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에 있는 성치산을 가다.
(성치산 제1편)
筆 嶺/金 相 和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미국의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의 대표작인 “황무지”에서 그는 잔인한 사월이라 했다. 그는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때는 영국 국적을 갖고 있어 미국과 영국이 서로 자기 나라 작가라고 주장하였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는 “황무지” 중 제1부 “죽은 자의 매장”이란 부분에서다.
그는 미국 미주리아 세인트 출신으로 하버드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에서 문학 활동을 하다가 1927년 그의 나이 39세 때 영국으로 귀화했다. 엘리엇의 대표작인 이 황무지를 발표할 당시에는 미국인이었지만,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때는 영국 국적을 갖고 있어 미국과 영국이 서로 자기 나라 작가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엘리엇 시인의 시 한 편 중 일부를 올린다.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줬다
잊게 해주는 흰 눈으로 땅을 덮고
마른 알뿌리로 얼마간의 생명을 주었다.
비록 엘리엇 시인은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필자는 다르다. 4월은 만물이 다투어 소생하고 꽃이 피고 지며 나뭇가지마다 잎이 피고 새순이 돋아나는 계절이다.
그뿐만 아니라 봄을 기다리던 모든 생물은 새 세상을 만난 듯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중에서 새들은 신방을 꾸려 제2세를 탄생시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또 인간은 어떠한가?
농부들은 일 년 중 가장 바쁜 달이 아닐지 싶다. 학생들은 입학하여 학문이란 세계를 알게 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다. 반면에 선배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하는가 하면 학업을 마친 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의 초년병으로 일하게 된다. 4월은 기온까지도 완전 추위를 벗어나 초여름으로 치닫고 있는 계절이다. 이렇게 좋은 계절 4월인데 어찌 잔인한 달이라 하는가!!
필자는 4월은 새 생명이 태어나고 새순이 돋아나며 또한 생물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계절이며 자기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꽃이 피는 희망의 달이라고 하고 싶다.
이렇게 좋은 4월에 삼전(三田) 가족은 충남 금산에 있는 성치산(城峙山)으로 산행하러 가는 날이다. 성치산(城峙山)은 처음 들어보는 산이기에 호기심이 유발하여 더욱 가고 싶었다. 그래!! 이산을 가면 무엇을 배워올 수 있을까?
오늘도 산행하며 많은 것을 배워오고 싶다.
그러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8시에 출발한다기에 송파 구민회관 앞으로 가려고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인데도 거리를 걷고 있는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았다. 삶이란 치열한 선의 경쟁이 아니든가~^^
일요일인데도 직장에 출근하는 분, 장사하러 가는 분,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배움터로 가는 분, 각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보려고 움직이는 것이다. 모두 좋은 가정을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저토록 힘찬 발걸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민들의 힘찬 발걸음을 보았을 때 나도 저런 사람들과 같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다. 나도 그 무리 중 한 사람이 맞다.
미지(未知)의 산에 올라 무엇을 보고 느꼈을 때 그 좋은 느낌을 글로 옮겨 많은 분께 조금이나마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내가 할 일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또 그 산의 유래나 전설 그리고 역사적인 무엇을 발견했을 때 산을 다니며 수필(隨筆)을 쓰는 작가로서 그 산의 모든 것을 알리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다. 그러니 나도 오늘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아름다운 글을 써서 독자들께 알리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거를 때 이승재(李承宰) 산 대장 겸 총무로부터 전화가 온다. 얼마나 반가운 분인가!! 혹시 내가 늦을까 걱정되어 전화했을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산 대장이다. 삼전(三田) 산악회를 위해선 늘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이 투철한 산 대장이라고 칭찬도 하고 싶다. 이분은 삼전 산악회의 수호신이라 해도 틀림없다.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구민회관 앞까지 거의 다 왔을 때였다. 이천행(李千行) 산 대장이 필자(筆者)를 보고 얼굴에 미소를 물고 마중을 온다. 그래서 필자는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모른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천행(李千行) 산 대장은 친절도하고 남을 돕겠다는 마음이 가슴에서 늘 꿈틀거리는 사람이다. 이러한 분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사랑으로 물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런 분들 때문에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버스 앞에 도착하니 팔도 산악회 정상춘(鄭常春) 회장과 이 산악회 손태명(孫太明) 회장, 조희숙(趙禧淑) 총무, 신승식(申勝植)과 유재동(柳在童) 두 산 대장이 반가워한다. 산악회가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참으로 반가운 분들이다.
시간이 되어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니 모두 반가운 분들이다. 필자의 옆자리는 산행 때마다 추억의 사진을 찍어 주는 유금수(劉金洙) 사진작가와 함께하게 되었다. 너무도 반가웠다.
이렇게 반가운 분들과 모처럼 산행할 수 있어 오늘은 누가 뭐라고 해도 즐거움이 쏟아질 것 같다.
초봄의 맑은 햇살을 가르며 차는 신나게 달리기 시작한다. 봄의 향기가 버스 안까지 퍼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아무쪼록 사고 없이 즐거운 산행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즐겁게 글을 쓰려면, 성치산(城峙山)은 개울물이 흐르고 새들이 지저귀며 나무가 울창한 산이면 좋겠다. 따사로운 햇살도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지 쨍하고 내려온다. 해님이 내려와 이 땅에 식물들이 무럭무럭 솟아오르도록 대지를 어루만져 덥히고 있다.
버스는 달리다 보니 성치산(城峙山)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유금수(劉金洙) 사진작가께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등산하기 시작했다.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다. 인삼 선전 간판이 여기저기 보인다.
조금 걷다 보니 많은 산악회에서 다녀간 흔적이 역력하다. 각 산악회 리본을 수백 개가 달려 있다.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 것도 보기 좋다. 이 리본만 보아도 아름다운 산일 것 같은 기분이다.
옆에는 신인희(申仁姬) 리더와 김경하(金俓河) 여사와 함께 걷는다. 걸으면서 김경하(金俓河) 여사께서는 내가 쓴 수필이 밴드에 올라오면 재미있게 읽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은근히 기분 좋은 미소가 번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춘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지금 내가 그런 기분이 아닐지 싶다. 김경하(金俓河) 여사님 고맙습니다.
성치산 제1편 여기서 맺는다. 제2편은 산에 올라가는 장면을 그려 낼 것이다. 과연 얼마나 아름다운 산일까?
2024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