퍼져 향기롭다고 했답니다.
"그 나무토막 같은거 있잖아, 그게 행운목인데,, 꽃은 피겠지만, 백**씨 원룸으로 이사했어?."
꽃이 얼마나 피고,, 향기가 나길래, 32평 아파트에서 꽃향기가 펄펄 날까 싶었지요.
암튼 남편 손 꼬옥 잡고,, 온갖 꽃나무가 있는 "일산 화훼단지"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꽃과 나무중에 행운목이 보이지 않는겁니다.
이리저리 둘러둘러 구석탱이에 큰키를 자랑하는 한놈을 발견하고 남편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얼른 달려와 "행운목 보시게요?" 하니까 ,,
남편은 대뜸 "저것이 꽃이 언제 피느냐, 향이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 "꽃이 폈다는 손님들 얘기를 듣긴 했어요."라고 했지요.
그말에 "아주머니도 행운목 꽃은 못 보셨구만" 생각하며 잠자코 있었습니다.
제가 묻지도 않고 별관심 없어하자, 남편은 사기를 주저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좀 작은것은 없느냐고,, 이때 부터,, 저는 실실 웃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머니 어디 구석진 곳에서 후비적 거리시더니,,
높이 15cm쯤 되는 ,,이파리 중간에 두개 삐죽나온 삼천원짜리 행운목을 주시더라구요.
화원 신장개업하면,, 하나씩 돌리는 그런 쪼맨한 행운목말입니다.
남편은 그 행운목을 이리저리 보더니만, 제가 보기엔 꽃날 틈자리 찾으려면 백만년쯤 걸릴거 같은데,,
이게 언제쯤 꽃이 피게 되는거냐고 묻더라구요.
아주머니는 "화분에 심어 잘 키우시면 꽃필꺼라고,, 손님 중에는 꽃 피웠다눈 분 계시다고." 아까 그말을 또 하더라구요.
그래서 참다못해 그나마 유순하게 한마디했습니다. "그 꽃향기 맡고 싶으면, 한 10년 넘게 잘 키우면 될꺼야!"
남편은 제가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한다는 듯 쳐다보았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제가 계속 뚱한 표정 짓고 있는데,,
그래서 그나마 이쁜 "뱅갈고무나무"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녀석은 뱅갈호랑이와 아열대 숲속에서 같이한,,
아주 가문있는 녀석이라 생각하여,, 다른녀석들을 제치고 울집에 오게 된 것입니다.
또 한녀석은 한아름 꽃망울이 예뻐서 데리고 왔는데,,인터넷 검색결과 울릉도나 독도에서 자생한다는 "만병초"였습니다.
그런데 이녀석도 조상만 그곳일뿐, 어느집 화원에서 자랐겠지요?
하지만 "독도, 울릉도"만으로도 귀한녀석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암튼 이넘들, 제가 집에 있기 시작하면서 데불고 온 녀석들이라 신경쓰고 있습니다.
요리하거니, 냄새 피우고 나면...환기시키고 잎사귀에 물 한번씩 뿌려주며,, 녀석들에게 얘기 건네곤 하지요.
오늘 아침에도 역시 집안 화초중에 젤 먼저,,밤새 집안에서 답답했을 녀석을 생각하며 환기시키고는,,
시원 꼼꼼하게 물을 뿜어주었습니다.
새로나온 어린잎에 듬뿍,, 잎사귀 나온 마디에 흠뻑,, 화분 흙에도 사알짝!!
흡족한 마음으로 다음 넘들에게 뿌리려 돌아서며 무심코 바라봤는데, 마디에 뽀그르르 잔 거품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분무기를 물을 보았는데, 거기에도 물이 잔거품을 내뿜고 있는거예요.
순간 날씨가 더워져 하루만에 물이 상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흐미,,,분무기가 분홍색입니다.
분홍색 분무기는 울딸이 아침 저녁 교복에 뿌려대곤 하는것이지요. 오늘아침 역시 뿌렸을 겁니다.
냄새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페브리즈였습니다. 아주그냥 흠뻑 써서, 바닥만 남아있었습니다.
나무에 뿌리기전,, 물을 조금더 넣을까 하다가,, 많이 있길래,, 걍 뿌려댔는데,,
언능....잽싸게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샤워시켰습니다.
힘차게 쏴아~~ 샤워시키는데, 뭔가 뜨듯 미지근한 겁니다.
울집녀석들이 아침에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학교갔는데, 급한 맘에 그물을 걍 뿌려댔던 겁니다.
왜이럴까 놀라긴 했지만,,자책은 잠시 하고,, 맘속으로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녀석의 조상은 열대지방에서 뱅갈호랑이와 같이 숨쉰 뱅갈고무나무야.
아마도 뜨듯한(?) 뜨거운(?) 것이 그리웠을지도 몰라."
그런데 태양이 뜨겁지, 비가 뜨거운건 아니란 생각이 마구 드는겁니다.
그런데,, 문자가 왔습니다.
진동으로 해 놔서 잘 들리지 않는데, 오늘 따라 잘 들리는 겁니다.
그리곤 젖은손 말리며 통화했습니다.
인사랑 "소나기님"과요.
첫댓글 선배님 2탄이 있을거 같아요....뱅갈고무나무 괜찮은가요?
2탄은 소나기님께서 들려주시는게,, 더 재미있을 듯합니다.
정말이지 백만년만에,, 소나기님과 통화했어요. 목소리만은 여전~ 하시더라구요.
저도 잘 모르는,, 소나기님 얘기가 왠지~~궁굼~합니다.
저 사진속에 나문가요? 나무 멋진데요...거실 창이 이쁘네요
ㅎㅎㅎ슬픈 이야긴데..
왜 이러케 웃긴겨~~!!
에구 별일 없어야 할텐데 마리쥐..ㅋㅋ
넵! 사진속에 녀석입니다. 이틀동안 계속 살폈는데, 끄덕 없더라구요.
거실창은 "루버셔터"라나? 뭐 그런이름인데,, 거실을 꾸미지 않았는데도, 루버셔터 하나로,, 그나마 분위기가 괜찮습니다.
저 같이 치장하는 것,, 귀찮아 하시는 분은,, 루버셔터가 좋을 듯 합니다.
ㅎㅎㅎ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