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 제205회
송군 진영에서 교도청의 요술을 깨뜨린 도사는 바로 입운룡 공손승이었다. 위주에 있다가 송선봉의 명을 받고 왕영·장청·해진·해보와 함께 밤을 새워 달려와 송선봉에게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마침 교도청이 요술을 부려 막 번서를 패퇴시켰던 것이다.
그날은 2월8일로서 간지(干支)로 보면 무오(戊午)였고 무(戊)는 토(土)에 속했다. 공손승은 천간신장(天干神將)을 청하여 임계수(壬癸水)를 깨뜨리게 하고 요사스런 기운을 쓸어버림으로서 파란 하늘과 밝은 해가 나타나게 한 것이었다.
송강과 공손승이 진 앞으로 나가 보니, 교도청은 얼굴 가득 부끄러운 빛을 띠고 군마를 이끌고 남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공손승이 송강에게 말했다.
“교도청이 지금 법술이 깨져 달아나고 있지만, 만약 성으로 들어가게 내버려두면 뿌리를 깊게 내리고 꼭지가 단단해집니다. 형님께서는 빨리 명을 내려, 서녕과 삭초로 하여금 병력 5천을 이끌고 동쪽 길로 해서 남문으로 가서 길을 가로막게 하고, 왕영과 손신으로 하여금 병력 5천을 이끌고 서문으로 가서 길을 가로막게 하십시오. 그리고 도망쳐 오는 교도청의 병마를 만나게 되면, 단지 성으로 들어가는 길만 가로막고 그들과 결코 싸우지는 말라고 하십시오.”
송강은 계책에 의거하여 명을 내렸고, 배정받은 장수들은 명에 따라 떠나갔다. 때는 오전 10시경이었다. 송강과 공손승은 임충·장청·탕륭·이운·호삼랑·고대수 등 일곱 두령과 군마 2만을 거느리고 적을 추격하였다.
반군 장수 뇌진 등은 교도청을 보호하면서 한편으로 싸우면서 한편으로 달아나고 있었는데, 앞에서 또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다. 손기와 섭신이 병력을 이끌고 접응하러 온 것이었다. 병력을 합쳐 오룡산 영채에 막 당도했을 때, 뒤편에서 송군이 징과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지르면서 나는 듯이 추격해 왔다. 손기가 말했다.
“국사께서는 영채 안에서 지키고 계십시오. 저희들이 저놈들과 결사전을 벌이겠습니다.”
교도청은 장수들의 면전에서 큰소리를 쳐 왔었고, 게다가 지금까지는 자신의 법술에 적수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송군에게 쫓기게 되자,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분노하여 손기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뒤로 물러나 있게. 내가 나가서 적을 막겠네.”
교도청은 병력을 거느리고 나가 진을 벌이고, 말을 타고 앞에 나섰다. 뇌진 등의 장수들은 좌우에서 호위하였다. 교도청이 큰소리로 외쳤다.
“물가의 도적놈들아! 어찌 이렇게 사람을 업신여기는 거냐! 내가 다시 네놈들과 승부를 가려 보겠다!”
원래 교도청은 경원에서 성장했는데, 그곳은 서북쪽 끝에 있는 지방이라 산동과는 길이 멀어 송강과 그 형제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다.
송군의 진에서도 좌우로 깃발이 흔들리면서 진을 펼쳤다. 두 진이 대치하자, 뿔피리를 불고 북을 울렸다. 남쪽 진에서 누런 깃발이 펄럭이며 문기가 열리더니, 두 사람이 말을 타고 진 앞으로 나섰다. 오른쪽에 말을 타고 서 있는 사람은 산동의 호보의 급시우 송공명이었고, 오른쪽에 말을 타고 서 있는 사람은 입운룡 공손일청이었다. 공손승이 보검을 들어 교도청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배운 술법은 모두 외도(外道)에 지나지 않는다. 너는 정법(正法)을 듣지 못했으니, 빨리 말에서 내려 귀순하라!”
교도청이 자세히 보니, 바로 자신의 술법을 깨뜨린 도사였다. 교도청이 공손승에게 말했다.
“오늘 내 술법이 통하지 않은 것은 우연이다. 그런데 어째서 내가 너에게 항복해야 한단 말이냐?”
공손승이 말했다.
“네놈이 또 그 어설픈 술법을 부려 보겠다는 거냐?”
“네가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구나. 어디 다시 한 번 내 술법을 보아라!”
교도청은 정신을 가다듬고 입속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자기편 장수 비진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비진이 손에 들고 있던 점강쟁이 손에 빠져나와 마치 한 마리 뱀처럼 공손승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는 공손승이 검으로 진명을 가리키자, 낭아곤이 진명의 손에서 벗어나 날아오는 점강쟁을 맞받았다. 두 병기가 허공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싸움을 벌였다.
양군에서는 함성을 지르며 갈채를 보냈다. 그때 갑자기 큰소리가 울리면서, 양군이 함성을 질렀다. 공중에서 낭아곤이 점강쟁을 때려 떨어뜨리면서 ‘땡’ 소리가 울렸던 것이다. 떨어진 점강쟁은 북군의 북에 내리꽂혀, 북을 치는 군사들이 깜짝 놀라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낭아곤은 어느새 다시 진명의 손에 쥐어져 있었는데, 마치 한 번도 진명의 손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송군은 마음껏 웃어댔다.
공손승이 외쳤다.
“너는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거냐!”
교도청은 다시 주문을 외면서 손으로 북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가라!”
그러자 북군 영채 뒤편의 오룡산 속에서 홀연 검은 구름이 한 조각 피어오르더니, 구름 속에서 흑룡 한 마리가 비늘을 번쩍이고 수염을 곤두세운 채 날아왔다. 공손승이 껄껄껄 웃으면서 손을 들어 오룡산을 향해 휘두르자, 오룡산 속에서 번개가 번쩍이더니 황룡 한 마리가 구름과 안개 속에서 흑룡을 맞이하여 공중에서 싸움을 벌였다.
교도청이 또 소리쳤다.
“청룡은 빨리 오너라!”
그러자 산정에서 청룡 한 마리가 날아왔는데, 뒤를 이어 또 백룡 한 마리가 날아와 청룡을 가로막았다. 양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보고만 있었다.
교도청이 검을 짚고서 큰소리로 외쳤다.
“적룡은 빨리 나와 도우라!”
잠깐 사이에 산속에서 적룡 한 마리가 날아왔다. 이리하여 다섯 마리 용이 공중에서 어지럽게 춤을 추니, 金·木·水·火·土 오행(五行)이 서로 돕고 서로 싸우면서 한 덩어리가 되었다. 광풍이 크게 일어나면서 양쪽 진에서 깃발을 들고 있던 군사들이 바람을 못 이겨 수십 명이 쓰러졌다.
공손승이 왼손에 검을 들고 오른손에 든 먼지떨이를 공중으로 던지자, 먼지떨이가 공중에서 빙빙 돌더니 기러기만한 새로 변해 날았다. 잠깐 사이에 새가 점점 높이 올라가면서 점점 커지더니, 하늘 높이 올라가 거대한 대붕(大鵬)으로 변했다. 날개가 마치 하늘을 뒤덮는 구름과 같았는데, 다섯 마리 용을 향해 내려와 덮쳤다. 뭔가 찢어지는 듯한 큰소리가 울리면서 파란 하늘에 벼락이 치더니, 다섯 마리 용의 비늘이 사방으로 흩어져 날렸다.
원래 오룡산에는 영험한 기운이 있어 산중에 항상 오색구름이 떠돌았으며, 신룡(龍神)이 주민들의 꿈에 자주 나타났다. 그래서 주민들이 사당을 세우고 용왕의 위패를 모셔 두었다. 또 다섯 방위에 의거하여 青·黃·赤·黑·白의 다섯 용을 기둥에 새기고 금박을 입히고 칠을 해두었다.
지금 두 사람이 술법을 써서 그 다섯 용을 불러내어 서로 싸우게 한 것이었다. 공손승의 먼지떨이가 변한 대붕이 그 다섯 용을 덮쳐 박살을 내자, 그 조각들이 북군의 머리 위에 어지럽게 떨어졌다. 북군은 함성을 지르면서 몸을 피하느라 난리를 쳤다. 오랜 세월 동안 마르고 단단해진 흙덩이들이 떨어져 얼굴이 찢어지고 이마가 깨져 선혈이 흘러내렸다. 다친 자가 2백 명이 넘어 군사들은 어지럽게 달아났다.
교도청은 더 이상 쓸 술법이 없어 어찌할 수가 없었다. 허공에서 떨어진 황룡의 꼬리가 교도청의 머리에 떨어져, 하마터면 머리가 깨질 뻔했는데 다행히 관만 찌그러지고 말았다. 공손승이 손을 한번 휘두르자, 대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먼지떨이는 공손승의 손에 돌아와 있었다.
교도청이 다시 요술을 쓰려고 하자, 공손승이 오뢰정법(五雷正法)의 신통력을 발휘하였다. 그러자 교도청의 머리 위에 황금갑옷을 입은 신장이 나타나 소리쳤다.
“교열은 말에서 내려 포박을 받아라!”
교도청이 입속으로 중얼중얼 주문을 외워 보았지만, 아무런 영험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황한 교도청은 어쩔 줄을 모르다가 말을 박차고 본진을 향해 달아났다. 그걸 본 임충이 장팔사모를 들고 말을 몰아 추격하면서 외쳤다.
“요망한 도사는 달아나지 마라!”
북군 진에서 예린이 칼을 들고 달려 나와 임충을 가로막았다. 또 뇌진이 화극을 들고 달려 나와 싸움을 도우려 하자, 탕륭이 철과추(鐵瓜錘)를 들고 달려 나가 가로막았다. 양군이 함성을 지르는 가운데, 네 장수가 두 쌍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였다.
예린과 임충이 20여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임충이 빈틈을 노려 예린의 말 다리를 사모로 찌르자, 말이 쓰러지면서 예린이 말에서 떨어졌다. 임충이 때를 놓치지 않고 사모로 예린의 가슴을 찔러 죽였다.
뇌진은 탕륭과 한창 싸우다가, 예린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파탄 난 척하며 말을 돌려 달아났다. 탕륭이 추격하여 철과추로 뇌진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뇌진은 투구와 함께 머리통이 깨지면서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때 송강이 채찍 끝으로 가리키자, 장청·이운·호삼랑·고대수가 일제히 돌격했다. 북군은 대패하여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다가 죽은 자가 무수하였다.
* 계속 2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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