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 가는 길♧
한반도 등줄기 흘러내려
뭇생명 소곤대는 산기슭
앙증맞은 다람쥐 반기고
당당한 거목 창공에 닿아
고운임 자취 못내 그리워
황홀한 신고 풍기는 벼랑
보배 같은 심연 헤어나자
소복히 꿈틀대는 꽃송이
다섯 봉우리 우뚝 솟구쳐
천지 영험하고 옹찬 기운
오롯히 고여 있는 정수리
충직한 사자 호위 받으며
온누리 굽어보는 보살님!
둿뜨락 안치된 은빛사리
금낭화 수국 찬란히 피어
어둠속 허우적대는 중생
진리의 돌계단 오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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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3일 연휴여서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평창의 육백마지기에 올라 우리 산하의 수려한 장관
을 완상하고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상원사를 거쳐 적멸보
궁을 향해 발걸음 옮겼다.
적멸보궁은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봉안한 사찰 건물을 말한다. 적멸
은 모든 번뇌가 남김없이 소멸되어 고요해진 열반의 상태를 말하고,
보궁은 보배같이 귀한 궁전이라는 뜻이다. 한반도에는 다섯 곳에 적
멸보궁(寂滅寶宮)이 있는데,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정선 정암사 적멸보궁,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에는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봉안했기 때문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우리는 구슬땀 흘리면서 구절양정 같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적멸보궁
에 이르렀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주변 다섯 봉우리를 쳐다보니 오대
산의 의미가 실감났으며 뭇봉우리가 이곳을 옹위하고 있어 천하의 명
당 같이 느껴졌다.
법당 앞에서 예를 갖춘 다음 뒷뜨락으로 눈을 돌리자 글귀가 퇴색한
자그마한 비석과 진신사리 모신 곳이 있는데 많은 방문객들이 그곳을
향해 절을 울렸다. 다시 앞마당에 와서 주변을 둘러보니 불교를 상징
하는 수국과 금낭화가 곱게 피어 부처님의 말씀을 전히는 것 같았다.
부처님의 심신을 모시는 영험하고 이름다운 사찰인 적멸보궁을 관람
하고 하산하는 낯빛은 온화하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인생은 심오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