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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심양성(?陽城)의 괴사(怪事
"제가 그랬다면 또 어쩔거예요? 그 녀석들이 여기까지 쫓아온다면 이
주팔 어르신께서 그들한테 본때를 보여주고 말거예요."
화예선이 웃으면서 말했다.
"됐어 됐어. 하나밖에 없던 말썽꾸러기가 다시 하나가 불었구나. 이들
오누이가 한녀석이 장구치고 한녀석이 나팔부니 심 상공! 당신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심랑이 포권을 하고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그 사람들과 싸울 준비를 하세요. 본인은 이만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그는 말에서 뛰어내려 길 옆으로 달려나갔다.
불아이가 크게 부르짖었다.
"심 형! 가지 마세요."
주칠칠의 눈이 다시 금방 붉어졌다.그녀는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가게 내버려둬라. 비록 그의 목숨을 한 번 구해준 적은 있지만 그
사람한테 우리가 그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꼭 기억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니?"
말소리에는 슬픈 기색이 배어나왔으며 원망스러운 듯 그리고 가련한 듯한
모양으로 고개를 숙였다.심랑은 달려나가던 몸을 멈추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장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나의 고조 할머니! 도대체 나한테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주칠칠은 얼굴을 활짝 펴고 웃으면서 가볍게 말했다.
"저는 당신이......! 당신이......!"
그녀는 눈을 몇 번 굴리고 앵두 같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더니 예쁜 웃음을
띠면서 머리를 쓸어올렸다. 눈보라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으며
말발굽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지만 그녀는 조금도 조급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화예선은 조급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이 계집애야! 지금 교태를 부릴 때가 아니야. 싸울 건지 도망갈 건지
어떻게 빨리 결정을 지어야지!"
불아이가 말했다.
"당연히 싸워야죠. 심 형께서도 저희들을 도울 거예요."
심랑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싸워?"
그는 불아이의 앞까지 걸어 들어가서 갑자기 번개같이 손을 뻗어 그
불아이의 견정혈을 움켜쥐었다. 불아이는 몸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심랑은 허리를 굽혀 그를 안아올리더니 몸을 날려 주칠칠이 몰던 말등에
올라타서 손을 돌려 말의 궁둥이를 힘껏 내리쳤다.건장한 말은 긴
울음소리를 내더니 악으로 바람처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화예선도 어쩔
수 없이 쫓아갔다.
그리고 여덟 명의 건장한 대한들도 주칠칠의 말이 움직이자마자 모두
채찍을 휘둘러 따라갔다. 화예선이 한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그녀의 몸은
이미 여덟 대한이 탄 말 중에 한 마리의 엉덩이 부분에 올라섰다. 말탄 그
대한은 말을 그녀에 넘겨주려고 했으나 화예선이 도리어 말했다.
"너는 말이나 그대로 몰아라. 날 상관하지는 말아."
그녀의 몸이 비록 말 위에 있었으나 마치 아무런 물건도 없는 것처럼 말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 대한은 놀라고 감탄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
보였다. 불아이가 심랑의 겨드랑이에 끼어진 채로 크게 발버둥치며
말했다.
"내려줘요. 당신이 날 내려주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욕을 하겠어요."
심랑이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더이상 말썽을 부린다면 내가 너의 머리를 빡빡 밀어서 오대산으로
보내어 천법 대사를 모시는 작은 중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불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당신이! 당신이 감히......."
심랑이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 번 시험해 봐라."
불아이가 찬바람을 들이키고 말을 멈췄다.
주칠칠이 웃으면서 말했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더니 여덟째 동생도 다른 사람에게
항복할 때가 있을 줄이야. 오늘 아주 호적수를 만났지."
불아이가 말했다.
"심 형은 내 매형인데 남도 아니잖아요? 매형을 약간 두려워하는 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매형! 그렇죠?"
심랑은 씁쓸하게 웃었고 주칠칠이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망할 녀석! 혓바닥을 마음대로 놀리면 내가 네 주둥이를 찢어놓을 거야."
불아이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는 겉으로는 나를 욕하는 척 하지만 마음은 기뻐서 하늘을 나는 듯
할 걸요?"
주칠칠이 예쁘게 웃으면서 몸을 돌려서 불아이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몸을 한 번 돌리자 도리어 심랑의 가슴에 안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불아이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보세요. 누나가 기회를 봐서 슬쩍 매형에게 안기잖아요!"
멀리 눈보라 속에서 말발굽소리와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어떠한
사람이 큰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말발자국이 아직 선명한 것을 보니 그 미친 계집애가 탄 말이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한 것 같소."
이때 바람은 서북방향을 향해서 계속 불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쫓는
인마들의 말발굽소리는 바람을 따라 주칠칠 등이 들을 수 있었으나 이들을
쫓는 사람들은 주칠칠 등이 탄 말발굽소리와 사람들의 대화를 들을 수가
없었다. 심랑은 말을 더욱 급하게 몰았다.그러자 주칠칠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그들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빨리
도망을 가죠?"
심랑이 말했다.
"내가 당신과 싸워서 이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당신과 싸움을
못하잖소? 그와 똑같은 원인이오."
주칠칠이 교태를 부리면서 말했다.
"저는 진지하게 말하는데 당신은 도리어 농담을 하는군요?"
심랑이 탄식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내가 왜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겠소? 비록 당신의 무공이 현재보다
열 배가 더 강하다고 해도 꼭 알아야 할 점이 한 가지 있소. 그것은
이러한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요."
주칠칠이 말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원래 당신이 까닭도 없이 소란을 떨었기 때문에 그들이 쫓아오는 것인데
만약 다시 그들과 싸운다면 어찌 강호의 친구들이 비웃지 않겠소? 하물며
전령송이나 방천리 이러한 사람들은 만만하게 볼 인물들도 아니오. 만약
당신이 그들과 원수를 맺는다면 차후에 아마 당신 부친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약간 귀찮은 일을 당하게 될 거요."
주칠칠이 교태를 짓고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말을 들어보면 당신은 나를 위해서 싸우면 안 된다는 거네요?"
심랑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를 구해준 은혜를 어찌 갚지 않겠소?"
주칠칠은 가볍게 탄식을 하더니 몸을 더욱 심랑의 가슴에 기대면서
말했다.
"좋아요. 도망가라면 도망가죠 뭐. 언제까지라도 어느 길이라도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아요."
불아이가 실실거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너무 낯간지럽네요."
그들 일행은 강을 끼고 서쪽으로 달려서 용성(籠城)에서 강을 건너 곧장
심양(沁陽)으로 들어갔다.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그들을 쫓는 인마들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었으나 이미 사람과 말이 모두 피곤하여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태였다.
이때는 이미 이틀째 정오 무렵으로 눈보라는 여전히 휘몰아치고 있었다.
주칠칠은 계속하여 탄식하며 말했다.
"못 참겠어요! 더는 못 참겠어요. 깨끗한 여관을 찾아서 쉬지 않는다면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심랑이 말했다.
"이곳은 쉴 만한 곳이 못 되는 것 같소. 만약 그들이 다시
쫓아온다면......?"
주칠칠은 어리광부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쫓아온다면요? 이 시점에서 제가 그들이 쫓아오든 말든 그걸
상관할 수 있겠어요? 그들이 쫓아온다고 해도 그리고 나를 죽이든 살리든
나를 후벼파든 깨물든 어떻든 나는 먼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심랑이 눈썹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어리광이나 부리면서 곱게 자란 아가씨라서 어쩔 수가......."
주칠칠이 말했다.
"뭐라고 중얼거리세요?"
심랑이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 쉬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소."
그러나 불아이가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쉬어야겠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는 누나가 어리광이나 부리면서 곱게
자란......."
그는 말소리를 갑자기 멈추면서 눈을 들어 곧바로 길 앞쪽을 바라보면서
더이상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때 그들은 이미 성 안으로 들어온 후로
심양성의 집과 길들이 멀리 바라다보이고 있었다. 그 청석(靑石)을
깔아놓은 도로의 먼쪽에서 마치 기다란 뱀처럼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행렬이 있었다.
눈을 들어 바라보자 다만 몸에 해진 옷을 걸치고 가슴을 풀어헤친 수십
명의 건장한 대한들이 열일곱 여덟 개의 관을 들고 곧장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대한들의 전신에는 석탄가루와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으며
그들이 들고 있는 관은 모두 새것으로서 심지어 어떤 것은 아직 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확실히 아주 급하게 만든 관임에 분명했다. 아마도 이
심양성 중에 최근 죽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관마저도 만들어댈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도로 양쪽에 있던 행인들은 모두 발걸음을 멈췄으나
누구도 이 기이한 출상 행렬을 바라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으며, 어떤 사람들은 머리를 돌렸고,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길
옆에 있는 상점으로 숨어 들어가기도 했다. 마치 그들의 모습은 이 관을
보기만 해도 공포스러운 재앙이 자신들에게 닥칠까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였다.
불아이는 그 행렬을 보면서 놀랍고 이상하기도 하여 눈알도 굴리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 그는 탄식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아주 많은 관이로구만!"
주칠칠이 이를 받았다.
"확실히 적지 않아!"
"적지 않은 것이 아니고 너무 많은 거죠. 이렇게 많은 관들이 동시에
출상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헤헤. 누나도 아마 본
적이 없을 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죽다니 확실히 드문 일이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관의 행렬을 피하는 모양을 봐. 여기에 혹시 무슨
전염병이라도 번진 건 아닐까?"
"만약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들이라면 그 시체들을 이미 태워버렸겠죠."
"만약 전염병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무림계의 복수극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죽일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관을 나르는 사람들은
조금도 무림계 호걸들의 모습이 아니잖아?"
"그렇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거죠."
화예선이 이미 이들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얼굴에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으나 사람들은 어린애의 장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주칠칠이 고개를 돌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볼 수 있겠어요?"
화예선이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이든 아마 이 심양성은 틀림없이 무슨 변고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린 아예......."
그녀가 아직 가버리자는 말을 하기도 전에 주칠칠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변고가 있는 곳이면 또 어때요?"
화예선이 이를 받아서 말했다.
"아무 소리도 아니야."
그녀는 가볍게 탄식하면서 중얼거렸다.
"변고가 있는 곳에 또 두 명의 말썽이나 부리는 아이들이 왔으니. 아! 또
시끄러운 일들이 일어나겠군!"
주칠칠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면서 심랑을 힐끗 바라보았다. 심랑이
이곳에 머물 것을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화예선이 뭐라 하든 그녀는
상관하지 않을 듯한 태도였다. 관을 든 사람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나서
그녀는 즉각 그 큰 길에 내려섰다. 길에는 정막만이 감돌고 있을 뿐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제 갈길만 가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지나간 행렬이 비록 이상했지만 이때 그 큰 길에는 사람들이
쑥덕거리는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모습은 확실히 일상적인 정의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주칠칠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 듯 여관을 잡고 행장을 풀었다.
그들이 찾아들어간 여관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아마 이 심양성 중에 가장
큰 여관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여관 역시 인적이 끊겨 썰렁했으며 그
맞은편에 있는 음식점에도 사람이 한 사람도 눈에 뛰지 않았다. 이미
심양에 도착한 상인들은 전부 돌아가버린 듯했으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인들도 아마 멀리 빙 돌아서 지나가는 듯한 기색이었다. 심양성은 이미
하나의 흉성으로 변한 듯한 모습이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주칠칠은 비로소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오후
내내 잠을 잤으나 충분히 깊은 잠을 자지는 못했다. 꿈 속에서 마치
말발굽들이 왔다갔다 오락가락 끊기지 않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녀는 깨어나자마자 급히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은 다음 곧바로 그
옆방으로 달려가 창밖에서 가볍게 불렀다.
"여덟째! 여덟째!"
두 번 가볍게 부르는 소리가 나자마자 창문이 활짝 열리면서 불아이가
불처럼 붉은 반코트를 걸친 채 창가에 놓여져 있는 침대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불아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가 일어날 시간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
주칠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은?"
불아이가 코를 찡긋거리면서 말했다.
"누나는 그렇게 편하게 자는데 난 고생했어요. 심지어 눈 한 번 깜박하지
못하고 계속 이 사람을 지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나 모르게 살짝
빠져나갈 수 있겠어요? 보세요. 저쪽에 저렇게 웅크리고 누워서 돼지처럼
자고 있잖아요?"
주칠칠이 교태로운 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을 욕하면 안 돼."
눈을 돌려보자 불아이의 침상 맞은편 침상에 이불이 높게 솟아올라
있었다. 마치 심랑이 여전히 높은 베개를 베고 자고 있는 것처럼.
주칠칠이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더이상 자지 못하게 해. 빨리 그 사람을 깨워라!"
불아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요! 알았어요!"
그는 급히 몸을 곤두박질 치더니 맞은편 침상으로 날아가서 큰소리로
말했다.
"일어나세요. 그만 일어나세요. 여마왕(女魔王)이 깼는데 계속 잘 수가
있어요?"
그러나 심랑은 마치 죽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불아이가 중얼거렸다.
"소도 아니고 마치 돼지 같이 자는구만."
그는 갑자기 이불을 휙 걷어젖혔다. 그러나 이불 속에 있는 것은 도리어
밑에 깔아놓은 요였을 뿐이고 심랑의 모습은 없었다. 주칠칠이 깜짝
놀라는 소리를 발하며 창을 뛰어 넘어 들어와 이불을 바닥으로 집어던지고
베개도 집어던지면서 발을 구르며 말했다.
"네가 그 사람한테 돼지라고 할 것이 아니고 네가 돼지야. 네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는데 그러면 그 사람이 파리, 모기가 돼서 날아가버렸단
말야? 밖에 누구 없어요?"
화예선과 흑의 대한들이 모두 급히 달려왔다. 주칠칠이 소리질렀다.
"그 사람, 그 사람이 또 가버렸어요."
말을 끝맺기 전에 그의 눈가에 눈물 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불아이는
주칠칠에게 야단맞은 다음 작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부끄럽지도 않은가봐! 다 큰 사람이 걸핏하면 눈물이나 흘리고."
주칠칠이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나는, 나는 그 사람이 가버린 게 뭐가 대단하다고 다시 찾아오면 되지
않을 거냐고 그랬어."
"빨리 가서 찾아와. 만약 그 사람을 다시 데려오지 못한다면 널 죽여버릴
거야. 당신들도 빨리 쫓아가세요. 눈만 휘둥그레 뜨고 뭐하는 거예요?
아마 이번에는 그 사람을 다시 데려오지 못할 것 같애."
그녀는 갑자기 침대 위에 엎드려서 울기 시작했다.불아이가 탄식하면서
말했다.
"자. 쫓아가자."
그러나 이때 갑자기 창밖에 한 인영이 번쩍 하더니 심랑이 표연히
웃으면서 걸어 들어왔다. 불아이는 놀라고 기뻐서 그에게 달려가 그의
옷깃을 부여잡고 큰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좋아. 심 형께서는 언제 나가신 거죠? 내가 누나한테 야단맞아서
나도 울 뻔했잖아요."
심랑이 미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꿈 속에서 김불환을 욕할 때 나갔던 거야."
주칠칠이 벌떡 일어나며 겸연쩍은 듯 말했다.
"나 배고프단 말야. 빨리 밥먹으러 가자."
그들이 음식점에 도착하자 손님들이 모두 주칠칠에 대해서 쑥덕거리자
불아이는 눈을 크게 치켜뜨면서 말했다.
"누나! 보세요. 저 녀석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잖아요! 내가 누나
대신 그들에게 한 번 본때를 보여줄까?"
주칠칠이 말했다.
"무슨 본때?"
불아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사람들이 누나 얘길 하잖아요! 누나는 화도 나지 않아요?"
주칠칠이 예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 누나가 예쁘게 생겼으니까 사람들이 그러는 거지. 만약 누나가 못생긴
추녀였다고 생각해봐. 네가 가서 사람들에게 누나 애기를 해달라고
부탁해도 사람들은 아는 체도 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저 사람들은 예쁜
것과 못생긴 것을 구별할 줄 아는데, 어떤 사람은......."
그녀가 심랑을 힐끗 한 번 바라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은 눈이 있으면서도 봉사인 것처럼 사람이 예쁘게 생겼는지
못생겼는지도 모르잖아!"
심랑은 다만 듣지 못한 척 할 뿐이었다.주칠칠은 이를 깨물고 탁자 밑으로
심랑을 힘껏 걷어찼다. 그러나 심랑은 여전히 가벼운 웃음을 띤 채 모른
척 마치 아무런 감각도 없는 척 하는 태도를 보였다. 불아이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누나는 진짜 어쩔 땐 상당히 이상하단 말이야.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내지 않고 화를 안 내야 좋을 듯 할 때는 도리어 화를 내니 말이야."
주칠칠이 말했다.
"이 녀석아! 네가 무슨 상관이야!"
불아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요. 좋아. 나는 어려서부터 누나가 무서웠으니까. 화가 난다면
나한테 발설하지나 마세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더욱더 노골적이 되었으며 웃음소리도 갈수록 더욱
커졌고 눈빛은 더욱 쉴새없이 그들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불아이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뛰어나가서 여덟 명의 대한을 모두 데려와
문신(門神)처럼 주칠칠의 뒤에 서 있게 했다. 여덟 대한의 얼굴은 모두
푸른색으로서 얼굴 가득 살기를 띠고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한 번
둘러보자 주칠칠에 대한 애기가 갑자기 수그러들어갔다.
다만 왼쪽편 구석에 있는 한 사람이 의자에 꼿꼿이 앉아서 시종 처음부터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 음식점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 사람의 눈에는 아주 깊은
복수심이 가득차 있었다. 그는 몸에 푸른색의 장삼을 입었는데 이 장삼은
여러 번 빨은 듯 이미 하얗게 변해 있었고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조금의
혈색도 없었으며 턱아래의 수염도 기르지 않고 있었다. 나이는 많아야
이십오륙 세에 불과한 듯 보였다.
이때 문 밖에서 또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는데 그 얼굴 모습이나 신체가
그 좌측편에 앉아있던 남색 장삼을 걸친 소년과 꼭 같았다. 새로
걸어들어온 그 소년의 옷은 매우 화려한 천으로 지어진 것으로 보였으며
나이도 몇 살이 적은 듯 보였고 입가에 언제나 부드러운 웃음을 띠고
있어서 그 좌측편에 앉아 있던 소년의 차가운 표정과는 크게 대조적으로
보였다. 그의 눈빛이 주칠칠의 얼굴에 가서 잠깐 멎더니 심랑을 거쳐서
곧바로 그 소년에게 걸어가서 앉으면서 말했다.
"형님! 일찍 오셨습니까?"
그러나 남삼소년의 눈빛은 여전히 식당 음식점 입구에서 떠날 줄을
몰랐으며 화려한 옷을 입은 소년도 마치 이미 그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 앉자마자 마시고 먹기 시작했다.
가끔 그의 눈빛이 문 밖을 향해 보내질 뿐이었다. 다른 한편의 둥근
탁자에는 몇 사람의 대한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슬쩍슬쩍 심랑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중에 한 사람의 표정은 아주 표독스러웠으며 사람을
흘겨보는 눈빛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때 그는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저 두 사람이 바로 옛날 무림계에 이름 꽤나 날렸던 정가(丁家) 형제가
맞습니까?"
그 옆에 있는 사람은 그 복장이 극히 화려했으나 노루머리에 쥐새끼 같은
눈을 하고 있어서 그 모습이 매우 더럽고 천하기가 짝이 없었다. 이
사람은 질문을 받자 웃으면서 말했다.
"철 형의 눈이 과연 예민하군요. 한눈에 저들을 알아보시다니!"
그 표독스러운 표정을 한 대한이 짙은 눈썹을 가볍게 찌푸리며 말했다.
"저 두 사람도 여기에 올 줄은 진짜 생각도 못했군요. 듣건대 그 두
사람은 상당한 강적이라 하던데. 이 일에 두 사람이 끼어들다니. 아마
우리가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군요."
그 쥐새끼 같은 눈을 가진 대한이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정가 형제가 비록 끼어든다 해도 우리는 신창 세조운 철승룡(鐵勝籠) 철
형이 계신데 뭐가 두렵단 말이오!"
철승룡이 웃으면서 눈을 들어 사방을 바라보았다.그는 갑자기 웃음소리를
멈추고 멍청하니 문 밖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날카로운 소리로 말했다.
"진정으로 이 일에 끼어들 사람이 왔소."
이때 음식점 가득 앉아 있던 호걸들이 열 사람 중에 아홉 사람은 모두 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입구로 들어오고 있는 사람은 일남 일녀로서
손에 어린 여자애를 데리고 큰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들 두 사람은 부부인
듯하였다. 남자는 곰 같이 탄탄한 어깨에 원숭이 같이 늘씬한 허리를
가졌으며 그 근골이 매우 강해 보여서 전신이 마치 하나의 근육
덩어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양쪽 광대뼈는 높이 솟았으며 입은 귀밑까지
찢어져 있어서 그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두렵게 하기에 족했다. 여자의
신체는 상당히 날씬했으며 검은 머리를 구름처럼 위로 말아올려서 옆에서
보면 상당히 아름다운 미부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정면으로 보면 그
부용꽃 같이 아름다운 얼굴 가운데에 약 칠 촌 남짓한 칼자국이 나
있었다. 이마의 머리가 나는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곧바로 미간을
가로질러서 비스듬히 입가까지 그어져 있었다. 그녀가 만약 얼굴 모습이
못생긴 데다가 이러한 칼자국이 나 있었다면 별 감흥을 주지 않았을
것이나 이처럼 예쁜 여자의 얼굴에 흉악한 칼자국이 나 있어서
부지불식간에 사람들로 하여금 약간의 두려운 의식을 만들게 했다.
음식점에 앉아 있던 호걸들의 담력은 하늘을 덮을 듯한 사람들이었으나
그들 두 사람을 본 후에는 가슴 속에서 찬바람이 스치는 듯한 으스스한
기분을 느꼈다. 그들 부부 두 사람은 비록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족했으나
그들 손에 끌려 들어오고 있던 작은 여자아이는 도리어 천진난만하고
예뻐서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스러운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에 족했다. 그
여자아이의 둥글둥글한 작은 얼굴에는 역시 둥근 두 눈이 나 있었는데 그
여자아이는 눈을 들어 사방을 휘둘러보다가 불아이를 바라보고 갑자기
장난꾸러기 얼굴을 하면서 혀를 내밀고 히히거리고 웃었다.
불아이가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저 계집애가 상당한 장난꾸러기 같군!"
주칠칠이 웃으면서 말했다.
"너도 저애보다 나을 게 없을 것 같은데!"
음식점을 가득 메운 호걸들이 모두 이들 부부 두 사람을 쳐다보았으나
그들 부부는 도리어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다만 그들의 딸을
어르면서 뭘 먹을 건가 뭘 마실 건가를 물을 뿐이었다. 마치 천하에 이
작은 딸만이 가장 중요하다는 듯이.
주칠칠이 웃으면서 말했다.
"갈수록 재미있어지는군요! 이상한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구요! 이
심양성이 이렇게 시끄러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심랑이 말했다.
"당신은 저 두 사람이 누군줄 아시오?"
주칠칠이 말했다.
"그러면 그들이 내가 누군줄 알까요?"
심랑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아가씨! 저 두 사람의 이름이 아마 당신보다 열 배 이상은 알려져 있을
거요."
주칠칠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날 무림 칠대고수도 별것 아니던데 그들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아가씨! 강호에는 용이 숨고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곳이오. 비록
오늘날과 같은 인재들이 드문 이 시점에서도 그 종적을 숨기고 나타내지
않을 기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거요. 그 칠대고수는 불과 기회를 잘
만나서 그들의 이름을 날린 몇 사람에 불과할 뿐이오. 칠대고수가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고 어떻게 무림계에 그들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소."
"좋아요. 어떻든 말로는 저는 당신을 이길 재간이 없으니. 그런데 저 두
사람이 도대체 누구죠?"
"나도 모르오."
주칠칠이 화가나서 발을 구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없다면 저는 당신을 진짜 한대
물어주고 싶어요."
이때 갑자기 일진의 광소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는 사람의
귀를 울렸으며 마치 십여 명이 동시에 웃는 듯한 목소리였다. 음식점에
앉아 있던 여러 호걸들이 깜짝 놀라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 입구에는 칠팔
명의 대한이 비대하고 키가 큰 화상 한 명을 에워싼 채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 칠팔 명의 대한이 입은 옷은 모두 화려하기가 극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걸음걸이가 침착하고 두 눈에 형형한 빛이 발해지고
있어서 무림계에서 이름있는 인사들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이 화상에 대해서 공손하기가 비할 데 없었다. 이 뚱뚱하고
큰 화상은 상당히 꼴불견으로 못생겼다. 이러한 엄동설한에도 그는 몸에
무릎까지 내려온 승포를 걸쳤으며 그 속에는 짧은 체코 잠뱅이를 입고
악가슴을 풀어헤쳐서 그 비계덩어리를 밖으로 드러내놓고 있었다.
한걸음을 걸을 때마다 그 가슴에 붙어 있는 비계덩이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주칠칠은 눈살을 찌푸렸다. 불아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누나가 보건대 저 화상이 어떤 모습으로 보여?"
주칠칠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 녀석아! 사람이 밥을 먹고 있는데 너 또 이상한 소리하면 안 돼.
이상한 소리해서 나 밥을 못 먹게 하면 네 가죽을 벗겨놓을 거야."
불아이가 말했다.
"만약 저 뚱뚱이도 무공을 할 줄 안다면 그건 진짜 천지가 놀랄만한 일이
될거야. 걷는 것도 저렇게 숨을 헐떡거리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싸울
수가 있겠어?"
이 비대한 화상과 같이 온 칠팔 명의 대한은 확실히 교재의 범위가
넓었다. 음식점에 가득 찼던 호걸들이 그 칠팔 명의 대한을 보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웃음을 띠고 아는 체를 했다. 그 한 쌍의 부부만 여전히
아무 것도 보지 못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남색장삼를 입은 형제
두 사람도 고개를 숙이고 먹고 마실 뿐 그들쪽으로는 눈 길 한번 주지
않았다.
철승룡이 그 쥐새끼모양의 대한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뚱보 화상은 누구죠? 혹시 아시는가요?"
쥐새끼 같은 대한이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강호에서 약간이라도 이름있는 사람은 나 만사통(萬事通)이 한 사람도
모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철승룡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틀림없이 강호에 무명소졸이겠죠?"
만사통이 신음을 하면서 말했다.
"이것은 확실히......."
철승룡이 갑자기 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엉터리 같은 인간! 그가 무명소졸이라면 진(秦)표두나 왕(王)표두,
송(宋)장주 같은 사람이 이처럼 공경하게 대할 수 있단 말이오? 이것은
당신 눈이 멀었다는 증거요."
이때 음식점에는 객석이 꽉 차서 더이상 빈자리가 없었다. 팔구 명의
점원들은 머리에서부터 땀을 흘리며 그들을 접대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제대로 접대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 음식점에서는 그 비대한 사람 한
사람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다른 사람의 소리는 화상의 웃음소리
때문에 들리지도 않았다.
불아이가 입술을 삐죽이면서 말했다.
"정말 꼴불견이군."
주칠칠이 말했다.
"확실히 꼴불견이로군. 우리 아예......."
심랑이 말했다.
"또 말썽을 일으키려는 거요?"
주칠칠이 말했다.
"당신은 저런 사람 싫지도 않으세요?"
심랑이 말했다.
"한 번 쳐다봐요. 여기에 있는 사람이 모두 그 사람을 싫어하고 있지
않소. 저쪽에 앉은 형제 두 사람이 그를 한 번 바라보고 나서는 곧바로
눈에 그를 잡아먹을 듯한 기색을 보이고 있소. 둘 중 그 형은 이미 몇
차례나 일어서려 했으나 동생에 의해서 제지당하고 있을 뿐이오. 저쪽에
부부 두 사람 또한 비록 화상쪽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으나 그의 표정도
이미 정상적이 아니오. 하물며 맞은편에 있는 철탑(鐵塔)과 같이 생긴
대한 또한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소. 다만 약간의 두려움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이 사람들이 조만간 참지 못하고 손을 쓸 거요.
당신은 가만히 앉아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기만 하면 되는 거지 하필
당신이 직접 손을 쓰려 하시오?"
주칠칠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나는 말로서는 당신을 이길 수 없으니까."
갑자기 그 화상이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맞다. 맞소."
이때 또 두 명의 흑의 대한이 찌그러진 가죽모자를 쓴 남자를 양쪽에 낀
채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한눈에도 뒷골목의 불량배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이미 놀래서 얼굴색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두 명의
흑의 대한은 그를 비대한 화상 악으로 끌고 가더니 그 중 한 사람이
공손하게 말했다.
"이놈의 성은 황(黃)이고, 별명은 황마(黃馬)라고 부릅니다. 듣건대 그
일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심양성에서 이 녀석만
그 일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얘기할 수 있답니다."
비대한 화상이 웃으면서 말했다.
"좋다, 좋아. 우선 그 녀석에게 은자 백 냥을 줘라. 그 녀석이 마음놓고
말을 할 수 있도록."
즉시 한 대한이 나오더니 은자를 꺼내서 황마라는 자의 발 악에
집어던졌다. 황마는 눈을 똑바로 뜨고 비대한 화상을 바라볼 뿐 아무말이
없었다.
비대한 화상이 웃으면서 말했다.
"말만 잘 한다면 또 상을 줄 거야."
황마가 숨을 내쉬고 나서 말했다.
"소인은 황마라고 하는데 심양성에서 이미 십여 년이나 놀았습니다."
비대한 화상이 말했다.
"간단히 말해. 잔소리는 필요없어."
그의 눈빛이 사방을 훑어보더니만 갑자기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크고 확실하게 또박또박 말하도록 해. 모든 사람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황마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심양성 북쪽은 원래 석탄이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심양성
부근에는 누구도 석탄을 캐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반 달 전에 갑자기
십여 명의 객상(客商)들이 와서 땅을 전부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심양성
밖에서 백여 명의 석탄을 캐는 인부들을 고용해서 지난달 십오일부터
석탄을 캐기 시작했어요. 반 달 동안 캐었으나 석탄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얼핏 들으면 하찮은 석탄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주칠칠과
심랑은 이 일이 심양성 부근에 최근에 발생했던 놀랄 만한 사건과 관계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그 남자가 하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황마는 슬며시 발을 뻗어서 그 앞에 놓여있던 은자를 자기쪽으로 끌어들인
후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떠올리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이달 초하룻날, 다시 말해서 나흘 전인데 그들은 석탄을 캐지 못하고
다만 그 산기슭에서 돌비석 하나를 캐냈습니다. 그 돌비석에는 몇 마디
글이 씌어 있었는데......."
이렇게 말을 얼버무린 그는 잠깐 떠올랐던 만족스러운 표정은 이미
사라졌고 도리어 두려운 기색이 떠올라서 심지어 말소리마저도 떨리기
시작했다.
"그 몇 글자는 바로 '돌비석을 보고도 더 들어오면 지옥이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식점에 앉아 있던 호걸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며 그 표정들도 더욱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비대한 화상도 더이상 웃지 않고 말을
재촉했다.
"그 몇 글자 외에 그 돌비석에는 다른 무슨 그림 같은 것이라도 조각되어
있지 않았소?"
황마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 글자들도 모두
일필일획이 한 대의 화살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두 일백이십
대의 화살로 비로소 이런 몇 글자를 만들어냈다고 그럼니다."
호걸들은 서로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동시에 "화살?" 하고 가볍게
부르짖었다.
그 소리에는 놀라움과 이상함을 동시에 띠고 있었으나 모두가 그 화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는 기색이었다.
황마가 다시 숨을 몰아쉬더니 이어서 말했다.
"그 석탄을 캐는 인부들 중에는 글을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돌비석에 씌어 있는 글을 보고는 더이상 파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그들 객상은 이 돌비석을 보고 나서 얼굴에 상당히 기쁜 기색을
드러내면서 인부의 임금을 세 배나 올려주면서 그들로 하여금 파들어가게
했던 겁니다. 그날 저녁 그 산기슭에서 하나의 석문(石門)이
발견되었습니다. 문에는 몇 개의 글자가 씌어 있었습니다. '한 걸음이라도
들어오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은 주사로 쓰여 있었으며
그 글귀가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족했습니다."
음식점에는 적막만 감돌았고 호흡소리가 이쪽 저쪽에서 들릴 뿐이었다.
황마는 계속 이어서 말했다.
"석탄을 캐던 인부들이 이 몇 글자를 보고 나서는 도저히 더이상 파내려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 객상들은 이미 이러한 일이 있을 줄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술과 고기를 사들고 들어와서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그 인부들에게 음식을 주었습니다. 그 인부들이 실컷 먹고 마셔서
술기운이 얼큰하게 올라온 다음에 객상들이 다시 한 번 그들을 재촉하자
인부들은 그 석문에 무슨 글자가 씌어 있든 관계하지 않고 문을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안으로 한꺼번에 몰려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날, 그 다음날......."
비대한 화상이 예리한 목소리로 말을 재촉했다.
"그 다음날 어떻게 됐다는 건가?"
황마의 이마에 다시 식은 땀이 배어 나오고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석문을 열어젖치던 첫날 저녁 들어갔던 사람들은 그 다음날이 되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정오에 그들의 처자와 부모가 모두 그곳에
몰려들어서 그 갱도 악에 모여서 통곡하고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그
통곡하고 부르짖는 소리는 멀리 성 안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으며 그
처참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소인도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쓰라려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날 하오까지 그 갱도
속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그는 손을 뻗쳐 식은 땀을 닦아낸 다음 계속 이어서 말했다. 이때에
이르러 그의 손은 더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쉬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후에 비교적 담이 큰 몇 사람이 서로 어울려 들어갔습니다. 들어가고
나서 그들은 비로소 먼저 들어갔던 사람들이 모두 그 석문 안에 있던
하나의 대청에 같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그들 몸에서는 어떠한 상처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은 모습은 상당히 처참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두 눈알이
튀어나왔는데 그 눈알은 죽을 당시의 놀람과 공포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후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그들을 자세히 쳐다도 보지 못하고
소리지르면서 뛰쳐나왔습니다. 죽은 사람들의 집안 식구들은 앞다투어
들어가려고 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모두 말려 그만두게 했습니다. 결국
비교적 나이가 젊고 힘이 센 청년 몇 사람을 선출하여서 그 갱 속으로
들어가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메고 나와서 그 시체를 매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삼일째 된 날 정오에 나중에 들어가서 죽은 사람의
시신을 메고 나왔던 그 사람들도 갑자기 죽을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1.08 11:3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1.08 13:02
첫댓글 ㅎㅎ
감사합니다
즐감했습니다~~감사합니다.
즐독!
즐겁게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인공은,,코딱지 파고있는대 새로운고수가 자꾸나타나느구나,,,음,,
즐감했어요 ^&^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즐독했습니다
흠
ㄱ;묘한일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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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