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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아 운하 말고 귀나 파라 |
광주역 출입구 마당에 아까 풍물을 쳤던 패들하고 대학생들 40여명이 선전활동을 헌다. ‘반값 등록금 이행하라!’ ‘민중대회 함께 해요!’여덟 박자 구호를 외친다. 우리 반쪽이 큰 언니(형수님이라 부름)께서 다른 한 분하고 있다가 인사를 허신다.
“오셨어요? ” “아이고 형수님!” “혼자 오셨어요?” “아니요, 목포식구들이랑 같이 왔그만요?”
40여명 밖에 안 되는 대학생들이 뿜어내는 구호와 몸짓은 얼어붙은 하늘을, 광장을 녹여내고 있었다. 손에손에 빨강 손글판을 들고 있다. ‘MB는 빵꾸똥구’다. 8박자로 외치는 구호들은 하나같이 재미지다. 그 젊은이들은, “등록금 정권 퇴진하라!” “이명박 정권 퇴진하라!”는 등의 무거운 구호를 그들 방식대로 재기발랄하게 즐기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폴짝폴짝 뛰어오르기도 하고, 오른쪽 왼쪽으로 올챙이춤을 추어 비틀기도 헌다. 그들이 표정에 어둠이라고는 한테기도 없었다.
뜨겁디 뜨거운 심장들을 뒤로 하고 광장으로 내려선다. 문병관 동지하고 민점기 선생허고 인사를 나눴다. 광장 아스팔트가 흑빛 물기를 머금고 있다. 물 묵은 아스팔트 한 점에서 희건 담배 냉갈이 솔기솔기 피어올라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러다 이내 잦아든다.
흰 눈물 젖은 흑빛 아스팔트
그 우에 담배 불 꽂아놓은 그는 누군인가?
척박한 시대,
지금처럼 삶이 척박했던 시대,
한 시인은 다른 젊은 시인들한테
흰 눈 위에 가래침이라도 뱉자고 선동했다.
오늘
간교한 쥐새끼,
대한미궁의 대통령으로 당선 된 지 딱 두 해인 오늘,
눈물 녹아 젖은 흑빛 아스팔트 광장 우에 담배 불 꽂아놓은 그는 누군인가!
3시 4분. 역에서 나오는 시민들을 상대로 유쾌하게 선전선동을 함께 했던 풍물패들이 다시 길놀이를 시작헌다. 휘모리로 욱작욱작 해대더니 반삼채, 반풍류로 이어간다. 그 때 민노당 곽정숙 의원이 가녀린 손을 내민다. 손을 맞잡고 머리를 숙였다. 검정칼을 쓰고 광장 왼 켠에 서있는 사람들이 있다. 대우캐리어 해고노동자들이다. 몇 사람들은 대우캐리어 냉난방기를 담는 상자를 둘러쓰고 서성댄다. 그들이 쓰고 있는 칼과 망태기에는, “해고는 살인이다. 캐리어 자본 먹튀자본....”이라고 씌여있다. 문경식 전남도당위원장이 반갑게 손을 내민다. 창평고 제자 헐랭이가 다가와서 꾸벅 인사를 헌다. 그는 오늘도 사회를 보리라. 풍물가락은 짝드름으로 넘어간다.
“깽~ (갯깽) 읏깽 (갯깽) 깽~ (갯깽) 읏깽 (갯깽), 갯깽 (갯깽) 갯깽 (갯깽).... ”
광장 오른쪽 소나무동산에 흰 눈이 쌓여있다. 그 위 소나무 사이에 펼침막이 걸려있다.
안전한 철도! 국민의 철도! 통일철도를 만들기 위해 철도노동자는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
풍물패들이 싸잽이로 휘감더니 인사굿을 친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와~!”하고 함성을 지른다. 아까침에 아는 체를 했던 노동자 한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간다. 길놀이를 해준 대학 풍물패한테 박수 보내잔다. 그러더니 12월 19일이 어떤 날이냐고 묻는다.
“2년 전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이고, 41년(맞나?) 12월 19일은 이명박이 태어난 날입니다. 72년 오늘은 이명박이 결혼한 날입니다. 그러면 오늘은 무슨 날입니까? 탄생과 당선을 저주하는 날입니다.”
그러자, 누가 젙에서 “제삿날!”하고 외친다. 지발로 그 놈 지삿날이믄 쓰겄다. '글믄 녈 누가 그놈 맥아지 콱 따불랑가?‘ 사회자가 구호를 외친다.
“해고는 살인이다, 캐리어자본 박살내자!”
“해고는 살인이다, 캐리어자본 박살내자! 정.리.해.고, 분쇄, 투쟁, 결사, 투쟁~!!”
“노동탄압 자행하는 이명박정권 퇴진하라!”
“노동탄압 자행하는 이명박정권 퇴진하라! 정.리.해.고, 분쇄, 투쟁, 결사, 투쟁~!!”
3시 20분. 철도노조 순천본부장이 소리대를 잡는다. 투쟁경과 보고를 헌다. 언론은 철도노조가 백기투항을 한 것맹이로 보도를 했는디, 그 것이 아니란다. 조직을 보전했고, 투쟁력도 확인해서 현장투쟁으로 전환했단다. 3차 파업투쟁을 준비하고 있단다. 100억이 넘는 손해배상소송 등 갖가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서 3차 파업을 승리로 이끌겄다고 다짐헌다. 이어, 금속노조 캐리어노조 정투위(정리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동지가 나와 투쟁경과보고를 헌다. 2005년 조합원이 1,000명이었는디 시방은 해고동지들 40명을 포함해서 고작 320명이란다. 캐리어자본은 2005년 370명을 구조조정해 버렸고, 올해 11월 13일 문자로 해고 예고통보를 했단다. 그러더니 12월 14일부로 40명을 정리해고 시켜버렸단다.
“이 땅 노동자들의 힘든 상황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길래 목에 칼을 쓰고 박스를 둘러쓰고 이렇게 거리로 나서야 한단 말입니까? 캐리어자본이 죽든, 저희가 죽든, 광주에서 정리해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싸우겠습니다.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 부탁드립니다.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살인행위 중단하라!”
“해고는 살인이다, 살인행위 중단하라!”
“해고는 살인이다, 살인행위 중단하라! 정.리.해.고, 분쇄, 투쟁, 결사, 투쟁~!!”
사회자가 소리대를 넘겨받는다.
“2009년 한 해는 10년 같은 1년이었습니다. 용산참사의 넋이 구천을 떠돌고 쌍차가 아물기도 전에 캐리어노동자들이 쫓겨났습니다. 구호 하나 외치겠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캐리어자본 박살내자!”
“해고는 살인이다, 캐리어자본 박살내자! 정.리.해.고, 분쇄, 투쟁, 결사, 투쟁~!!”
3시 32분. 단결투쟁가를 부르고 나자 제자 김현성 씨가 소리대를 이어받는다. 민중대회 시작을 알린다.
“그럼 지금부터 노동탄압분쇄와 민중생존권사수, 이명박 정권 퇴진을 위한 광주전남민중대회를 여러분의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와아~~!!!!”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애쓰시다 가신 선배열사들과 정리해고 칼바람에 맞서 함께 싸우고 계시는 동지들을 위해 힘 있는 묵상 올리겠습니다. 묵,상!”
님을 위한 행진곡이 광장에 깔린다.
“이명박이 못 부르게 해도 서천만의 애국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불러보겠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싸우자~던 뜨~거~운 맹세....”
“엠비 땜에 개고생이다, 엠비는 물러가라!”
“엠비 땜에 개고생이다, 엠비는 물러가라! 정.리.해.고, 분쇄, 투쟁, 결사, 투쟁~!!”
진보연대 상임고문 정광훈 선생 등 내빈을 소개하고 광주전남 민점기 상임대표가 대회사를 헌다. 이때 광주전남공투본 손상용 동지가 손을 건넨다. 손이 겁나게 따뜻허다. 우리가 가는 길은 너무도 당당한 승리의 길이란다. 오늘을 기점으로 희망을 향해 힘차게 전진허잔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 승리하고 진보교육감을 내오잔다. 프랑스 국가를 낭송하고서 대회사를 맺는다.
“가자, 조국의 아들들이여
영광의 날은 왔나니
압제가 앞에 있지만
피의 깃발이 올려졌나니
피의 깃발은 올려졌나니
들판을 함께 가자
야만적인 적군을 무찌르자
적은 다가오고 있다
우리 아들, 우리 조국의 목을 치기 위해.
시민이여! 무기를 들어라
무장하라 전사들이여!
전진하라! 전진하라!
적의 더러운 피가 우리 들판을 흐를지니
조국의 신성한 수호신이
우리 복수심에 불타는 군대를
보살피고 지켜줄 지니
자유, 사랑하는 자유의 신이여
적과 싸우자
적과 싸우자
우리 깃발 아래서, 승리의 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질 지니
쓰러져가는 적들도 그대의 승리와 영광을 보리라!
우리 군대와 시민의 승리를!"
민주노총 강승철 광주본부장이 정치발언을 헌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하루가 멀다하고 철도, 가스, 발전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구속, 고소.고발 당하고 있는디 이는 어쩌면 시작에 불과헌 지도 모른단다.
“더는 뒷걸음칠 수 없습니다. 벼랑 끝에 선 각오로 16~17일 1만 상경투쟁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를 끝장내겠단 결의를 했습니다.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거점농성에 들어갑니다. 비상조직을 가동해서 만약 강행 시(노동악법) 전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민주노총이 결심했습니다. 300여만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함께 투쟁해주십시오! 대우캐리어, 포스코, 전체노동자가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와 지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투쟁~~!!!!”
이어 민노당 곽정숙 의원이 소리대를 잡는다. 광주는 그래도 따뜻헌디 여의도는 칼바람이 불어서 너무 차갑단다. 요즘 정치상황을 말함이리라. 지난 1월 20일에 자행된 용산학살 얘기를 꺼낸다. 그 날 새벽, 너무도 무서웠단다. 국회의원 2년 동안, 거리에서 지냈지만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고 하소연을 헌다.
“다시 싸우겠습니다. (중략) 국민의 생명과 노동현장을 지켜낼 수 있도록 그 전처럼 싸우겠습니다.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진행자가 구호를 외친다.
“빵꾸똥꾸 이명박은 즉각 물러나라!”
“빵꾸똥꾸 이명박은 즉각 물러나라! 정.리.해.고, 분쇄, 투쟁, 결사, 투쟁~!!”
이어 대학생들이 광장 앞마당으로 떼지어 나와 율동을 헌다. 무슨 노래인지는 잘 모르겄다. 이명박을 청와대 저 밖으로 쓰리아웃 퇴장시키자는 내용의 노래다. 예나 시방이나 대학생들의 몸짓은 여전히 푸르싱싱헌 들판이다. 세찬 바람에 파도치는 푸른 보리밭이다.
2010년 모대학 총학생회장 당선자가 투쟁사를 헌다. 올해 대학등록금 땜시 학생이 비관 자살했고, 딸아이를 둔 어떤 아버지도 세상을 등졌단다. 이명박이 대학등록금 후불제를 내놓았는디 완전 사기란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해묵자는 수작이란다. 연설허고 있는 단상 아래에는 두 학생이 펼침막을 들고 서있다. 펼침막에 새겨놓은 외침은 이렇다.
4死대강 팔 돈으로 등록금 좀 깎아라! 이명박 빵꾸똥꾸야! |
그는 여성이지만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넘쳐있었다.
“2010년 등록금을 해결하고 이명박을 심판하자는 투쟁을 결의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와아~~!!!!” “믿음이 가시죠? 노동자, 농민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과 같습니다. 우리 대학생은 농민의 자식이고 예비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학생들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투쟁~!! ” “투쟁~~!!!!”
전국농민회전남도연맹 기원주 의장이 짧은 머리를 허고 인사를 헌다. 이명박 땜시 온 국민이 분열되어 가고 있단다.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쥐새끼를 반드시 잡아서 국민경제를 지키잔다.
이어, 민노당 전남도당 문경식 위원장이 희망을 일구자고 헌다. 현 정부는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하는 모든 세력을 짓밟고 탄압허고 있단다. 그 속에서도 올해 광주, 전남에서 희망을 일구었단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일격을 가하려고 준비 중이란다.
“동지 여러분, 지금은 힘들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주고, 일자리 없는 사람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농민들에게는 제값을 보장해주는 민중정권을 만들 희망을 우리는 안고 있습니다. 2010년 희망을 민노당이 만들어내겠습니다. 투쟁!”
민중대회 끝순서로 노동자노래모임 청년들이 공연을 헌다. 오늘은 여섯 사람으로 불었다. 무슨 노래인가를 부르고 ‘반격’을 부른다.
“.... 반격! .... 반격!....”
‘아, 이 더러운 사기정권에 회생불능의 반격을 가할 그 날은....’
4시 20분. 민중대회가 끝난다. 여그서부터 금남로까지 행진을 헌단다. 맨 앞에 민주노총, 광주전남진보연대 두 깃발이 앞서고 바로 뒤를 풍물패가 반풍류가락을 침시로 따른다. 바로 그 뒤를 ‘노동탄압 분쇄’란 작은 펼침막을 든 대표단들이 행진하고, 그 뒤를 검정칼을 목에 건 대우캐리어 해고노동자들이 저승사자한테 끌려가듯 무겁게 무겁게 따르고 있다.
4시 30분. 개망나니당 앞이다. 그 앞에는 호위 바쿠벌거지들이 검은 투구, 갑옷들을 걸치고 겹겹이 둘러서있다. 손에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민중을 살해하는 날선 방패를 들고서.... 행진대열허고 살인집단허고를 번갈아봤다. 그 앞을 지남시로 선전선동허는 사람이 야유와 함성을 두 번인가 보내자고 헌디 소리가 신통치 않다. 한판 야물딱지게 붙어야 헌디, 쪽수로도 어림없다. 그냥 지나쳐오는디 시커먼 바쿠벌거지 뒤에 있는 한 놈이 두 팔을 뒤로 젖혔다 폈다 험시로 몸을 푼다.
‘아, 반격, 반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