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 산채 산행
오월 중순 셋째 토요일이다. 소만을 이틀 앞두어서인지 여름이라 여겨도 될 정도로 한낮에는 기온이 높아져 간다. 최고 기온이 연일 30도 근처까지 올라가 낮이면 덥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송홧가루가 날리는 철은 지나갔고 황사나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지 않아 다행이다. 이러함에도 야외 활동에 신경 쓰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지수가 높은 날이라는 기상 예보를 접했다.
엊그제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나가 근교로 나갈 주말 산행 주기가 벌써 다가오나 싶다. 부처님의 가피를 입던 날도 어김없이 산행을 나서 비록 쇠기는 했어도 산나물을 채집해 주변 지기들에게 안겨줬다. 텃밭 한 뼘을 가꾸지 않아도 봄철이면 이웃에게 나눌 게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 땀 흘려 땅을 일궈 가꾼 신선한 푸성귀에 비교해 모자람이 없을 향긋한 산나물을 아낌없이 나눈다.
여가를 별다르게 보내지 않은 나로서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나서는 산행이다. 어쩌면 이번 주 산행이 올봄으로는 마지막 산채가 될지 모르겠다. 우리 집에서는 삶아 데쳐둔 산나물이 밀려 있어 더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초여름으로 여겨지는 계절감에도 산행에서 산나물 마련해 올 셈이다. 내가 올봄에 가보고자 마음을 둔 곳 가운데 아직 두세 군데를 들리지 못한 데가 떠올랐다.
북면 온천장 못미처 내곡으로 들어 아산에 닿아 북쪽으로 치우친 산등선을 타면 뜯어올 산나물이 있다. 지도에 이름이 나오지 않는 봉우리를 넘어 외딴집이 몇 채 있는 상천마을이 나왔다. 양지바른 무덤가에 미역취가 군락으로 자라 가기면 가면 배낭을 채워 올 수 있다. 용추계곡으로 들어 포곡정에서 진례산성 동문 터를 넘어 임도를 따라 걸어 대암산 꼭뒤로 가도 참취를 만난다.
이른 아침 산행 차림으로 현관을 나섰다. 앞서 언급한 두 곳은 동선이 꽤 멀어 체력에 부쳐 무리한 산행은 자제해야 했다.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룡산을 겨냥해 나선 걸음이다. 거기는 올해 초봄 세 차례 다녀온 곳이다. 봄이 오던 길목 머위와 엉겅퀴와 방가지똥을 채집해 꽃대감 친구와 나눠 몇 끼 식탁에 찬으로 올렸다. 텃밭에서 가꾼 푸성귀 못지않은 야생초 밥상이었다.
구룡산 산행은 낙남정맥 굴현고개 구간에서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정상을 지나 산등선을 따라 한참 가면 다호리로 내려선다. 갈림길이 없는 일자형 등산로에서는 산나물을 만나기 쉽지 않아 나는 용전마을 뒤에서 송전탑을 이정표 삼아 개척 산행하다시피 숲을 헤쳐간다. 도계동으로 나가 자여로 다니는 7번 마을버스로 용전 남산마을 입구에서 내려 국도 횡단보도를 건넜다.
남해고속도로가 교각으로 걸쳐 지난 근처에는 텃밭을 가꾸는 이들이 보였다. 고추와 고구마 모종은 활착되어 생기를 띠었다. 이랑에 비닐을 덮은 구멍에 씨앗으로 심은 참깨는 싹이 트고 있었다. 단감농원에서는 감꽃이 피기 이전 새순에 자리 잡는 꽃송이 꼬투리 따는 작업을 했다. 양봉업자 벌통에는 아까시꽃에 꿀을 모으던 벌들은 밤꽃이 필 때까지 잠시 휴식기에 든 듯했다.
새로 뚫은 구룡산터널 굴다리를 지나 숲으로 들어 산마루 송전탑을 넘어갔다. 활엽수가 우거진 바닥 가랑잎이 삭아 부엽토를 양분 삼아 자라는 참취와 바디나물은 쇠어 가고 있었다. 노루나 고라니들이 좋아하는 산나물인데 녀석들이 뜯어 먹고도 남겨둔 것이 더 많았다. 나도 한 마리 짐승이 되어 허리 굽혀 참취와 바디나물을 찾아 잎줄기 끄트머리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 따 모았다.
산등선을 넘어 석간수가 흐르는 바위에 손을 짚고 엎디어 물을 들이켰더니 목마름이 가셨다. 도화가 흘러온 무릉은 아니라도 오동꽃 낙화가 바위에 붙어 있어 선계를 보는 듯했다. 물가에 즐겨 자라는 바디나물과 머위가 보여 더 뜯었더니 배낭을 채우고 남아 보조 가방은 손에 들었다. 숲을 빠져나와 남산마을 동구 밖에서 점심을 요기하고 시내로 들어와 배낭의 산나물은 가볍게 했다. 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