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점종 금계국
간밤 잠들었던 사이 세찬 바람과 함께 소나기성 비가 내렸다가 그친 날이 밝아온 오월 중순 목요일이다. 어제 부처님 오신 날은 휴일이라 모처럼 주중 산행을 나서 양미재로 올라 농바위 꼭뒤에서 바디나물과 벌깨덩굴을 제법 뜯어왔다. 산나물 쇠긴 해도 귀로에 용호동 주택지 선배와 아파트 상가 제과점 주인에게 보내고 남은 봉지는 우리 아파트단지 꽃대감 친구에게 안겼다.
다시 주중 평일로 돌아와 아침 동선은 강가 들녘을 겨냥해 길을 나섰다. 이른 시각부터 창원역으로 나가 유등으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탔다. 1번 마을버스는 하루에 20분 전후 잦은 횟수 운행했으나, 2번 버스는 2시간 남짓 간격으로 예닐곱 차례만 다녔다. 가술을 지난 모산까지는 노선이 겹쳐 그 이후 북부리에서 유등으로 나뉜 노선은 이용 승객이 적음을 고려한 배차 간격이다.
버스 기사는 70대 후반 나이 지긋한 분으로 1번 노선에서 운행하다 최근 2번으로 운전대를 바꿔 잡았다고 했다. 운전석 가까이 앉은 한 여성 승객과 주고받는 대화에서 회사 사장이 자신을 예우한 차원이라 했다. 2번은 주남저수지를 비켜 상등에서 대산 일반산업단지를 두르지 않고 상포에서 가술로 다녀 승객이 다소 적은 편으로, 기사는 승객이 무슨 일로 다니는지 훤히 알았다.
대산면 소재지 가술에서 모산과 북부리를 거친 유청에서 지역민 둘과 같이 내렸다. 머지않은 종점 유등은 죽동천이 샛강으로 배수장이 있다. 1번이나 2번 마을버스를 이방인이 타는 경우는 무척 드문데 나는 종종 이용하는 편이다. 오래전 폐교를 미술관으로 바꾼 진입로 따라 강가로 나갔다. 4대강 사업으로 자전거 길이 뚫려 간간이 라이딩을 나선 이들이 지나기도 하는 강둑이다.
강둑으로 올라서자 늦은 봄부터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금계곡이 이제 막 피려는 즈음이었다. 여러해살이 초본 금계국은 귀화식물로 4대강 사업으로 강가에 퍼진 식생으로 대표적 우점종이다. - 우점종(優占種) : 식물 군집 안에서 가장 수가 많거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종 - 초기 몇 해 동안 토종 식생과 세력 다툼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었으나 지금은 금계국이 확연히 두드러졌다.
서원사가 자리한 야트막한 고개는 대나무가 숲을 이루었는데 앞으로 장마철 앞둔 초여름에 죽순이 돋으면 내가 다시 찾아올 곳이다. 국가하천 울창한 대숲에 솟는 죽순은 지역민은 거들떠보질 않는데 나에게는 산나물 시즌이 끝나면 우리 집 식탁에 올리는 소중한 찬거리가 되어주었다. 죽순은 상온이 25도 이상이 한동안 지속되고 비가 흡족하게 내린 이후 솟아 아직은 때가 일렀다.
서원사에서 북부리 팽나무가 바라보인 강둑으로 나가자 금계국이 자라는 길고 긴 강둑길이 펼쳐졌다. 가로수로 줄지은 벚나무가 싱그럽고 금계국이 피는 강둑은 금빛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드넓은 둔치에도 금계국이 퍼져 노랗게 피는 꽃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백만 송이 천만 송이도 넘을 꽃송이가 1/3도 피지 않았는데 앞으로 보름 남짓 황금빛이 눈부실 강변 풍경이 기대되었다.
금계국이 피는 금빛 세상은 북면 수변공원 일대도 장관을 이룬다. 마금산 온천장에서 더 북쪽으로 나간 신천에서 명촌에 이르는 강가 둔치도 금계국 지천으로 핀다만, 올봄에 거기로 나갈 여건은 되지 않아 대산 둔치로는 앞으로 꽃이 저물기까지 두세 차례 더 찾아올 생각이다. 금계국은 다른 꽃에 비해 개화기간이 긴 편이고 비가 와도 꽃잎이 지저분하지 않고 오히려 생기를 띠었다.
북부리 팽나무가 바라보인 동부마을에서 들녘을 걸어 가술로 향했다. 워낙 이른 시간 아침 산책이라 1시간 반을 걸어도 마을도서관은 문이 열리지 않아 카페에서 10여 분 기다렸다가 열람석에 앉았다. 그제 읽은 천상병 시집에 이어 미뤄둔 권정생 추모 문집 ‘권정생 선생님, 그게 사랑 아닐까요’를 펼쳐 읽었다. 당신은 하늘나라에서도 종지기를 하고 있으려나. 아픈 몸은 다 나았으려나. 2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