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소식을 전후해 이미 많은 기사들에서도 지적했듯 <홍김동전>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지표를 보여준다. 시청률은 1퍼센트를 살짝 넘기는 수준이지만, 지상파 콘텐츠 기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에선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특히 시청률 대비 2049세대 시청률 지분이 높다. 자발적으로 프로그램 팬카페가 개설되고 커피차 선물이 오는 것에 대해 멤버들이 자부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낮은 시청률에 전전긍긍하는 양가적 모습은 <홍김동전>의 기묘한 정체성이다.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그래서 단순히 현재 우리가 재밌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을 빼앗지 말아 달라는 요구만은 아니다. 시청자의 눈에 KBS는 잠재력과 향상심을 갖춘 2년 차 선수에게 많은 출장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미래 가능성보단 당장의 누적 성적만 보고 방출을 결정하는 프로야구 단장에 가깝다. 시청률이 TV라는 고령화된 매체에만 특화된 지표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니 낮은 시청률만으로 폐지를 결정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팬들의 비판은 꽤 정당하다. 과연 이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비판적으로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 청원에도 불구하고 폐지 결정은 돌이켜지지 않고 멤버들도 연말 시상식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둔 만큼, 아쉬움을 부여잡기보단 <홍김동전>이 지니고 있던 미래적 가능성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그 유산을 이을 수 있을지 구상하는 것이 더 나은 송별의 방식일 것 같다.
지표들의 충돌도 그렇지만, 형식과 팬덤의 연령이라는 면에서도 <홍김동전>은 어딘가 모순적이다. 스스로를 신개념 예능의 대척점에 있는 ‘구개념 예능’으로 정의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홍김동전>의 동전 던지기로 운명을 정하는 복불복 시스템에선 KBS <1박2일>의 초창기 야생의 정서를, 제작진의 다양한 과제 앞에서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실수하고 실패하는 모습에선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표방하던 시절의 <무한도전>이 연상된다. 유행은 돌고 도니 리얼리티쇼의 시대에 다시 구시대 리얼 버라이어티의 웃음이 신선하게 먹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명백히 구분되는 것이 있다면 출연자의 조합과 관계성이다. <홍김동전>의 두 축인 홍진경과 김숙의 조합은 전형적인 리얼 버라이어티 메인 진행자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프로그램 내 가장 연장자지만 서열이나 카리스마로 그룹을 이끌기보다는, 여유를 잃지 않는 좋은 선배이자 누나로서 정서적 안전망을 만들어준다.
이들이 만든 안전한 기분 안에서 조세호와 주우재, 장우영 남자 멤버 셋은 제작진의 자막을 빌리면 ‘하남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드센 누나들 때문에 기 못 펴는 척 불쌍한 남자 후배 연기를 하거나 여성 선배를 만만하게 보고 뻗대는 흔한 시건방짐을 보여주기보단, 철없이 어리광부리는 오합지졸로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망가지고 실수한다.
남성끼리만 모였을 때의 서열 놀이와 패거리적인 끈끈함이나, 남녀가 모이면 기어코 가상의 커플을 만들거나 외모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존의 예능 구도는 해체된다. 남녀 출연자가 남성 중심적, 이성애 중심적 세계관에 포섭되지 않고도 공존할 수 있고, 이러한 조합을 통해 서열과 캐릭터 분업에 의한 목적 지향적인 진행 없이 서로의 자발적 참여와 리액션의 연쇄반응으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홍김동전>이 찾아낸 중요한 가능성이다. 매 회차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구개념 예능’이라는 형식이 부담 없이 낄낄대며 볼 수 있는 유쾌한 난장판이라면, 이들 다섯 멤버의 편안한 관계성은 비교적 윤리적 불편함이나 의구심 없이 이 난장을 즐길 수 있는 정서적 여유를 만들어준다.
(중략)
주우재가 ‘또’ 울었던 <KBS 연예대상>에서 KBS <개그콘서트> ‘데프콘 어때요’ 코너로 베스트 아이디어상을 수상한 신윤승은 소감 말미 “KBS도 바뀌어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맞다. KBS도 바뀌어야 한다. 다만 그것이 2023년에도 데프콘 닮은 여성의 외모를 놀리는 개그의 방향, 혹은 신윤승 스스로 <개그콘서트>에서 말했듯 새우 과자를 새우깡으로 말하고 여러 표현의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KBS, 그리고 지상파 예능이 바뀌어야 할 방향성은 시상식 당일 최고의 프로그램상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던 <홍김동전>에서 더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남녀가 함께하되 여성 멤버가 중심을 잡는 프로그램, 홍진경의 데뷔 30주년을 웃음과 감동으로 기념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각 멤버들이 이십대들에게 자신들의 진솔한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프로그램, 왕년의 짐승돌이 얼굴에 일자눈썹과 수염, 점을 그려 제작진을 웃기는 프로그램, 여성 체육인들에게 남성 출연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는 프로그램이 동일한 타이틀이라는 건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과연 이 유산을 물려받을 이는 누구일까. 당장은 이게 얼마나 귀한 유산인지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우선인 것 같지만.
첫댓글 홍김동전 왜없애냐고 머리가 있는거야 없는거야
진짜 감없음 kbs
굵은글씨 진짜 공감간다
케베스에서 젊은층 시청자로 이만큼 잡을수있는 기회가 또 올거같냐 암튼 멍청한 윗대가리들ㅡㅡ 그러니까 틀딱방송국을 벗어나질못하지
글 진짜 잘썻다 이런 관계성 흔치 않다 정말..
너무 공감감. 구버라이어티 방식이라 재밌었다기보다는 그 관계성이 보기 편해서 좋아했던거임 ㅠㅠ 1박2일이나 무도는 알탕이라 안 좋아했어
ㅁㅈ 서열질 없고 언니들이 주축이라 보기 편하고 좋았음.. 홍김동전 한정 남멤들도 딱 동생들처럼 행동해서 밉지 않아보였고
홍김동전 내놔
진짜 내가 하고싶은말 다있네.. 속시원...
제발 폐지하지마 ㅠㅠㅠ
홍김동전사랑해 ㅠㅠ
불편함 없이 웃을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는데ㅠㅠ
자게에도 썼었는데 지금 kbs 시청자 설문조사해ㅠ 다들 홍김동전 얘기 많이 써주라
https://program.kbs.co.kr/special/culture/2024newkbs/mobile/detail.html?smenu=2cc3bc§ion_id=10969
완
완료요
헐했다 카톡가입하니깐 개편하네
완ㅜㅜ
설문 참여햇어! 알려줘서 고마워!~
완료
완
설문참여했는데 후보 및 예시가 참... 의아하네
숙언니 진경언니 넘 멋지고 웃기고...그들을 신뢰하고 따르는 누나무새들...이 조합 이제 어디서 봐 ㅜㅠ
귀한 예능인데...ㅠ
진짜 굵은 글씨로 된 문장들 너무 공감가 그냥 여성 출연자 있다고 무조건 추천한거 아님 홍김 주축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서 남멤들도 잘 한듯 혼성예능인데도 막 무조건 이성애적인거 없어서 좋았음 다음에 홍김나오는 예능 있다면 무조건 믿고 보려고 제작진도 좋았어...
마음 아파ㅜㅜ
했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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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9일(금) 19시 - 인기글 86위 🎉
너무 글 좋고 속상해,,ㅠㅠㅠㅠㅠㅠㅠ
케베스 등신들 ㅉㅉ..
글 너무 잘썼고 홍김동전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