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알 수 있는 고통, 방치하면 병 된다
‘한 달에 한 번’ ‘그날’ ‘마법에 걸린 날’…. 이런 말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여자의 월경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월경, 즉 생리를 하며 이 중 70%는 생리통을 경험한다.
특히 10% 가량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극심한 생리통을 호소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꼭 찾아오는 고통을 여자로서 감수해야만 하는 통증으로 여길 뿐 원인을 찾아보거나 치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저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생리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면 심할 경우 원인에 따라선 자궁을 적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심한 생리통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출혈로 인한 빈혈, 심장 질환, 위장 장애 등의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다.
생리통 기간에 따라 원인 달라
생리통의 종류로는 골반의 이상 없이 나타나는 원발성 혹은 1차성 생리통과 골반에 질병이 있어서 나타나는 속발성 혹은 2차성 생리통이 있다. 일반적으로 월경 초기에 1~2일 정도 발생하는 생리통은 원발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월경기간 내내 생리통이 있는 경우는 속발성일 가능성이 높다.
미혼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원발성 생리통은 검진 상 특별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데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로 자궁근육이 너무 과도하게 수축한 나머지 자궁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다.
결혼 후 출산한 뒤 자연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의 통증이라면 원인을 찾아 치료해 주는 것이 좋다. 속발성 생리통은 결혼한 여성에게 많이 온다. 대부분 생리가 시작된 지 수년 후 발생하는데 자궁과 골반 내의 기질적인 병변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골반염이나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으로 일어난다.
절반은 자궁질환으로 인한 통증
생리통이 찾아올 때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나친 생리통은 자궁선근증이나 자궁내막증의 증상일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팀이 최근 생리통으로 내원 후 진료받은 10~20대 환자 4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약 50%의 발생 원인이 자궁내막증 등의 질환으로 인해 나타났다.
자궁선근증이란 자궁내막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궁 근육층을 침범해 커지는 질환으로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과도 흔히 동반된다.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나 나팔관, 방광 등 자궁 이외의 부위에 위치하는 자궁내막증도 불임이나 생리통, 만성 골반통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중 자궁근종은 자궁평활근의 세포가 자라서 생기는 여성의 흔한 종양으로 월경과다, 비정상 자궁출혈, 골반 통증, 배뇨 장애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생리가 불규칙적일 때에는 월경 이외의 기간에 출혈이 생기는 기능부전성자궁출혈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의심되기도 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다른 명확한 원인 없이 난소가 과다하게 안드로겐을 생산해 무월경, 다모증, 비만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생리가 없을 경우에 확인해 봐야 한다. 불규칙적인 생리와 심한 생리통, 빈혈 등의 문제를 그냥 참아왔다면 본인의 생리증상을 잘 파악하고 건강상태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방치하면 불임으로 이어질 수도
생리통의 원인이 원발성(1차성)과 속발성(2차성)으로 나누어지는 만큼 치료 및 예방법도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원발성 생리통은 자궁과 그 부속기에 해부학적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생리통이므로 통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 농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통증을 줄인다. 기존에 널리 쓰이는 해열 소염진통제들이 원발성 생리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
속발성 생리통의 치료는 이론적으로는 자궁선근증이나 자궁내막증의 수술적 제거다. 그러나 이들 질환의 발생 연령이 20대 혹은 30대로 비교적 젊은 나이고 근래에 초혼 연령이 높아지며 임신을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근치적 절제술 보다는 환자의 생애주기에 맞는 치료법을 권한다.
난소에 발생한 자궁내막증은 난소 전체를 수술하기보다는 재발의 우려가 있더라도 자궁내막증 부위만 수술하고 정상 난소는 남겨놓는 방법을 택한다. 자궁선근증의 경우 부분적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호르몬 복용이나 호르몬 루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속발성 생리통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을 애초에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단, 조기 발견된 경우에는 여러 가지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으므로 생리통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산부인과를 방문해 ‘혹’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나 경구용 피임제를 통한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사와의 상담은 필수다.
생리통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평소 칼슘이나 마그네슘,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알콜이나 카페인 섭취는 통증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평소 짜게 먹는 습관도 좋지 않다. 과다한 소금 섭취는 수분을 축적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부드럽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은 긴장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생선 기름에 많이 함유된 EPA와 DHA와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은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B1함유 식품의 충분한 섭취는 생리전 증후군인 식욕 부진을 완화시키고 신경 불안 증상을 줄여준다.
이준규 의학칼럼니스트·보건학박사
한방에서는 생리통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평소 찬 음식이나 냉한 환경으로 인해 자궁에 찬 기운이 쌓여 자궁순환을 저하시키는 경우, 둘째 기체어혈(氣滯瘀血)이라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예민해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한 경우, 셋째 기혈허약(氣血虛弱)이라 해 체력과 소화기능이 약하고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혈액이 부족해 자궁으로의 순환이 원활치 못한 경우로 나뉜다.
이런 원인들을 미루어 볼 때 생리 전에는 아랫배를 따뜻하게 보온할 수 있는 옷을 입되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는 스키니진이나, 조임이 심한 레깅스 같이 너무 타이트한 옷은 삼가야 한다. 찬 음식이나 냉한 환경도 피하도록 한다. 생리 중에는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적당한 운동이나 요가로 정신적 긴장감을 해소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리통 완화와 자궁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진 홍화씨, 당귀, 도인(복숭아씨), 숙지황, 익모초, 인진(사철쑥) 등을 차로 달여 마시면 정혈 작용이 있어 자궁의 어혈을 풀어주고 혈액 순환을 도와 생리불순, 생리통, 수족 냉증 등 여성병에 효과가 좋다.
생리통 치료의 경우 본인의 체질과 생리통 이외의 또 다른 증상들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체질에 맞는 탕약처방을 중심으로 침, 뜸, 한방좌약 등을 병행해야 한다.
생리통의 한방치료는 단순히 진통제로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생리통이 발생하게 된 자궁과 연관된 오장육부의 기능을 살펴 원인을 개선하고 자궁과 골반 주변으로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유지하고 회복시킴으로 건강한 자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치료를 권장한다. 기혈의 울체를 풀고 정신적 자극이나 몸의 상태, 원인병변의 진단 등 환자의 여러 요소를 총체적으로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 한의사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