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끊는’ 게 돈 내는 일을 뜻할 때가 있습니다.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돈을 내면 학원에서 영수증을 ‘끊어’ 줍니다.
연극을 보려고 우리는 입장권을 끊어야 합니다.
이어진 것을 잘라서 떨어지게 하는 ‘끊다’에는 이렇게 무엇을 ‘산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맥락에 따라 ‘등록하다’와 ‘그만두다’라는 의미로까지 넓어지고,
정반대 상황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것입니다.
헬스장에 ‘등록’하면 이런 대화가 오고갑니다.
“헬스장 끊었니?” “끊었어.”
학원을 ‘그만뒀을’ 때도 ‘끊다’를 다시 불러옵니다.
“학원 끊었니?” “끊었어.”
한 단어가 반대의 의미로 쓰이는 것입니다.
‘쫓다’도 같은 말이 반대편에 서 있지만, ‘끊다’처럼 태연하고 오해 없이 넘어갑니다.
“멧돼지를 쫓아서 산속을 헤맸다.”
여기서는 ‘따르다’는 의미입니다.
그와 반대로 물리치거나 몰아낼 때도 ‘쫓다’가 옵니다.
“잠을 쫓았다.” “모기를 쫓았다.”처럼 말입니다.
‘우연하다’와 ‘우연하지 않다’는 반대 의미이지만, 실제는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우연하게 만난 그대”는 ‘뜻하지 않게 저절로 만난 그대’입니다.
“우연치 않게 만난 그대”도 우연히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언어습관에서 모순이라고 모두가 충돌하는 건 아닙니다.
간발의 차이로 그것을 피하고 이해하며 살고 있습니다.
방송 자막은 여전히 '채소'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야채'라고 이야기하는 세상입니다.
'달걀'과 '계란' 중 어느 것이 더 우리말다운 것인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