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이긴 해도 이곳이 시골은 시골이라
이웃 간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야 안 일이다.
두더지 마냥 낮엔 집에 박혀있다가
오후 늦게나 되어서야 일하러 외출하니 아는 사람도 없고 -슈퍼마켓 아저씨랑 203호 아줌마 뿐.-
오고가다 만나는 이웃에 꾸벅 인사나 할 뿐 서울서 살던 버릇 그대로 였는데
나만 빼고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던지 우리집 스토리를 꿰고 있었다.
......
몇일 전 8층 할머니께서 문을 두드리셨다.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사람들이 전도에 열심이기 때문에 나는
으례 그런 것인 줄 알고 내다볼 생각도 않고 없는 척 했다.
그런데 계속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벨을 누르는 것도 아니고 난 또 잘못 듣고 있나 싶어 인터폰 화면을 열었더니 그곳에 8층 할머니의 안경 쓴 부릅뜬 눈이 보였다.
매무새를 추스리고 허둥지둥 문을 여니 부릅 뜬 눈으로 날 보시며
벨소리 너모 커서 문 뛰디렸어. 못들었어? 뭐혀?
하시면서 대뜸 들어오셨다.
내가 할 말 있어서 왔어. 원제 집에 있나 몰러서 기양 갈랴그랬어.
전화두 모르구 경비두 인터폰 해두 안반는다 그라대. 시간 있어?
작년 가을 내내 도토리를 주워다가 아파트 입구에 널어놓으셔서
사람들의 불평이 있던 터에 어느 날 203호 아줌마랑 작은 시비가 있었더랬다.
그 때 지나다가 조금 말려드렸던 기억이 있을 뿐인데
8층 할머니는 만날 때 마다 그랴. 엄마는 좀 어떠셔. 어쩌까... 돌아가신 뒤로는 ...어디가? 댕겨와.
그런 인사를 꼭 먼저 건네셨다.
시간 있으믄 우리 조카 좀 만나봐. 내가 아까와서 그랴.
우리 조카도 선상이여. 중핵교 선상이여. 안적두 장개 안갔어.
지금 왔어. 오늘 쉰디야. 그랴서 내가 있나하구 왔어. 지금 내리와바. 아래 있어.
.....
전원일기 나오는 복길이 할머니랑 비슷한 말씨시다.
손을 양 손을 마주 잡고 웃으면서 둘러대었다. 나중에 이쁘게 하고 만나자고.
멋적게 돌아서시는 할머니께 방울 토마토 한 바구니 들려 드리고는
조금 있다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내려갔는데 마침 공교롭게도 그 선생님이라는 조카분이 나서고 있었다.
아이구 잘되얏다. 이기여. 이 처자여. 하면서 내 손을 잡아 그 선생님에게 안내한다.
참으로 민망한 순간이었으나 오히려 다행이었다.
다음에 이쁘게 하네 안하네 할 일이 줄어들어서.
그 조카와 나는 서로 연신 인사만 하면서 멋적게 웃다가 나는 그 선생이 차 빼는 것을 츄리닝에 산발한 차림으로 도와주고 들어왔다.
혼자 사는 아직은 조금 덜 나이든 사람은 남들이 볼 때 불편한가보다.
서울에서야 다들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 이웃 간에 그런 걸 몰랐다.
첫댓글 난 이상교 언니이고, 또한 한나 엄마예요. 반가워요.우리 한나가 재미들려 또 쓰고 방에 들어 갔네요. 위의글을 보니 나도 한국에 있을때 교편 생활하면서 혼자 자취 하던때가 생각나네요.또소식주세요.
8층 할머니는 눈도 밝으시다!
난 무조건 찬성이야. 그 선상... 맘에 들어.
난두야. 얘기루만 듣구두.
머리는 짚쑤생이하고 츄리닝 바람에 슬리퍼 질질끌고 눈꼽 끼고 있었기 땜에 다 틀렸심미다.
선생님 언니님!! 반갑습니다. 선생님 보담 더 높은 분이 오셔서 카페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 가타요.
나도 절대 찬성인데 국수도 먹이고 뭐 그렇게 하면 더 찬성이고 그냥 대충 하면 별로 찬성이고 어쨌던 그 할머니가 좀 더 극성맞게 굴어야 할 것인디......내가 위문 공연이라도 할까 부다..
아니냐. 내가 일단 가서 그 할머니하고 인사를 땡기고 그 선상님을 만나봐야겠어. 무슨 과목 선상님이랴? 수학선생만 아니면 오케이야. 한 집에 수학선생 둘 있으면 그 집 애들이 너무 불쌍해.
행인아, 그 선생 잡아라. 안타깝어라. 느낌이 괜찬하다. 안 잡으면 내 잡을끼다. 니 맘에 안 들면 돌리라.
몬가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오늘.. 아니 어제 날씨 참 더벘지예?
어라? 딴 소리는? 그 집은 더워도 한참 더웠을 끼지만 우리는 재미나서 별로 더운 줄 몰랐는데!
지금 그선상은 학교서 칠판 가득히 행인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어느 학교야. 내가 스승의날 학부형인척하고 찾아가서리...인성검사하고...운동장서 체력검사하고 그리고 노래 아는거 대 보라해서 감수성 검사하고... 아냐.일단 이카페에 등록을시켜야지.
(분명히 저 펭귄이 날고 말거야. 저렇게 순발력이 뛰어난데 몬 날면 그기 이상하지.....)
집 팔아서 비행기만 사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