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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일곱번째 아가씨)
"아! 그래요?"
유옥여의 얼굴도 붉어졌다.
이장청이 이어서 말했다.
"여러분들이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시옥관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대부분
하룻저녁에 비명횡사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거요. 심지어 부모형제와
같은 친지들도 예외는 될 수 없었던 거요. 그들이 하룻저녁에 몰살당했던
원인은 틀림없이 시옥관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오. 이로 볼 때 그 사람의
흉악함과 몰인정함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소. 시옥관이 형산
싸움의 여파로 얻었던 비급과 재물은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는데
환희왕은 바로 재산도 많고 천하 각파의 무공을 알고 있다는 점도 주의할
만한 점이오. 시옥관이 그 부자형제를 독살시키고 사부를 배반할 수
있으며 심지어 같이 잠자리를 하는 여인들을 다른 사람에게 뺏어와서
조금도 애석함이 없이 그대로 넘겨 줄 정도니 친구를 팔아 넘긴다는 것은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오."
그의 말투는 갈수록 분노의 기색을 띠었으며, 두 눈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소리로 이어서 말했다.
"여러 가지 상황에 근거하건대 시옥관과 환희왕은 같은 사람이라고
판단해도 좋을 것 같소."
사람들은 그의 말에 더이상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천법대사마저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합장을 하고 말했다.
"이 사람이 욕심도 많고 지나치게 사치스러우니 후일 반드시 그 때문에
스스로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이장청이 그 말을 이어서 말했다.
"대사의 말씀이 옳소. 이 사람이 바로 욕심이 지나치게 크고 너무 사치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머리끝을 쭈뼛하게 하는 큰 일을
해치웠던 것일 거요. 그렇지만 그가 스스로 멸망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거요. 그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
할지 모르오."
천법 대사는 합장을 하고 장탄식을 하며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장청이 천천히 이어서 말했다.
"우리 형제가 오늘 여러분을 이곳으로 모이게 한 것은 바로 여러분이
동심협력(同心協力)해서 그의 진면목을 파헤쳐 주기를 원했기 때문이오.
그가 흉악하다 하나 여러분들은 현재 강호에서 가장 뛰어난 고수들이니
여러분들이 힘을 합한다면 무림계를 위해서 이러한 화근을 제거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오."
그가 얘기를 다 마치자 대청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침중하게 변했으며 어떤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겼으며, 어떤 사람들은 머리를 쳐들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있었으며 또 어떤 사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한참이 지나자 김불환이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만약 그 환희왕을 죽인다면 그가 남긴 보물들은 어떻게 처리되는
거죠?"
이장청이 그를 쳐다보고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가 남긴 보물들은 주인이 없는 물건이니 당연히 여러분에게 드려야죠."
"그 외에 또 다른 것은 없소."
"그 외에도 본 장원에서는 십만 냥의 은자를 준비해서 여러분에게 드리려
하고 있소."
김불환이 웃으면서 손뼉을 치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일인데."
말을 하고 나서 술잔을 들어 잔을 비운 다음 고깃덩이를 큰 입에 집어넣고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웅사교오가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과연 재물을 봐야 마음이 동한다는 그 말은 헛되이 전해진 것은
아니었군. 관 속에 들어가서도 손을 벌릴 사람이야."
김불환이 대소하며 말했다.
"지나친 칭찬이시오."
옥면요금 신검수는 계속 고개를 쳐들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하나도 듣지 못했다는 듯이 있다가 비로소 천천히 말했다.
"이 일은 비록 위험하긴 하지만 천하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요."
그는 갑자기 탁자를 치더니 이어서 말했다.
"맞소! 그 환희왕을 죽인 사람에게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의 고수라는
명칭을 주어야 할 거요."
유옥여가 냉랭히 그 말을 받았다.
"그렇게 된다면 천하제일고수라는 명칭은 아마 당신 신검수에게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서약우가 냉소하면서 말을 받았다.
"과연 그럴까요? 헤헤."
그리고 다시 깊은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대청에는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한참 후 청성현도관주(靑城玄都觀主)
단홍자가 갑자기 앙천대소하면서 말했다.
"하하 우습군, 우스워. 정말로 우습군."
그의 입에서는 비록 큰 웃음이 터져나왔으나 얼굴은 여전히 차갑게 굳어
있었다. 더구나 그의 웃음소리는 더욱 냉막하고 무정하여 조금도 우습다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장청이 말했다.
"단홍도장께서는 무엇이 우스운지 모르겠군요?"
단홍도장이 말했다.
"귀하는 이 사람들이 동심협력할 그러한 사람들로 보입니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오."
"귀하께서는 이들 영웅호걸들을 한 번 보십시오. 명성을 구하지 아니하면
바로 일신의 이익만을 구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을 뿐 다른 사람을
위해서 노력하려는 생각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이
사람들에게 동심협력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낚아오라는 것보다 더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교수란심 여제갈 화사고가 웃으면서 말했다.
"단홍도장의 말씀은 일리가 있으나 이곳에 아무도 다른 사람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의견은 약간 잘못이 있는 것 같애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교오 오라버니만 보더라도 평생 동안 정의로운 일을 위해서
동분서주했던 사람인데 이 분이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 때가 있었던가요?
하물며 비록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이해관계가 서로 같을 수만 있다면 동심협력하지 못할 것도 없는 것
아닌가요?"
단홍자가 눈을 뒤집으면서 냉소를 흘렸다.
이장청이 탄식하며 말했다.
"화사고의 탁견은 확실히 뛰어나오."
이때 갑자기 오대산 천법 대사가 옷을 털면서 일어나 날카로운 소리로
말했다.
"시옥관 그 사람은 명백히 죽여야만 할 사람이오. 빈승 또한 의로운
일이라면 사양치 않겠소. 그렇지만 만약 빈승이 다른 사람들과
동심협력해야 한다면 그것은 절대 불가하오. 이만 작별을 고하겠소."
그는 옷소매를 떨치면서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 이때 갑자기 일진의
급박한 말발굽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그 소리는 장원 앞에
이르러서도 멈추지 않았다. 아마도 인마(人馬)가 곧바로 장원으로
지쳐들어오는 것 같았다. 천법 대사는 어쩔 수 없이 떠나려던 몸을
멈추었다. 다른 사람들도 약간 안색이 변하면서 동시에 몸을 날렸다.
대청에는 일진의 가벼운 옷깃이 바람을 일으키는 소리가 났으며, 순식간에
아홉 사람은 모두 대청 창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들의 경공과 몸놀림은
비록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그 차이는 극히 미미한 것이었다.이장청이
비록 무공의 십의 칠팔은 이미 상실했다고 하나 그의 신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아 한발 앞서 도착하여서 문을 열고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곳의 고인께서 폐장(蔽蔣)에 왕림하셨소?"
말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여덟 필의 건장한 말이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
크고 건장한 말들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속에 우뚝 서서 길게 울부짖었다.
그 말들은 드물게 보는 준마들이었다. 마상(馬上)에는 흑의 경장 대한들이
타고 있었는데 깊고 검은 눈썹에 붉은 얼굴을 가진 장한들로 온 몸에 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으나 그 기세가 대단하여 조금도 위축됨이 없어 보였다.
대청에 있던 아홉 사람은 한눈으로 쓱 쓸어보고는 이 여덟 사람의 무공은
비록 일류 고수들에 미치지는 못하나 그들의 내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이장청이 아직 대답을 하기도 전에 급한 바람소리가 일어나며 냉삼이 이미
말들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그의 키는 비록 크지는 않았으나 단신으로 이 여덟 필의 건장한 말을 막아
섰는데도 전혀 이들을 안중에 두지 아니하는 듯한 모습으로 냉랭히
말했다.
"말을 내리지 않으려면 빨리 꺼져라."
말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상대방이 겁을 먹고 말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그들을 격노시키기에 충분한 어투였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얼굴에는 여전히 차가운 빛을 띠고 입은 꾹 다문 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진흙으로 빚어놓은 동상 같았다.
냉삼은 왼팔을 들어올려 말의 다리를 휘감았다. 그 말이 비록 천리마라
할지언정 어찌 냉삼의 휘감는 힘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말은 소리를
지르면서 옆으로 쓰러져 내렸다. 냉삼은 이와 더불어 한발을 차내었다.
언뜻 보기에 분명히 말 위에 앉아 있는 기사를 찰 수 없을 것 같았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 발길질은 정확히 기사를 때렸다. 말은 땅으로
쓰러지고 말을 탄 기사는 냉삼의 발에 맞아 멀리 날아갔다. 갑작스러운
변화와 냉삼의 동작의 빠름은 진실로 전광석화와 같았다.
그러나 다른 일곱 필의 준마는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방금
일어났던 사건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듯 여전히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말에 탄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일곱 필의 말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한 점은 실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점으로 아주 엄격한 훈련을 받지 아니한 말들이라면 어찌 이럴 수가 있을
것인가?
냉삼이 첫번째 말을 쓰러뜨리고 나서 더이상 쳐다보지 않고 다시 두번째
말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는 기계처럼 조금의 감정도 없고 한 가지
일을 하면 끝까지 해치워야 하는 그러한 성격이었다. 외부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든 그 변화가 사람을 놀라게 하든 말든 그의 생각을 돌릴
수는 없었다.
갑자기 이장청이 침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멈춰라!"
냉삼이 휘두르던 갈고리를 멈추고 뒤로 삼 척 가량 후퇴했다. 이장청의
몸은 이미 그의 앞에 와 있었다.
이장청은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오? 폐장에 무슨 일이 있어서 왔소?"
김불환이 이어서 말했다.
"인의장에 와서 말에서 내리지도 않다니. 친구들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고
이렇게 대담한 짓을 하는 거요?"
그러나 그 대한들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문 밖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한 자 한 자 똑똑히 들려왔다.
"내가 이렇게 하고 싶으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싶으면 저렇게 할 뿐
아무도 간섭할 수 없어요."
그것은 오만함이 극에 달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아주 맑고
부드러워 마치 꾀꼬리 소리 같았다.
김불환이 어리둥절한 듯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래 그래! 원래 계집애였구만!"
그는 고개를 돌려서 서약우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서 형! 당신이 나설 차례인 것 같소."
서약우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우스갯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그가 입으로는 이처럼 말했으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모자를 바로
쓰고 옷차림을 고치면서 단정한 모습을 지으려고 행동했다. 그리고 나서
얼굴과 눈썹을 약간 아래로 내려뜨려 곁눈질로 앞을 바라보았다.거기에는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화려한 마차를 네 필의 백마가 끌고 들어오고
있었으며, 두 명의 흑의 대한이 말을 몰고 있었고, 그 마부들 옆에는 두
명의 금의 대한이 걸터 앉아 있었다.
이장청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그 마차가 곧장 대청 계단 앞에까지 달려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이처럼 안하무인격인 행동을 하다니!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으시오?"
마차 속의 사람이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은 상관할 수 없어요."
이장청이 비록 수양이 깊다고는 하나 이때 만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한 기색을 드러내며 침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가씨는 이 장원의 주인이 누구인 줄이나 아시오?"
그러나 어찌 마차 속에 있는 사람의 분노가 그보다 더 클 줄을 알았으랴?
마차 속에 있는 사람은 큰소리로 말했다.
"문을 여시오! 내가 나가서 그와 얘기 좀 해봐야 되겠소."
두 명의 마부 옆에 걸터 앉아 있던 금의 대한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
푸른옷으로 자루를 만들고 마포로 아주 세밀하게 짠 빗자루를 들고 먼저
뛰어내려서 마차 문 앞을 깨끗이 쓸었다. 이어서 두 명의 사람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예쁜 계집아이들이 모포를 받쳐들고 마차 안에서 나와 몸을
굽혀 바닥에 그 모포를 펴서 깔았다.
김불환은 팔짱을 낀 채 재미있는 구경을 한다는 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서약우의 눈은 더욱 커졌으며, 유옥여의 얼굴에는 분노의 빛은 역력했으나
마음 속으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자의 기세가 대단하구나. 감히 인의장 주인에게 이처럼
무례하다니......! 그녀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그 여자가 오만하고 않고는 차후의 문제이고, 이 여자가 예쁜가 안 예쁜가
하는 것이 그녀가 가장 관심을 쏟았던 일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마차의 문을 바라보았다.
마차 속에서 갑자기 일진의 큰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전신이 마치 불처럼
붉은 삼척동자가 튀어나왔다. 그의 차림새를 보건대 마치 여자애 같았으나
그의 웃음소리를 들어보면 꼭 여자애라고도 말할 수 없는 그러한 애였다.
그의 몸은 아주 뚱뚱했고, 두 손은 희고 부드러웠으며, 머리에는 열 몇
가닥의 댕기를 틀었는데, 그 댕기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쳐 있었고,
몸에는 아주 붉은 옷을 입었으며 신발도 아주 붉은 색이었다.그러나
머리에는 도리어 주둥이를 크게 벌린 불처럼 붉은 가면을 쓰고 있어서 두
개의 둥근 눈알만이 나타나 있었다. 한눈에 보건대 바로 일종의 '불아이'
같은 그러한 모습이었다.
그 불아이가 '히히'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집 일곱째 아가씨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어요. 기다려 보세요. 우리
아가씨가 당신보다 몇 배나 더 예뻐요."
유옥여는 이 애가 어리지만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는 마음이 이처럼 깊어서
단번에 그의 마음을 궤뚫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대꾸했다.
"야, 이 녀석아! 누가 얼굴이 예쁜지 안 예쁜지 상관한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람의 눈앞을 어른거리면서 이미 한 명의
백색 옷을 입은 소녀가 깔아놓은 붉은 모포 위에 조용히 내려섰다. 눈처럼
흰 옷을 입은 그녀는 아름다운 몸매가 바닥에 깔아놓은 모포와 색상의
조화를 이루면서 말할 수 없이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풍겨내고
있었다.하물며 그녀의 얼굴의 아름다움이랴......!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누구도 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유옥여는 종내 안하무인격인 여자였으나 그녀와 비교한 자기 형색의
초라함과 자신이 못생겼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은근히 질투하는 마음이 일어나 냉소하며 말했다.
"그래! 맞아. 과연 예쁘구나! 그렇지만 천사처럼 예뻐도 어떻게
인의장주에 대하여 이렇게 무례를 범할 수 있단 말이냐? 아가씨! 너는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랬는지 좀 들어보자."
백의의 여자가 말했다.
"당신은 무엇을 믿고 내 말을 들으려 하는지 먼저 말해 보시지요. 제가
들어 보게요."
그녀의 표정은 아주 냉랭했으며 말씨도 냉막하여, 한 마디로 그녀는
봉숭아처럼 아름다웠으나, 그 냉막함은 서릿발처럼 차가운 것이었다.
이장청이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씨 아가씨가 한 말은 바로 노부가 하려던 말이오."
백의의 여자가 말했다.
"노선배께서는 진짜로 화가 나신 거예요?"
이장청의 얼굴이 냉랭하게 변하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의의 여자가 요염하게 웃을 줄 어찌 알았으랴? 그녀가 웃자 그 냉랭하던
얼굴은 즉각 말할 수 없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변했다. 비록
철석심장을 가진 남자라 할지라도 그녀를 거칠게 대하고 화를 낼 수 없게
만드는 그러한 웃음이었다.
그녀는 아름답게 웃으면서 봄비에 솟아나는 죽순처럼 부드러운 손을 뻗어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이 창피해! 그렇게 나이가 많이 먹었어도 어린애한테 화를
내다니......! 진짜 창피해 죽겠네요!"
사람들은 그녀의 이러한 말을 듣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만면에 교태스럽고 아름다운 웃음을 지을 때는 이십여 세의 이미 성숙한
여성으로 보였으나 장난스럽게 말을 할 때는 불과 열서너 살 정도의
어린애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람들은 그가 순식간에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아 멍청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이장청마저도
멍청하니 서서 우물쭈물 "너는......? 너는......?" 하고 말할 뿐이었다.
평상시에는 말이 아주 유창하던 이장청도 이런 상태에 이르자 한 마디도
뱉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백의의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 이숙(李二叔). 저를 모르시겠어요?"
이장청이 말했다.
"저...... 이것...... 확실히......?"
백의의 여자가 말했다.
"구 년 전, 이 이숙. 다시 자세히 한 번 생각해보세요."
이장청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생각나지 않는데......?"
백의의 여자가 말했다.
"제가 보건대 이숙께서는 나이가 들어 건망증이 심하신 것 같아요. 구 년
전 비가 오던 날 이숙께서는 비에 젖어서 우리집에 오셨지 않아요."
이장청이 생각나는 듯 놀라며 말했다.
"주. 그러면 네가 바로 주씨(朱氏) 집안의 그 귀한 딸이란 말이냐?"
백의의 여자가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맞았어요. 제가 바로 이숙께서 오셨을 때 대청 위에서 울면서 과자를
먹고 있었던 그 여자 아이에요."
그녀는 아름답게 웃으면서 섬섬옥수를 내밀어 이장청의 수염을
만졌다.그리고 계속 웃으면서 말했다.
"이숙께서 여전히 화가 나신다면 이 조카딸에게 화를 좀 풀어버리세요.
때리고 싶으시면 때리시고 야단치고 싶으시면 야단치세요. 어떻든 제가
조카니까 반격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이장청은 다년간 강호를 돌아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곤란과 고초를 겪었던
사람인가? 얼마나 많은 신비스러움과 무공이 깊은 고수들을
맞닥뜨려보았던가?
이 순간 이 여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어떠한 방법도 없었다.방금
전까지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던 노기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 시간이 빨리도 흘렀구나! 네가 벌써 이렇게 아름다운 숙녀로 변할
줄이야? 영존께서는 여전하시냐?"
백의의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버지께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져요. 아버지는 주기
싫지만 주지 않을 수도 없고. 속이 상해서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어요."
이장청이 그녀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몇 마디 말이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구 년 전에 노부가 인의장의 일 때문에 영존께 도움을 청했는데
영존께서는 끝내 황금 만 냥을 내놓았지만 상당히 가슴이 아픈 듯한
모습이었지!"
백의녀가 아름답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저씨께서는 아직 그 후의 결과는 모르세요. 아저씨께서 떠나신 후에
아버지는 가슴이 아파서 사흘낮 사흘밤을 밥도 드시지 못하셨어요. 술은
아까워서 마시지 못하셨구요. 어쨌든 '절약'이란 방법을 통해서 잃어버린
황금 만 냥을 채워넣었는데 저희들이 고기를 먹고 싶으면 어쩔 수 없이
주방 속에 숨어서 먹어야만 할 정도였어요."
이장청이 속시원히 대소를 터뜨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큰걸음으로
대청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
부지불식간에 따라 들어갔다.
심지어 천법 대사와 같은 우스갯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때에
이르러서는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김불환은 가장 마지막에 따라
들어가면서 슬쩍 서약우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보건대 저 계집애는 활재신(活財神) 주씨 노인의 딸인 것 같소!"
서약우가 말했다.
"틀림없는 것 같소! 틀림없소!"
김불환이 말했다.
"이제 당신과 내가 합작할 기회가 이미 온 것 같소."
서약우가 말했다.
"뭘 합작한다는 거죠?"
김불환이 기이한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서 형의 재주와 용모에다가 내가 약간의 계략을 부린다면 어찌 이
계집애가 서 형의 발 아래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겠소? 그때에 이르러 서
형은 재(財)와 색(色)을 모두 거두어 무림인들로 하여금 아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할 수 있으며 나는 서 형을 도운 그 공로로 약간의
이득을 볼 수 있겠죠."
서약우가 순간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으나 곧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만약......!"
김불환의 눈빛이 번쩍 하면서 서약우가 약간 머뭇거리는 기색을 띠자 곧
말을 가로챘다.
"만약이 어떻단 말이오? 서 형은 자신의 재주와 용모가 저 계집애를
차지할 만하지 못해서 저 계집애를 어떻게 해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단
말이오?"
서약우가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누가 못 한다고 말했소?"
김불환이 얼굴을 펴고 웃으며 말했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드리라고 했소! 움직이려면 빨리 움직입시다."
갑자기 그들의 뒤에서 그들을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짐승들! 두 마리 짐승들이구만!"
서약우와 김불환이 깜짝 놀라서 동시에 몸을 돌렸다.거기에는 그 불아이가
손을 허리에 올려 놓 채 눈을 똑바로 크게 뜨고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김불환이 노해서 소리쳤다.
"짐승? 너 지금 뭐라고 그랬지?"
불아이가 말했다.
"당신들에게 짐승이라고 그랬소!"
갑자기 그 아이가 뛰어올라와서 김불환의 뺨을 후려쳤다.그의 빠름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다만 '팍' 하는 소리가 나면서 김불환의 왼쪽
얼굴이 이미 그의 손에 격중되었다.강호에서 혁혁한 명성을 가진 그가
이처럼 조그만 아이의 일 장에 뺨을 얻어 맞다니. 이것은 진실로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김불환은 놀라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 개 같은 자식이!"
그는 독수리 발톱과 같은 손을 펼쳐 그 아이를 잡으러 들어갔다. 그러나
눈앞에 붉은 빛이 번쩍 하더니 불아이가 대청으로 뛰어들어가 버릴
줄이야!
서약우가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소. 우리들의 계획이 저 귀신 같은 녀석에게
들켜버렸소."
그는 모의에서 빠져나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김불환이 한
손으로 그를 잡으면서 말했다.
"뭐가 겁나오? 계획이 이미 세워졌는데 좋든 싫든 끝까지 해봅시다."
서약우는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불아이는 이미 그
백의 여자 옆에 서 있다가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
"두 마리 짐승이 들어 오네요!"
이장청이 '흠!흠!' 하고 콧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어린애가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러나 불아이가 이 말을 받아서 말했다.
"저 두 사람이 우리 아가씨를 속여서 사람과 재물을 모두 얻자고 의논하는
것을 제가 들었어요. 노선배께서 한 번 말씀해보세요. 이 두 사람이
짐승이 아니고 뭐겠어요?"
이장청은 계속 잔기침을 해댔으나 입으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눈은 이미 두 사람을 쏘아보고 있었다.서약우의 얼굴이 붉어졌으나
김불환은 도리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백의의 여자가 말했다.
"이 두 분은 도대체 누구시죠?"
그녀는 방금까지는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고 있었으나 이때에 이르러서
그녀의 표정은 다시 냉랭하게 변해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유옥여가 눈알을 굴리면서 먼저 말했다.
"이 두 분 중에 한 분은 견의용위 김불환이라고 하는데 그분은 또다른 두
개의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견전안개(見錢眼開)라는 것과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거예요. 단 두 개의 별명이 그 앞의 별명보다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지요."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다.
"그런 것 같군요. 앞의 것보다 그 뒤의 것들이 훨씬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김불환은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주먹을 마주잡고 말했다.
"아가씨! 지나친 칭찬이시오!"
유옥여가 '픽'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김 형의 얼굴이 두껍다는 것은 진짜 천하무쌍이오. 아마도 도검(刀劍)도
그 두꺼운 얼굴가죽을 찢어내지는 못하겠죠?"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다.
"그리고 또 한 분은 누구죠?"
유옥여가 말했다.
"나머지 한 분은 강호에 더욱 이름을 날리고 있는 분으로 사람들은
옥면녹음 신검수 서약우라고 부릅니다. 그 뜻은 보기에는 상당히 어리석은
듯한데 사실상에는 조금도 어리석지 아니하다는 거예요. 반대로 다른
사람보다 훨씬 총명해요."
일곱째 아가씨는 그를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예쁘게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약우를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
"겨우 이 두 사람의 힘으로 백로의 고기를 먹을 생각을 한단 말인가요?
진짜 우습군요! 진짜 우스워요! 이런 종류의 사람들도 무림 칠대고수로
칭하다니 진짜......! 어떻게 이런 자들을 무림 칠대고수 중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단 말예요!"
그녀의 웃는 모습은 꽃가지가 하늘거리듯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으나 그 웃음소리 속에 숨어 있는 경멸의 뜻은
사람들을 상당히 난처하게 만들었다.
서약우의 창백한 얼굴이 갑자기 붉게 변했다.
웅사 교오가 아주 한탄스러운 듯한 소리로 말했다.
"정말 창피하군! 망할 종자로구만!"
단홍자는 입을 열어서 '탁'하고 짙은 가래침을 내뱉었으며, 천법 대사의
얼굴도 침중하게 변해갔고, 유옥여는 가볍게 탄식했다. 유옥여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칠대고수 중에 이러한 사람들이 있는 줄 진작 알았으면 저는 정말
칠대고수 중에 저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기를 바랐을 거예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약우는 이미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김불환은 비록 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뻗쳐나옴을 금할 수 없었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망할 계집애가 돈이야 많겠지만 무공이야 나 만큼 못 하겠지. 내가
너에게 꼭 본때를 보여줘야 겠다.)
그러나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이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비록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약간의 망설임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다가 서약우를 쫓아가서 뒤에서 그를
잡아세웠다.
서약우는 발을 멈추면서 말했다.
"당신......! 당신이 나를 욕먹게 만들었으면서 다시 나를 잡고 뭐를
하자는 거요?"
김불환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그냥 그만두겠다는 거요?"
서약우가 한심스러운 듯이 말했다.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김불환이 웃는 듯 마는 듯 한참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내가 당신이라면 이러한 절세가인을 놓고서는 머리가 터지더라도 끝까지
한 번 해보겠소. 만약 중간에서 그만둔다면 어찌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을 수 있단 말이오!"
서약우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비웃음을 사요? 사람들이 비웃는 것은 그렇다 치고. 그렇지만 저
여자애가 나한테 조금도 마음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김불환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잘랐다.
"이 멍청한 사람아! 누가 그녀가 당신한테 마음이 없다고 애기했소?"
서약우가 당황한 듯 우물쭈물 말했다.
"그렇지만 약간이라도 만약 그녀가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그렇게 나를
경멸하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이, 그만둡시다! 그만둬요,
그만둬!"
김불환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우습군요! 우스워! 당신은 여인의 마음을 정말 이해하지 못한단 말이오?"
서약우는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김불환이 이어서 애기했다.
"그녀가 당신한테 마음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표현한단 말이오! 그녀가 당신에게 매달려야만 당신은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이오?"
서약우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말했다.
"그것도 일리는 있는 것 같소만......?"
김불환이 말했다.
"소녀들의 마음이라는 것은 상당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으로서 여자가
당신한테 마음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더 당신을 괴롭히는 법이오. 즉,
당신이 진심으로 자기를 좋아하는가 아닌가를 알고 싶어서 당신을
괴롭히게 되는 거죠. 만약 당신이 중간에서 물러선다면 당신을 향한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아니겠소!"
서약우가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그렇소!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동생은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겁니까?"
김불환이 말했다.
"방금 우리는 부드러운 방법으로 성공을 못했으니까 이번에는 강한
방법으로 밀어붙여 봅시다."
서약우가 말했다.
"강한 방법? 강한 방법이란 어떻게 하는 거죠?"
김불환이 말했다.
"당신은 모를 거요. 소녀들은 보통 영웅을 숭배하는데 당신과 같이 잘생긴
인물이 만약 영웅의 기상까지 있다면 어떻게 여자들이 당신을 모른 체 할
수가 있겠소?"
서약우가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렇군요! 만약 김 형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이 동생은 일을 그르칠
뻔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강한 방법으로 밀고 나갈까요? 김 형께서 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김불환이 말했다.
"다만 당신이 중도에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즉 나와 같은 입장을
취해주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오.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시오."
말을 마치고 다시 몸을 돌려서 대청으로 들어왔다. 서약우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옷매무새를 매만진 다음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김불환을 쫓아
들어왔다. 대청에서는 이장청이 그 일곱째 아가씨와 담소를 하고 있었다.
이 일곱째 아가씨가 이장청에 대해서는 비록 천진스럽게 웃고 말하고
하였으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상대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러한
그녀의 태도는 천법 대사 같은 강호에 이름을 혁혁하게 날리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여러 호걸들은 비록 그녀에 대해서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녀가 이처럼 거만한 모습을 보이자 상당히
언짢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천법 대사가 몸을 일으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가슴 가득한 답답한 기분을 발작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돌아가서 이러한 기분에서 빠져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장청이 백의녀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네가 이번에 이곳에 온 것은 아무 뜻이 없는 것이냐?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서냐?"
일곱째 아가씨가 아름답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본래 일부러 아저씨를 뵈러 왔다고 말하려고 그랬어요. 그렇지만
아저씨를 속일 수도 없고......! 아저씨는 제발 화는 내지 마세요."
이장청이 수염을 쓰다듬고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아무 뜻없이 지나가다 여기에 들린 것은 아니겠구나!"
"바로 그래요. 저는 사람을 찾아왔어요."
이장청이 놀라면서 말했다.
"사람을 찾아와? 누군데? 여기 있는 사람이니?"
"바로 이 대청에 있어요!"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돌아가려던 생각을 버렸다. 이 대청에는 겨우 칠팔
명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모두 이 천하제일의 거부 활재신의 천금
아가씨가 천 리를 마다 않고 누구를 찾아왔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이다. 천법 대사가 제일 먼저 떠나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비록
수양이 깊었으나 그의 호승심은 조금도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았다.
이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본좌(本座)의 이름을 흠모하여서
일부러 나를 찾아와서 가르침을 달라는 것은 아닐까? 눈을 돌려서
바라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웃는 듯 마는 듯 아주 기이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였다.
이장청의 눈빛이 번쩍이면서 웃으며 말했다.
"현금 무림계의 천하고수들은 모두 이 대청에 있다. 그런데 모르겠구나.
네가 찾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일곱째 아가씨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섬섬옥수를 들어서 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바로 저 사람이에요!"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봄비에 솟아나는 죽순처럼 부드러운 섬섬옥수가 가리키는 그곳에는
지금까지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도 않고 있던 그 초라한 소년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일곱번째 아가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으나 이때 그녀의 손가락은 정확히 그를 지적하고 있었다. 즉 그녀는
지금까지 표면상 그를 바라보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이미 여러 번 그를
몰래 훔쳐보았던 것이다.사람들은 갑자기 실망스런 기색을 나타냈다.
그녀가 찾는 것은 내가 아니구나! 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거렁뱅이 같은
어린 녀석은 어떻게 이 아름다운 미인을 여기까지 찾아오게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놀랍고 이상하다는 기색을 드러내보였다. 그녀가
무엇 때문에 불원천리하고 그를 찾아왔단 말인가?
그 초라한 소년이 마른 기침을 한 번 하고 몸을 일으키더니 포권을 하고
말했다.
"후배는 그만 작별을 고할까 합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붉은 그림자가 번쩍 하더니 불아이가 그를 막아섰다.
불아이는 큰소리로 외쳤다.
"좋아요! 다시 가시려고요? 우리 일곱째 아가씨가 당신을 찾으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시기나 하세요?"
일곱째 아가씨는 이를 악물고 발을 구르면서 말했다.
"좋아요, 좋아요! 당신, 가세요! 당신이 다시 또 가신다면 나는
바로......! 나는 바로......!"
말을 하면서 그녀의 눈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목소리도 변해가고
있었다.
말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그 초라한 소년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가씨! 하필 이렇게까지 할 필요야......?"
그 불아이는 두 손을 다시 허리에 척 걸치며 큰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양심도 없는 인간! 그렇게까지 얘기를 하다니! 우리 일곱째
아가씨가 당신을 어떻게 대해줬는지 잊어버렸습니까?"
그 초라한 소년은 또 기침을 하고 탄식을 했다. 일곱째 아가씨는 여전히
발을 구르면서 눈물을 훔쳐냈다.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을 보면서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때 사람들은 눈이
일곱째 아가씨가 이 초라한 소년에 대해서 매우 깊은 정을 갖고 있으나,
이 초라한 소년은 도리어 그 미인의 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도망가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옥여는 그 초라한 소년을 곁눈질로 바라보면서 눈썹을 찡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이상하군! 천하의 남자가 깡그리 죽어 없어진 것도 아닌데?
일곱번째 아가씨는 이 보잘 것 없는 소년을 어떻게 좋아하는 거지......?)
이장청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 소년을 바라보았다.그는 도리어 이
소년이 실로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여제갈
화사고의 눈길도 이장청과 비슷한 빛을 띠고 있었다.
대청에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김불환과 서약우는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들어왔다. 사람들은 그들 두 사람이 낯가죽
두껍게도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웅사 교오가 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두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다른 사람의 체면까지 떨어뜨리려 하는
것이오?"
김불환은 그를 상대하지도 않고 곧장 일곱번째 아가씨를 보고 얄팍한
웃음을 띠면서 포권을 하고 말했다.
"공격하시오!"
서약우도 즉각 웃음을 띠고 말했다.
"공격하시오!"
첫댓글 즐감했습니다~~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요
조회수에 비해 댓글은 정말 없네요...
댓글이 많아야 힘이 난다는데..
모네타님 힘좀 나시게 보신분들 댓글 달았음 하네요^^
걱정해 주시는 고마운 마음 감사드립니다
겨울이라 추운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추위에는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시간 되시길요
즐감~ 감사~
고은 삶 멋과 맛 향기로 즐겁고 행복하게 건강 조심하며 살아가세요~
감사합니다
본 카페에 늘 유익한 글 올려주시고 봉사해주시는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본 카페에서 항상 좋은 시간 보내시길요
ㅎㅎ
즐독!
감사😗
잘 보고있습니다 어저께 부터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봅니다^^
좋아좋아
감사합니다
잘보고 즐감했슴다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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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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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하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