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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찾아 떠나면서 (1부)
그러니까 꼭 일 년만이다. 같은 코스 같은 과정으로 제주도 한라산으로 떠난다. 좀 색다름이 있다면 지난번엔 3명이 떠났는데 이번에는 자그마치 31명이 한 가족이 되어 떠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동안 가을부터 봄으로 이어진 가뭄에 몹시 시달림 받았는데 최근 두 차례나 비가 흡족하게 내렸다. 미리 정지작업을 하여준 듯싶어 내심 크게 반기고 싶은 심정인데 엊그제 그친 비가 다시 꾸물꾸물 댄다. 집을 떠난다는 것이 여행을 간다는 것이 편치만은 않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지만 호기심에 들뜨는 마음도 있다. 뭔가 막연한 기대감도 가져본다. 또 거뜬히 해낼 수 있을까하는 조바심도 묻어나게 마련이다.
새벽 4시 20분에 집을 나선다. 도로를 하나 건너면 곧바로 버드내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듯 는개(안개처럼 보이면서 이슬비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가내린다. 그런 탓인가 우산을 펴든 산보객도 몇 명뿐이다. 예정된 시간보다는 조금 늦게 50분에 도마네거리서 2호차에 오른다. 낯 익은 얼굴들 반갑다. 인원 체크를 하면서 부득불 한 명이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다. 어제 출근길 접속사고로 컨디션이 좋지 않단다. 그래, 그렇게 준비하고 오늘을 손꼽았는데 이렇게 한 자리 같이 하기가 결코 쉽지 않구나! 어쨌거나 큰 사고가 아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그의 몫까지 우리 30명이 보람 있게 다녀오는 거다.
호남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이미 먼동이 텄다. 생각보다 시야는 그런대로 괜찮다. 대부분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슬그머니 두 눈을 감고 꿈속으로 빠져들고 버스는 자장가를 부르듯 신바람을 내며 내닫는다. 어제 당진에서는 첫 벼 베기를 하였는데 창밖은 한창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지 싶다. 산을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바다로 가고 있는 것이다. 목포에서 배를 타기 위해 가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터미널 입구에서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들어선 식당은 아수라장이다. 굶주린 하이에나의 각축장이다. 눈이 벌겋게 빈자리를 찾아 달려들고 밥그릇 반찬에 눈독들이며 투쟁을 해댄다.
허우대는 멀쩡한 여객선 퀸메리호다. 17,000톤급으로 차량을 300대 선적하고 여객정원이 1,650명이나 되니 제법 큰 규모의 여객선이다. 실제 승선인원은 2,000명이 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로 법석인다. 5층에 조그만 일반 객실로 40여 명씩이나 밀어 넣었다. 군대침상 비슷하게 통로가 나고 양쪽 어깨를 서로 비비며 누울 정도다. 안전교육도 없고 소화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냥 앉았다 누웠다 서성인다. 통제하는 사람도 없고 유사시에는 미로 같은 통로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그때서야 예고된 인재였느니 안전 불감증이니 흥분되어 떠들어대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잠잠해지리라. 그래도 이런 색다른 분위기가 있기에 마냥 좋기만 하단다. 이런 맛이 있기에 여행하는 기분을 돋운단다. 배는 썰물을 맞아서 예정보다 30여분쯤은 늦은 5시간여를 걸려서야 제주항으로 느긋하게 들어섰다. - 2009. 05. 23. 文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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