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들녘으로 나가
오월 중순 셋째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다. 하지가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는데 날이 일찍 새는 느낌이다. 5시가 되니 날이 훤히 밝아와 아침밥을 먹고 나면 6시 이전 자연학교 등굣길에 나선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창원역 앞으로 가서 근교로 가는 마을버스 첫차를 탔다. 6시 반에 유등으로 가는 버스에는 비닐하우스 일을 나갈 부녀와 사립 학교 리모델링 공사장 인부들과 같이 갔다.
용강고개를 넘어간 버스는 용잠삼거리에서 몇 손님이 타고 내린 후 주남저수지를 비켜 가술에 닿았을 때 내렸다. 이번은 오후에 내가 머무는 봉사활동 근무지 국도변에 내렸는데 근처로 나가 확인해 볼 게 있었다. 어제 아침 유등 강가에서 북부리 팽나무가 선 언덕으로 가면서 둑길에 피어난 금계국을 완상했더랬다. 국도가 가까워진 들녘 비닐하우스에서 감자를 캐려는 농부를 봤다.
감자를 캔 논에는 으레 이삭으로 남겨진 감자가 있게 마련인데 쓸모가 있으면 몇 알 주워 놓고 마을도서관으로 갈까 해서였다. 감자밭으로 가니 수확은 마쳤고 한 아주머니가 아침 일찍 나와 이삭 감자를 줍고 있었다. 감자는 어제 오전 캐 상자에 담겨 어디론가 싣고 가고 오후에 누군가 이삭 감자를 주웠던 모양이었다. 아주머니가 줍는 감자는 양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진영에서 산다는 아주머니는 호미까지 준비해 빈이랑 흙더미를 뒤져가며 감자를 찾아 봉지를 채워 먼저 떠났다. 기계에 상처가 난 감자는 제외하고 이삭 감자의 이삭에 해당하는 감자를 주운 셈이다. 아주머니가 떠난 감자 수확 현장에서 나도 봉지를 꺼내 몇 알 주워 모았다. 달걀 정도이거나 탁구공 크기가 되는 감자였는데 작아도 쪄 먹거나 깎아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될 듯했다.
이삭 감자를 주워 놓고 나니 8시가 되지 않아 마을도서관 문이 열리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해서 감자 봉지는 길가 풀숲에 두고 들녘으로 산책을 나섰다. 낮은 언덕을 넘어가자 제동리 북쪽 산기슭 요양원에는 규모를 확장하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농로를 따라 들녘으로 나가니 수박 농사를 지은 비닐하우스는 철골을 뽑고 모를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암리 일대 드넓은 들판에는 다양한 작물을 길렀다. 당근은 아직 수확하지 않았고 연중 특용 작물을 생산하는 비닐하우스도 나왔다. 풋고추는 계속 따는 시설 채소였고 넝쿨을 감아올려 키운 애호박도 한창 따고 있었다. 수박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는 자동화시설에 의한 환풍기가 가동되기도 했다. 앞으로 뭔가 심을 자리는 비닐을 덮으려고 철골 세우는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보였다.
들판이 끝난 덕현마을 시골 초등학교 곁에서 고개를 넘어가자 동곡마을이 나왔다. 들녘에 외따로 떨어진 월림산 동쪽이라 동곡으로 불리는 듯했다. 마을 앞을 돌아가니 진영을 거쳐온 주천강이 유등으로 흘러갔다. 진영 신도시 아파트가 가까운 들녘은 새로 생긴 신곡마을이 월림마을로 이어졌다. 한 아주머니가 시장바구니 캐리어에 수박을 채워가면서 농장에서 샀다고 일러주었다.
수박 농사를 지은 현지에서 일부를 판매하는 농부는 군 복무를 끝낸 청년기부터 30년째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수집상이 거두어 가고 남은 수박이 그득했는데 마을 판매용이었다. 올해 최고 중량으로 17킬로그램이 넘는 실물과 같이 전시되어 작은 수박을 하나 사 배낭에 짊었더니 묵직했다. 들녘을 계속 걸어 아까 둔 이삭 감자까지 챙겨 국도변 식당에서 순두부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후 찻집으로 들어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자리를 차지한 손님이 없는 조용한 카페였다. 얼음 커피를 들면서 창밖에 국도 거리 풍경을 바라보다 정한 시간이 되어 카페를 나왔다. 시니어 봉사활동을 하는 동료와 국도변 골목을 지나니 민가 울타리엔 장미꽃이 피어 화사했다. 어느 집 담장 너머로는 예쁜 석류꽃이 피어 눈길을 끌었는데 내가 남길 아침 시조 글감이 될 듯했다. 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