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갯가 난포에서
오월이 중순을 지나는 일요일 날이 밝아온 새벽이다. 어제 다녀온 구룡산 산채 산행 석간수에서 봤던 낙화 오동꽃을 글감으로 시조를 한 수 남겼다. “신록이 싱그러운 구룡산 기슭으로 / 취나물 산채 나서 배낭을 벗어두고 / 석간수 흘러온 계곡 이마 땀을 씻었다 // 머리 위 높이 자란 오동이 피웠을 꽃 / 보랏빛 꽃송이가 낙화로 바위 붙어 / 도화가 아닐지라도 저기 눈앞 선계다”
‘석간수 오동꽃’이란 제목으로 몇몇 지기들에게 사진과 함께 아침 안부를 전하고 산행이 아닌 산책 정도 발걸음을 나섰다. 날이 밝아온 아침 식후 이른 시각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마산역 앞을 지날 때 내렸다. 역 광장으로 오는 노점에는 토요일만큼 성하지는 않아도 주말 장터가 열려 오가는 손님을 맞았는데 나는 노점상에게 별로 도움 되지 않는다.
마산역 광장 모퉁이 농어촌버스 출발지에서 갯가로 가는 60번대 버스를 골랐다. 지나간 봄날 산나물을 마련하느라 여항산 미산령이나 서북산 감재로 몇 차례 갔으나 이번엔 바닷가로 산책을 나설 요량이다. 연륙교 건너 저도 비치로드나 명주 드라마 세트장은 사람 발길이 잦아 선택지에서 제외다. 낚시꾼이 즐겨 찾는 원전 갯가로 가는 길목 난포 연안이 내게 산책하기 알맞은 데다.
원전 갯가로 가는 62번 버스는 어시장을 둘러 댓거리를 지난 밤밭고개를 넘어 현동으로 들어섰다. 근래 신도시급 고층 아파트단지가 형성되어 구산면 소재지 수정에 있던 중학교가 이전해 오기도 했다. 현동에서 덕동과 수정을 지난 백령고개를 넘으니 내포리였다. 지명으로는 내포리가 갯가인 듯하지만 마을에서는 포구는 보이지 않은 내륙이고 욱곡에 이르자 해안선이 드러났다.
반동삼거리를 지나 로봇랜드 입구 양평의 야트막한 고개를 넘었다. 봉화산 가톨릭 연수원 갈림길을 지난 난포에서 현지 주민인 듯한 할머니와 함께 내렸다. 마을 앞 수심이 얕은 포구는 조업을 나서지 않은 고깃배가 몇 척 닻을 내려 있었다. 마을은 규모가 제법 컸지만 포구는 인적이 드물고 방파제 끄트머리는 외지에서 찾아왔을 낚시꾼이 미끼를 끼운 낚싯대를 던지려는 참이었다.
낚시에 문외한이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마을이 끝난 곳에서 연안 따라 난 골목길을 걸었다. 소형 조선소와 수산물 가공 공장을 지난 산기슭부터는 인적이 뜸한 갯가였다. 간간이 몇몇 낚시꾼이나 어촌계원이 가끔 드나들었을 오솔길 따라 연안으로 나가 소나무 그늘 밑에 바위를 쉼터 삼아 가져간 술빵과 커피를 간식 삼아 먹었다. 포구 밖으로 고깃배 한 척이 물살을 가르고 지났다.
쉼터에서 마모가 덜 된 자갈돌을 밟으며 연안을 따라가니 갯메가 분홍 꽃을 피웠다. 갯메는 들녘에서 보는 메꽃의 꽃잎과 색상은 같았으나 잎사귀가 두껍고 반지르르 윤이 남이 달랐다. 흙살이 적은 바닷가 바위틈에 가뭄에도 잎줄기를 불려 키워 해풍에 실려 오는 소금기를 견뎌 꽃을 피움이 대견스러웠다. 악조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생육하는 야생화에 허리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봉화산 자락이 연안으로 흘러내려 거북의 목과 머리에 해당하는 돌출부 바위에서 한 번 더 쉬었다. 연안에는 홍합 양식장 부표가 줄을 지었고 전마선에는 작업을 하는 인부들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연안 바깥은 거제의 섬이 에워싸 가덕도에서 이어지는 거가대교 연육 구간 구조물이 아스라이 보였다. 눈앞 펼쳐진 전경이 교직을 마무리 짓고 온 거제여서 감회가 새로웠다.
갯바위에서 일어나 산언덕으로 올라 얼마간 숲길을 걸으니 옥계로 가는 임도가 나왔는데 철 따라 여러 번 다녀봐 주변 지형과 식생이 익숙했다. 임도가 끝난 외딴 횟집에서 마을로 가니 맞은편에는 주차를 마친 젊은 부모가 두 아이를 데리고 갯바위 그늘을 찾아가고 있었다. 꽤 큰 포구 옥계 어촌계 건물 앞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한 번 더 갈아타 교육단지 도서관으로 갔다. 2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