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새로운 노래”(96,1)
「시편」
신성근 야고보 신부 / 사천동 성당 주임
시편집 개요槪要1)
1. 시편집
우리가 시편집이라 부르는 구약 성경의 책은 히브리 말로 ‘찬양가 들’ 또는 ‘찬양가들의 책’이라 불리며,2) 시편집에는 150개의 종교적인 시들이 실려 있다.
이 시편집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1-11편, 42~72편, 73~89편, 90-106편, 그리고 107~150편이다. 각 권은 이른바 ‘종결 찬양’으로 끝맺는다. 다섯 권으로 나뉜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세의 다섯 책, 곧 모세 오경에 상응한 조치라고 추측하며 이러한 일반적인 구분 외에도 달리 나누어지는 부분적 모음집들도 있다.3)
시편 전체가 하나의 책으로 엮어지기 전에 이미 독립적이고 양적으로도 서로 다른 여러 작은 모음집이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손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시편은 시편집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구약 성경의 다른 책들에도 여러 시대의 시편들이 흩어져 있다.4)
시편 1편은 시편집의 서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곱 개의 악기와 더불어 모든 피조물에게 하느님에 대한 찬양을 촉구하는 ‘대찬양 시편’이라 부를 수 있는 시편 150편은 제5권 만이 아니라 시편집 전체를 끝맺는 ‘종결 찬양’이다.
2. 시편의 저자
유대교 전통은 시편이 다윗 왕의 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 학자들은 시편이 여러 작가가 만들었으며, 다수는 저자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여긴다. 많은 시편에 표제가 있는데 이 표제는 그 시 저자가 누구인지, 또 그 시가 만들어진 상황을 간략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 표제들은 미소라 본문과 70인 역 사이 많은 차이가 있다. 표제가 있는 시편 가운데 73개가 다윗 왕을 작가로 언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편의 머리글에는 그 시 저자나 기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준다고 간주했다. 그렇게 보는 것은 그 머리글이 시편 저자의 것이거나 각 시편이 생겨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첨가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9세기까지 시편의 저자는 다윗인 것으로 여겨졌다. 특별히 시편 자체에서 다윗의 이름으로 칭해지는 시편은 모두 74편이나 된다. 칠십인 역은 더욱이 14편의 시가 추가로 다윗의 것으로 여기고 있다. 대체로 신약성경 저자들은 시편의 저자가 다윗인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 마르코 복음 12장 35절에서 37절을 보면 “다윗 자신이 성령의 도움으로 말하였다.”라며 다윗의 저작설을 확고히 여기고 있다. 마르코 복음에 인용된 시편 110편 1절은 [다윗. 시편]이라는 머리글이 적혀 있다. 사무엘 상·하권도 역시 사무엘이 죽은 이후의 이야기가 나옴에도 저자가 사무엘로 되어 있다. 이것은 오경이 모세의 이름으로, 잠언을 솔로몬의 이름으로 칭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전적으로 시편과 다윗의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윗이 음악적 재능이 탁월했음도 그가 시편의 많은 부분에 개입했음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시편 전체가 다윗의 것이 아니며, 다윗의 이름이 머리글에 있다고 해서 다윗의 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시편의 저자들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와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3. 시편의 유형
시편집에 수록된 많은 시편은 서로 그 구조, 어법, 어주 등에서 유사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같은 주제를 다루는 공통되고 유사한 상황을 전개한다. 그러나 모든 시편을 각각의 유형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경우에는 개연성에 의존해서 짐작할 수 있을 뿐이고, 때로는 한 시편 안에 여러 유형이 혼합되어 있어서 그 시편을 어느 유형에 한정시킬 수 없으며, 어떠한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이러한 연유로 학자마다 다른 분류와 설명을 내세우는데, 조심스레 아래와 같이 세 개의 큰 유형을 제시할 수 있다.
1) 찬양 시편
이 유형은 시편집에서 여러 전형으로 나타나며, 시편집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다. 대부분 찬양 시편들은 이스라엘의 축일을 맞아서 전례 때 사용하기 위해 창작되었다고 한다. 이 찬양 시편은 공동체성이 강하게 강조되는데, 이는 대화 형식을 취하는 부분, 합창, 후렴, 환호와 환성, 아멘이나 할렐루야 같은 응답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의 참여는 행진, 행렬과 극적인 행동들을(춤, 손뼉을 침, 무릎을 꿇음, 땅에 엎드림) 통해서도 나타나는데, 찬양 노래들은 하느님, 시온과 성전, 또는 임금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2) 탄원, 신뢰, 감사 시편
개인적이든 공동체적이든 탄원 시편은 일반적으로 네 단계로 전개된다. 곧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하고, 이어서 자기가 처한 상황을 설명한 다음, 본격적으로 간청하고, 하느님께서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시리라는 확신을 고백한다.
3) 교훈 시편
시편 저자들은 시편 안에서 역사적 교훈, 예언자적 방식의 훈계, 전례적 권고, 도덕적 문제에 대한 지혜 문학적 반성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자들을 본보기로 삼아 이들은 잠언적 문학 유형을 사용하기도 하고, 기억을 쉽게 하는 동시에 모든 것을 말한다는 의미로 ‘알파벳 노래’(37;112;119 편 등) 같은 교육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 통일성이나 공통점은 바로 교훈 목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4. 오늘날에 이르는 시편
시편은 신약성경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시편이 신약성경에서 100번 이상 인용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5) 그리고 시편을 낭송하고 노래하는 관습은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에게서도 볼 수 있으며(1코린 11,26;에페5,19), 일찍부터 개인 신심 행위와 공동 전례에도 퍼지게 된다.
교회의 긴 역사 안에서 시편을 다양하게 번역되어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신앙적 영감과 전례적 교훈을 주고 있다. 즉, 유다인들을 비롯해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기도 생활 속에서 시편들로부터 영감을 받아오고 있다.
교부 시대부터 시편들은 설교집과 주석서를 탄생시켰고, 개인적, 공동체적 신심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며, 주석학적 연구를 유발시켜 오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새로운 전례를 통하여, 특히 제1독서와 복음 사이의 화답송을 통하여 시편들은 성무일도를 바치지 않는 신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친숙해졌다.
그러나 시편집은 이미 완성된 기도문을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 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기도들을 제시한다, 시편은 우리에게 “새로운 노래”(96,1)를 제안한다.
이어지는 시편 1편에서 150편까지의 해설은 성서 학자의 주석이 아니라 필자가 오랫동안 신자들과 공부하고 설명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부족한 시편 설명이지만 신자들이 전례 중에 시편을 노래하고 기도할 때마다 조금이나마 풍부함을 더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리고 이 시편 해설은 주교회의 성서위원회가 편찬·발행한 주석 성경 「시편」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지난 시간 신자들과 공부할 때 준비한 자료들(2006년 12월 28일 저작권법 시행 이전)이 오래되어 인용한 출처를 찾을 수 없지만 여러 자료도 참고하였음을 밝혀둔다.
1)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편찬, 주석 성경 구약 10 「시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103), 43쪽~58쪽 요약 참조.
2) ‘찬양’은 할렐루야(=‘야(훼)를 찬양하여라.’)의 ‘찬양하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
3) 이스라엘 하느님의 특별한 이름인 ‘야훼’(3-41편, 90-150편)대신 ‘엘로힘’으로 대체하여 사용한 부분(42~83편)을
‘엘로힘 시편’이라 부른다. 그리고 머리글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에 따라 “이사이의 아들 다윗”, “코라의 자손들”,
“아삽”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또한, 머리글에 따라 ‘순례 시편“(120~134편)이라 불리기도 한다.
4) 1 사무 2,1-10; 이사 38,10-20; 토빗 13; 애가 5; 다니 2,20-23; 요나 2,3-10; 나훔 1,2-11; 하바 3,1-19 등.
5) 예수님께서 메시아의 위대성을 입증하시기 위해서 110편(마태 22,41-46)을 선택, 파스카 만찬 뒤 찬미가를
부르시고(마태 26,30), 십자가 위에서는 시편 22편의 첫머리를(마태 27,46), 그리고 31편의 한 절을 외치시고
숨을 거두신다(루카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