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속으로도 빗소리가 내린다
함 민 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서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생활인데 비가 와 더 선명해진 원고지 칸 같은 보도블록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 한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를 질문의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 한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 한번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 시집〈우울씨의 일 일〉문학동네
우울씨의 일일 - 예스24
문학동네포에지가 ‘선천성 그리움’의 시인, 함민복의 첫 시집 『우울씨의 일일』을 다시 펴낸다.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해 한결같은 진솔함으로, 삶을 돌아보고 세상을 둘러보는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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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집 〈우울씨의 일 일〉 문학동네 | 2020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 시집〈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비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예스24
함민복 시인의 시는 유쾌하고 유니크하다. 또 인성을 담은 뛰어난 서정시다. 그의 시는 손등에 와닿는 햇살처럼 따사롭고 옷깃을 스치고 가는 바람처럼 쓸쓸하다. 그의 시의 미소 속에는 천진하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